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1
281. 자연검
처음 이상을 느낀 건 바람 때문이었다.
무상검의 파도를 성류검법으로 무산시킬 때마다 작은 돌개바람이 일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무상검이 전개될 때마다 대기가 요동치고.
무상검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심하게 요동치니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유심히 무상검을 살핀 장백서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무상검은 심검과 자연검을 합친 기술이군.”
“……!”
검성이 이제껏 보인 적 없는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곡을 제대로 찔렀나보군!’
회심의 미소를 지은 장백서였으나…
“무상검?”
검성은 무상검이란 이름에 더 관심을 보였다.
“무상검, 무상검, 무상검이라….”
갸웃
예상과 다른 검성의 반응에 장백서가 의아해하고 있으려니…
“멋진 이름이군요 앞으로 제 검술을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러니까.
‘이제껏 자기 검술에 이름도 안 지어주고 있었단 말인가?’
스스로 만든 검술 열 두개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이름을 붙인 장백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다.
검성이 의외의 이유로 놀랐듯이 장백서 역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경악했다.
“심검과 자연검의 융합, 그건 정답입니다.”
검성은 선선히 무상검의 비밀을 인정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래서 뭐가 바뀌는 것이 있는지요?”
“…….”
검성의 말 대로였다.
자연검의 경지는 총 세 단계로 나누는데.
가장 낮은 단계부터 초인경 수인경, 그리고 풍인경이라 부른다.
이름 그대로 초인경은 풀잎이나 낭창한 나뭇가지를 검으로 다루는 경지.
수인경은 흐르는 물줄기를 검으로 다루는 경지.
마지막 풍인경은 흐르는 바람을 붙잡아 검으로 다루는 경지였다.
말이야 쉽지만 자연검, 특히 그 중에서도 풍인경의 경지에 달한 검객이 천하에 몇이나 있을까?
극에 달한 자연검을 심 삼고 거기에 심검을 더해 탄생한 천하무쌍의 절기가 바로 무상검이었던 것이다.
입문 난이도만 따지면 탈인의 경지를 요구하는 연혼만검기공조차 무상검에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검성이 보이는 자신감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장백서가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기군.”
“후후, 피차일반이지요.”
장백서의 불평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검성이었다.
“무상검의 비밀을 풀어내면 뭐가 바뀌냐고 물었지?”
“네, 그렇지요 바뀌는 게 있었나요??”
여전히 태연하기 짝이 없는 검성의 얼굴을 보고 장백서가 씨익 웃어보였다.
“어, 있어.”
말과 동시에 장백서를 중심으로 두 번째 공역이 전개되었다.
두 개의 공역을 각각 다루는 공역의 극의가 사용된 것이었다.
“흐음?”
장백서가 펼친 두 번째 공역을 검성이 흥미로운 듯 지켜보았다.
그러는 사이 첫 번째 공역과 달리 크게 퍼져 나간 두 번째 공역이.
검성의 공역에 섞여들 듯이 흐릿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공역의 밀도가 낮은 만큼 주변 기운의 주도권에는 거의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장백서의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검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하는 행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지만 장백서가 도대체 뭘 노리고 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내 고민하기를 포기한 검성이 무엇이 변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무상검을 전개했다.
후우우우웅!
이전과 다를 것 없이 무수한 수의 무상검이 장백서를 노리고 쏘아졌다.
처음 사방을 감싸는 방식으로는 장백서에게 마땅한 타격을 줄 수 없었기에 이번에는 한 방향으로 무상검을 집약시킨 검성이었다.
범위와 방향이 한정된 만큼 무상검의 돌파력은 전보다 더욱 강했고 그에 맞춰 장백서도 정면 충돌은 피하며 성류검법으로 깎아내는 식으로 전법을 바꿨다.
그렇게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 검성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무상검을 쓰기 불편해졌다.’
말 그대로 무상검을 전개하는데 무언가 거슬림이 있었다.
공세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검성은 거슬림의 원인을 찾아 헤맸고 머지않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바람의 흐름이….’
이제껏 자유자재로 다루어 온 바람이 묘하게 이질적이게 변해 통제에 품을 더 들여야 했다.
‘방금 전에 펼친 두 번째 공역 때문인가?’
장백서가 펼친 두 번째 공역.
이것의 역할은 검성이 장악한 기운의 주도권을 빼앗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간섭하는 것은 바람의 흐름 그 자체였다.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엷게 펼쳐진 공역이라 해도 주변 바람의 흐름을 조금 흔들어 두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뽑아 전개되는 무상검에는 시간제한도 내공의 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한계는 오직 정신력의 한계뿐!
‘그렇다면 그 정신력을 깎아내주마!’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싸움법이야말로 장백서가 가진 가장 큰 장기였다.
검성의 공세에 주저함이 생긴 것을 눈치챈 장백서는 방어일변도로 운용 중이던 어기성강 중 여섯 자루를 날려 검성을 요격했다.
콰아아아아앙!
완성된 연혼만검기공으로 벼려진 천추진마검강은 한 자루 한 자루가 일격 필살의 힘을 담고 있었다.
더욱이 그 칼 끝에 성류 검법의 묘리가 더해지니 이를 막을 자가 누가 있겠는가?
무상검을 전개하는 데 느껴지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검성은 무상검을 극한으로 전개했다.
그렇게 전개된 무상검은 덮쳐오는 여섯 자루 어기성강을 요격하는 것은 물론 방어수단이 반으로 줄어든 장백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콰콰콰쾅!!
어기성강이 반으로 준 만큼 방어에 틈이 생긴 장백서였지만…
우우우웅!
막지 못한 공격은 연혼만검기공으로 심검으로 화한 육체와 외공을 믿고 정면에서 받아냈다.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해도 검성의 공격은 장백서에게 닿았고 장백서의 공격은 검성에게 닿지 못한 상황.
그럼에도 초조함을 느끼는 것은 검성 쪽이었다.
“칫!”
혀를 찬 검성은 장백서에게 쏟아지는 무상검의 피상공세를 줄이고 자신의 공역에 집중했다.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두 번째 공역을 없애려 한 것이었다.
다만…
‘쉽지 않겠군….’
장백서의 두 번째 공역은 검성의 공역에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섞여드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기에 밀어내거나 철거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였다.
“큭, 하하하하하!!”
한참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와중에 검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직후 그녀의 목을 노린 어기성강이 무상검의 벽이 얇은 곳을 노리고 쏘아져 왔다.
검성은 가벼운 움직임으로 그 공격을 피하고 박장대소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내…
촤아악!
검성 주변의 물이 솟구치며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이미 풍인경의 경지에 도달한 검성이 수인경, 물로 무상검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쯧!”
두 번째 공역으로 물에도 간섭해보려 한 장백서였지만 이내 포기했다.
밀도가 낮고 실체가 흐릿한 바람에 비교하면 물은 밀도나 실체가 훨씬 뚜렷한 객체였다.
흐릿하고 엷게 펴진 두 번째 공역으로 간섭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사이 물로 이루어진 무상검들이 장백서를 향해 쏘아졌다.
자신의 묘책이 파훼 되었음에도 장백서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나쁘지 않다!’
우선 물로 만들어낸 무상검은 바람으로 만들어낸 것과 달리 그 실체가 뚜렷이 보여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바람을 붙잡아 만든 무상검에 비하면 강물로 만들어낸 무상검은 그 숫자가 훨씬 적다는 것이었다.
촤촤촥!
물로 만들어진 무상검이 터지고 부서지며 장백서의 몸에 강물을 뿌렸지만 장백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바람에 비해 물은 비중이 높으니 그 만큼 만들어내는 데 더 품이 드는 모양이군….’
대신 품이 드는 만큼 한 자루 한 자루의 위력은 물로 만든 무상검 쪽이 더 강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공방, 여전히 싸움의 흐름을 잡고 있는 건 검성이었다.
다만, 여전히 검성은 때때로 펼쳐지는 성류검법의 절초를 어찌하지 못하니 전투 양상이 고착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누구 한 명이 승부수를 던지기 전 까지는.
그렇게 싸움이 장기전의 양상을 보이는 중.
타탓!
어기성강의 집요한 공격을 막아낸 검성이 튕겨나가는 것과 동시에 검성회의 회원들이 하나 둘 서위호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리를 벌린 장백서가 말했다.
“끼어들어 봤자 개죽음 당할 뿐이다.”
“그렇겠죠, 다만 저들은 이 싸움에 힘을 보태러 온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이 싸움의 공증인이 되기 위해 온 것일 뿐.”
장백서와 검성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현도산에 모였던 무림인들도 하나 둘 자리에 모여들고 있었다.
잠깐 사이 서위호의 물가 근처를 가득 매운 인파를 보며 장백서의 얼굴에서 힘이 풀렸다.
“뭔가 김 빠지는군… 가극패가 된 기분이야.”
“평소에는 이런 걸 신경 쓰는 성격이 아닌데… 이번만은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검성 역시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스윽
처억
가벼운 분위기로 말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기세를 가다듬었다.
“그러니 이번 일합으로 마무리를 짓지.”
“이심전심이로군요.”
대답과 동시에 검성의 발 밑과 머리 위 높은 곳에서 무수한 무상검이 전개되었다.
전개된 무상검이 수면과 하늘에서 각기 회오리 치며 돌풍을 일으켰다.
수면과 하늘에서 동시에 전개된 무상검의 회오리는 서로를 향해 뻗어나갔고 이내 원래 하나였다는 듯 이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것은 무상검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오름이었다.
“멋지군!”
상리를 초월한 압도적인 광경에 장백서는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것이야 말로 검성의 마지막 오의이자 절초, 검천하였다.
장백서가 감탄하는 사이에도 무상검으로 이루어진 칼날의 폭풍우는 그 크기를 더해갔고 삽시간에 서위호의 반을 아우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로 성장했다.
그 압도적인 모습에 감탄하고 위압되는 것도 잠시 장백서의 마음속에서 호승심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전의와 함께 그의 머리를 스치는 것은 심상세게 속에서 싸운 심마, 그 심마가 뒤집어쓰고 있던 검마의 모습이었다.
‘나는 대사형이며 그리고 동시에 검마다!’
마음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등 뒤로 열 두 자루 어기성강이 도열했다.
척!
장백서가 진룡일성검을 왼손으로 바꿔 쥐었다.
그렇게 빈 오른쪽 손에 한 자루 두 자루 어기성강이 모여 겹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