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19
119. 삼자대면
배후는 쉬이 짐작이 갔지만 문제는……
‘실행범이 대체 누구냐는 거지…….’
결국 이번 사건도 ‘백천회 또 너야!?’ 라는 결론을 내린 장백서였지만 중요한 건 결국 이번 일의 실행범이 누구냐는 것이었다.
‘진호윤한테 쉬이 접근해 친해진 것을 보면 아마 비슷한 또래의 후기지수일 것이고 해 놓은 짓을 보면 거기에 환술이나 사술도 제법 높은 수준으로 익힌 자라는 건데…….’
전자는 눈으로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정보였고 후자는 어지간해서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였다.
성가신점은 눈으로 확일하수 있는 전자의 정보에 해당하는 인물상이 지금 서안에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천하용봉지회 출전을 위해 천하무림에서 이곳 서안으로 수많은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속된 말로 지금 현재 서안에 있는 사람들 중에 반절 이상이 천하무림에서 모여든 젊은 후기지수들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중에서 친구라는 자를 찾아내겠는가?
그렇게 장백서가 골치아파하고 있으려니…
철컥!
“두 사람 다 상태는 좀 괜찮느냐?”
화목연이 병실로 들어왔다.
“자! 나중에 출출하면 먹거라.”
병실의 선반에 선물삼아 가져온 과일바구니를 올려 둔 화목연에게 장백서가 물었다.
“화 공자, 그 친구라는 자에 대해서 뭔가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장백서의 질문에 화목연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친구라는 자를 찾기 위해 정천맹과 협의련, 화산과 종남, 그리고 그들의 지회에 속한 모든 문파들이 동원되었음에도 뭐 그럴듯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는구나.”
화목연의 말에 장백서는 답답한다는 듯 고개를 숙였고 병실의 다른 이들도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침묵이 감도는 도중 화목연이 문득 떠올랐다는 듯 일을 열었는데……
“그런데 동생, 정말 진호윤을 잡은 공로를 나랑 나누어도 괜찮겠어?”
화목연의 그 말에,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일행들이 화들짝 놀랐다.
“자, 장 대협!?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공을 나누다니요?”
“왜 그런 일을…….”
“어머?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천의 후기지수 세 명은 물론……
“사형? 어째서……?”
“응? 그럴 이유가 있나요?”
유한이와 명화 역시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장백서를 바라보았다.
물론
“어머? 여러분은 아직 모르고 계셨나요?”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던 금현아는 ‘아니 그걸 아직 몰랐어?’ 라는 분위기로 그렇게 말했지만 말이다.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는 일행을 진정시키고 장백서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이 이상 눈에 띄어서는 좋을 게 없으니까요, 여 소저, 정 소협, 그리고 당 소저도 제가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은 비밀로 해 주십시요.”
자신이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것을 함구해 달라는 장백서의 부탁에 그들이 당황해서 물었다.
“왜 그런 걸 숨기시는 겁니까 장 대협!?”
“모난 돌은 정을 맞기 마련이니까요.”
짧은 한 마디였지만 그 속에 든 무게는 결코 짧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유한이와 명화 소저도 아시겠죠?”
“네, 평생 비밀로 간직하겠습니다!”
“네~저도 무덤 들어갈 때까지 입 다물게요!”
“음, 그래 마음은 고맙다.”
그렇게 두 사람한테도 확언을 받아 낸 장백서는 금현아와 눈을 마주쳤고 금현아는……
싱긋.
말없이 미소 지어 보이고는 자신의 입술에 검지를 세워 보였다.
그렇게 모두로부터 확언을 받아 낸 장백서는 화목연에게 이어서 물었다.
“결국 천하용봉지회는 언제 진행되는 겁니까?”
“뭐, 일이 이지경까지 왔으니 말이야, 원래 일정보다 조금 뒤로 미뤄지긴 했지만, 앞으로 삼일 이내에는 개최될 거다.”
삼 일.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던 긴 시간 대대로 이어져온 무림 정통의 행사인 천하용봉지회는 개최될 것이고 새로운 용봉이 탄생할 터였다.
‘물론 그런 일은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친구’라는 작자가 서안에 남아 있냐 남아 있지 않냐였다.
남아 있지 않다면?
짜증나는 일이었다.
일은 일대로 벌이고 유유히 도망쳐 버린 백천회의 끄나풀을 놓친 것에 배 아파하겠지만…… 결국 그것뿐인 이야기였다.
진짜 문제는……
‘놈이 서안에 남아 있을 경우, 그리고 그대로 천하용봉지회에 참여하는 경우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니길 바랬지만 언제나 세상 일이란 상상하기보다 더 최악의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었다.
‘만약 그가 이곳에 남았다면 필히 무슨 의도가 있을 터…… 이번에 벌인 일을 봤을 때 이놈이 다시 또 무슨 수작을 벌이면 그 역시 그냥 끝나지는 않겠지…….’
결국 뭐가 어떻게 됐던 장백서는 이번 천하용봉지회에 참가해야만 했다.
***
그렇게 여위하와 정궁의 병문안을 마친 장백서는 그날 밤 조용히 숙소를 나왔다.
역용술을 이용해 몇 번 정도 얼굴과 체격, 그리고 복장을 바꾸어 가며 혹시라도 있을 미행이나 추격을 따돌리며 향한 곳은 서안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나름 비싸지만 그렇다고 완전 고급은 아닌 한 기루였다.
정중히 맞이하는 기녀의 환대를 받으며 장백서는 약속의 인물들이 기다리는 별실로 향했다.
철컥
“기다리게 했습니다.”
조용히 목례하며 들어선 별실에서는 진호풍과 그의 스승 무정정검 성요진인이 장백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스윽.
척
“스, 스승님!?”
“서, 성요진인!?”
들어선 장백서를 향해 성요진인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깊이 고개를 숙이는 성요진인의 행동에 진호풍과 장백서는 당황해 그를 일으키려 했으나 그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부덕한 스승을 대신해서…… 제자의 흉행을 끝내 준 일, 내 모든 마음을 담아 감사를 표하겠네.”
성요진인의 그 말에 말리려던 진호풍 역시 무언가를 느낀 듯 함께 석고대죄를 올리며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했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장백서였지만 그 석고대죄에서 그들의 감사와 슬픔이 너무나도 절절히 느껴졌기에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 요란한 인사가 끝나고 자리에 마주 않은 세 사람.
먼저 입을 연 것은……
“호풍이에게 들었네, 자네가 나와 은밀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원했다고…….”
성요진인이었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호윤이의…… 무념을 갚기 위해서라고 했지…….”
담담히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성요진인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떨림과 오만 가지 감정들이 뒤섞여 파도 치고 있었다.
“질질 끌만 한 이야기도 아니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진호윤…… 진 소협을 속이고 흑자창기공을 익히게 만든 친구라는 자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들으셨을 겁니다.”
성요진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장백서는……
“여러 곳에서 조사를 했지만 아직까지도 이 친구라는 자가 누구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죠, 하지만……실행범인 친구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저는 이자의 배후에 누가 있었을지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끼익!
“그, 그게 정말인가!?”
배후라는 말에 화들짝 놀란 진호풍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성요진인은……
“호풍아…….”
“아, 죄송합니다 스승님”
스윽
너무 흥분한 진호풍을 진정시킨 성요진인은 그 진의를 알 수 없는 깊은 눈으로 장백서를 보며 물었다.
“아직 친구라는 자의 정체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 어찌 뒤에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 단정지은 것인지 알 수 있겠느냐?”
“물론, 이 모든 일을 종남, 혹은 진소협, 혹은 성요진인, 혹은 진 대협과 원한 관계에 있는 이가 벌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인 장백서는 깊게 가라앉은 성요진인의 눈을 똑바로 주시하며 말했다.
“흑자창기공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라면 몰라도 흑자철을 개인이 마련하는 건 매우 힘든 일입니다.”
“흑자철…… 흑자창기공을 익히는 데 필수적이었다던 그 금속 말인가?”
“그게 도대체 무슨 물건이길래…….”
치부를 묻어 버리기 위해 흑자창기공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지워 버린 종남이었다, 당연 흑자창기공의 근원이 되는 흑자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따위를 알 리가 없었다.
“흑자철의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성운철이라는 매우 희소한 금속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이어진 장백서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그렇게 손에 넣은 성운철을 원념과 증오, 그리고 공포와 허기 속에서 죽은 아사자들이 묻힌, 짙은 원념이 배인 땅에 묻고 거기에 사자의 원념과 사기를 증폭시키고 스며들게 할 주술과 사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주술과 사술이란 것이 또 일반인이 어설프게 따라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가 심혈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 것들입니다, 하물며 거기에 사용되는 여러 부속재료들 몇은 중원에서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는 물건들이니…… 이러한 과정을 과연 개인이 해낼 수 있을까요?”
만약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이가 있다고 해도 오히려 이딴 귀찮은 수를 쓸 필요없이 훨씬 간단한 방법이 있었을 터였다.
장백서의 설명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성요진인이 물었다.
“장 공자 자네는…… 자네는 어찌하여 이런 정보들을 다 알고 있는 것인가?”
무림의 큰 어른인 자신도 모르는 일을 너무나도 술술 설명하는 장백서의 모습에 성요진인은 굳은 얼굴로 물었고 이에 장백서는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삼 년 전, 협의지행 중 저는 많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게 중에는 이러한 정보에 해박한 분도 계셨지요…… 이 이상의 이야기는 그분이 원치 않을 터이니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당히 말을 얼버무린 장백서였지만 딱히 두 사람도 무어라 더 묻거나 추궁하지는 않았다, 궁금한 사항이기는 했지만 그들에게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흑자철에 대한 정보의 출처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으음…… 확실히 자네의 말을 들어보니…… 개인이 이 일의 배후라고 보기는 힘들겠군…….”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이를 통해 성요진인 역시 이 일이 개인의 소행은 아니라는 주장에 동의했고 장백서는 성요진인과 똑바로 눈을 마주치고는 물었다.
“진인께서는…… 혹 백천회라는 이름을 알고 계신지요?”
그 한 마디에 성요진인의 몸이 굳었다.
“……솔직히 말해 주셨으면 합니다 ……진인께서 이 이름을 알고 있는지 혹은…… 이 집단에 속해 있는지 모두 솔직히 말입니다…….”
그런 장백서의 말에 잠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던 성요진인이었으나……
“……백천회 ……그 이름은 몇 번 들어보았네, 하지만 나는 그곳에 소속되어 있지 않네.”
“그럼 종남의 다른 이들 중에 이곳에 속한 이가 있는지요?”
성요진인은 천천히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확신은 하지 못하네만…… 이름을 꺼낸 이상 자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네. 그들의 설립이념과 목표를…… 하지만 그런 그들의 설립이념 자체가 종남의 기치에는 맞지 않으니…… 아마 없거나 있다해도 소수일걸세…….”
그런 성궁진인의 대답에 장백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말하는 걸 보니…… 자네는 백천회가 이번 일…… 호윤이를 마두로 만든 배후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끄덕
장백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그의 모습에 성요진인은 입을 다물고 깊이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잠시간의 침묵이 자리에 흘렀고 그 사이 진호풍이 겸연쩍은 얼굴로 장백서에게 물었다.
“그, 미안하네만 나는 그 백천회인지 뭔지 하는 것이 뭔지 몰라서 그런데…….”
백천회라는 이름이 생소한듯 입 속에서 몇 번이나 되새겨 본 진호풍은 곁눈질로 아직도 생각에 잠겨 있는 성요진인을 살피고는……
“도대체 그들이 뭐하는 자들인가?”
그 질문에 장백서는 피식 웃어 보이고는 이내 굳은 얼굴로.
“백도제일주의를 외치는 정신병자들이 만든 정천맹 내부의 비밀결사입니다.”
한 자 한 자 씹어 뱉듯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