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35)
35 화 동행.
동행.
[마음 편히 드시오! 이건 전부 순전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에 대한 내 호의니까!]호탕하게 소리친 아우렐리우스는 황금빛 손을 뻗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고기를 집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뼈째로.
생긴 건 석유나 석탄 같은 온갖 연료들을 퍼먹게 생긴 금인족(金人族)이었지만, 그들은 생긴 것과 달리 평범한 지성체들처럼 미각을 느끼며 요리된 음식들을 아주 잘 먹었다. 아니, 오히려 평범한 생물들보다 먹을 수 있는 폭이 더 넓었으면 넓었지 좁지는 않았다.
금인족이 씹어먹은 요리들은 체내에서 그들의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로 전환되어 저 금속 덩어리 몸을 가동하고 쓰이고 나머지 일부는 그들의 ‘코어’로 향하는데, 에너지를 빨아들인 ‘코어’는 점차 그 크기를 불려간다.
그렇게 ‘코어’의 크기가 점점 더 커져갈수록 금인족은 다룰 수 있는 금속의 총량이 늘어났다.
귀한 금속과 세월. 즉, 돈과 시간만 있으면 강해지는 종족.
그게 바로 금인족(金人族)이었다.
나는 내 앞의 음식을 한 점 집어 입 안에 넣고서, 아우렐리우스를 찬찬히 관찰했다.
저자는 믿어도 되는 부류일까? 금인족은 귀한 금속에 대한 열망 앞에서는 꽤 순수한 편이었지만, 그외의 상황에서는 대부분 뱀과 같은 이들이었다.
애초에 상인들에게 순수함을 기대하는 건, 그런 기대를 하는 쪽이 잘못된 거긴 하지만.
일단은 식사에 집중하자.
‘살해!’
저기 저 처음 보는 까맣게 졸여진 고기 요리를 집어 먹어 보라는 어머니의 부탁에 나는 음식을 조금 덜어 오물오물 씹어먹었다. 역시 아무 맛도 없었다. 마음 같아선 어머니에게 직접 먹여드리고 싶었지만, 주변에 눈이 너무 많은 이상, 당연히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에라디코의 구원자들! 그게 그대들이었구려!]카르멘과 이야기를 나누던 아우렐리우스가 감탄을 터뜨렸다. 아우렐리우스는 끔벅일 필요도 없는 금속 눈을 격렬하게 끔벅이곤 우리를 둘러보았다. 이내 그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여성 분은 아닐 테고, 저 갑옷 입은 분도 아닐 테니, 바로 당신이 귀스의 악마도살자, 켈톤의 악신의 대적자, 그리고 에라디코의 구원자인 마르낙 사제님이겠구려!]나는 수저를 내려놓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과분한 호칭일 뿐입니다.”
[하하하하! 세 개의 도시를 구원한 영웅께선 겸손함까지 겸비하고 계시는군! 그대 같은 이들에게 그런 칭호가 붙지 않으면 대체 누가 감히 그런 칭···]금속으로 이루어진 눈의 시선이 내 허리춤에 매여진 도살자에게로 꽂혔다. 그는 턱을 딱딱 맞부딪히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이모탈리움!!!]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화려한 붉은 옷을 펄럭이며 날듯이 내게 뛰어왔다. 정확히는 내 도살자를 향해. 나는 살짝 뒤로 물러나 아우렐리우스와 거리를 벌렸다. 그는 내 허리춤에 매여진 도살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리춤에 찬 그, 그것을 하, 한 번만 보여주실 수 있겠소?]잠깐 들고 튀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금인족들이라고 해도 새로운 금속과 동기화하기 위해선 최소 하루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가 들고 튀더라도 충분히 되찾아올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내가 도살자를 그의 손에 올려주자, 아우렐리우스가 괴성을 터뜨렸다.
[우오오오오오오! 우오오오오오오오오!!!]그나저나 도살자의 날이 단단해도 너무 단단하더라니, 재질이 이모탈리움이어서였나.
아우렐리우스는 사랑스러운 애인의 살결을 매만지듯, 아주 조심스럽고 끈적하게 도살자의 날들을 쓰다듬었다.
[아름다워. 너무 아름다워! 이토록 아름다운 금속이라니! 역시 고대제국 기술력의 정수가 담긴 불멸의 합금이라는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은 자태야!]그는 도살자의 날들에 금속 피부가 긁혀나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검신에 얼굴을 부벼댔다.
[하아. 하아. 하아.]이제그만 돌려줬으면 하는데. 나는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말을 꺼냈다.
“저···.”
내가 미처 첫마디를 끝내기도 전에 아우렐리우스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그는 내 손에 도살자를 돌려주며 손가락을 덜덜 떨었다. 너무너무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그는 상인답게 능숙하게 감정을 추스르곤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이거 통짜 이모탈리움 검은 처음 본 탓에 잠시 내가 이성을 잃었구려. 추태를 보였소.]“괜찮습니다. 금인족분들의 이모탈리움에 대한 욕망은 당연한 것이지 않습니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오. 그나저나 혹시···.]“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아우렐리우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 그렇겠지. 나 같아도 절대 팔지 않았을 테니···.]그는 힘없이 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잠깐의 심호흡 후, 그는 금인족으로서의 본능을 억누르고 다시 한 명의 상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벌꿀주를 벌컥벌컥 들이킨 뒤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에라디코의 구원자분들께 이런 추태를 보인 건 진심으로 사과하겠소.]아우렐리우스는 우리를 향해 황금으로 이루어진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갈라지며 사람의 심장만 한 금속 구체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는 그 금속 구를 내보이며 말했다.
[이게 내가 120년 동안 모아온 이모탈리움이오.]그가 손가락을 뻗어서 내 도살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 검에는 내가 120년 동안 모아온 것보다 족히 두 배가 넘는 이모탈리움이 들어가 있지. 저건 정말이지 귀한 물건이라 이거요.]이모탈리움은 돈이 있다고 해서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현시대의 기술로는 더이상 만들어낼 수 없는 금속이었기에 당연히 현재 돌아다니는 이모탈리움은 전부 고대제국의 유적에서 구한 물건이었다. 각국가들은 항상 이모탈리움을 적극적으로 사들였고, 당연히 사들인 이모탈리움을 밖으로 풀지 않았다.
즉, 상인의 신분으로 이모탈리움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다녔다간 국가에게 미운털 박히기 딱 좋았다.
그 뒤로도 아우렐리우스는 식사 내내 이모탈리움에 대한 찬양을 잔뜩 늘어놓다가 식사가 끝날 때쯤 되어서야 겨우 제안을 꺼냈다.
[우리는 북부 왕국의 수도로 향하고 있소. 혹시 에라디코의 구원자분들께서 수도까지 동행해주시겠다면 내 섭섭지 않게 사례해드리겠소. 다들 실력 하나는 확실한 구원자분들이니만큼 다른 용병들과는 격이 다른 대우도 물론 약속해주겠소.]조용히 앉아있던 카르멘이 아우렐리우스한테 정중하게 대답했다.
“잠깐 저희끼리 논의할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우렐리우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
아우렐리우스의 막사에서 나온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아우렐리우스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했다. 카르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자세한 조건은 들어봐야겠습니다만, 애초부터 수도에 들를 예정이었던 저희에게 그의 제안 자체는 손해가 될 게 단 하나도 없는 것 같군요. 거기다 그의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가는 길이 같은 이상, 적어도 다음 도시까지는 이 상단의 뒤꽁무니를 쫓아야 할 겁니다. 그럴 바에는 오히려 대접받으면서 그들과 동행하는 것 자체도 그다지 나쁘지 않겠죠.”
카르멘의 말을 묵묵히 듣던 사지타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저는 카르멘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골똘히 고민하던 다키아가 아우렐리우스의 천막을 힐끔 보곤 말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규모가 큰 상단에서 굳이 저희를 고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애초에 저 아우렐리우스라는 사람은 우리가 에라디코의 구원자인지 알지도 못했는데도 고용을 제안하려고 사람을 보냈잖아요.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상인이 누군지도 가리지 않고 더욱 더 많은 호위를 필요로 한다는 건,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다키아의 걱정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나는 도살자의 손잡이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제 생각도 공녀님과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여기까지 오면서 주변을 감시하는 상단 호위병들의 장비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수차례나 전투를 치른 흔적이 생생하더군요.”
공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진짜요?!”
“예. 아마 우리가 그와 동행한다면 최소 한 번 이상의 전투를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지타와 카르멘의 얼굴이 한층 무거워졌다. 나는 카르멘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전 카르멘의 말대로 이번 의뢰를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가는 길이 같다 보니 계속 길이 겹치는 데다, 굳이 의뢰를 거절하고서 따로 뒤따라 간다고 하더라도 이런 대규모 상단을 습격할 정도의 추격자라면 지나가는 길에 있는 저희를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군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우리는 일단 의뢰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우리의 의사를 아우렐리우스에게 전하자 그는 흔쾌히 웃으며 우리에게 수도에 도착하면 두당 금화 열 닢을 주겠노라며 계약서를 작성했다. 숙식제공은 덤이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내게 도살자를 팔 생각이 없냐고 물었지만,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그날 밤. 상단은 습격당했다.
***
왜애애애앵!
격렬하게 회전하는 금속 날들이 설원 박쥐의 머리통을 헤집었다. 짐승의 뇌수가 쏟아졌다. 나는 그대로 시체를 박차고 뛰어올라서 나를 향해 달려드는 설원 박쥐를 향해 도살자를 휘둘렀다.
족히 건장한 성인 남성의 두 배가 넘는 덩치를 자랑하는 몸. 하늘을 가릴 기세로 넓게 펼쳐진 피막 날개를 이용해 강하하는 설원 박쥐의 속도는 평범한 이들이 절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키에에에에엑!
도살자가 또 하나의 설원 박쥐를 반으로 갈라버렸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단 호위병 하나가 설원 박쥐의 속도에 미처 대응하지 못 하고 발톱에 붙잡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거리를 가늠하고서 뼈 검을 꺼내 들어 그대로 검을 내던졌다. 폭발적인 속도로 허공을 가로지른 뼈 검이 설원 박쥐의 피막 날개에 긴 상흔을 남기고 바닥에 처박혔다.
키이이이이익!
날카로운 비명. 설원 박쥐가 고통에 겨워하는 사이, 눈밭 위를 내달려서 그대로 도살자를 휘둘렀다.
왜애애애애앵!
거대한 설원 박쥐의 머리통이 금속 날들에 의해 찢어발겨 졌다. 내 몸 위로 피가 쏟아졌다. 재빨리 설원 박쥐의 다리를 잘라내고 붙잡힌 상단 호위병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지만, 그는 이미 목숨을 잃은 뒤였다. 나는 바닥에 꽂힌 뼈 검을 회수하고 전황을 살폈다.
키이이이이익!!!
뼈로 된 화살이 정확하게 설원 박쥐의 눈을 관통했다. 분노로 가득한 설원 박쥐가 강하하자, 사지타가 앞으로 나서서 괴수의 발톱을 빗겨내고 창을 내질렀다.
새하얀 창이 설원 박쥐의 몸을 꿰뚫었다.
“하압!”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 나간 다키아가 격렬하게 버둥대려 하는 설원 박쥐의 머리를 베어냈다.
일행이 잘 싸우고 있는 걸 확인한 나는 다시 한 번 도살자의 시동을 켜고서 다른 상단 호위병들을 구하기 위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키이이이이익!
한동안 격렬한 교전이 이어지던 와중, 승산이 없다고 여긴 건지 설원 박쥐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도망치듯이 떠났다.
모두가 휴식을 취하는 와중, 나는 아우렐리우스의 막사로 향했다. 그의 직속 호위병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비켜주십시오.”
“의복을 깨끗이 하고 다시 오시지요.”
호위병들의 말대로 지금 내 옷과 얼굴은 아직 식지 않은 설원 박쥐들의 피와 살점들이 덕지덕지 묻어 새하얀 김을 내뿜고 있었다.
내가 무어라 다시 말하기 전에 안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들어오시게 해라.]아우렐리우스의 막사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내 걸음걸음마다 전신에 묻어있던 괴수들의 피와 살점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아우렐리우스는 황금빛 금속 눈으로 날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 멋진 이모탈리움 무기를 거둘 생각은 없소?]나는 손에 쥐고 있는 도살자를 힐끔 바라보곤 대답했다.
“상단주님의 대답에 따라서 집어넣을 용의가 있긴 합니다.”
[이거 대답을 아주 신중하게 해야겠군.]“예. 아주아주 신중하게 대답하셔야 할 겁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어째서 악신의 숭배자들이 이 상단을 습격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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