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
#1 화 도망자.
도망자.
시리도록 새하얀 눈밭 위를 한 사내가 질주했다.
그 뒤를 쫓는 인영이 셋.
시위를 떠난 화살이 앞서 달리는 사내의 다리를 정확히 관통했다. 고꾸라지는 몸. 크게 한 바퀴를 구른 사내는 재빨리 다시 일어서서 달렸지만, 달리는 속도는 이미 확연히 줄어 있었다.
속도가 느려진 도망자는 곧 추적자에게 따라잡혔다.
거칠게 도망자의 등을 걷어찬 알고르 왕국의 선임 레인저 라길은 마침내 지난 며칠간 이어진 기나긴 추적의 끝이 도래했음을 인식했다.
이 도망자는 잠도 거의 자지 않은 채, 북부 왕국 레인저와 맞먹는 속도로 눈 덮힌 북부 삼림을 사흘 동안 질주했다. 천상 타고난 레인저 감이었다.
라길은 쓰러진 도망자를 보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롱소드를 꺼내 들었다. 스산한 검명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자는 성화교(聖火敎)의 성물을 훔쳐서 달아난 도망자.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는 남자의 목을 베고 성화교의 성물을 되찾으란 것이었다. 그게 비록 성화교에게 중요하지 않은 성물이라도 왕국 상층부는 언제나 성화교에 잘 보이고 싶어 했다.
추운 북부에서 불의 온기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서걱.
새하얀 눈밭 위에 흩뿌려지는 붉은 피. 망나니도 감탄할 깔끔한 일격에 도망자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라길은 가볍게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턱짓으로 명령했다.
“수색해.”
도망자의 시체에 달라붙은 레인저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남자의 품을 뒤졌다. 남자의 품에서 나온 물건은 단출했다.
말라비틀어진 여자의 손 하나와 푸른 잔. 그리고 약간의 돈.
푸른 잔과 돈을 챙긴 라길은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성물 회수를 완료했으니, 이만 돌아가지.”
“예.”
“예.”
도망자의 시체를 뒤로한 레인저들이 눈밭을 되짚으며 떠났다.
***
레인저들이 돌아가고 날이 서서히 어둑해지기 시작한 그때.
목이 날아간 도망자의 몸 위에 올려진 손 하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말라비틀어진 여자의 손 한 짝이 도망자의 몸을 타고 올라 목깃에 닿았다.
그리고 도망자의 멱살을 붙잡고 탈탈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역정 내지 마십시오. 부패의 어머니시여.”
머리 없는 몸이 천천히 눈밭 위에서 일어나 말라비틀어진 손을 목에서 떼어내 가슴 속 주머니에 넣었다.
“여기선 한 번 죽어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머리 없는 몸은 저 혼자 떠들고 있는 머리를 집어 들고는 절단면에 갖다 대었다. 잠시 후 거짓말처럼 목이 붙은 도망자, 아니.
부패의 사제 마르낙이 빙그레 웃었다.
“이미 성물에 담긴 신성이라면 회수했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굳이 쓸모없는 꼬리를 달고 다닐 이유가 전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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