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명중했습니까?
도르돌의 말에 천공성을 바라보고 있던 아루나가 말했다.
-명중했다.
-어디에 맞았습니까?
-후면… 그러니까 남쪽 방면의 지반을 맞았군.
-그 말은…
-별 피해가 없었다는 말이지.
천공성은 2km에 이르는 거대한 암반 위에 올라선 성이다.
이동성의 주포가 아무리 거대하다고 한들 제대로 된 목표를 타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
물론 천공성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효용이 있긴 했다.
천공성은 연합왕국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었고, 그 말인 즉, 천공성에는 연합왕국을 지배하는 제왕이 있다는 말이었다.
천공성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루나가 이어서 도르돌에게 말했다.
-말벌집을 들쑤신 것 같군.
그 말대로였다.
상공에 떠 있는 암반 위에, 공격에 대비해 땅을 파고 그 안에서 대기만 하고 있던 수십 기의 용기사들이 포격과 함께 날아올랐다.
천공성만이 아니었다.
천공성과 함께 비행하고 있던 연합왕국의 비행선 함대에서도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아루나가 생각했다.
‘병력이 많긴 하지만… 저 정도 숫자라면 정찰대겠지. 하지만 수 십킬로미터 뒤에 있는 이동성을 발견해내긴 어려울 거다. 발견해내지 못한 것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예측 정도는 하겠지만.’
우선 천공성이 아루나에 의해 파악되고, 이동성을 통해 타격에 성공하는 것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좋았다.
다만, 전략적으로만 그렇다는 말이다.
‘이런.’
날아오른 용기사의 절반이 아루나를 발견하고 다가 오고 있었다.
하지만 용기사들 따위는 아루나를 긴장하게 만들 수 없었다.
아루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천공성 뒤에서 꿈틀대며 모습을 드러내는 라이틀라였다.
-드디어 승부를 보겠구나, 불새여.
아루나는 대꾸도 없이 회피 비행을 시작했다.
라이틀라가 숨결 주문을 내뱉기 위해 입을 벌렸기 때문이었다.
─┼
도르돌이 누리바라기에서 멀리 하늘을 바라보자, 한 줄기 섬광이 하늘을 꿰뚫었다.
아루나가 라이틀라와 싸우느라 바빠진 사이 도르돌 또한 제 할 일에 집중했다.
“…우리의 만신전에서 예견한 것과 같이, 천공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르돌이 사도 아루나에 의해서 밝혀진 위치를 말하자 참모진들이 자료를 재검토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었다.
“항공 함대 준비 완료 됐습니다.”
도르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 비행 함대 출진.”
도르돌의 명령에 연락관들이 복명복창하며 제국의 5개 비행 함대에게 일제히 연락을 넣었다.
그러자 누리바라기의 위로 수백 척에 이르는 비행선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날아올랐다.
‘이게 우리의 최선.’
연합왕국이 가용 가능한 모든 전력으로 공격할 거라는 것은 만신전의 예측이 아니더라도 도르돌 또한 가늠할 수 있었다.
문제는 천공성이 이동하기 시작했을 때, 이동하는 천공성을 물리적으로 막아설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
천공성의 지반 크기를 생각하면 사실상 떠다니는 산으로, 제국의 모든 전력을 동원해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스스로 멈춰게끔 하는 수 밖에.’
천공성과 관련된 자료는 연합왕국의 특급 기밀이지만 제국에도 어느 정도는 알려져 있었다.
일단 수 백 개에 이르는 나선날개를 통해 추진에 들어간 천공성은, 나선날개를 모두 멈춰세우더라도 그 거대한 질량 때문에 관성만으로 수 킬로미터는 이동할 수 있었다.
‘천공성은 아직 관성비행에 들어가진 않았을 터.’
하지만 함대는 계속해서 라스다실 해안을 향해 항행 중이었으므로 이대로 계속 간다면 얼마 가지 않아 천공성은 관성비행만으로 라스다실에 도달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는 천공성이 그대로 라스다실 폐허 중심부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천공성을 점령해 역추진시킬 수 있다면, 천공성의 비행을 막을 수 있다.’
천공성은 지반 아래에 나선날개와 같은 추진기를 전방향으로 매달고 추진과 관성 비행을 막기 위한 역추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대로 천공성에 진입해 역추진 하도록 제어할 수 있다면, 천공성이 라스다실에 도달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쉽진 않겠지.’
도르돌의 예상대로였다.
도르돌은 불을 내뿜고 있는 해상 함대를 창 밖으로 내려다보았다가, 자신이 위치한 자리 아랫단에 위치한 참모본부, 그 아래 위치한 연락관들을 순차적으로 내려보았다.
아직 천공성이 보이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리바라기의 거대한 함교 전면창으로부터 적진이 보이기 시작할 터였다.
“정찰선으로부터, 천공성 관측 확인. 사도 아루나, 사도 라이틀라 격전.”
불과 5킬로미터 거리, 그리고 땅을 디디고 선 이동성만큼이나 그 자체가 반동을 흡수할 수 있는 지반의 천공성은 거대한 포대가 달려 있었다.
“…최전방 정찰선, 더는 연락되지 않음. …다른 정찰선으로부터 추락 확인.”
“귀환 중이던 정찰선을 되돌린다. 함대가 도착할 때까지 가능한 거리를 유지하며 천공성을 관측하라.”
도르돌의 명령은 참모를 거쳐 구체적인 함선과 거리, 관측 목표를 명시하며 하달되었다.
또 다른 연락관이 도르돌에게 외쳤다.
“천공성의 하방 함포 사격 확인.”
“위치는?”
“확인 중입니…”
-콰앙!
2백여 미터 상공에서도 분명하게 들릴 정도의 폭음과 함께, 함대 사이로 물보라가 치솟았다.
어딜봐도 함포 사격이 아니였다.
“천공성의 하방 고정 포대다. 함대 전체 속도를 올려 사정권을 피한다.”
이어 각 전함들 위로 치솟는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어내는 사격이 네 발 이어졌다.
다행히 이번 포격에 맞은 전함은 없었지만, 한 방이라도 맞았다면 흉신급 전함이라도 한 방에 격침 당할 수 있었다.
천공성의 지반 아래에 매달린 고정 포대는 지상의 적을 맞추기 위한 폭격 포대였다.
크기만 따지면 이동성의 주포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그 숫자는 모두 다섯이나 되었다. 크기가 작은만큼 장전 속도도 빠른편이었다.
이은 천공성의 두 번째 포격에 흉물급 전함 함대가 반으로 쪼개졌다.
“…이런.”
도르돌은 작고 속도가 빠른 예비 비행선을 구조선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함선이 이미 빠르게 침몰 중이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아직 6함대가 오지 않았다. 그 전까진 분노하는 자의 위력을 지원받는 적들과 적극적으로 해상 전투를 하긴 어렵다. 반면 천공성은 느리더라도 꾸준히 전진하고 있으니… 결국 해상에서 적들을 막아내는 건 어렵겠군.’
그때 도르돌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빠보이는군.
도르돌이 반문했다.
-…야천 님?
-천공성 공략은 마즈다리에게 위임한다.
천공성이 등장할 경우엔 지휘를 이원화 하기로 결정했기에 도르돌은 쉽게 수긍했다.
-알겠습니다.
야천이 말했다.
-분노하는 자는 모든 것을 걸었다. …천공성을 막지 못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도록.
-예.
도르돌은 대답하면서, 저 멀리 관측되기 시작한 천공성의 그림자를 보았다.
─┼
또 다른 비행선, 천둥지기.
그 거대함을 박력으로 내보이는 누리바라기와 달리, 사도 마즈다리의 천둥지기는 여러 동력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극한 환경에서도 탑승자의 목적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천둥지기는 라스다실 앞바다 위에 떠 있지만, 그 높이는 대략 3km 위였다.
천둥지기의 탑승자들은 아래에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보이는 것은 흰 구름 뿐이었다.
함선의 난간 위, 낙하산을 멘 세 사람이 서 있었다.
난간 아래에 있던 마즈다리가 말했다.
“준비는 다 됐나?”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인간처럼 보이지만, 종족은 뱀파이어.
이름은 라민 솔로스트 무엘.
“뭐지? 빨리 말해.”
“왜 저희만 가는 건가요?”
“야천께서 말씀하시길, 소수여야 눈에 덜 띈다더군.”
“그럼 진정한 소수 정예인 사도분들을…”
“사도는… 신들의 ‘눈에 띈다’고 한다.”
사실이었다.
사도의 존재는 플레이어들이 볼 경우 미세한 이펙트 차이 때문에 금세 발견할 수 있었다.
전선이 엄청 길어서 플레이어들도 한 눈에 담을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한 장소에서 집중된 전투를 한다면 사도를 통해 잠입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마즈다리의 말에 라민도 놀랐지만 옆에 있던 프로그맨 고르고타 팔루도 놀란 얼굴이었다.
“아니, 그럼 마즈다리 님도 안 가시는 겁니까?”
“난 나중에 간다. 나는 제국의 공중 함대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어. 조금 뒤면 제국 함대가 연합왕국 함대와 조우하고 격전이 치뤄질 거다.”
“하지만…”
“고르고타. 너는 이번 임무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이다. 만약 후속 공병 부대가 진입하는데 실패할 경우, 역추진 장치를 가동할 수 있는 건 여기 셋 중 너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
고르고타는 좌우에 선 사람을 돌아보고 한숨을 쉬었다.
“…하.”
“왜 사람 얼굴을 보고 한숨을 쉬어요? 그쪽은 전문가잖아요? 저랑 스승님은 문외한이고.”
“저도 며칠 전까진 몰랐습니다. 똑같이 보고 공부한건데 왜 모릅니까?”
“스승님, 이 사람이 스승님 욕해요.”
그 말에 고르고타의 오른쪽에 서 있던 오웬이 껄껄 웃었다.
“우리가 무능함을 흠 잡을 게 아니라 자네가 유능한걸 자랑으로 삼아야하지 않겠나?”
“어르신… 그게 아니라…”
잡담이 길어지자, 마즈다리가 마지막 사람을 노려보았다.
오웬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난 질문이 없다네.”
마즈다리가 안도하듯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어르신. 자 다들 준비가… 잠깐.”
마즈다리는 잠깐 인상을 찌푸리더니, 한쪽 귀에다 습관적으로 손을 가져다댔다.
무언가를 엿듣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 예. 그렇게하겠습니다.”
소근거리듯 그렇게만 말한 마즈다리가 세 사람에게 말했다.
“모두 돌아서라.”
라민은 돌아서면서도 수상한듯 돌아보았다.
“그거 *귓속말*이죠?”
“오호, 그런 것도 알고 있나?”
“휘경이 설명해준 적 있어요.”
“괜히 번거롭게.”
“….”
마즈다리가 말을 돌리자 라민은 호기심이 동했다.
“누구랑 무슨 얘기를 하신 거죠?”
마즈다리는 아무말 없이 라민이 메고 있던 낙하산 가방을 쥐고 뭔가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고르고타와 오웬이 서로 눈을 마주보았다가 낙하산 가방을 벗어서 난간 아래로 내려놓았다.
두 사람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불안해진 라민이 마즈다리를 돌아보려했다.
“자, 잠깐, 뭐하는 건데요?”
마즈다리가 라민의 낙하산 가방에다 손을 가볍게 놀린 뒤 말했다.
“야천께서 낙하산은 필요없으시다는군. 눈에 띌테니 벗고 내리라고 하셨다.”
“…네?”
“보나마나 넌 시건방지게 투덜거릴테니, 도와줬다. 고맙게 생각해라.”
“뭐라고요?”
마즈다리가 라민의 등을 떠밀었다.
라민은 등이 홀가분함을 느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깨끈이 잘려나간 낙하산 가방은 점점 멀어지는 마즈다리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라민이 마즈다리를 향해 무어라 외쳤다.
뒤따라 떨어지던 고르고타가 화들짝 놀라서 라민에게 무어라 말했다.
바람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는데, 라민은 입모양만 보고도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거 신성모독입니다!”
추락하는 세 사람 아래로 천공성이 내려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