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6
129화〉
샤오롱 2
콰드드득!!
두부처럼 으깨진 지반 아래로 샤오롱의 몸이 처박혔다.
마정석과 술식으로 보호되고 있던 격투장이었건만, 그 사실이 무색해질 만큼 이번 강격에 인근 지대가 반파되었다.
샤오롱은 발을 박차서 크레이터에서 빠져나왔다.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두개골이 울리고 팔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빌어먹게 강한 건 여전하시군.’
마력 실드를 견고하게 짜 두지 않았다면 몸통이 터졌을 것이다.
“흐흐흐ㅡ 싸우다가 바닥에 누워 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를 겁니다.”
“그래? 오늘 자주 누울 텐데.”
“돌아와라, 여의!!”
멀리 떨어져 있던 여의봉이 주인의 부름에 응답했다.
샤오롱은 여의를 2m 정도의 일반적인 봉 크기로 만들어 봉술 자세를 취했다.
그가 가장 큰 위력을 보이는 순간은 [미후왕]의 [여의]를 쓸 때.
제천대성 손오공의 재래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샤오롱이 펼치는 기술은 완성도가 높고 위력적이었다.
거기다 10년간 노력을 많이 했는지 기술의 흐름이 부드러웠고 마력 활용력도 꽤 늘었다.
“하아아압!!”
샤오롱이 몸을 날리며 여의봉을 휘둘렀다. 분명 쇠처럼 단단한 재질이건만, 활처럼 휘는 탄성이 보였다.
시우는 막아 내지 않고 몸을 숙여 공격을 회피했다.
등을 스치고 지나는 봉에서 채찍 휘두르는 소리가 들린다. 숙인 상태 그대로 상대를 향해 파고 들었다.
창이나 봉처럼 리치가 긴 무기들은 사용했을 때 그만큼의 빈틈이 보이기 마련.
하지만 샤오롱은 공격이 시우를 스치자 그대로 팽이처럼 돌려 원심력을 더해 여의를 사선으로 내려찍었다.
그 찰나, 시우의 발아래에 쇳빛 술식이 어지러이 펼쳐진다.
순식간에 구축된 마법진에서 새까만 주먹이 치솟으며 여의봉의 강격을 막아 냈다.
쩌.ㅡㅡㅡㅡㅡ엉!!
[철의 노래]와 맞부딪친 어마어마한 충격이 봉신을 따라 샤오롱의 손으로 전해졌다.“크윽!!”
마력으로 둘러싼 신체였음에도 팔뚝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려 오고 신음이 터져 나왔다.
실로 굉장히 빠른 스승의 술식 구현에 봉을 거둘 틈을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
게다가 그가 아는 시우는 저런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까부터 처음 보는 스킬들이···!’
샤오롱의 빈틈을 만든 시우가 달려와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ㅡㅡㅡㅡㅡ콰아앙!!
건물이 흔들릴 만큼의 굉음을 만들며 샤오롱이 벽에 처박혔다.
순간 의식이 끊어진 것처럼 정신이 멍해진다.
샤오롱은 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내장이 진탕되어 먹었던 것들이 다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잊고 있었다.
이 스승이란 작자는 생긴 것과 다르게 우라지게도 힘이 셌다.
딱 봐도 힘밖에 없을 것 같은 최대수와 쌈박질을 하고, 트윈 헤드 오거의 머리를 맨손으로 찢어발기곤 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면 메이스를 들고 오크 무리나 와이번 무리에 쳐들어가 다 때려죽이기도 수차례.
‘큭, 방심했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다···.’
그러나 방심의 대가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시우가 달려와 무릎으로 샤오롱의 얼굴을 냅다 찍었다.
쩌ㅡㅡㅡㅡ억!!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져 흘렀다.
“커허억!”
샤오롱은 골이 쪼개지는 격통 속에서 신음을 터뜨렸다.
무지막지한 고통이 가해지니 오히려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대로 가만있다가는 연격을 몇 차례나 더 허락할 게 빤한 일.
“크아아아ㅡ!!”
샤오롱은 다급히 격을 완전히 개방했다.
격투장 전체를 집어삼킬 것 같은 압도적이고 사나운 격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중국 헌터 협회〉와 〈베이징 지부 HMCS〉 소속 헌터들이 기운에 밀려 주저앉았다.
샤오롱은 천재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사람이었다.
중국 헌터계의 빛이었으며 앞으로의 미래를 열어 갈 차세대 무술가였다.
불법적인 어둠에 발을 걸치고 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그간 쌓아 온 명성이나 실력이 허명인 건 아니었다.
리우 렌과 메이린은 경악 어린 얼굴로 중국 2위의 무력을 체감했다.
괴물이라는 수식으로도 부족한 무의 극치.
‘중국에서 샤오롱과 대적할 헌터는 없소이··· 그런데 저 헌터는 S++급 헌터와 어떻게 싸우는 거 =소이.’
만약 샤오롱을 제압하고자 한다면 랭킹 10위 안에 있는 헌터 두셋은 데려오거나 ‘미스틸 테인’의 그분을 모셔 와야 할 것이다.
중국 랭킹 1위, 구려지왕 치우(蚩尤).
샤오롱은 그래야만 할 정도의 괴물이거늘.
그런데 일대일에서 호각지세로 맞붙을 수 있는 자가 한국에 있다니, 리우 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약간 우위를 선점한 듯도 보였다.
제천대성이 코피를 쏟고 입 안이 터져 피를 흘리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진정 돌이킬 수 없습니다, 스승.”
격이 한 꺼풀 벗겨진 샤오롱에게서 마력이 들끓듯 피어올랐다.
그의 주위로 수많은 술식과 문자가 떠오르며 거대한 원형을 이루었다.
눈부시도록 밝은 백색의 섬화가 마법진을 따라 빛을 일구었다.
[미후왕·아수라 : 백갑창천무위화]찬란한 백색 갑주가 샤오롱의 몸을 휘감고 단단한 위용을 드러냈다.
“내가 가르쳐 준 거랑 다르네?”
“독자적으로 스킬을 융화시켜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샤오롱은 여의를 손에 쥐고 세차게 돌렸다.
그 모습이 꼭 신화 속에 나오는 제천대성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했다.
시우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역시 몬스터보다는 대인전이 훨씬 재밌다.
“뭐가 웃겨서 웃음을 지으십니까?”
“그래도 10년 동안 놀고먹은 건 아닌가 보다? 나름 연구도 좀 했네.”
“예전부터 말했다시피··· 제 목표는 당신을 뛰어넘는 겁니다.”
“그래? 그 의기는 가상하다만, 이미 글러 먹지 않았냐.”
샤오롱은 찬연한 백갑을 두른 채 상대를 무섭게 노려봤다.
“글러 먹었다뇨?”
“내가 너였다면, 나는 그냥 쳐들어가서 턱을 후려갈겨 버릴 것 같거든. 납치하거나 이런 병신 같은 쇼 따위를 하는 게 아니라.”
“그런데 스승은 왜 그리하지 않으셨습니까?”
제자의 물음에 시우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대꾸했다.
“어른의 사정이란 게 따로 있거든.”
“고작 세 살 차이면서 아직도 혼자만 어른인 척하시려는 겁니까.”
“내 눈엔 네가 하는 짓이 아직도 애새끼 같은데. 혼자만의 세상에 갇힌 어린애 말이야.”
시우의 말은 비아냥 그 자체였으나 반대로 그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샤오롱은 주먹을 꽉 쥐고 스승을 노려봤다.
“이건 저 혼자만의 꿈을 위해 한 게 아니라···.”
“아니. 너 혼자의 꿈이지.”
“당신이 대체 뭘 안다고ㅡ!”
“다른 사람 팔아먹지 말고, 네 어긋난 탐욕을 바로 보지 그러냐.”
“닥쳐··· 닥쳐ㅡ!!”
시우는 재밌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웃더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진짜 간다, 루안.”
움찔.
샤오롱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몸을 박찼다.
[미후왕 : 백팔분신술]퍼버버버버버버벙!!
108명의 분신이 샤오롱과 똑같은 백갑을 두르고 여의를 든 채 나타났다.
일백 개가 넘는 여의봉이 시우를 향해 죽일 듯이 날아왔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ㅡ!!!
그가 서 있던 자리의 지대가 과자처럼 바스러졌다.
시우는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았다.
이계에 있을 때 이렇게 분신술을 잘 쓰는 종족이 있었다.
‘샤우카우’라는 놈들이었는데, 기술을 잘 쓰는 놈은 수백 개의 분신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 놈들이 한 명도 아니고 열 명, 스무 명이 모여 시우와 싸우다 보니 혼자서 수천 명을 상대하는 일도 종종 있게 되었다.
덕분에 시우는 이런 난전을 겪어도 당황하거나 손발이 어지러워지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ㅡ
그는 이제 막 격을 해방했다.
쿠ㅡㅡㅡㅡㅡㅡ우우웅!!
건물 전체를 짓누르는 격의 대해가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듯 삼켰다.
쩌저저적···!
지반이 터지고 외벽이 무너졌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격의 해방에 살기가 무시무시하게 솟구쳐 오르며 사람들을 압박했다.
“커어억!!”
“끄하아아···!”
줄기줄기 피어오르는 마력과 방대한 격을 감당하기엔 격투장을 둘러싼 헌터들의 역량이 부족했다.
그들은 게거품을 물고 졸도하거나 입술이 터지도록 짓씹어 정신을 일깨웠다.
리우 렌과 메이린은 단전을 전부 개방해 마력 실드를 구축한 뒤에야 바로 설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콰드드드드드···!
백갑을 두른 샤오롱의 분신들이 시우의 격을 감당하지 못해 부서지며 마력 입자로 되돌아갔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분신이라 할지라도 S++급의 마력과 위세를 담은 스킬이었다.
이토록 허무하게 파훼되도록 적은 양의 마력을 담은 것도 아니었다.
‘단전의 절반을 비워 가며 만든 것이거늘···!’
“내가, 교육한다고 했지?”
그때 시우의 목소리가 서늘하리만치 낮은 음성으로 들려왔다.
샤오롱은 흠칫하며 목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스승이 그의 뒤에 서 있었다.
마력을 둘렀다.
아니, 두르려 했다.
시우의 마력 장악력과 스킬 구현 속도는 이제 눈으로 좇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분명 저 흑갑을 보완하고 [미후왕] 스킬과 접목하여 만든 자신의 백갑이 더 뛰어날 터인데.
스승의 흑갑은 더 단단하다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흉흉하게 피어오르는 마력과 자신의 모든 기량을 웃도는 격.
샤오롱의 아찔함이 이성적으로 인지되기도 전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시우의 주먹에서 소닉붐이 일어났다.
한줄기 섬광이 번쩍이더니 뒤늦게 쩌렁쩌렁한 폭발음이 뒤따랐다.
무자비하고 잔혹하기까지 한 강격에 샤오롱의 몸이 경기장의 내벽을 뚫고 건물 안으로 튕겨 나갔다.
“크읍···! 우웨에엑!”
샤오롱은 내장이 찢겨 나가는 고통을 느끼며 피를 토했다.
머릿속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배 속이 불을 지른 것처럼 뜨거웠고, 팔과 다리에선 통증 외에 다른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수년간 공들여 융화시켰던 백갑 또한 한 번의 주먹질로 산산이 조각났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S++급 헌터이자 세계적인 하이 랭커였다.
중국에선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었으며,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미스틸 테인’에도 들 수 있었다.
‘그런 내가··· 고작 공격 몇 번에···.’
샤오롱은 입에서 줄줄 떨어지는 핏물을 검은 도복으로 닦아 냈다.
“야.”
흠칫.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충격이 다 가시지 않은 몸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다시 털썩 무릎을 꿇었다.
“쿨럭···! 나, 나는 중국 2위의 미후왕 제천대성···!”
“지랄하지 말고. 더 처맞게 이리 와.”
시우를 감싼 흑갑이 검은 불길처럼 어지러이 타올랐다.
샤오롱의 멱살을 틀어쥔 시우가 경기장이 있는 방향으로 그를 들더니 강하게 발로 내찼다.
ㅡㅡㅡㅡ콰아아앙!!
샤오롱은 다시 한번 벽을 뚫고 경기장에 패대기쳐졌다.
귀와 눈에서마저 피가 흘러내렸다.
이제는 웅웅거리던 머릿속마저 까맣게 꺼진 듯했다.
“크으으윽ㅡ!”
“처맞고 싶어서 개긴 거 아니었어? 조금 전까지 입었던 백갑인지 뭔지 하는 거 다시 걸쳐 보지, 그래?”
“操(씨발)! 나한테 그따위로 말하지 마! 나 샤오롱이야!! 중국 최고의 샤오롱이라고!!”
그는 피를 토하듯이 소리쳤다.
비릿한 피 냄새를 닮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내 인생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다.
그리고는 벽을 짚고 일어나 광기로 물든 눈알을 번들거렸다.
붉게 타오르는 안광은 시우를 향했지만,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나, 나는··· 나는 최고가 될 거야. 당신을 능가하는 최고가 될 거라고!!”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
중국을 제패한 뒤 ‘미스틸 테인’에 들어 세계 최강의 고지에 들 것이다.
그래야, 그래야 한다.
네 바람이 곧 나의 바람이니까.
샤오롱은 피눈물을 닦아 낸 뒤 품에 고이 넣어 뒀던 물건 하나를 꺼내 펴 보았다.
낡고 꼬질꼬질한 머리핀.
그는 봉두난발이 되어 버린 머리 한쪽에 머리핀을 꽂았다.
“내 앞길을 막는 건 다 죽인다.”
단전이 찢어져 리바운드가 일어나더라도 상관없다.
모든 걸 활활 태우고 최고의 자리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울어라, 긴고아(緊施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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