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596
‘쟨 왜 좋아해?’
청홍에 찔려 놓고도 명령이 안 통한다면서 기뻐하는 울드를 보며, 성지한은 의문이 들었지만.
‘여유 부릴 때는 아니다.’
울드의 본체에 제대로 유효타를 입힌 건 처음이니.
성지한은 공격을 지속하기로 했다.
‘청의 힘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검을 꽂은 상태에서, 가할 수 있는 여러 공격 수단 중.
화르르륵……!
성지한이 택한 건 불이었다.
청홍에서 발화하는 거친 불길은.
붉은빛과 푸른빛이 어우러져, 울드의 신체를 금방 잠식해 나갔다.
“이거…… 좀 아프네요?”
지이이잉…….
순식간에 불에 휩싸인 그녀의 앞에 빛의 시계가 떠오르자.
째깍. 째깍…….
시계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울드의 신체가 뒤편으로 돌아갔다.
‘저 망할 시계는 사사건건 방해군.’
시간을 아까 전으로 돌린 건지.
죽은 별에 처음 발을 디딘 위치로 돌아간 울드.
하지만.
“어머.”
시간이 되돌아갔음에도.
청홍에 찔려 타오른 울드의 상처는 완벽하게 낫지 않은 상태였다.
꿰뚫린 자신의 육체를 신기한 듯 바라보던 그녀는.
스스스스…….
상처 사이로 공허가 새어 나오자 짙은 미소를 지었다.
“위험할 뻔했는데요?”
지이이잉…….
상처 부위로 떠오르는 빛의 시계.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자, 그녀의 상처가 서서히 재생되기 시작했다.
성지한은 그런 울드를 향해 검을 내질렀지만.
캉!
그와 울드 사이에 떠오른 또 하나의 시계가 그 공격을 튕겨 냈다.
‘참 성가시군.’
모든 공격의 궤도를 비틀어 절대 방어를 해내는 시계.
저걸 파훼하지 못하면 울드와의 전투에선 결국 필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전보다는, 공략할 실마리가 보여.’
예전이라면 모를까.
청이 SSS급에 오른 이후엔, 빛의 시계를 무너뜨릴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아까 푸른 불꽃에 당한 상처가 쉽게 안 아무는군…….’
성지한이 검을 꽂고, 화력을 폭발시켰을 때.
청과 적이 뒤섞여 만들어진 푸른 불길은, 울드의 재생을 확실히 방해하고 있었다.
푸른 불이라.
한번 테스트해 볼 필요는 있겠는데.
꽈악.
청홍을 움켜쥔 성지한은.
“칼레인. 길가메시. 알아서 살아남도록 해.”
둘에게 경고했다.
“뭐……?”
[대꾸할 시간이 어딨냐. 길가메시! 튀어!]울드 뒤편에 있던 반파된 검은 해골이 쏜살같이 도망치고.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던 길가메시도 등을 돌려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짧은 순간,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둘.
그래도 이 정도의 시간 여유면 울드가 벌써 공격을 몇 번이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하나.
“뭐 하려고 다들 물려요?”
그녀는 빛의 시계 뒤에서.
여유로운 미소를 띈 채, 성지한이 뭘 하는지 지켜만 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이 시계는 깨뜨릴 수 없다는 자신감인가.’
그렇다면 저 여유, 무너뜨려 줘야겠지.
스스스…….
청홍의 테두리에서 푸른 기운이 사라지고.
그 안에 담겨 있던 붉은 빛이 강렬히 번뜩였다.
청을 거둬들여, 명계의 문을 여는 진청개문鎭靑開門.
시계 뒤에 있던 울드는.
“적을 쓰려구요? 그거, 소용없는데.”
성지한의 검을 보면서 처음에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무극멸신武極滅神
진청개문鎭靑開門
청염靑炎
화르르륵……!
불꽃이 푸른색으로 물들어가자.
“흐음?”
두 눈에, 흥미를 담았다.
그리고.
파아아앗……!
죽은 별을 모조리 불태우면서 빛의 시계를 향해 뻗어 가는 청염은.
지이이잉……
이내 궤도가 비틀리는 듯싶더니, 일부가 빛의 시계에 닿았다.
그러자 금방 푸른 불꽃에 잠식되어 가는 시계.
“……뚫렸네?”
시계 뒤에서 여유롭게 이를 바라보던 울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도망치질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이거 진짜, 무슨 권능이죠? 이런 게 어떻게 갑자기 튀어나왔을까?”
불타는 시계에 다가가서 푸른 불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본인은 빛의 시계가 불에 잠식되어도 괜찮다 이건가.
아무리 상대가 신기한 권능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자기 몸뚱아리는 괜찮을 거라고 확신하는 여유로움의 극치.
청색의 관리자가 된 이후로.
자신을 상대로 이렇게 방심하는 적이 지금껏 있었나 싶었지만.
‘……아니, 지금처럼 여유 부리고 있을 때가 기회다.’
저쪽이 진지하게 대응하기 전에, 싹 다 불태워야지.
성지한은 청염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화르르륵……!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죽은 별의 대지.
[아. 아아. 내 별이…… 혁명의 본부가……!]멀리서 칼레인의 절규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성지한은 이를 못 들은 채 무시하고 화력을 더욱 거세게 피워올렸다.
그러자, 청염에 잠겨 사라지는 빛의 시계.
“와. 이거까지 녹이네?”
울드는 그제서야 몸을 뒤로 물렸지만.
어느새 푸른 불꽃은 그녀의 몸에도 번져 있었다.
“이런…….”
탁. 탁.
가벼운 제스처로 몸을 터는 울드.
하나 죽은 별마저 녹이는 불길이 겨우 이 정도로 꺼질 리는 없었다.
그녀의 몸은 금방 청염에 휩싸이더니.
스스스…….
완전히 푸른 불꽃에, 잠식되었다.
누가 보아도 완전히 불타 사라진 것 같은 울드.
“해치…… 웠나?”
멀리서 이를 보고, 길가메시가 말을 더듬었지만.
‘살았다고 생각하고, 태운다.’
성지한은 상대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청염을 강화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푸른 불꽃이 10여 분 동안 세상을 불태우자.
[아…… 이거…… 끝났어……]청염은 울드를 없앴을 뿐만 아니라, 죽은 별마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있었다.
[흑흑…… 나는 주인님께 충성을 바쳤을 뿐인데…… 나의 군단이, 나의 혁명 기지가 사라졌어……]괜히 성지한 도와준다고 별에 그를 초대했다가.
본거지가 작살나 버린 칼레인.
눈물도 나지 않는 검은 해골이 흑흑거리자.
‘음. 좀 미안하긴 하네.’
성지한은 그제서야 뺨을 긁적였다.
“미안하다. 나중에 보상해 줄게.”
[나의 혁명 동지…… 내 리치. 내 본 드래곤. 내 하이퍼 좀비들…… 다 푸른 불길에 쓸려 나갔어…… 모두 혁명의 그날까지, 잠시 쉬고 있었을 뿐인데……]어쩐지 별이 탈 때마다, 레벨 업 메시지가 떠오르더라니.
죽은 별에 언데드 군단이 그렇게 숨겨져 있었나.
‘일단은 거둬들여야겠군.’
스으으으…….
성지한이 청염을 거둬들이고, 다시 청홍을 원래 형태로 만들자.
녹아내린 자신의 별 가운데를 우울한 눈으로 바라보던 칼레인이,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아까 그 괴물은 죽은 거야? 그러면 별의 희생, 감내할 수 있어.]“글쎄. 아닌 거 같은데.”
울드가 아까의 공격으로 죽었으면 레벨이 1씩 찔끔찔끔 오르진 않았겠지.
한 번, 몇십씩 팍 오르는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 불길 속에서, 도망친 건가.’
청염 속에 한번 잠겼으면 도주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성지한이 울드를 끝장내지 못한 걸 아쉬워 할 즈음.
지이이잉…….
성지한의 눈앞으로, 새하얀 화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거기엔.
반투명한 보랏빛 형태.
공허가 뭉쳐져 만들어진 울드가, 성지한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 * *
[이런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죠.]육체가 사라지고 공허만으로 이루어진 울드.
성지한은 그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에 무신의 탑에서 죽었을 땐, 공허에 잠식되어 사라지는 것 같았는데…….’
그땐 분명히 울드가 공허에 잠식되며 사망 판정도 받고, 레벨까지 엄청나게 올려 주지 않았던가.
울드는 내면의 공허를 힘으로 억누르고 있을 뿐.
이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는 듯 보였는데…….
“탑에서 공허에 파묻혔던 건 속임수였나?”
“……그래서, 왜 굳이 살아있는 걸 보여 주는 거지?”
[오늘, 그 푸른 불꽃에 상당히 감명을 받아서요.]허공에 둥둥 떠 있던 그녀는.
착.
대지에, 발을 디뎠다.
[상으로, 제 힘의 일부를 좀 보여 드릴까 해요.]그러자.
스스스스…….
녹음이 우거지던 세계가.
순식간에 공허로 물들더니.
“어……?”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가 있던 세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우주가 드러났다.
‘……발을 디딘 것만으로, 별이 사라졌어?’
아까 잠시 봤던 세계의 풍경은.
확실친 않지만, 아마도 세계수의 뿌리였던 행성인 거 같은데.
그 거대한 세계를 이렇게 단숨에 없애버린다고?
성지한이 화면 속에서 드러난 광경을 보면서 황당해 하고 있을 때.
투둑. 투두둑…….
공허로 이루어진 울드의 육체 중, 얼굴에서 살점이 다시 생겨났다.
[공허 상태의 저는 이렇게 생명의 별을 먹고 다시 살아나죠.]“……참 친절도 하군 그래. 되살아나는 과정을 이렇게 하나하나 알려 주다니.”
[그리고 제 왼손은 지구를 먹어서 재생시킬 예정이랍니다.]스으윽.
팔을 들어 공허 상태인 자신의 왼손을 보여 준 울드는.
[그러니까, 그걸 막고 싶으면 공허 상태인 저마저도 확실히 태우셔야 할 거예요.]“공허의 자신마저 태우라고……?”
[네.]왼손바닥을 펴서, 화면 속에서 손을 흔들었다.
[그럼 당분간은 저도 회복하느라 바쁠 테니. 나중에 봐요~]삑!
그 말을 끝으로 저절로 꺼진, 백색의 화면.
옆에서 이를 같이 보던 길가메시는 질린 얼굴로 말했다.
“……음. 나 지구 말고, 다른 데서 용병으로 뛰면 안 되나?”
“되겠냐?”
“아니 저런 괴물은 왜 지구에 온다고 해서…… 죽는 건 결국 확정적이잖아……”
성지한의 단언에, 길가메시가 투덜거리는 사이.
검은 해골은 반으로 부서진 머리를 갸웃하며, 눈을 번뜩였다.
“나를 키운다고?”
[저 미친 공허의 힘을 보면, 그냥 바로 여기에 다시 쳐들어오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 아냐? 근데 왜 저렇게 뜸을 들여?]“그래. 청염으로 공허마저 태우라고 하긴 했지.”
[아까도 완전히 네 불 보는 데만 정신 팔려 있고. 싸우겠다는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흠…….”
스탯 청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울드.
청염에 시계가 녹아내리는 걸 보고는, 그녀는 성지한이 여기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길 바라는 건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가 저 힘으로 날 노렸으면 단번에 죽었겠군.’
성지한은 무신의 탑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울드가 시계도 소환하지 못할 정도로 스탯 차이가 크게 나던 둘.
자신도 능력을 키운다고 키웠지만.
상대와는 아직도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었다.
그러니까 아까의 대치 상황에서도 계속 여유를 부린 거겠지.
성지한이 그렇게 울드의 진의에 대해 고민할 즈음.
[머리야. 근데.]“왜?”
[죽은 별. 이름처럼 끝장날 거 같아.]쿠르르르…….
청염에 의해 불타올랐던 죽은 별은.
성지한이 불을 거둬들이며, 잠시 버티나 싶더니.
내부에서부터 붕괴하고 있었다.
[……붕괴하기 전에 언데드 전부 회수하려고. 그럼 이 별 아예 사라지거든?]“음…… 미안하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지구에서 잠시, 신세 져도 되겠니?]딱. 딱…….
울드에 의해 반으로 부서진 상태에서.
갈라진 이빨을 부딪치고 있는 죽은 별의 성좌.
무너지고 있는 죽은 별의 형상과 어우러지면서.
칼레인은 그 어느 때보다 처량해 보였다.
물론 세계수의 뿌리 행성의 화면을 띄운 건, 칼레인 본인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 별 불태운 건 나니까.’
도의적인 책임을, 지긴 져야겠지.
“그래…… 같이 가자.”
파아아앗!
성지한이 포탈을 크게 열자.
“……하아. 그 미친 여자가 다시 온다는 지구로 가는 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아하던 길가메시가 먼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고.
[흑흑…… 미안하다 동지들아……]슈우우우……!
칼레인은 별에 남은 전력을 자신의 해골 머리에 빨아들이더니.
[안녕…… 내 별…… 나의 고향……]눈이 있었으면 통곡할 정도로 슬프게 읊조리다가.
성지한이 열었던 포탈로 들어갔다.
그리고.
[‘죽은 별’이 붕괴합니다.] [레벨이 3 오릅니다.]‘이건 왜 또 이런 타이밍에 뜨냐.’
성지한은 별이 끝장났다는 메시지를 보곤 쓴웃음을 짓고는.
자신도 포탈 안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