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42
번쩍……!
울드는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시계를 되돌렸지만.
“소용없다.”
여전히 거기서 나오는 빛은 성지한의 청을 뚫지 못했다.
그걸 보곤 울드가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 푸른 기운…… 차단 능력이 대단하네요. 제 빛이 막힐 정도라니.”
“별거 없던데?”
“……빛의 권능을 이렇게나 막다니. 음. ‘보호’능력과 비슷한 류인가? 아니. 하지만…… 저번엔 분명 시간도 되돌렸는데.”
청색 기운에 의해 자신의 권능이 막힐 때만 해도 당혹감을 드러내던 그녀였지만.
오히려 지금은 이 상황을 ‘청’을 분석할 기회로 삼은 건지.
울드는 성지한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뭐가 제일 비슷하지……?”
‘주시’의 권능으로 보는 것도 아니니까.
인류 총통의 ‘무효화’ 랑은 전혀 연관성을 찾지 못하나 보군.
“이거 곤란하네요. 결국 공허를 사용해야 하나? 근데 잘못하다 죽을 텐데…….”
성지한에게 공허 통제 권한이 있는 줄도 모르는 채.
그녀는 성지한의 목숨부터 걱정했다.
그러다가.
“아. 그래. 여기선 죽어도 실제로 죽는 게 아니니 상관없죠? 저한테 탑 소유권만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후후. 그럼 죽어도 상관없겠네요?”
스스스…….
울드의 몸이 금방 공허에 물든다 싶더니.
무신의 탑 최정상층에 보랏빛 운무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다.
‘공허 참 많이도 쌓아 놨군.’
울드와 동방삭과 싸울 때도 화면을 통해 보긴 했지만.
확실히 직접 보니 그녀가 지닌 힘이 얼마나 강한지가 느껴졌다.
대체 저 작은 몸뚱아리에 공허를 얼마나 담아 둔 건지.
지금껏 보았던 공허 중, 가장 강력한 공허가 끝도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까.
다만.
‘무신의 탑은 약한 쪽이 기준이라 그런지 확실히 동방삭 때보다 약하다.’
동방삭이 맡은 ‘타워’와는 능력치 평가 기준이 다른 무신의 탑.
타워에선 도전자인 울드가 자신의 힘을 전력으로 쓸 수 있었지만.
여기선 그녀보다 능력치가 부족한 성지한이 기준이었기에 공허를 내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면 대응하긴 쉽지.’
동방삭과 울드가 싸울 때를 보면.
확실히 그녀는 공허의 힘을 다루는 데 정교한 편은 아니었다.
그냥 무한히 쌓여 있는 공허를 다 터뜨려 낼 뿐이지.
그러니 성지한 기준으로 능력이 재편된 지금은.
그녀의 공허도 무한하지 않았으니 충분히 싸워 볼 만했다.
물론.
‘공허 통제 권한이 이쪽에 있다는 걸 알아선 안 되니 공허의 울드를 죽이는 건 힘들겠다만…….’
공허와 결합한 울드는 이론상으론 피해를 입힐 수 없는 무적 상태.
그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 위해선 공허 통제 권한을 사용해 그녀의 공허를 모조리 빼앗아 오거나.
동방삭의 무극검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지금은 쓸 수 없는 방법이군.’
허나, 이 확실한 두 방법 말고도.
성지한에게는 써먹을 수단이 하나 더 있었다.
‘저번에 분명 청염에 그녀의 공허가 불타올랐지.’
저번에 울드가 무신의 탑을 침공했을 때, 청염에 불타오르던 그녀는.
-청색의 관리자님. 아까 말은 취소할게요. 스탯은 별로 안 올랐어도, 나름 성장을 꾸준히 하고 계셨군요.
-그래도 다음엔 스탯도 더 성장하셨으면 좋겠네요.
처음에는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공허의 형상이 타오르기 시작하자 심각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런. 이럼 조율이 깨지는데…… 안 되겠네. 빨리 작별해야겠네요.
그러면서, 분명 자신의 심장을 스스로 터뜨리지 않았던가.
이러면서 드러났던 ‘Admin-42$@12!@’ 아이디가 아니었다면.
아크에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했겠지.
‘그래. 그때처럼 청염을 쓰자.’
스으윽.
성지한은 청홍을 들어 상대를 향해 겨누었다.
이미 공허에 잠식된 울드 쪽에선.
해일처럼 보랏빛의 운무가 몰려들고 있었다.
“자. 청색의 관리자님. 바로 죽진 말아 주세요. 당신 능력, 좀 더 분석해 보고 싶으니까.”
“그런 거 치곤 공허가 인정사정없군.”
“제가 힘 조절 같은 건 잘 못 해서요. 알아서 버텨 주세요~”
그러면서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공허.
동방삭을 상대할 때도 무식하게 연기 뿜는 게 전부더니.
이번에도 정교함이랑은 거리가 먼 공격이었다.
아무래도, 전투에는 서툰 부류인가.
‘울드도 어떻게 보면 너랑 비슷한 케이스군.’
[격리자들은 애초에 전투 요원도 아니지 않나. 너나 동방삭같은 전투 기계를 어찌 따라오겠나.]‘하기야.’
서버에서 절대신처럼 지내왔으니, 뭐 싸울 일이 있었겠어.
성지한은 피식 웃으면서 청홍을 개방했다.
무극멸신武極滅神
진청개문鎭靑開門
청염靑炎
그러자 청홍에서 푸른 테두리가 사라지고.
화르르륵……!
해일처럼 쏟아지던 공허가 푸른 불꽃에 의해 중간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힘, 별걸 다 하네요. 진짜. 빛의 권능 차단에, 공허까지 태우지 않나…….”
청염의 기세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 울드는.
스탯 청이 보여 준 권능을 하나하나 카운트하면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저번에 시간을 되돌릴 땐, 분명 싯다르타의 권능으로 수레바퀴를 떠올렸던 거 같은데…… 그 힘의 기원, 온전히 붓다의 것인가요?”
“글쎄다? 나도 알고 싶군.”
“음…… 아냐. 예전엔 저런 게 튀어나온 적 없었는데…….”
화르르륵……!
성지한을 향해 몰려오던 공허가 타오르며 청염이 더욱 거세게 번져갔지만.
울드는 공허를 쏟아 내다가 말고, 그 불길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 분명히, 없었어. 지금껏 단 한 번도…….”
울드를 향해 뻗어 가는 푸른 불꽃.
하나 막상 타깃이 된 그녀는 공허를 더 내뿜을 생각은 하지 않고.
홀린 듯 푸른 불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맘 놓고 있다간, 금방이라도 청염에 몸이 잠식될 텐데……
‘오히려 그러려고 저렇게 무방비인 건가?’
어차피 무신의 탑에서 죽어도 도전자로서 사망한 거니까.
그냥 직접 몸으로 맞으면서 청에 대해 분석할 생각인가.
성지한은 가만히 있는 울드를 보며 처음엔 생각했지만.
“아. 뭐야 이거…… 왜 이렇게 세요? 언제 여기까지 왔어?”
멍한 얼굴로 푸른 불을 보던 울드는.
불꽃이 지근거리에 다가오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음…… 안 되겠다. 다시 좀 볼게요.”
번쩍……!
울드의 등 뒤로 빛의 시계가 떠오르자.
그녀는 빠르게 손을 뒤로 가져갔다.
“시간 역행이 당신한텐 통하지 않았지만…… 이 ‘공간’엔 쓸 수 있답니다.”
이 최상층의 시간을, 뒤로 되돌리겠다 이건가.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성지한은 그녀의 시도에, 까닭 모를 불안감이 들어 청염에 더 힘을 주었다.
그러자.
시곗바늘이 뒤로 되돌아갔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오르는 청염.
타올랐던 공허는 최상층의 시간을 되돌리며 다시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미 푸른 불꽃의 기세가 거센 상태라, 울드의 몸에 청염이 닿기 시작했다.
“뭐야. 왜 불마저……?”
화르르륵……!
청염이 금방 자신의 몸을 잠식하자.
타오르는 몸뚱아리를 보며, 울드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성지한 뿐만 아니라 청염마저 시간 역행에 저항하다니.
대체 이거 뭐야?
“……이거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당신 권능. 어디서 툭 튀어나온 건지…….”
치이이익……
청염에 뒤덮여서 공허로 이뤄진 육신마저 타오르는 울드.
‘이거…… 생각보다 싱거웠군.’
청염이 통할 거라는 건 저번에도 알았지만.
푸른 불에 이렇게까지 약한 모습을 보일 줄은 몰랐데.
공허 통제 권한은 쓰지도 않았는데 제압된 상대를 보면서.
성지한은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엔 저번처럼 자살 안 하나?”
성지한은 여기서 더 타오르지 말고.
그냥 레벨 업 시켜주고 꺼지란 의미에서 그리 말했지만.
“……이대로 되돌아가면, 너무 제가 얻는 게 없는걸요?”
청염에 뒤덮힌 울드는.
그 상태로 빛의 시곗바늘을 확 밀어 버렸다.
그러자.
휭. 휭……
순식간에 몇 번이고 뒤돌아가는 시곗바늘.
그와 동시에.
최상층의 풍경도, 빠르게 뒤바뀌기 시작했다.
* * *
“……뭐 하는 거지?”
“죽는 건 죽는 거고. 그 전에 당신 정보라도 얻어 가야죠.”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스스…….
성지한이 있는 쪽 근처에.
반투명한 형상의 성지한이 떠올랐다.
-벌써 왔는가? 무운을 빌겠네.
그리고 곧 들려오는 동방삭의 목소리.
목소리를 들은 성지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아까 전 일이잖아?’
울드와 전투에 들어서기 전.
동방삭이 성지한에게 주의할 점을 이야기해 주면서 격려하던 통신 장면 아니던가.
이게 재생되다니.
‘설마. 공간에 시간 역행을 쓴다는 게…… 이런 것도 되는 건가?’
스탯 청을 지닌 성지한이나, 청염엔 시간 역행이 통하지 않아도.
이 무신의 탑 최상층에는 울드의 권능이 이런 식으로도 응용될 수 있는 건가.
헌데 이러면, 설마 이 전의 장면까지……?
‘그럼 큰일이다.’
성지한은 다급히 이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시곗바늘은 되돌아간 후였다.
지이이잉…….
반투명한 형상으로 떠오른 성지한은.
그가 여기서 해 왔던 걸 완벽하게 거꾸로 재생했다.
-울드는 지금 어디 있지?
적색의 관리자에게 울드의 소재를 묻던 장면이 떠오르고.
더 나아가.
-이거 보면 울드 눈 돌아가겠네.
탁.
무신의 탑 최상층 바닥에 뒹굴고 있던.
‘서버 관리기기’가 성지한에게 합쳐지는 장면까지 나오자.
“…….”
울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건 생각 못했는데?”
지금까지 보였던 여유는 완전히 사라지고,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기세.
“어쩐지. 못 찾더라…… 공허를 동원했는데.”
그녀는 그리 중얼거리더니.
푹!
손을 얼른 자신의 가슴에 가져갔다.
서버 관리기기가 성지한의 손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자신이 그의 손에 놀아났음을 깨닫고 자살을 시도하는 울드.
여기서 죽어도 어디까지나 ‘무신의 탑’에서의 죽음이긴 했지만.
‘……울드가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나가서도 바로 자살할 거다.’
성지한은 그녀가 밖에서 죽음을 택할 거라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러면 자신의 아바타가 죽은 걸 보게 된 아크의 본체가 서버 4212의 문을 닫아 버리겠지.
‘……벌써 진입할 생각은 없었는데.’
푹! 푹!
성지한은 울드가 한 마디도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살하려고 자신의 가슴을 마구 헤집는 걸 보며.
그 즉시 서버 관리기기를 발동시켰다.
아직 주시의 권능으로 아크 내부도 보지 못했고.
그래서, 그곳에 무극검이 떠다니는지, 다시 꽂혀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일단은 서버 롤백이 먼저야.’
서버 4212가 터져나가는 것보단.
무극검에 대항하는 게 낫지.
성지한이 그리 판단하며.
지이이잉…….
그 자리에서 즉시 아크에 접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