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Commander RAW novel - Chapter 201
사령관이 돌아왔다 201화
201 선거(2)
“오호, 그래?”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이 바로 전투 병력이다. 전 세계가 전화로 뒤덮이면 강한 헌터들이 나서 주어야만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군단장급의 인물이 흔하게 있는 건 아니었다.
현재 인류의 헌터들은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강력한 사람은 탄생하지 않고 있었다.
기껏해야 강철수와 제임스 킴 정도가 10군단장에 근접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싸우면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강화 언데드 군단장은 어떨까?
나는 군단장들과 싸워 봤고 제록을 제외한 모든 군단장들의 목을 베었다. 몇 마리의 강화 언데드 군단장이라면 충분히 나머지 군단장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이길 필요도 없다. 그냥 버텨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지.”
“네!”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마치 칭찬을 갈구하는 어린아이 같다고 할까.
하기야, 동굴 안에 처박혀 매일같이 연구만 하는 레이첼이었으니 그런 칭찬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휘이이잉.
백두산 천지.
물이 고여 있는 천지 위에 군단장들이 둥둥 떠 있었다.
10군단장부터 시작해서 4군단장 제록까지 모두 언데드로 변해 있었다.
온몸이 하얀 갑옷으로 덮여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는 언데드가 아니라 순백의 기사로 보인다.
“백색 기사단인가”
“이름 좋은데요? 속은 흑마법으로 살아난 괴물들이지만 겉은 순백의 천사라니.”
“뭐 어때?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거야.”
“어지러워질 거라는 뜻인가요?”
“전쟁이 시작되겠지. 한 번 시작되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그런 끝없는 전쟁 말이야. 그런 순간이 오면 사령술사들도 빛을 볼 수 있다.”
“그게 언제인가요?”
“곧.”
레이첼은 열망에 잠겨 든다.
사령술사라는 직업은 헌터들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시민들은 흑마법사들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자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부역자라는 뜻은 아니지만.
사령술을 익혔거나 그렇게 각성을 하는 경우였는데, 그걸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인식이 좋지 않아 몸을 숨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한 마리씩 덤비게 할까요?”
“아니. 모두 덤비라고 해라.”
나는 몸을 날려 그들의 가운데 섰다.
다섯 기의 군단장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압박한다.
순간적으로 결계를 친다. 이 정도 힘이라면 백두산이 무너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쿠아아앙!
강력한 마기의 덩어리가 작렬했다.
군단장들은 각자 특성이 뚜렷했었는데, 언데드들은 마기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대기가 찢어질 듯이 일렁거렸고 차원의 문이 열릴 듯이 광폭한 소리를 낸다. 하늘을 뒤덮은 마기들은 어떤 물체라도 원자 단위로 쪼개 버린다.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그랬지만, 내 호신강기를 뚫지는 못했다.
“대단하군.”
놈들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움직임을 살폈다.
살아생전의 군단장들과 비교를 해도 결코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 레이첼이 동굴에 처박혀서 연구와 마정석 광산 관리를 병행한 이유가 있었다.
가볍게 놈들의 내구도를 테스트한다.
쾅!
“조심해요! 망가지면 어쩌려구요!”
레이첼은 발을 동동 굴렸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들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소중한 인형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본 소녀 같다고 할까.
나는 피식 웃었다.
“이만하면 됐다.”
레이첼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뒤덮여 있다.
“꽤 강한데?”
“망가질 뻔했잖아요!?”
“안 망가졌으면 됐지, 뭘 그래?”
“흥! 앞으로 이런 식으로 저를 괴롭히면 파업하겠어요!”
“워워. 알겠으니까 그만 화 풀어라.”
“이번만이에요.”
레이첼은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지만, 나는 외모에 속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시체를 사랑하는 네크로맨서다. 그것도 극악한 사령술사였으며 항상 시체 냄새에 절어 있다.
이런 여자는 아무도 감당할 수 없다.
“이번 전투에 써도 될까?”
“그건 아까운데…….”
“안 그러면 많은 사람이 죽는다. 잘못하면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지.”
“으으으.”
당연히 이번 공격으로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는다.
그런 타격을 입으려면 마왕이나 마신이 강림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피해 없이 돌려주세요.”
“이번에 루시퍼가 많은 군단장들을 데리고 올 거다. 그리되면 놈들의 사체는 어떻게 될까?”
“……!”
레이첼은 눈을 부릅떴다.
나는 그녀를 좀 더 자극하기로 했다.
“10군단장 컬렉션. 완성하고 싶지 않아?”
“하, 하고 싶어요.”
“열 명의 군단장. 인류를 위협하였던 군단장들이 네 손에 놀아나게 되는 거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네! 맞아요!”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인형의 집을 사 주겠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소녀의 눈망울. 내가 보기에는 딱 그랬다.
“그래. 그놈들은 너 가져라.”
“네! 고맙습니다!”
레이첼은 나에게 안겨 들려 하였다.
당연히 내 몸에 시체 냄새가 배는 것은 사양이다.
“아야!”
그녀는 엎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거렸다.
“그럼 수고해라.”
“감사합니다!”
“뭐, 사체는 쓸 곳도 없으니까 주는 거야. 나에게는 그리 의미가 없는 물건이거든.”
“저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해요!”
“그래, 그래.”
이슬기와 나는 헬기에 올라탄다.
레이첼은 이 순간에도 달려와서 연신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은 후에 지시했다.
“서울로 갑시다.”
타다다다!
헬기가 날아오른다.
레이첼은 끝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군단장 컬렉션을 모을 수 있다는 열망에 미친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이슬기는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다.
“대단한 여자네요. 어떤 의미로는.”
“네 진급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해 봐.”
“그럼 당연히 열심히 하겠죠.”
“나는 똑같다고 본다.”
“하. 설마요?”
“그 설마가 맞을걸?”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임태수는 수도 없이 빼곡하게 몰려 있는 대중들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도 역시 어깨가 무겁다.
처음 임관할 때만 해도 이런 식으로 엄청난 무게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의지하고 있었다. 인류의 영웅이라 불리는 박수철까지 말이다.
원래 그는 대중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어릴 적 웅변을 할 때에도 그랬다. 말을 더듬거리기까지 했다.
요즘에도 대중들 앞에 서는 데 약간의 부담감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이었다.
“사령관님?”
이수태 보좌관이 그를 불렀다.
“응?”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올라가 봐야지.”
그는 단상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와아아아!”
환호하는 사람들.
박수철의 인기도 상당했지만, 임태수도 마찬가지였다.
박수철이 일선에서 싸우는 영웅이라면 임태수는 인류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했다.
박수철이 군정을 실시하고 나면 그런 부담감은 다소 사라질 것이다.
“저는 오늘 결연한 자세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회의를 거친 결과, 루시퍼가 다수의 군단장을 이끌고 올 것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
“허나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박수철 참모총장의 말에 따르면 루시퍼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많을 거라 예상이 되는 만큼 준비는 필요합니다. 또한 지금 강력한 지도자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선거를 앞당겼으면 합니다.”
“대선을 당기자고요!?”
기자들이 물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3일 후로 당겼으면 합니다. 지금은 비상시국이며 저는 대통령 대행으로 그 문제에 대해 승인합니다.”
여러 가지 반응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무시했다.
지금 상황에서 물러나면 대통령 자리를 비운 상태로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곧 전쟁입니다. 대통령 없이 어찌 전쟁을 수행한단 말입니까?”
“이 발언이 대선에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제 권력에 영향이요?”
“그렇습니다.”
“그걸 따졌다면 선거운동을 했겠지요. 저는 인류를 생각할 따름입니다. 저를 뽑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선거는 앞당겨져야 합니다.”
임태수는 결연하게 말했다.
말을 할수록 사람들도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지금 같은 시국에 대통령이 없으면 안 된다.
“3일 후에 대선을 실시합니다.”
그날 밤.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대충 씻고 정좌를 했을 때가 밤 11시였다.
여동생도 잠들어 있는 것 같았고, 수련을 하기에는 적기다.
집으로 오는 길에 들어 보니 드디어 임태수가 선거에 대해 발표를 한 모양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선거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직권으로 승인을 해 버렸고 3일 후에는 대선이 진행된다.
“그때까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물론 앞으로도 꽤나 할 일이 많을 테지만 그때까지는 수련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창조의 원리에 대해 파 볼 생각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빠?”
“응?”
“오늘 선거야.”
잠깐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런데 선거라니?
“3일 동안 수련을 했어. 정말 독하네.”
“그동안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뭔가 중요한 고비를 맞은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지.”
“중요한 고비라.”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중요한 고비 따위는 없었다.
사실,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지도 몰랐다. 그저 4대 원소에 대해 자세하게 고찰을 하였을 뿐이다.
4대 원소의 고찰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보았다. 그걸 이용하면 금속과 흙을 만들어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뭔가 깨달음을 얻었어?”
“약간의 깨달음이라면 얻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