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17
사령관이 돌아왔다 017화
017 임관(2)
구 대한민국 청와대 앞.
연합정부가 구성되면서 청와대의 기능은 상실되었다.
연합정부에 한국 자치정부가 구성되었고 그 총본산은 여의도에 있었다. 연합정부가 판단할 때, 여의도 전체가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함포도 배치되어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용이하다고 판단을 해서다.
그 덕분에 청와대에는 한국 자치군 사령부가 들어서 있었다.
현 지구는 전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자치령과 자치령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적극적으로 연합군이 가세를 한다.
몬스터 사태가 발발하여 인류의 목표가 그들의 박멸로 규정이 된 이상, 인간들 간의 전쟁 행위는 인류에 대한 반역이었고 연합정부에서는 그런 사태를 가장 경계하였다.
그 때문에 자치군 사령부의 역할은 대부분 몬스터의 박멸과 방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사령부 앞에 거대한 스크린과 단상이 설치되었으며 일개 연대급 병력이 사열하였다.
일개 소령이 임관을 하는 장소치고는 과한 감이 있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버지를 예우하였기 때문이다.
1시간 전에 KBS에서 내 인터뷰 장면이 방송되었다.
연합정부에서는 아버지의 공을 인정하였고 중앙군 일개 연대 병력을 보내 주었다.
방송의 여파인지 과거 아버지 휘하에 있었던 장군들이 속속 모였다.
뿐만 아니라 연합 국방부 관계자들도 모였으며 기자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이곳에 모이면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허, 이것 참.”
나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전생에서 임관하였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대우였다.
거물급 인사들이 인사를 한다.
“자네가 박 장군님의 아들인가?”
“그렇습니다, 장관님.”
“그래. 내가 바로 자치군 장관 한수태일세. 그 당시 자네 아버지의 부관이었지.”
한수태 장관은 아련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맞았다.
아니라고 발뺌하기에는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빼다 박았어.”
“아버지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요.”
“그럴 리가 있겠나? 자네는 스타급 헌터가 아닌가. 연합군 똥별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자네를 진급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지. 백두산에 가서 전공만 확실하게 세우게. 그 뒤는 우리 늙은이들이 알아서 함세.”
“말씀만으로도 든든합니다.”
줄줄이 인사가 이어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군대이기에 전공이 필요하였고 그것만 뒷받침이 된다면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말이다.
우선 나를 최대한 키우고 보겠다는 것이다.
이건 내 이익과도 부합했다.
가능하면 빨리 진급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응원은 많은 도움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한수태 장관은 넌지시 말했다.
“자네 아버지의 유언장에 뭐라 쓰여 있던가?”
“옛 부하들을 찾아가서 군벌을 형성하라고 했습니다.”
“그래. 그것이 자네가 빠르게 커야 하는 이유야. 어쩌면 총사령관까지. 가능하겠나?”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지금은 몬스터들이 설치는 세상이지만 이건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네. 자네가 권력을 쟁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네.”
“감사합니다.”
이미 이 자리에서는 군벌이 형성되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나에게 인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아버지 덕분에 이 자리에 올라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고, 사실 과거 아버지의 부하들은 퇴직을 해야 옳았다. 정년이 늘어난 것은 인구 부족과 몬스터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이들이 죽기 전에 최대한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한다.
이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됐다. 아버지 부하들이 죽지만 않으면 그들이 지금까지 형성한 인맥까지 내가 모조리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리하려면 최대한 빨리 탈마의 경지에 올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인사를 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바빠 죽으려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박수철 소령님의 임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약력을 소개해 드리자면 박 소령님은 이미 연합에서 실시하는 사법고시를 2차까지 패스하고 면접만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해서 연합정부에서는 박수철 소령님의 사법고시 패스를 공식화하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불의의 사고로 표류가 되셨지만 하와이에 상륙한 몬스터를 쓸어버리면서 일약 영웅이 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제는 스타급 헌터로 공인받으셨으며 오늘은 과거 전 세계의 영웅인 박우석 장군님의 아들임이 밝혀졌습니다. 소개하겠습니다. 한국이 낳은 영웅, 박수철 소령이십니다!”
빠바바밤!
군악대가 군가를 연주하였다.
여기에 병사들이 사열을 하였고 나는 화려하게 등장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박수철입니다. 이렇게 환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계급장 수여.”
계급장 수여에 한수태 장관이 직접 참여했다.
드디어 내 어깨에 소령 계급장이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한수태가 말했다.
“정말 백두산 부대로 가야겠나?”
“올라간 김에 백두산을 평정하고 오겠습니다.”
“뭐라고? 허허허허! 역시 장군의 아들일세! 박 대장님의 아들이라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실은 그곳에 묻혀 있는 영약을 찾으러 가는 것이지만요.’
나는 그와 마주 웃었다.
일이 어느 정도 잘 풀려 가고 있었다. 나를 시기하는 세력만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승승장구할 수 있지 않을까?
임명장을 받자마자 임지로 향해야 했다.
수송기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급하게 가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수란은 조금 걱정된다는 표정이다.
“오빠. 이렇게 빨리 임지로 가야 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니야?”
“나도 모르겠다. 뭐가 이렇게 급하다고.”
사실 군인에게 있어서 영웅이라는 것은 오히려 위험한 일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영웅이 왜 영웅일까.
그만한 힘과 용기를 갖추었다는 뜻이다. 그런 인물이 최전방에 투입되면 성과를 내기 마련이었다.
양날의 검이라고 할까.
공적은 빠르게 쌓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이나 위험했다.
“제28독립대대라.”
“독립대대라면 그만큼 높은 공적을 쌓을 수 있다는 거잖아?”
“그야 그렇겠지.”
“조심해. 뒤에서 응원하고 있을게.”
수란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무인도에서 살아 돌아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첫 임지부터 꽤나 위험한 임무를 맡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 내려온 명령은 간단했다.
백두산 최전방을 수호하라는 것. 하지만 생각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가만……. 지금쯤이면 백두산에서 난리가 났지, 아마?’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즈음에 백두산에서는 SS+급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다. 물론 전생에서 임관을 할 때는 훈련소부터 입소했다.
D급의 헌터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았고 차근차근하게 밟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도 정확하게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수송기가 준비되었고 그곳에 한 여자가 달려왔다.
“충성! 제28독립대대의 이슬기 대위라고 합니다!”
“웬 여자가 부관으로?”
“헌터니까요.”
그녀는 한 마디로 일축하였다.
하기야, 헌터로 각성하는 데 남녀가 따로 있을 리 없었다. 무엇보다 현 연합정부는 남녀를 평등하게 징집하고 있었기에 군대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비율은 매우 높았다. 거의 40%에 육박하였으니까.
뛰어난 헌터라면 장군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일단 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가?”
“백두산의 상황이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 정도인가?”
“자세한 이야기는 기밀이라 가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원래 군대와 관련된 사안들은 기밀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수란아. 아무래도 지금 가야겠다.”
“휴가 나오면 집으로 바로 오도록 해.”
“알겠다.”
나는 수란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수란 역시 내가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계급이 높아지고 위험지역에서 활동을 할수록 사망 확률 역시 높아진다.
진급이야 빠르겠지만 다들 최전방을 꺼리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곧바로 헬기에 올라탄다.
타다다다!
헬기는 빠르게 서울 상공을 가로질렀다.
점점 서울 시내가 멀어져 간다.
개량된 군용 수송기 MK-3은 거의 700km에 육박하는 속도로 날아갔고 백두산까지는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연료 탱크를 갖추었다.
앞으로 1시간 반 정도면 백두산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대장님.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까는 경황이 없었습니다. 부관 이슬기 대위라고 합니다.”
“그래, 이슬기 대위. 오늘 막 임관을 한 참인데 인사도 못 하고 급하게 나를 데려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황이 좋지 않습니다.”
“백두산은 잘 막아 내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민간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민간에서의 이야기라?”
“사실 상황이 꽤 심각합니다. 성벽이 함락 직전이라고 할까요.”
“…….”
눈살이 찌푸려질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임기 첫날부터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전투부터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전생에서도 이렇게까지 심각했나?’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 군에서 백두산 상황을 은폐했다는 소리가 된다.
정부는 언제나 시민들을 안정시켜야 할 의무가 있었고, 그 때문에 군대가 몬스터에 밀리는 한이 있어도 위험하지 않은 이상은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
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이유는 전방의 상황이 후방의 군인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전략은 쭉 이어져 왔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양측은 서로 승전을 하고 있다고 홍보하였고 마치 전쟁이 끝날 것처럼 말했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조금 달랐지만 최소한 최전방이 밀리고 있다는 사실은 적당히 은폐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전생에서 나는 지금쯤 무인도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귀환을 해서도 한 달 정도 있다가 입대를 했다.
‘현 상황을 모르는 것이 당연하군.’
“달리 말하면 전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라는 뜻도 됩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어찌 흐르고 있을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이곳으로 출발할 때만 하여도 성벽 위에 시체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 것 같았다.
설마 백두산 성채가 점령이 되었던 걸까? 그랬다가 탈환한 것이라면 지금의 상황은 생각한 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었다.
천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잘됐다. 이번 기회에 네 힘을 제대로 보여 주고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 어떠하냐? 최전방에서 전공을 세우면 네 명성도 올라가겠지.
스승의 말이 맞았다.
이걸 나쁘게만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치열한 전투는 나에게 기회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