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89
“이런…….”
울드는 사라진 시계를 보고는 탄식을 내질렀다.
“당신. 제가 권능을 발동할 수 없을 정도로 스탯 수치가 낮았어요?”
“그런 모양이군.”
“이건 참 예상 외인데…… 당신 스탯. 수치에 비해 성능이 상당하네요.”
번쩍……!
그러면서 다시 시계를 띄우려 하는 울드.
하나 스탯이 보정된 그녀는 시계를 한 개조차 띄우지 못했다.
그녀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신의 탑에선 스탯 보정으로 봉인된 셈.
‘이런 걸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하는 건가.’
배틀튜브에서 아직 비활성화 되어 있는 무신의 탑을.
혼자 성질 급하게 활성화시키고 쳐들어왔다가, 되려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레벨 업 제물이 되게 생긴 울드.
이 결과 자체야 반길 만한 일이었지만.
성지한은 이걸 마냥 기뻐하고 있지만은 못했다.
‘……울드랑 스탯 차이가 대체 얼마나 나는 거야.’
도전자에 비해 현격하게 약하다는 성지한의 스탯 수치.
격차가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곤 예상했지만, 울드가 빛의 시계를 못 띄울 정돈 줄은 몰랐다.
‘그래도 지금 나와 스탯이 똑같으면, 어쨌든 능력은 있다는 건데.’
빛의 시계가 작동하지 않은 지금, 울드가 쓸 수 있는 능력은 뭘까.
성지한은 그걸 확인하기 위해, 청홍을 소환했다.
그리고 가볍게 검을 긋자.
치이이익!
멀리있던 울드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나 싶더니.
“이런. 너무하네요. 무력한 상대에게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스스스…….
순식간에 재생했다.
“엘프의 재생력은 여전히 발동하나보군.”
“네. 신체 능력은 그래도 좀 남아 있네요.”
스윽.
그러면서 울드가 성지한을 향해 재빠르게 도약했지만.
‘느리군.’
청홍이 한 차례 번뜩이자.
서겅!
울드의 육체가 순식간에 수십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 상처의 틈새로 번지기 시작하는 붉은 불꽃.
적의 불길이 울드의 육체를 단숨에 태워 나갔지만.
“이 불 말고.”
툭. 툭.
어느새 원래대로 재생한 그녀는 몸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손으로 가볍게 털었다.
“당신 권능은 안 써요?”
“그럴 필요를 못 느끼겠군.”
“청 사용하는 거 되게 아끼시네요. 진짜.”
입술을 삐죽 내민 울드를 보며, 성지한이 눈빛을 가라앉혔다.
스탯 청에 대해 어떻게든 정보를 얻으려 하는 울드.
그녀에게, 굳이 지금 청을 사용해서 싸울 필요야 없지.
특히 지금처럼 그녀에게 재생력만 남아 있는 상황에선, 더욱 청을 드러낼 필요야 없었다.
헌데.
‘스탯 적에 대해선 어째 별 관심이 없는 눈치군. 이미 정보가 어느 정도 있는 건가.’
[……그런 거 같다. 불을 너무 쉽게 껐어.]적색의 관리자가 그리 대답하자, 성지한은 혹시나 하고 그에게 물었다.
‘근데 지금이라도 설정 바꿀 수 없나? 무신의 탑의 패배 페널티. 아예 죽는 거로 말이야.’
‘역시 그런가.’
무신의 탑에서 그냥 죽어 주면 최곤데.
세상 일이 그렇게까지 쉽게 풀리지는 않는군.
‘일단, 최대한 적을 활용해서 없애 보자.’
그렇게 결심한 성지한이 청홍을 움직이고.
화르르륵……!
울드의 몸은, 몇 번이나 베이고 불타기 시작했다.
탁. 탁.
하나 그럴 때마다, 가볍게 손을 털어 불을 끄는 울드.
“당신이 쓰니, 화력은 세네요. 확실히.”
그녀는 그을린 몸을 되돌리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능력만으론 지금의 저도 쓰러뜨릴 수 없답니다.”
적만으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빨리 다른 능력도 써서, 날 죽여 봐라.
울드는 그렇게 성지한을 자극했지만.
[레벨이 1 오릅니다.]‘오.’
막상 성지한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그의 눈앞에 뜬 메시지였다.
‘레벨이 오르네 여기서?’
자신과 능력 차이가 현격한 울드.
레벨 또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겠지.
그래서 이렇게 몸을 좀 태운 것만으로도 레벨이 오른 건가?
‘이러면…… 계속 해야겠는데?’
이러한 레벨 업 이벤트는, 절대 놓칠 수 없지.
성지한은 표정을 관리하며.
화르르륵……!
청홍에 불길을 강화했다.
* * *
30여분 후.
-와 진짜 징글징글하게 산다 쟤 ㅡㅡ
-저 엘프…… 성지한님 복귀하셨을 때 봤던 엘픈가?
-그런 거 같은데; 대체 뭔데 스탯이 저쪽이 압도적인 거야?
-그래도 보정 덕을 성지한님이 봐서 다행인 듯…… 능력치 비슷해졌는데 저렇게 좀비처럼 살아나는데
-좀비였으면 벌써 잿가루도 안 남았음…… 진짜 미친 재생력이다
성지한의 배틀튜브를 보던 시청자들은 계속해서 재생하는 울드를 보고 질려하고 있었다.
아무리 신체가 갈라지고 불타도,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오는 상대.
스탯이 보정되어도 이 정도면.
보정 없이 싸우면, 어떻게 된다는 건가.
인류 시청자들이 그녀를 보며 불안감마저 느끼고 있을 때.
-무신의 탑 저거 빛은 들어와 있는데 입장 불가던데…… 나만 이래?
-나도 입장불가임 한번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왜 들어가려고? 청색의 관리자 이길 수 있음?
-보정 100%면 할 만해 보이던데…… ㅎㅎ
-??? 저 괴물 지금까지 싸운 걸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드냐?
-아니 그래 봤자 종족이 인간이잖아? 스탯만 동등하면 뭐……
외계의 시청자 중 일부는 성지한과 울드의 싸움을 보며.
헛된 망상을 하고 있었다.
한편.
[레벨이 1 오릅니다.]‘울드가 레벨을 30이나 올려주네.’
성지한은 1분 간격으로 떠오르는 레벨 업 메시지를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오려는 걸 애써 억눌렀다.
무신의 탑을 활성화하고 난입할 때만 해도, 이 골치 아픈 상대를 어떻게 쫓아내나 싶었는데.
지금은 계속 불타오르며 레벨 업의 제물이 되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만 가 주면, 무신의 탑을 만든 목적이 바로 달성되는데 말이지.’
어떻게 좀만 더 버텨 주면 안 되나.
성지한은 심각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울드가 계속 버텨 주길 소망했지만.
스스스스…….
하필, 불타오르고 재생하던 울드의 몸뚱아리에서.
보랏빛의 운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곤, 그 안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공허.
“……이런. 영원이 보정된 이상, 여기까지가 한계네요.”
울드는 자신의 몸이 공허에 뒤덮이는 걸 보면서, 눈빛을 가라앉혔다.
“청색의 관리자…… 당신은 여기까지, 예상하고 있었나요?”
예상은 무슨.
그저 레벨 업 이벤트를 즐겼을 뿐인데.
성지한은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허. 적 따위는 쉽게 보더니, 겨우 30분밖에 못 버텼나? 예상보다 허약하군.”
“허약이라…….”
“아닌가?”
허약한 거 아니면 좀만 더 버텨 주던가.
그는 그렇게 내심 기대를 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현재로서는, 맞는 지적이네요.”
슈우우우…….
울드의 몸은, 공허에 완전히 잠식되고 있었다.
“동등한 스탯이란 거, 제 생각보다 훨씬 큰 페널티였군요…….”
어느새 입만 남은 그녀는.
마지막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다음에는, 이런 추태. 절대 보여 드리지 않겠습니다.”
파아아앗!
범람하는 공허가, 마지막으로 남은 입마저 삼켜 버리고.
[플레이어 ‘울드’가 사망했습니다.] [전투가 종료됩니다.]울드는 그렇게 자멸한 채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에서는.
레벨이 30이나 더 올라 있었다.
‘이러면 울드 혼자서 레벨을 총 60이나 올려준 건가…….’
혼자 급발진해서 쳐들어오더니.
아낌없이 주고 떠났네.
거기에.
[무신의 탑에서 ‘관리자급 존재’에게 승리했습니다.] [무신의 탑의 ‘특별 업그레이드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무신의 탑이 크게 확장되며, 새롭게 업그레이드됩니다.]인간 무기징역수를 잡아들였을 때와는 달리.
울드가 패배하자, 무신의 탑도 덩달아서 환골탈태하고 있었다.
쿠르르르……!
거대한 진동이 남산 전체를 뒤흔들더니.
푸른 탑의 크기가, 기존의 두 배 이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무신의 탑이 20층까지 증축됩니다.] [비어 있는 층에서, 무신이 제압했던 존재의 환영이 랜덤으로 나타납니다.]제압했던 존재가 환영으로 나타난다니……
‘그럼 설마 탑 아래층에서 울드도 튀어나오는 건가?’
그럼 도전자들은 최상층까지 아무도 못 올라올 텐데.
‘아니. 어쩌면 도전자들의 스탯이 워낙 낮아서, 울드가 공허에 금방 잡아먹힐 수도 있겠는데……’
방금전에도 30분 버티다가 공허에 집어 먹혔던 울드.
성지한이 아니라, 더 약한 플레이어와 동등한 스탯으로 겨루게 되면.
그녀의 영원 수치가 훨씬 더 낮아져서 공허에 더 빨리 잡아먹힐지도 몰랐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군.’
성지한이 특별 업그레이드를 통해 생겨난 환영 기능을 보며,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지이이잉……
[배틀튜브를 통한 초대 기능이 활성화됩니다.]조금 전만 해도 쓰지 못했던 기능이, 울드를 제압하며 열렸다.
‘이번만큼은 완전 복덩이네. 그 여자.’
괜히 성급히 쳐들어왔다가 장렬하게 자폭해줘서.
성지한에게 레벨 60 올려준 건 물론, 무신의 탑 기능을 이렇게 많이 개방시키다니.
성지한은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초대 기능을 살펴보았지만.
[탑의 위치와 도전자의 거리에 따라, 참가비용이 추가됩니다.] [정확한 위치 측정을 위해, 현재 무신의 탑이 위치한 행성의 좌표를 추가해 주십시오.] [좌표 정보는 도전자들이 비용을 치를 때 공개됩니다.]‘지구 좌표를 추가하라고?’
뒤이어 나오는 메시지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구 좌표를 굳이 외계인들에게 공개하고 싶진 않은데 말이야.
[이제 와서 굳이 숨길 필요 있나? 어차피 네 주적은 여기 위치, 이미 알고 있을 텐데.]‘흠. 그래도 좌표 공개까진 꺼려지는데…….’
관리자들이야 이미 다 알고 있는 지구 좌표긴 했지만.
불특정 다수의 외계 종족들에게 무신의 탑 좀 운용하겠다고 좌표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싶진 않았다.
왠지 레벨 업을 위해 지구를 팔아먹는 느낌 같잖아.
[하지만 A안의 핵심은 외계의 도전자들이다. 무신의 탑을 지속적인 레벨 업 수단으로 써먹으려면 외계 종족들이 필수적이지 않느냐.]‘그건 그렇다만……’
적색의 관리자가 제안한 A안에서 가장 필요한 도전자는 결국 외계인들.
탑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인류는, 성지한에게 그만큼 경험치도 적게 가져다 주었다.
[어차피 네가 잘못되면 인류도 멸망 수순을 밟을 터. 좌표를 공개하는 걸 추천하지.]‘흠…….’
성지한은 배틀튜브에서 떠오른, 무신의 탑 마크를 바라보았다.
회색빛이던 탑은.
이번에 특별 업그레이드가 진행되면서, 새하얀 빛이 반쯤 감돌고 있었다.
여기서 좌표를 공개하고 초대 기능을 완전히 활성화하면, 완전히 빛나게 되는 건가.
‘레벨이 60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레벨 업은 필수.’
울드와 능력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게 드러난 이상.
레벨 업을 도와줄 무신의 탑은 어떻게든 운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계의 도전자는 필수적으로 필요했으니.
배틀튜브의 기능은 무조건 활성화를 해야 했다.
‘……좌표, 아무래도 등록해야 하나.’
성지한이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즈음.
번쩍……!
그의 손에서, 새하얀 빛이 피어올랐다.
‘음? 이 빛은 설마……’
그동안,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해도 미동도 없었던 스탯 ‘백광’.
그게, 하필 지금.
배틀튜브에서 비활성화된 무신의 탑 아이콘 앞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