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97
소드 팰리스의 옥상.
검은 해골은 사방으로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우울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내뿜는 연기가 건물에 닿자.
치이이익…….
옥상의 구조물이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야. 연기 더 뿜다간 건물 녹아내리겠다.”
[여기 머리 네가 사는 곳 아니야? 뭐 이렇게 약해.]“나도 평소엔 얌전하게 산다.”
[쩝…… 역시 내 별이 최고였어……]성지한의 지적에 연기 뿜는 걸 멈춘 칼레인이 무너진 죽은 별을 그리워할 즈음.
“그리고 너 그 모습 말고, 인간형으로 있을 순 없냐?”
[인간형이라니. 반신족이 너희보다 훨씬 전부터 존재했거든?]칼레인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슈우우우…….
성지한이 시키는 대로 반신족의 형태로 돌아왔다.
검은 로브를 입은 백발의 남성.
엘프랑 비교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외양을 지닌 그는.
‘예전과는 달리 태양왕의 낙인이 사라졌군.’
눈 아래 존재하던, 태양왕의 노예 문구가 사라져 있었다.
“응? 저 자는 누구지? 설마 아까 그 검은 해골인가?”
“어.”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해골로 살았는지 모르겠군.”
“뭘 모르네. 해골로 사는 게 얼마나 편한데 말야.”
길가메시의 말에 귀를 후비적거리던 칼레인.
“이럼 당분간 인류 애들 성좌 후원이나 하면서 살아야 하나…… 아. 무신의 탑도 도전해야겠네. 근데 머리, 네 마음에 안 드는 나라 없냐?”
“그건 왜.”
“거기 가서 언데드나 만들까 해서.”
“그냥 얌전히 있어라.”
“아 그것도 안 되면 너무 시간이 남는데…… 뭐 하지?”
언데드 만드는 건 안 된다고 하자.
그는 지구에서 뭘 하면서 살지 고민하고 있었다.
“청색의 관리자여. 그냥 저놈도 용병으로 쓰면 안 되나?”
“난 인간 아니거든? 인간이랑은 종족 등급이 아득히 차이가 나요. 도와주고 싶어도 안 된다고.”
확실히 생김새 자체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기는 하나.
칼레인의 육체 크기는 일반 성인 남성에 비하면 거의 2배에 달하는 덩치였다.
이런 반신족을, 인류에 편입시키는 건 무리겠지.
그래서 성지한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한번 시도는 해 보는 게 어떻겠나?]그간 조용하던 적색의 관리자가 성지한에게 제안했다.
‘저놈을 인류로 편입시키라고? 종이 완전 다른데?’
[그래…… 한번 실험해 볼 것이 있어서 그렇다.]‘뭔 실험?’
[일단…… 편입을 진행해 보지 않겠나?]적색의 관리자는 묘한 확신을 지닌 채, 성지한에게 칼레인의 인류 편입을 제안했다.
시스템에서 터무니없는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거나, 흑색의 관리자가 개입할 것 같으면 철회하자는 조건도 덧붙였다.
“칼레인.”
“왜?”
“편입, 한번 해 보기나 하자.”
“머리야. 반신족, 종족 분류로는 최상급이야. 인류같은 중하급에 편입될 만한 클래스가 아니라고. 인류가 어려운 건 알겠지만, 좀 냉정하게 생각해 주지 않을래?”
그는 성지한의 말에 정신 차리라면서 피식거렸지만.
“네 주인이 한번 시도해 보란다.”
“그, 그래……? 주인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 그럼 바로 하자!”
적색의 관리자가 제안했다는 이야기에 바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어떻게 세뇌했는진 몰라도, 적색에게는 꼼짝도 못 하네.
“그럼, 시작한다.”
성지한은 길가메시에게 했던 것처럼.
칼레인에게도 편입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자 최초 단계에서부터 안 된다고 뜨는 메시지.
[종족이 달라 편입이 불가능합니다.]“아. 역시 안 되는구나? 그래. 반신족이랑 인류가 접점이 있어야 말이지.”
칼레인은 이를 보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적색의 관리자 말을 따라 편입을 시도하긴 했지만, 내심 인류로 들어오긴 싫었나 보군.
‘그래. 인간처럼 생겼다고 다 될 리가 없지.’
그게 가능하면 외계에서 인간형 용병들 데려다가 인류로 편입시키면 될 테니까.
골드 리그도 쉽게 이겨 내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곤, 메시지창을 끄려고 했지만.
반짝……!
메시지창의 테두리 부분에서 아까까진 없던 새하얀 빛이 미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새하얀 빛이라.’
시스템에서 이런 빛이 나오면, 꼭 ‘백광’과 연계되던데.
성지한은 설마하며 그리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진화 테크 트리를 초기화하여 대상을 원류로 되돌리시겠습니까?] [초기화 시 대상 플레이어가 인류 종이 되며, 기존의 능력치는 유지됩니다.] [스탯 ‘백광’이 20 소모됩니다.]전혀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 * *
‘진화 테크 트리를 초기화하면, 인류가 된다고……?’
이건 반신족의 원류가 인류란 이야긴데.
성지한은 눈을 깜빡이며 새로 바뀐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손대니까 메시지창이 뒤바뀌었네. 뭐라고 써 있는 거야?”
옆에서 이를 훔쳐보던 칼레인이 질문을 건넸다.
“반신족의 원류가 인류라는 내용이다.”
“뭐?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반신족이 너희 인류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을 텐데. 원류 따지면 여기가 먼저겠지.”
“그치? 그러니까 한번 테스트 해 볼까? 내 스탯만 조금 소모하면 널 인류로 되돌릴 수 있는데 말이지.”
성지한이 그렇게 나오자, 칼레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음…… 머리야. 우리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내가 인류가 되는 건 전혀, 전혀 아무렇지 않지만! 네 스탯이 아깝지 않니? 안 그래도 그 괴물이랑 싸워야 하는데, 나 같은 놈한테 능력 낭비할 필요 없잖아?”
적색의 관리자가 시켜서 시도는 했다지만.
실제로 인류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니까 말이 많아지는 칼레인.
“내가. 내가 잘할게! 그래…… 인류 레벨이 부족하다고 했나? 내가 언데드 사냥터를 만들어 줄게! 죽은 별에서 데려온 애들, 아직 내 안에 가득하거든!”
“걔들 근데, 혁명의 동지라며.”
“그래! 혁명을 위해선 일단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지! 인류가 되었다간…… 으으…… 중하급 종족? 내가?”
반신족을 유지하기 위해, 혁명의 동지도 언데드 사냥터로 내팽겨친다 이건가.
칼레인의 본심을 듣고 성지한이 피식 웃을 때.
[역시 원류는 인류였군.]적색의 관리자가 테스트 결과를 보곤 의미심장하게 이야기했다.
‘넌 이걸 예측하고 있었나?’
[그렇다.]‘어떻게?’
[백광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 동안, 나와 관련된 내용이 ‘업데이트-헤파이스토스’에 있다고 했던 것. 기억 나나?]‘기억 나지.’
헤파이스토스에, 울드, 이그드라실까지.
왜 인류의 신화와 연관된 이들이 자꾸 튀어나오는 건지.
의문이 생겼었지.
‘백광이 늘어나서 데이터를 더 읽을 수 있게 된 거냐?’
[아니. 아직도 분석은 한참 걸린다. 다만…… 업데이트의 버전 넘버는 볼 수 있게 되었지.]‘버전 넘버?’
[그래.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버전의 숫자는. 4212이다.]4212라니.
그 숫자에 무슨 의미가 있나, 성지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곧 두 눈을 크게 떴다.
‘……4212면. 인류의 종족 번호와 똑같군.’
[그래.]NO.4212를 부여받은 인류.
이거, 그냥 배틀넷에 들어온 순서대로 받은 번호인 줄 알았는데.
백색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보이는 업데이트 버전이랑 숫자가 똑같다니…….
‘……백색의 관리자 쪽과 인류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더 자세한 건, 조사를 이어 나가야 하겠지만.]‘……이거,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니겠지.’
[관리자의 이름은 인류의 신화에서 나왔고. 데이터베이스의 업데이트 버전 넘버는 인류가 부여받은 것과 동일하다. 거기에 인간형 종족, ‘반신족’의 원류는 인류였지.]하나는 우연히 겹칠 수 있어도.
세 항목이 다 이런 거면, 우연일 리가 없겠지.
[아직도 의심스럽다면, 다른 종족을 통해 테스트를 더 해 보라. 그래. 네겐 쉐도우 엘프도 있지 않는가.]‘……알았어.’
성지한은 김지훈이 없어진 이후, 실직 상태인 아리엘을 급히 소환했다.
“주인…… 불렀는가.”
스으으으…….
성지한의 팔 안에서 쉬고 있었는지, 하품을 하며 나타난 쉐도우 엘프.
“아리엘. 지금까지의 상황, 보고 있었지?”
“……아니. 주인이 날 쓰질 않아서, 그냥 자고 있었는데…….”
분신을 그림자기운으로 컨트롤 하는 거 외엔 쓸 일이 없긴 했지.
그래도 안에서 너무 조용하다 싶더니 아예 잠들어 있었던 건가.
“안에서 할 거 없으면, 그냥 인류종으로 편입해라.”
“인류로……? 그, 알고 있겠지만 나 쉐도우 엘프다. 인류랑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데?”
“그거야 시도해 보면 알겠지.”
성지한은 어리둥절해 하는 아리엘을 향해.
종족 편입을 시도했다.
[종족이 달라, 편입이 불가능합니다.]“그것 봐라. 안 되지 않나.”
그러자 처음에는 종족이 달라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떴지만.
성지한이 백광을 사용하여 메시지창을 터치하자.
지이이잉…….
[진화 테크 트리를 초기화하여, 대상을 원류로 되돌리시겠습니까?] [초기화시 대상 플레이어가 인류 종이 되며, 기존의 능력치는 유지됩니다.] [스탯 ‘백광’이 2 소모됩니다.]백광의 소모량이 달라진 걸 제외하곤, 칼레인 때와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백광 20은 좀 아까웠는데. 2면 쓸 만하네.’
반신족에 비해, 쉐도우 엘프의 종족 등급이 훨씬 아래라 그런 건지.
두 플레이어를 인류로 되돌리는 데 드는 비용 차이가 상당했다.
‘이거, 진짜 되나 해 봐야겠어.’
성지한은 그리 결심하곤.
상대에게 마지막으로 상대의 의사를 물었다.
“원류인 인류로 되돌릴 수 있다고 하는군. 어때. 할래?”
“내 원류가 인류라고……? 우리, 엘프에서 파생된 종족인데?”
“그러니까. 나도 궁금해서 말이야. 되돌린다?”
“……주인 덕에 산 목숨이다. 마음대로 해라.”
칼레인이랑은 달리, 인류가 되는 데 별 저항이 없는 아리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성지한은 새로 뜬 메시지창에서 예를 눌렀다.
그러자.
[스탯 ‘백광’이 2 소모됩니다.]번쩍……!
백광이 사용되며, 아리엘의 몸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아니…… 이거 진짜 되는 거였어? 머리야. 나 아까 정말 인류가 될 뻔한 거야?”
“호들갑 떨지 말고 좀 끝까지 봐라.”
“그, 그래…….”
번쩍거리는 아리엘을 보면서, 칼레인이 공포마저 느끼고 있을 즈음.
파아앗!
빛이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어…….”
아리엘이 혼란스러운 얼굴로 스스로를 살피다, 자신의 귀를 매만졌다.
‘……귀가, 인간처럼 바뀌었군.’
인간과 엘프의 차별점 중 하나였던, 길쭉한 귀.
인류로 되돌려진 아리엘은 귀도 인간처럼 작아져 있었다.
“정말로 우리의 원류가 인류였나……?”
“진짜 될 줄은 몰랐네. 몸은 어때?”
성지한의 물음에, 스스로를 살피던 아리엘은.
살짝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주인. 존경스럽다.”
“왜?”
“어떻게 이딴 종족으로, 관리자까지 올라간 거지?”
“야. 그것도 최하급에서 발전한 거다.”
“대체 어떤 싸움을 해 온 건가…….”
휙. 휙.
몸을 움직여보던 아리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종족 등급 강등 보상으로 잔여 스탯 200을 받았지만, 이거 다 찍어도 쉐도우 엘프 때보다 약할 거 같다.”
“그림자로 들어오는 것도 안 되나?”
“그건 검영劍影 스탯이 있으니 가능은 할 거 같은데…… 효율이 예전보다 떨어지겠지.”
그럼 아리엘을 검으로 쓰는 건, 이제 그만둬야겠네.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녀에게 확인차 질문했다.
“근데 너 클래스 무슨 계열이지?”
“나? 굳이 따지자면 전사 계열인데.”
“잘됐네. 그럼 인류 대표팀으로 나가라.”
“……무슨. 지금 인류종으로 편입한 주제에, 어떻게 스페이스 리그 대표팀으로 나가나?”
그러면서 자신의 상태창을 보여 주는 아리엘.
“이런 능력치로는, 국가대표로도 안 될 거 같은데…….”
본인은 그렇게 택도 없다고 생각하며, 능력을 공개했지만.
그걸 본 성지한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 정도면 인류 에이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