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141
141. 습격의 진짜 목적
북무림 세력과 한판 기싸움을 벌인 장백서와 장설린은 지체없이 전대경이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중 장백서는 곁눈질로 장설린의 상태를 살폈다.
장설린은 제갈서후의 당황해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연신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장백서는 생각했다.
‘장설린… 저자가 백천회와 끈이 닿아 있지 않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회귀 전,
정마대전이 터지고 정도무림의 명운이 경각에 달해 있던 당시, 백천회는 지금과 달리 물밑 비밀 결사가 아닌 정도 사회의 주류가 되어 있었다.
물론, 자신들이 정마대전을 일으키기 위해 벌인 갖가지 추잡스러운 짓거리는 모두 비밀리에 묻어버린 채로 말이다.
그리고 주류가 된 만큼 당시 정파무림 고수들의 상당수가 백천회와 선이 닿아 있었다만…그렇지 않은 이들도 당연히 있었다.
특히 고수로 갈수록 백천회에 대한 반감을 가진, 그리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염성 강무정, 도성 한백호에 이어 용성 장설린 역시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애초에 중경에 위치한 강룡문은 요 근래에야 확고한 정도 문파로 자리잡은 곳으로, 그 패도적인 무공과 힘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 때문에 과거부터 긴 시간 동안 정사지간의 문파로 여겨져 왔고.
그런 만큼 백천회, 정도제일주의자들과는 친해질래야 진해질 수가 없는 사이였다.
거기에 더해 귀룡조를 위장해 장설린에게 살인을 뒤집어씌우려고 했던 친구의 행동까지 더해보면, 최소한 현시점에 그녀를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일단 지금은 믿어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장백서는 말없이 눈을 돌렸고 아직도 제갈서후의 분해하던 표정을 떠올리며 혼자 낄낄 거리는 장설린은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그의 뒤를 따랐다.
***
전대경이 말해준 긴급 시 집합 장소는 여산 중턱에 있는 절벽 한 중간에 자리해 있었다.
위 아래 어디에서 봐도 입구를 감싸듯이 돌출된 기암거석의 존재 때문에 안 쪽을 쉬이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그곳으로 장백서와 장설린은 절벽을 타고 올라갔다.
탓!
타악!
회귀 전 벽호공을 익힌 장백서와 맨손 무공을 주류로 익힌 덕에 악력이 비상한 장설린은 별 어려움 없이 절벽 중간의 공동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피 냄새….’
공동의 초입에서부터 옅은 피 냄새를 맡은 장백서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입구의 그 독특한 형태 탓에 고작 몇 걸음 안으로 걸어 들어간 것 만으로 공동 안은 빛 한 점 없는 완전한 어둠에 휩싸였다,
하지만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장백서에게 그런 어둠을 꿰뚫어 보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머지않아 그리 깊지 않은 공동 안 쪽에서 두 사람을 발견했다.
“구 대협!”
공동 안 쪽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것은 거력쌍부 구여혼과 섬광창 묘호였다.
재빨리 그들에게 달려간 장백서는 황급히 두 사람의 상태를 살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른 장설린이 어깨너머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그리 물었다.
“둘 다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닙니다, 외상도 제법 심한 데다가 특히 내상이 심각하네요…….”
두 사람의 전신에는 최소 다섯 가지 이상의 무기로 공격당한 걸로 보이는 크고 작은 외상이 가득했다.
다행히 외상 쪽은 두 사람이 늦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였지만 문제는 내상이었다.
‘압도적인 공력 차를 막아내다 기혈이 뒤틀렸군…….’
무림인에게 있어 내상이란 것은 다양한 이유로, 혹은 다양한 경로로 입게 되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친숙한 것이었다.
게 중에서 내상의 가장 흔한 이유로 꼽히는 것은 당연 공력의 무리한 운용이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공력이 아니라 근육도 자신의 한계치 이상으로 사용하다 보면 찢어져 근육통이 생겨 행동에 지장이 생기고 그런 통증을 무시하고 더욱 무리하면 근육이 녹아 내리고는 하니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강대한 공력과의 정면 충돌이었다.
이것 역시 쉽게 말하자면 검기를 쓰는 절정고수가 검강을 쓰는 초절정 고수와 정면충돌을 했다고 보면 된다.
뭐, 대개는 내상이고 나발이고 이전에 초절정 고수의 검강이 검기를 찢어버리고 절정 고수를 조각내는 게 빠르겠지만, 그 외의 다른 요인, 검술의 능숙함, 혹은 보법의 우위 등 다양한 이유로 정면에서 깨지는 것을 견딘다 해도 검기와 검강이 정면으로 충돌하면 압도적인 경력의 차이 때문에 내상을 입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장백서도 아직 강기를 사용하지 못하던 시절 강기를 상대하게 되면 상대와 검을 맞대지 않거나 조원 같은 특별한 기술을 같이 사용해 경의 차이로 생기는 충격을 해소하고는 했다.
그리고.
장백서가 보건데 두 사람이 입은 상처는 압도적인 공력을 받아내다 생긴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섬서 십대고수에 오른 구여혼과 그 오른팔인 섬광창 묘호를 이리 만들 정도의 공력이라니…….’
초절정의 경지에서도 완숙한 경지에 이른 두 사람이었다.
당연히 장백서의 조원검보처럼 두 사람 역시 힘의 차이를 메우는 기술 하나나 둘 정도는 익히고 있을 터.
그럼에도 그런 두 사람을 정면에서 힘으로 압도했다는 건…… 그 내공의 양이 배 가까이,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차이가 난다는 의미였다.
순간 당금 무림에 그 정도 내공을 지닌 고수가 누가누가 있나 머릿속에서 추리던 장백서였지만 곧, 지금 당장 헤야 할 일은 두 사람을 회복시키는 것임을 떠올리고 급히 손을 움직였다.
장백서가 두 사람의 혈도에 공력을 흘려 급한 불을 끄는 사이 두 사람도 조금씩 정신을 되찾기 시작했다.
“으윽… 넌……?”
“크윽!”
“정신이 좀 드십니까 두 사람?”
정신이 든 두 사람, 구여혼과 묘호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자신들의 내상을 달래주는 장백서를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임시방편은 되었다 생각한 장백서가 손목을 놓았고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장백서를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침묵.
그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장백서였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추상적이기도 한 질문이었지만 동시에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이번 천하용봉지회의 본선 일 회전의 진행책임자인 구여혼과 그녀의 오른팔 묘호가 이 모양이 된 이유, 장백서는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문 구여혼이었지만 곧 입을 열어 자신들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진행위원이 반수가 사망, 혹은 중상을 입은 상태이고 그런 일을 벌인 것은 열 명이 좀 안되는 사파의 고수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파 고수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번 일의 주동자가 바로……
“귀곡쌍도 연파월…… 이건 또 대단한 거물이 튀어나왔군요…….”
“거물은 무슨…… 그저 쓸데없이 강하기만 한 버러지다.”
아무리 다수에게 합공을 당한 것이라 해도 이리 맥없이 당한 것이 분한 듯 구여혼은 그렇게 말했다.
여하튼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구여혼과 묘호는 시합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진행위원간의 연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사태 파악을 위해 행동하던 중 사파고수들의 습격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필사적인 도주 끝에 이곳까지 도망쳐 주적을 따돌릴 수는 있었지만……
“우리가 녀석을 눈치채는 게 늦은 탓에 놈은 우리의 대화를 엿들었다, 지금쯤이면 숨어 있는 적랑대, 내 부하 놈들을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겠지, 그놈들보다 먼저 부하들을 찾아와야 한다.”
구여혼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장백서가 물었다.
“숨겨놓은 적랑대의 수와 수준은 어느정도 됩니까?”
“대략 이십, 내 부하 놈들 중 가장 쓸만한 녀석들만 모은 거다, 개중 두 명이 초절정 고수고 나머지 열 여덟은 절정의 고수다.”
과연, 섬서 제일의 낭인대라 불리는 만큼 적랑대의 전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초절정 고수만 네 명에 절정 고수도 열을 훌쩍 넘으니 어지간한 중소문파들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생존해 있는 진행위원의 수는 총 여섯, 그 중 구여혼과 묘호는 사울 상태가 아니니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전력은 겨우 넷, 나를 더해도 다섯…… 거기에 두 명이 더해진다 해도…….’
당장 구여혼과 묘호가 말한 사파고수들 중에는 장백서가 격퇴한 혈원겸 방모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말은 즉슨 두 사람을 처리하기 위해 몰려간 이들이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열은 확실히 넘길 터이나 아마 스물은 넘기지 않겠지…… 아니 않기를 바래야겠군.’
물론 전체 수로 따지면 이쪽이 훨씬 우위에 있기는 했다.
적랑대 소속의 열 여덟의 절정 고수와 여차하면 참가자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수의 격차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초절정 고수 한 명, 한 명이 가지는 무게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물며 그들은 그냥 초절정 고수도 아니라 갖가지 더러운 일과 살육을 밥 먹듯이 저질러 온 인간백정이나 다름없는 자들이었다.
제대로 된 실전경험이 거의 전무한 무림초출의 참가자들이 전력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우선은 다른 진행위원들과 합류하도록 합시다, 북무림의 후기지수들을 지키고 있는 전대경 대협이 있는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이후 바로 적랑대를 찾으러 갈 것인가, 아니면 일단 전대경과 합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장백서와 구여혼이 잠시 말다툼을 했지만, 결국 구여혼이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만신창이가 된 두 사람만으로는 뭘 할 수도 없었고 결정적으로 장백서가 이번 본선 일 회전 진행책임자로서의 책임감을 들먹인 것이다.
그렇게 장백서는 두 사람을 데리고 북무림의 후기지수들이 있는 근거지로 향했다.
비교적 상처가 적은 묘호는 본인의 발로 직접 이동했지만 부상이 심한 구여혼은 장백서가 업고 이동해야 했다.
“쳇, 어린 놈이 쓸데없이 덩치만 커서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사파고수들의 습격을 대비해 은밀히 이동하던 그들이었으나 곧 보고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처음 들린 것은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곧 이어 들려온 것은 쇠붙이가 인간의 몸을 파고드는 불길한 파육음이었다.
이어서 코 끝을 간질이는 진한 혈향까지.
근처에서 무언가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
장백서와 업힌 구여혼, 그리고 장설린과 묘호는 급히 쇠소리와 비명, 그리고 혈향의 진원지로 달려갔고 거기서 발견한 것은……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과 거기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다섯 사람의 모습.
그리고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해내거나 공포에 질려 우왕자왕하는 남무림 후기지수들의 모습이었다.
그런 남무림의 후기지수들을 감싸듯이 해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은……
“추혼검객 유성조, 그리고 기련공협 공경우!”
두 사람 다 이번 여산만인투의 진행위원들이었다.
그리고 그 두사람을 밀어붙이고 있는, 후기지수들을 습격한 범인들은 셋 다 독특한 외견적 특징을 가진 이들이었다.
오척 단구의 노인, 보통 성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한, 그리고 남자이면서 여성의 복식을 하고 있는 괴한까지……
개성적인 삼인조였지만 동시에 장백서에게는 익숙한 삼인조이기도 했다.
어찌 그들의 얼굴을 잊을 수 있겠는가?
이전 협의지행 당시, 강준표와 남궁정민을 쓰러트린 장백서와 일행들을 마지막으로 위협한 그들의 모습을!!
‘하긴, 원래가 백천회의 밑에서 칼로 일하던 자들, 이번 일에 끼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지…….’
그리운(?) 삼인조의 등장보다 장백서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는 건 다름아닌 남무림의 후기지수들이 습격당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남무림, 즉 정천맹이야 말로 현 백천회의 숙주였고 그 정천맹이 속한 문파의 후기지수들은 말하자면 미래의 백천회 새싹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장백서는 북무림의 후기지수들이라면 몰라도 남무림의 후기지수들이 습격당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총 세 명의 사파고수들이 그들을 습격했고 그 습격으로 벌써 몇 명이나 되는 사망자들이 나온 상태였다.
‘경쟁 관계인 북무림의 후기지수들이라면 모를까 저들의 숙주나 다름없는 남무림의 후기지수들을 건드린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빠르게 생각을 바꾼 장백서는 급히 전황을 살폈고 곧 사파 세 고수와 맞서고 있는 이들.
그들 중 이미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
중소방파와 명문거파.
죽은 이들은 중소방파의 제자들이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명문거파의 제자들이었다.
그 순간 장백서의 머릿속에서 몇 가지 단어들이 한 번에 떠오르며 회오리 쳤다.
목록, 명문거파, 중소방파, 사파의 고수들 그리고 표적.
‘즉, 명문거파의 제자들은 목록에 이름을 올려 살려두고 그 외의 후기지수들은 죽인다는 건가? 아니, 구태여 표적을 지정해 확실히 나를 죽이려 했던 것을 보면 저들 역시 꼭 죽일 필요가 있었다면 표적으로 지정했다면 그만일 터 그 말인 즉슨…어디까지나 중소방파 후기지수들의 죽음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란 뜻이 된다.’
목록에 오른 이들은 왜 살려두고 표적조차 아닌 이들을 왜 죽이는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그 끝에 장백서는 사파의 고수들이 왜 이번 일에 대대적으로 동원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내부에서 공작질을 하는 친구를 숨기고 백천회와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한 눈속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건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저들은 공포와 미움, 그리고 증오를 심어주려는 것이었다.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이들을 죽이고 그렇게 잔인하게 죽어가는 정파동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살아남은, 아니 살려 둔 목록의 후기지수들, 향후 정파 무림의 주축이 될 이들에게 사파에 대한 공포, 그리고 피로 새겨진 미움과 증오, 뿌리깊은 편견을 심어 이후 그들이 성장했을 때 백천회의 입맛대로 움직이기 쉬운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진짜 목표였던 것이다.
즉, 세뇌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