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29
229. 천뢰삼장
강호무림에는 수많은 무공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수많은 무공 중에서도 뇌기를 사용하는 무공은 그리 흔치 않았다.
비슷하게 드문 무공으로 열양지공이나 음한지공을 꼽기도 하지만 뇌기를 사용하는 무공은 그보다 훨씬 드문 편이었다.
연공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뇌기 그 자체가 워낙 강맹한 기운이다 보니 다루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 손 안에 머금은 뇌기를 삼 등 분 한 뒤, 이를 회전시켜 위력을 극대화시키는 수법을 사용하는 장법은 천하를 다 뒤져봐도 단 하나밖에 없었다.
천뢰삼장.
남궁의 비전 장법이자 검가인 남궁의 것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상승에 속하는 장법이었다.
“…이상, 뭐 반박할 거리라도 있나? 이처럼 특이하고 드문 무공이 천하에 또 있을 리 없으니 네놈이 남궁의 사람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지.”
신나서 떠벌거린 장백서는 암검에게 반박할 거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게 어쨌다는 거냐?”
비꼬는 것에 가까운 장백서의 말에 암검이 인상을 찌푸리며 회천신검을 쏘아왔다.
푸화아아아아악!!
연파월의 귀곡편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검강의 회오리가 정면으로 쏘아져왔다.
하지만 장백서는 그에 아무런 두려움도 없다는 듯 검을 휘둘렀다.
서걱!
푸화아아아아악!
“뭐!?”
너무나도 쉽게 회천신검을 파훼한 장백서의 모습에 암검의 눈을 휘둥그레 떠졌다.
장백서가 이전에도 몇 번 회천신검을 받아낸 적이 있었지만 저처럼 쉽게 받아내지는 못했을 터였다.
“그런데 어찌….”
‘딱 이 정도인가….’
경악하는 암검과 달리 장백서는 담담하게 암검에 대한 평가를 정리했다.
‘암검은 강하다.’
탈인이라는 초월적인 경지에 오른 만큼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직 연혼만검기공을 연공하지 못한 현재의 장백서에게는 상당한 강적임이 분명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패의 향방이 급격히 기운 것은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압도적인 경험 차이 때문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단순한 전투의 경험이 아니라 탈인의 경지에 오른 절세고수끼리의 전투 경험을 말하는 것이었다.
정마대전 당시 항마십팔성을 위시한 정도의 수많은 절세고수들과 혈전을 벌인 장백서였다.
그만큼 장백서는 초고수와의 싸움에는 이골이 나있었던 것이다.
과장하나 안 보태고 평화로운 당금의 무림에서 장백서 만큼 절세고수와의 전투 경험을 쌓은 이는 단연코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암검도 장백서와 비교하면 경험 부족이었다.
싸움 도중 격공진력의 수로 움직임을 막으려 하는 어설픈 술수부터 시작해서 허공섭물을 푸는 데 눈 한 번 깜빡 할 시간이 걸리는 모습까지.
비슷한 수준의 고수와의 전투 경험이 부족한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검제 휘하의 인물인 만큼 두 사람이 대련이나 비무로 서로 실력을 갈고 닦았을지도 모른다 걱정했던 장백서로서는 꽤나 김빠지는 상황이었다.
이로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검제와 암검이 서로 손속을 겨루어 본 적이 몇 없거나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아마 검제가 암검을 견제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보이는 바대로라면 암검의 나이는 이립 후반 정도, 그에 반해 검제의 나이는 환갑을 넘긴 지 오래다.’
떠오르는 태양과 지는 태양, 제 손으로 키운 호랑이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을 경계했다고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그 좀스러운 행동이 내게는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말이야.’
“이놈!!”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도 가볍게 막혔다는 사실에 화가 난 암검은 거듭 회천신검을 날려왔다.
쿠오오오오오오오!!
사막의 용권풍이 현신한 것 같은 압도적인 파괴의 격류!
하지만 더 이상 그의 수법은 장백서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서걱!
촤악!
장백서는 덮쳐오는 모든 회천강기를 피하고 져내며 베어나갔다.
두 사람 사이의 힘의 역학구도는 이미 명확했다.
‘빌어먹을!’
그리고 이러한 현실을 암검 역시 아플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놈은 나보다 강하다!’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싸움의 결과 나온 결론이었고 이제 와서 부정해보았자 바뀌는 건 그 무엇 하나 없었다
이미 승패의 향방이 갈린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미련하게 끝까지 싸우다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암검이었다.
‘놈의 눈을 가리고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
지침이 정해졌고 그에 따른 행동은 즉각적이었다.
쿠오오오오오오!!
암검의 전신을 둘러 싸듯이 회천의 강기가 전개되었다.
직후 그것들이 피아를 가리지 않고 사방 팔방으로 뻗어 나갔다.
노리는 건 장백서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공격은 누군가를 노린 것 부터가 아니었다.
건물을 붕괴시키고 이어서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한 순간이라도 장백서에게서 틈을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를 보며 장백서는 실소를 터뜨렸다.
“어째 하는 짓이 연파월이랑 똑같냐?”
직후.
콰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사방으로 날뛰며 건물을 붕괴시킨 회천강기가 거리로 떨어지려는 순간 거리 곳곳에서 날아든 인영들에 이를 막아냈다.
“무슨!?”
그의 회천강기는 한줄기 한줄기가 필살의 위력을 담은 절초인지라 초절정의 극에 달한 고수라 해도 정면으로 막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를 정면으로 받아내려면 그와 같은 수준, 즉 탈인의 경지에 오른 절세고수여야 가능할 터였다.
그런 암검의 의중에 답하듯 회천강기를 막아낸 이들이 완전히 붕괴된 객잔 기둥 위에 하나 둘 내려섰다.
“어째서…!?”
그리고 그 면면들을 마주한 순간 암검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제대로 꼬리를 드러냈구나.”
처음 말을 꺼낸 이는 건장한 체격에 머리를 민짜로 민 승려였다.
신승 현공.
협의련의 부련주이자 현 소림의 장문인인 금강승 현도의 사형이었다.
“하하! 그때의 꼬마가 고작 몇 년 만에 나와 같은 경지에 이르다니, 감회가 새롭군!”
이어서 말을 꺼낸 것은 백의 무복에 마찬가지로 새하얀 검집에 담긴 도를 허리에 찬 사내였다.
천하도 한백호.
정마대전이 벌어진 회귀 전 세상에서는 도성이라고 불렸던 사내였다.
“동생이 말했던 그 협객이 너였군….”
익숙한 면면들에 이어 처음 보는 얼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립 중반 정도로 보이는 근육질의 남자.
그의 이름은 황보위호로 황보세가의 장남이자 소가주, 그리고 황보위향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오빠였다.
“실로 재밌는 상황이군.”
이어서 입을 연 것은 머리를 틀어올린 근엄한 표정의 도사였다.
매화선자 소운학.
화산의 현 장문인이었다.
“딸애가 신세를 졌군!”
마지막으로 말을 꺼낸 것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거친 풍모의 중년 사내였다.
수왕가의 가주이자 원지여의 아버지인 맹투황 원정수였다.
협의련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다섯 명의 절세고수.
그 모두가 이 자리에 등장한 것이었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암검은 눈 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자신이 완전히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암검이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타앗!
파앗!
그들 다섯 명 이외에도 한가락 해 보이는 고수들이 속속 자리에 모여들었다.
최종적으로 자리에 모인 이들은 총 열 두 명.
그중 현숙한 여성 고수가 대표로 나서 절세고수들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그녀의 물음에…
“확실하오 남궁의 천뢰삼장이.”
“척 보면 척이지.”
“나도 그리 생각하오.”
“본인도 마찬가지요.”
“천뢰삼장이요, 분명하오.”
싸움의 시작부터 현 상황에 이르기까지, 멀리서 기척을 숨긴 채 관망하던 다섯의 절세 고수는 암검이 천뢰삼장을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증언했다.
이에 암검의 안색이 이 이상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파래졌다.
그리고 급히 고개를 돌려 이 모든 상황의 주동자를 노려보았다.
피식-
죽일듯이 노려보는 암검을 보며 장백서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암검의 생각대로 이 모든 상황을 만든 건 장백서였다.
‘빤히 올 줄 아는 놈을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이유가 없잖아?’
앵화에게서 암검이란 자의 존재를 들은 그 순간.
장백서는 다음 살수로 그가 올 것임을 확신했다.
일행의 안전, 그리고 암검의 요격을 위해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는 동안 장백서는 깨달았다.
‘이거 겁나 좋은 기회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후 행동은 거침이 없었다.
장백서는 흑점을 통해 소림과 화목연, 그리고 협의련에 연통을 넣어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서 암검이 남궁 세가의 무공을 쓰는 순간을 증언해 줄 증인들을 준비해 달라 부탁했다.
암검이 탈인의 경지에 오른 절세고수인 이상 시내 번화가라는 환경을 고려해도 들키지 않으려면 같은 탈인급의 고수가 필요했다.
당연히 그 정도 고수는 협의련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였고 하나같이 문의 요직을 맡고 있었다.
솔직히 한 두 명이라도 와주면 다행이라 생각한 장백서였다.
허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현재 협의련에 속한 다섯명의 절세고수가 모두 이 자리에 모여서 암검과 남궁세가와의 관련성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솔직히 반쯤은 도박에 가까운 작전이었지만 결국 암검은 남궁세가의 무공을 썼고 이는 앞으로 협의련이 움직이는데 있어 무엇보다 확고한 명분이 되어 줄 터였다.
으득!
자신이 완전히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안 암검은 이를 악물었고 곧 결단을 내렸다.
쿠오오오오오오!
암검은 중단전의 힘으로 급히 주변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놈!!”
“동귀어진의 수다!”
암검의 이변을 알아차린 다섯명의 절세 고수가 급히 몸을 날려 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주변의 기운과 자신의 내공, 그리고 남은 생명력까지 모두 끌어올린 암검의 마지막 발버둥이 다섯 절세고수의 공격과 맞부딪혔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강기가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며 주변 일대를 가루로 만들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객잔 일대는 물론 상남 시내 한 가운데가 통째로 갈려나갈 수도 있는 상황!
후우우웅!
그 순간 장백서가 강기의 폭풍우를 뚫고 파고들었다.
“끝이다.”
촤악!
장백서의 검이 암검의 몸을 사선으로 가로질렀다.
모든 내공을 동귀어진의 수를 쓰는데 사용한 암검의 호신강기는 간단히 갈라졌고 이내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가 터져 나왔다.
푸확!
유연조차 남기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져 가는 암검을 보며 장백서는 작게 뇌까렸다.
“이 순간부터 무림의 판도는 크게 바뀌게 될 거야.”
패왕성의 천하행진으로부터 삼십 년.
고착되어 왔던 무림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