The Malicious Member is Back! RAW novel - Chapter (59)
악성 멤버가 돌아왔다! 59화
잠깐의 쉬는 시간 후 찾아온 중간 순위 발표 관련 공지.
그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았지만, 연습생들에게 끼친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최가온 선배님의 입에서 나온 문장은 짧고도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공식 홈페이지 투표와 첫 번째 미션 점수로 정해진 중간 순위에 대한 촬영이, 다가오는 수요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제, ‘진짜’ 데뷔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이겠군요.”
“…….”
“여러분, 웃어야죠? 지금 저기 카메라 돌아가는데? 응?”
“하하! 네! 맞아요! 중간 순위 발표, 너, 너무 기대되네요!”
“빨… 리 왔, 왔으면 좋겠… 아니, 일주일만 미루면….”
“공민호 연습생, 그러면 NG예요!”
“힉! 넵! 당장 내일이면 좋겠어요!”
어수선하게 마무리된 촬영에 이어, 그 이후에도 연습생들은 대강당을 뜨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수군거리고만 있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중간 순위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촬영인지 모를 인물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려나.
“중간 순위, 중간 순위란 말이지. 어후, 동기들한테 공식 홈페이지 투표 좀 해 달라고 할 걸 그랬나? 학교를 워낙 대충 다녀서….”
“Jesus. 탈락이 없는데도 이렇게 떨리다뇨!”
당장에 아직 아이돌 서바이벌 생태에 무지한 로건과 유찬 형의 눈동자도 마구 굴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료타도 그럴 테고, 가오옌은….
‘춘, 용, 형!’
…아직도 저러고 있네.
“God, 춘용 형. 형도 긴장되나요?”
“어?”
“약간, 식은땀을 흘리길래요. 아무리 형이라도 중간 순위를 생각하면 Nervous한가 봐요?”
황급히 가오옌을 피해 고개를 한쪽으로만 고정한 내가 요상해 보였던 건지, 로건이 내게 순진하게 물어 왔다.
잘못 넘겨짚긴 했지만, 어쨌든 그 덕에 가오옌의 시선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었다.
은혜 갚는 두루미, 아니. 은혜 갚는 리버풀 보이라니. 좀 웃기긴 하다.
“Oh, 긴장이 아닌가? 아픈 건가요? 그런 거라면 도움을….”
“아, 아냐. 그냥 긴장해서 그래. 중요한 촬영이잖아.”
나는 한창 바쁘게 돌아다니는 스탭을 부르려는 로건을 만류하며 뺨을 긁적였다.
그래. 중간 순위 발표는 중요한 촬영이다.
중요도를 따지자면 아마 경연들보다도 위, 어쩌면 최종 생방송 바로 다음.
최가온 선배님이 말한 것처럼….
내가 데뷔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노골적으로 가시화되는 순간.
이번이 두 번째라고는 하지만, 그 중요도가 절대로 떨어진다거나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단지, 지금 신경 쓸 일들이 너무 많아서 실감이 제대로 안 나는 탓이겠지.
어느새 류웨이 쪽은 굳이 쳐다볼 생각도 안 들었다.
리밍쉔이랑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를 하고 있거나, 또 무슨 생각인지 모를 얼굴로 가만히 서 있거나, 나를 노려보고 있겠지.
어쨌든.
내가 마지막을 확인한 류웨이의 현 순위는 3위.
초반에 2위를 달리고 있던 것보다야 조금 떨어졌지만,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안정적인 순위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다국적 멤버인 탓에 초반에 비해 조금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 지금 대충 그려지는 데뷔조를 따져 보자고.
“로건, 너 마지막으로 봤을 때 순위 어땠어?”
“What? 아, 순위요. Um, 감사하게도 아마… 6위?”
“오, 데뷔권이네. 잘됐다.”
“데뷔권… 진짜 상상도 안 해 봤어요!”
지금 내 옆의 로건이 6위, 저기 구석에서 살짝 부끄러운 표정으로 지화성에게 헤드락을 당하고 있는 시우가 4위.
“아, 동기들 번호 다 지워졌다! 이거 연락을 하려고 해도 못하겠는데? 큰일이야.”
그리고 유찬 형이 5위.
그에 반해 나는….
뿅!
“Huh? 춘용 형, 방금 그 소리! 전에 연습할 때도 들었는데요. 그거 혹시, 형 스마트폰에서─.”
“어, 아니야.”
– X: 너 7위 7위 7위 7위 이 자 식 아!!
– X: 아 X나 럭키 세븐이에요
– X: 그건 그렇고 너 혹시 그… 목표창? 잘 안 읽어?
– X: 거기 현재 목표에? 아마? [타겟팅 스타>? 최종 6인? 이라고? 적혀? 있 을 텐 데?
– X: ㅡㅡ
– X: 야 이 자 식 아 !! 니 앞가림 좀 하라고 좀 좀 좀 !!
“춘용 형? 뭐예요?”
“아, 그냥… 모바일 게임 알림이야. 서바이벌 시작하기 전에 깔았는데, 어째선지 지워지지도 않네. 하하!”
“Wow. 어플 스토어에 물어보죠. 저도 전에 그런 적이 한 번 있었거든요. 바로 Delete를 도와줄 거예요.”
나는 여전히 채팅창에 고함을 내지르고 있는 엑스를 애써 무시하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그래.
목표창 조건에 걸맞지 않게도, 지금 내 순위는 7위였다.
‘로건을 하차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변명하고 싶지만….
막상 중간 순위 발표가 불쑥 찾아오니까 불안하기도 한데.
“음.”
나는 대강당 여기저기 늘어져 하하호호 웃고 있는 (구) 애로우즈 멤버들과 내 눈앞의 로건을 한 번 보고는 허탈하게 웃었다.
만일, 내가 류웨이를 어떻게든 밀어내고 이 멤버들과 데뷔를 할 수 있다면….
꽤 보기 좋을 거 같아서.
엑스의 메시지, 그리고 저 면면들 덕에 발끝부터 기어 오르던 불안감이 살짝은 가셨다.
그래. 속죄행 익스프레스가 편하길 바라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이젠 내가 당면한 주제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달렸다.
무대, 류웨이 건. 둘 다 놓쳐서는 안 됐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나는 뻘하게 텅 빈 자기 아웃그램 계정을 바라보고 있는 로건을 향해 쾌활하게 말했다.
“로건. 이제 촬영 끝났으니까, 연습실 가자.”
“에, 벌써요? 아직 다들 얘기 나누고 있는 것 같은─.”
“아냐, 봐. 다 사진 찍고 있잖아.”
“…Huh. 진짜네요?”
“그래. 라이브 방송만 정해진 시간에 할 수 있다고 그랬지, 언제부터 계정을 운영해도 된다고는 말씀을 따로 안 하셨어.”
그 말인 즉.
“…스마트폰을 받는 그 순간부터 바로 시작인 거군요? 이해했어요. 근데 왜 연습실로 가자는 거예요?”
“야, 아직도 모르겠어?”
나는 살짝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로건의 어깨를 붙잡으며 씨익 미소 지었다.
“거기 조명이 훨씬 좋아.”
사진을 찍든, 라이브 방송을 하든, 뭘 하든.
연습생이라면 마땅히 연습실에서 하는 게 맞지.
“…Holy.”
로건이 무언가 크게 감명 받은 얼굴을 하든 말든, 나는 아까 주머니에 넣어 뒀던 휴대폰을 꺼내 내 아웃그램 계정과 비밀번호를 확인했다.
[Springyong_TT]저번에 썼던 계정은 티렉스니 뭐니라서 글 올리기도 민망했는데. 이번에는 좀 낫다.
“…후.”
순위 올리기에 적합한 일을 좀 해 보자고.
* * *
“초반 라이브 방송 일정을 미루길 잘했네, 진짜. 이래야 애들 관리가 되지.”
이현정은 [타겟팅 스타> 연습생들의 아웃그램 피드를 크롤링하며 중얼거렸다.
“공민호 연습생은 벌써 피드가 6개, 츠바사는 좋아하는 풍경 사진… 아니, 이건 또 뭐야. 하준아. 하준아?”
“네, 네 작가님!”
급하게 막내 작가를 호출한 이현정은 성가시다는 듯 손을 이리저리 내저으며 빠르게 말했다.
“숙소에 방송 하나만 하자. 아웃그램 댓글로 팬들이랑 너무 사적인 대화 나누지 말라고 그래. 특히 김주안 연습생.”
“어, 어느 정도로 사적인 대화요?”
“[타겟팅 스타>에서 하루에 몇 시간 연습하고, 언제 휴대폰 볼 수 있고, 식사로는 뭐 나왔고 그런 거.”
“…그걸 팬들이랑 같이 얘기하고 있다고요?”
“그래. 대체 무슨 생각 중인지 모르겠네, 정말. 이것도 금지 조항에 넣어야겠다.”
“넵. 아웃그램 금지 6시간 정도면 될 거 같아요. 방송하고 올게요.”
“그래, 고마워. 나는 좀 더 체크해 봐야겠다.”
빠르게 방송실로 가는 막내 작가의 뒷모습을 보며 현정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라면 지금 이곳에는 그녀뿐만 아니라 주철영 피디도 함께 앉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방송국이란 게 그랬다.
낮말은 조연출이 듣고, 밤말은 조명부가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흘러든 소문은, 자연스럽게 위쪽을 향하기 마련이다.
“주철영 너 이 새끼 미쳤어!! 어딜, 어딜 투자자 측이랑 척을 지려고 해? 제정신이야? 응? 너, 땅 파면 돈 나와? 방송 일 때려 치우고 싶어?”
주 피디가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났다는 걸 안 순간, 신기호 이사의 전화기는 바로 총괄 피디를 향했다.
광고 관련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냐, 그럼 지금부터 투자 관련은 도재찬 사장이 맡는 거냐.
그쪽이랑 정확히 얘기는 어떻게 된 거냐, 계획도 없으면서 투자자 끌고 온 신기호와 척을 지냐 등등.
중간 순위 발표 촬영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터진 일에, 관계자 하나하나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또 총괄 피디님을 뵈러 가셨지. 말씀 들어 주실 분이 아니란 걸 아시면서….’
총괄 피디의 꼬장꼬장함을 떠올린 이현정은 가볍게 이마를 짚으며 다시 휴대폰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사달의 중심에 있다고 봐도 무방한 류웨이의 피드가 그녀의 휴대폰 가득 떠 있었다.
남이 찍어 준 것 같은 자연스러운 무드의 반신 사진 둘.
그리고 사진 아래, 자신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적은 짧은 문구.
“생각보다는 뭐… 평범하네.”
아웃그램 자동 번역기를 돌린 [[타겟팅 스타>에 출연 중인, 중국에서 온 류웨이입니다.]라는 문구를 읽으며 이현정은 가볍게 코웃음 쳤다.
그러나 그녀의 두 눈은 싸늘하게 식은 채로였다.
‘류웨이 연습생이랑 신기호 이사가 나서서, 로건 연습생을 하차시키려고 그랬지. 그리고 지금은 그 대상이….’
그녀의 손가락이 다른 연습생의 계정을 쿡 찍어 피드로 들어갔다.
단 하나의 게시물만이 올라온.
[Springyong_TT]김춘용의 계정 말이다.
‘얘를 하차시키려고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니. 주 피디님이 아끼는 연습생이라 어떻게 커버쳐 보려고는 하겠지만, 그게 어디 쉽겠어.’
이현정도 처음에는, 신기호 이사의 억지가 그저 투자처에서 선호하는 연습생을 미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로건을 하차시키는 게 거기서 비롯됐다는 걸 들었을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고.
그런데, 이젠 그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다른 연습생을 나가리 시킬 계획을 짜다니.
“어휴. 독하다 독해.”
이현정은 절로 튀어나오는 한숨을 막을 생각도 않고 휴대폰을 멋대로 두드렸다.
지금 상황에서 김춘용이 잘해 봤자 큰 변화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고 있나 보기 위해서.
그러나.
“…어?”
그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김춘용이 올린 게시물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서바이벌을 하는 동안 길어져 살짝 묶은 머리. 너무 날카롭지 않나 싶지만, 어쨌든 잘생기고 멀끔한 얼굴.
자기 체형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편안한 연습용 트레이닝복.
특별할 것 없는 연습생의 모습이었지만, 그 게시물의 특별한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영상?”
“일단 처음이니까, 사진 잘생긴 거 픽해서 한 장 올리는 게 빠르지 않을까? 태그도 왕창 달고.”
“아니면, 같이 찍어서 올리는 것도 좋을지 몰라. 순위 높은 애들이랑….”
“…유찬 형한테 가서 부탁해 볼까?”
다들 당장에 첫 번째 게시물을 잘 올려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게시물의 형태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못했다.
게다가, ‘라이브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만’이라는 규칙 때문일까.
영상을 찍어도 된다는 발상 자체를 못 떠올리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연습생들에 비해, 김춘용은….
자기를 욕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 팔로워의 대부분이었다고는 해도 경력직 아이돌은 아이돌.
악성 멤버 김춘용은, 그래도 아웃그램을 꽤 한 전적이 있다는 거.
애초에, 처음 멘토 평가 당시 규칙의 허점을 노렸던 인물이 바로 김춘용 아니겠는가.
– “아, 잘 보이시나요? 안녕하세요, [타겟팅 스타>에 출연 중인 연습생 김춘용입니다!”
자기 휴대폰을 향해 손을 가볍게 흔들어 보인 김춘용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 “이렇게 아웃그램이라는 플랫폼으로 스타 슈터 여러분, 그리고 아웃그램 이용자분들을 처음 만나 뵙게 되었는데요! 뭔가 첫 게시물이니까, 좀 특별하면 좋겠다 싶어서….”
휴대폰이 잠깐 김춘용의 손에서 멀어지더니, 어딘가 고정이 되면서 김춘용의 전신이 드러났다.
– “제가 [타겟팅 스타>의 미션 중 하나인 ‘글로벌 연습생 버킷리스트 이뤄 주기’에서 췄던 춤을 한 번 보여드릴까 해요.”
“어머… 이런 생각을 다 했어?”
이현정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줄도 모르고 김춘용의 아웃그램 영상의 볼륨을 높였다.
어느새 영상 속에서는 그가 최건영과 함께 췄던 춤의 1절이 찬찬히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 “아일릭의 최건영 댄서님 덕분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거든요. 그리고, 거기 오셨던 팬분이 찍어 주신 영상 속 제가 종종 실수를 하기도 하길래, 하하. 더 잘해서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 “그래도 부족한 저를 너무 멋지게 담아 주셔서 감사해요. 김춘용입니다!”
여기까지만 했어도 충분히 감탄이 나오는 첫 게시물이었다.
이 직후에 나오는 어디 하나 모자랄 것 없는 춤, 그리고 자기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핵심 포맷 중 하나인 ‘미션’을 은근히 언급한 센스.
“직장 생활 했으면 예쁨 많이 받았겠는데, 정말…?”
이현정의 그런 추측과는 실상은 정반대였지만, 뭐.
하여간, 진짜 감탄이 나오는 부분은 그런 게 아니었다.
김춘용이 자신의 게시물에 단 태그는 단 세 개.
[타겟팅 스타>의 공식 계정과 자기 계정.그리고 하나는….
– “이 새, 아니. 이 아이돌 연습생 친구가 나를 태그를 해 줬더라고? 그때 홍대에서 같이 춤췄는데 말이야. 그래서 뭐, 나도 그때 이 새, 아! 이회진! 알겠다고! 크흠, 이 친구가 춘 춤을 따라서 춰 볼까 해. 챌린지? 그런 거지.”
앞서 영상에서도 언급했던, 댄스팀 아일릭의 최건영.
이미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던 최건영이 김춘용의 아웃그램 계정을 태그하고 춤을 춰서 올린 영상은 빠르게 바이럴이 됐다.
[최건영이 따라서 춘 춤의 연습생], [홍대 길거리 댄스 걔], [홍대 길거리 연습생 = 안대남]. 더 나아가서는 [그 진다솔이 자기 크루 들어오라고 한 연습생]이라고까지.해 본 적 있는 사람만이 골라서 갈 수 있는 옳은 길.
김춘용은, 이미 그곳을 향해 척척 걸어가고 있었다.
주철영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김춘용에게는 스타성이 있었다.
“…아까워.”
이현정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김춘용의 영상을 한 번 더 반복 재생했다.
이렇게 어른들의 정치질로 밀려나기에는 아깝다고.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 거라고 되뇌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