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15
215. 별세계유람록
금룡장과 서궁정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해결한 후.
장백서는 처음 계획대로 귀의와 깊은 교분을 다질 수 있었다.
특히 귀의가 흥미를 보인 것은 장백서가 가진 의학에 대한 지식이었다.
장백서는 회귀 전 각국의 의학서를 독파했고 그렇게 얻은 지식은 귀의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던 것이다.
장백서는 자신이 가진 의학지식을 아낌없이 풀었고 어느새 두 사람은 허심탄회하게 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귀의와 친해진 장백서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소림의 산문, 그리고 진마동에서 마주쳤던 수수께끼의 소녀가 귀의의 암자에 뺀질나게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소녀의 존재도 소림을 의심하는데 꽤 큰 영향을 미친 만큼 장백서는 그녀의 정체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귀의에게 솔직히 물어보기도 했지만…
“용아라고 불러라, 그리고 그 이상의 건 알려 하지 말고.”
라고 말하며 소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을 꺼렸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그녀가 그 뒤에 덧붙인 말이었다.
“어차피 알려줘 봤자 믿지도 않을 테고….”
장백서는 그 말이 어쩐지 익숙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곧, 천하용봉지회에서 만난 소림의 금향오가 그와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도대체 저 소녀가 누구이길래…?’
신경이 쓰이는 만큼 소녀를 자세히 관찰한 장백서였으나… 결국 별다른 건 알아낼 수 없었다.
오히려…
꾸욱 꾸욱.
“왜 그러느냐?”
귀의와 의학에 대한 이애기를 나누는 중 용아가 장백서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암자의 한 쪽을 가리켰다.
“……잡을게.”
용아가 가리킨 곳에는 자그마한 토끼가 한 마리 풀을 씹고 있었고 그녀는 그 토끼를 잡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켜봐 달라는 듯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려무나.”
마주 고개를 끄덕여주자 용아는 천천히 풀을 씹는 토끼의 뒤로 다가갔고 이내 휙 하고 몸을 날렸다.
폴짝!
하지만 토끼는 그녀가 몸을 날리는 순간 도망을 가버렸고 용아는 얼굴을 풀숲에 박고 말았다.
“괜찮느냐?”
혹시 다치지 않을까 다가가보니 용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장백서의 앞으로 다가와서는…
“…아까웠어!”
“그러니?”
아무리 봐도 어림도 없었지만 그렇게 말하니 동의해준 장백서였다.
이렇듯, 용아는 이상할 정도로 장백서에게 친근하게 굴었다.
처음에는 귀의의 암자에서 만났지만 점점 장백서와 일행이 묵는 숙소로 찾아오는 일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비슷한 나이 또래의 소현이와 소소와 만나는 일이 많아졌고 지금은 완전히 의기투합해서 함께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다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 번 자리를 마련해 그녀의 정체를 제대로 묻고 싶은 장백서였지만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또 그러기도 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던 중, 드디어 현진으로부터 호출이 왔다.
백천패와 혈화경.
이 두 가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다만…
“귀의, 왜 따라오시는 겁니까?”
“심심해서”
“…….”
일이 일인 만큼 귀의를 떼어놓고 가는 게 맞겠지만 회귀 전의 은혜가 있는 만큼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장백서였다.
“후우, 따라오시는 건 좋으나 앞으로 듣게 될 이야기는 함구해주십시오.”
“그러도록 하지~”
그렇게 두 사람은 현진의 방으로 향했고 곧 현진을 만날 수 있었다.
“오, 오오 왔구만 장 공자, 그리고 귀의까지….”
귀의가 따라온 것이 의외였는지 현진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의외인 걸로 따지면 현재 현진의 몰골이 훨씬 의외였다.
“꽤나 고생하신 모양입니다.”
“허허, 그런 셈이지.”
현진은 몇일은 제대로 씻지도 자지도 못한 듯 초췌한 모습이었다.
소림 지식의 보고 장경각을 싹 뒤지며 백천패와 혈화경의 정보를 찾는 것만 해도 큰일이었거만 장백서가 금룡장에서 벌인 일도 수습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다 시주의 덕이지.”
“하하하, 아닙니다 다 대사의 복이지요.”
“허허허허허허허.”
“하하하하하하하하.”
은근히 그런 점을 강조하는 현진이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는 장백서였다.
‘애초에 등 떠민건 소림이니까!’
물론 그런 걸 감안해도 좀 거하게 휘저은 감은 있었지만 말이다.
가볍게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뒤, 현진은 두 사람을 자리에 안내하고 장백서에게 받은 백천패와 혈화경을 탁상에 놓았다.
그리고 백천패를 그들 쪽으로 밀면서 입을 열었다.
“우선 백천패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도록 하지.”
“…….”
“먼저 미안하다는 말부터 먼저 전하겠네, 이 백천패라는 물건… 나도 여기저기 열심히 찾아봤지만 마땅히 이거다 하는 정보는 얻지 못했네, 다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 물건을 만든 이가 상당히 뛰어난 장인이라는 사실일세”
현진의 말에 따르면 백천패는 단순히 무식하게 주물로 찍어낸 물건이 아니며 특히 마무리와 후처리 가공에 사용된 기술이 일반적으로는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기술인 모양이었다.
“이런 기술에도 사람에 따른 각자 고유한 개성이 나오기 마련일세, 하물며 이 정도로 뛰어나고 독특한 기술이라면 더욱이 작업자를 특정하기 쉽지, 나로서는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수준 높은 장인들은 그들끼리의 연락망과 교류가 있다하니 그들을 찾아 이걸 보여주면 나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야.”
“그런가요….”
“미안하네,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별다른 정보를 전해주지 못해서.”
“아닙니다, 최소한 단서는 주셨고 무엇보다 본론은 이게 아니니까요.”
끄덕
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혈화경으로 손을 뻗었다.
스르르르륵
혈화경을 들고 한 번 훑어본 현진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일단 한 가지 단언하도록 하겠네.”
현진은 책의 한 장을 장백서를 향해 펼쳐 보이고는 말했다.
“이 책에 적힌 글은… 결코 이 세상의 문자가 아니라네.”
“이 세상의… 글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이세상의 것이 아니라면 저세상의 것이라도 된다는 건가?”
귀의가 우습다는 듯 그리 말했고 장백서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절레절레
이에 현진은 고개를 젓더니 탁상 한 쪽에 올려둔 함의 뚜껑을 열었다.
스윽
거기서 나온 것은 두루마리였다.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두루마리는 얼핏 보아도 백 년은 거뜬히 넘겨보이는 오래된 물건이었다.
아니 두루마리의 형태를 보건데 백 년은 커녕 어쩌면 몇 백년도 더 된 물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두루마리의 윗단에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별세계유람록-
이것이 이 책, 아니 두루마리의 이름인 모양이었다.
“…특이한 제목이군요, 외국을 여행한 사람의 기록인가요?”
“직접 읽어보시게.”
“…….”
현진의 권유에 장백서는 별세계유람록을 조심스레 풀어 읽기 시작했다.
두루마리가 워낙 오래된 물건인지라 혹시 찢어지거나 바스라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읽어가던 장백서의 얼굴이 서서히 일그러져갔다.
그리고 두루마리를 중간까지 읽었을 즈음해서는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뭡니까 이거? 동화나 길거리에서 파는 닷푼 소설 같은 겁니까?”
절레절레..
“아니네, 본 문의 먼 옛날 어른께서 쓰신 일지라네.”
“…이게 말입니까?”
두루마리가 담고 있는 내용은 실로 황당한 것들이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광정, 현진의 말에 따르면 옛 소림의 무승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광정이 어느 날 갑자기 이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떨어지게 되었고 거기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별세계유람록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묘사되는 다른 세상, 즉 별세계의 묘사는 황당 그 자체였다.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지도, 기이한 요술을 부리는 사람들, 인간에게 공격적인 괴이한 괴물들까지.
그야말로 별세계였다.
중원 밖의 타국에 대해서 나름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장백서였지만 별세계유람록에 기록된 이야기는 그 무엇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잠시 두루마리를 줘 보겠나?”
“네…….”
이미 별세계유람록에 대한 신뢰를 다 잃은 장백서는 별 대수롭지 않게 두루마리를 넘겼고 현진은 쓴웃음을 짓고는 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두루마리를 쭉 풀어서는 어떤 한 부분을 보여주었다.
“읽어보시게.”
“……”
무어라 불평이라도 하고 싶은 장백서였지만 일단은 그가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가 펼친 부분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래, 혈화경에 적혀 있던 그 문자네.”
놀랍게도 그곳에는 혈화경, 그리고 수잔방의 비처와 패왕성의 비고에서 보았던 그 기이한 문자가 적혀 있었다.
“이게 왜….”
그것을 확인한 장백서는 급히 글의 앞 뒤 내용을 확인했다.
그 부분에 적힌 것은 광정이 별세계에서 만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였다.
별세계라고 해도 그곳 역시 이곳과 같은 사람이 사는 세상이었고 당연히 사람 사는 곳이니 종교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대중적이고 정상적인 종교 이외에도 기괴막측한 힘을 다루고 사이한 존재를 숭상하는 사이비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그 사이비에 대해 다루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비들이 숭상하던 경전, 그 경전에 적혀 있던 글자를 필사한 것이 바로 현진이 보여준 부분이었다.
“…….”
“광정께서 특히 별세계의 신비학에 대해서 많은 기록을 남기셨는데 그분의 언급에 따르면 두 세상의 환경적 차이, 그리고 문화적 차이에 따른 신비학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해가 가능한 범주 내에 있었다고 하더군, 하지만 이 사이비 놈들의 힘은 달라, 광정께서 남기신 기록에 따르면 그들이 다루는 힘은 우리 세계는 물론 별세계의 규칙과도 다른 완전히 이형의 것이라 하더군.”
이해할 수 없는 이형의 힘.
그 부분에서 장백서는 백천패와 혈화경을 사용해 인간이 아닌 그 무언가가 되었던 강준표를 떠올렸다.
‘설마…!?’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별세계라는 황당한 이야기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장백서가 혼자 끙끙대고 있으려니 그 사이 두루마리를 읽어보고 있던 귀의가 입을 열었다.
“이 두루마리의 이야기가 완전히 허구는 아닌 것 같아.”
“네?”
그리 말한 귀의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겹겹히 두른 천들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 아니 그녀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회귀 전에도 보지 못했던 귀의의 맨 얼굴에 장백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인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