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0
280. 무상검
단야개벽수에 이은 어기성강의 연격에 검성은 한참을 튕겨져 날아갔다.
빠르게 날아간 검성은 현도산을 넘어 인근 평야를 지나쳐 머지않아 넓다란 호수에 이르렀다.
단 이격으로 인한 결과라기에는 터무니없는 이동거리였다.
하지만 검성이 합을 맞춰 주었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랐다.
검성은 방금 전까지 날아가던 관성을 무시하듯 허공에서 우뚝 정지했다.
후우우웅!
허공에 정지한 검성의 몸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검성의 발이 호수에 닿은 순간.
출렁!
커다란 물보라가 치며 물에 빠지기는커녕 호수의 수면이 전부 하나로 이어진 막이라도 된 듯 크게 출렁이며 충격을 분산시켰다.
호수를 통째로 완충제 삼은 검성은 바짓단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수면 위에 내려섰으니 실로 극에 달한 등평도수[登平道水]가 아닐 수 없었다.
강정현에서 좀 떨어진 북쪽에 위치한 서위호, 그 위에 선 검성이 자신이 날아온 방향을 말 없이 바라보았다.
차 한잔 홀짝일 시간이 흘렀을 즘.
“왔다.”
기다리던 사람이 찾아왔다.
허공을 내달리던 장백서가 검성이 서 있는 서위호에서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마치 계단이라도 밟아 내려오듯 뚜벅뚜벅 하늘을 걸어 내려왔다.
허공답보를 넘은 능공허도[能空虛道]에 검성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검성처럼 바짓단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장백서가 검성과 마주했다.
“이렇게 직접 인사하는 건 처음이군요, 본인의 이름은 서난천, 세간에서는 검성이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만나보게 되어 영광입니다, 서 대협, 제 이름은 장백서, 최근 무림에서 소검성이라 불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장백서와 검성은 마치 중요한 손님이라도 맞이하듯 정중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후후, 소검성은 모를 겁니다, 제가 얼마나 오랜 시간 귀하와 같은 사람을 찾아헤매왔는지.”
“사랑고백 이십니까?”
장백서의 당돌한 질문에 검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비슷한 거라 해두죠.”
검성이 입가를 가리고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소검성이라, 저도 모르는 세에 붙은 이 별호가 저는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아주 좋은 별호라 생각합니다만?”
검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절레절레.
“앞에 소자가 붙는 걸 도무지 좋아할 수가 없더군요, 그도 그럴 게 이렇게 덩치가 큰 놈이 소검성이라는 것이 좀 우습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해합니다.”
“그런 고로 소검성이란 별호 앞의 소를 빼고자 합니다.”
“…….”
“검성의 호 지금 여기서 받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파앗!
장백서가 호수수면을 박차고 돌진했다.
직후 그가 서 있던 곳에 수십의 참격이 새겨지며 거대한 물보라가 솟구쳤다.
‘이게 바로 검성의 독문무공인 무상검[無上劍]!’
검성 서난천의 명성은 대단하나 그녀가 어떤 검술을 사용하는지 아는 사람은 당금무림에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백서가 그녀의 검술을 아는 건 순전히 회귀 전의 기억 덕분이었다.
신교에는 검성과 마궁주들의 싸움을 기록한 복기록이 존재했다.
홀로 열두 마궁주를 상대한 검성에 대한 기록, 장백서가 이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장백서는 복기록을 통해 그녀가 사용하는 무상검의 정체를 어느정도 추론할 수 있었다.
펑!
퍼엉!
장백서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도 무상검의 공세는 더욱 가열차게 변해갔다.
검성은 검을 뽑지도 않았건만 어떤 신묘한 조화인지 장백서가 서 있는 자리에는 여지없이 무상검의 참격이 쏟아졌다.
장백서는 그 연격을 모두 종이한장 차이로 피해내면서 공역과 중단전에 의식을 집중해 주변 기운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쉴 틈 없이 쏟아지던 검성의 공세가 거짓말처럼 멈췄다.
‘역시! 무상검의 정체는 심검이였군.’
장백서는 갑작스레 생긴 공세의 공백에 자신의 추론이 옳았다는 확신을 가졌다.
검성이 사용하는 전조도 형태도 없이 발현되는 무상검의 정체는 심검, 정확히는 자연의 기를 이용해 만들어낸 심검이었다.
다만 그렇다면 의문점이 생기는데……
‘어떻게 심검만으로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 거지?’
심검은 천하무림의 수많은 무인들이 추구하는 지고한 경지로 할 톨 기에도 평생을 연마하고 쌓아온 무의 묘리 그 자체를 투영하는 것이 바로 심검의 경지였다.
이는 내가와 외가의 틀을 무너트려 하나로 있는 행위이니 그야말로 무를 추구하는 자라면 누구라도 꿈꿀 지고한 경지이자 도달점이었다.
다만 심검은 어디까지나 도달점일 뿐이지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었다.
아무리 지고한 깨달음이라 할지라도 기운은 그저 기운일 뿐, 실체가 함께 하지 않기에 낼 수 있는 위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심건은 어디까지나 도달점이자 증명의 경지일 뿐이었다.
‘연혼만검기공은 수련자의 육체와 체내의 혈도혈맥 전부를 심으로 삼아 그 위력을 끌어올렸다, 검성의 무상검에도 분명히 심이 되는 무언가가 있을 터!’
한시라도 빨리 그 심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다.
주변 기운의 주도권을 빼앗아 무상검을 무산시킨 장백서를 보며 검성은 실로 즐겁다는 듯 미소 지었다.
직후.
우우우우우웅!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검성의 공역이 중단전의 힘에 호응해 주변 기운에 대한 주도권을 다시 빼앗아 오기 시작했다.
“으음……!”
장백서는 주변 기운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집중했지만 공역을 다루는 기술에서 밀리고 있었다.
‘설마 공역을 사용하는 기술에서 밀릴 줄이야…….’
서위호를 통째로 뒤덮을 정도로 거대해진 검성의 공역이 장백서가 전개한 공역을 집어삼켰다.
사위를 둘러싸고 압박해오는 검성의 공역에 지지 않기 위해 장백서는 공역의 크기를 줄이고 대신 밀도를 높이는 것을 택했다.
“제법이시네요.”
“별말씀을.”
검성의 압박을 견뎌내기는 했지만 결국 주위 기운의 주도권은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
그나마 자신을 중심으로 한 일정 범위에 대해서만은 주도권을 확보했기에 이전처럼 코앞에서 무상검을 날리는 짓은 불가능해졌다는 것만이 작은 위안이었다.
문제는 ‘코 앞에서 날리는 것만’ 불가능해졌다는 거다.
우우우우우웅!
장백서가 지켜내는 데 성공한 공역의 경계 선 바로 앞에서 수를 헤아리기도 힘든 무상검이 전개되었다.
전개된 무상검은 마치 수만대군이 쏘아낸 화살비처럼 천지사방을 감싸고 장백서에게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
무상검의 일제세례가 장백서를 고슴도치로 만들려는 순간.
카아아아아아앙!
극성으로 전개된 열 두 자루 천추진마검강이 성류검법의 묘리를 담은 검로를 그리며 수많은 무상검들을 막아냈다.
화아아아아!
어기성강의 벽은 단순히 무상검을 막아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쳐내진 무상검들은 빛무리로 화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빛무리는 장백서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며 힘을 보탰다.
파앗!
무상검의 일제 세례를 버틴 장백서가 곧장 검성에게 뛰어들었다.
후우우웅!
그 앞을 다시 한 번 무상검의 일제 세례가 막아섰다.
키이이이이잉!
열두 자루 어기성강으로 펼치는 성류검법이 무상검의 세례를 찢어발겼고 그렇게 찢어발긴 무상검은 다시 빛무리로 화해 장백서에게 힘을 더했다.
언뜻 보기에는 금방 돌파될 것 같은 검성이었지만……
“쯧!!”
무상검이 자아내는 검격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호수 전체, 아니 그 이상의 범위를 자신의 세력권 삼은 검성은 무제한에 가까운 자연지기를 빨아들이며 말 그대로 무량대수의 무상검을 쏟아내고 있었다.
무수를 넘어 무량대를 넘어 무한에 가까운 심검의 파도!
특히 이 칼날의 파도는 검성과 가까워질수록 그 밀도와 위력을 더해갔다.
‘이대로 정면으로 계속 달려나갔다간 발이 묶인다.’
아무리 성류검법이 무상검을 무산시킬 수 있어도 발이 묶이면 위험했다.
주변의 기운을 끌어다 쓰는 이상 검성의 피상공세는 그녀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는 한 그치지 않을 터.
빠르게 판단을 마친 장백서가 일점돌파를 위해 쐐기형으로 집약시킨 어기성강을 사방으로 떨치며 무상검의 파도에 한 순간 공백을 만들었다.
타앗!
한 순간의 공백을 이용해 자리를 벗어난 장백서가 이제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불어난 빛무리를 검성을 향해서 일거에 쏘아냈다.
장백서가 자리를 벗어나자 곧장 공세를 이어가려던 검성은 직후 자신을 향해 쏟아진 빛의 격류를 막기 위해 무상검을 극한으로 전개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하지만 검성이 쏟아낸 무한대에 가까운 공격으로 피차 무한대에 가깝게 힘을 불린 빛무리가 가진 파괴력은 실로 경악할 수준이었다.
한순간에 전개된 무수한 무상검의 벽조차 그 공격을 온전히 저지할 수는 없었고 그 전진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칫!”
타앗!
검성은 어쩔 수 없이 몸을 날렸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검성이 피한 자리로 거대한 빛무리가 파멸적인 군세가 되어 휩쓸고 지나갔다.
그 궤적을 따라 서위호의 수면이 갈라지는 건 물론 그 너머에 있는 숲에 일직선으로 길이 뚫렸다.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
“…….”
꿀꺽
싸움에서 줄곧 우위를 취하던 검성마저도 이 위력에는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피했나.’
장백서는 어렵지 않게 성류검법의 절초 역무를 피한 검성을 보며 혀를 찼다.
성류검법이 만들어낸 빛무리의 파도는 어마어마한 힘을 담고 있었지만 그 기술이 정제되어 있지 않아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그리고 날카로움이 결여된 검법에 목을 내어줄 정도로 검성이란 존재는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쿠우우우우우!!
갈라진 호수의 수면이 제모습을 찾으며 하얀 포말이 거칠게 튀었다.
그 와중에 장백서와 검성은 서로를 주시하며 양자 사이의 우위를 점쳐 보았다.
전반적인 주고받기에서는 검성이 근소 우위였다.
다만 검성의 성명절기인 무상검은 장백서에게 치명적인 살수로 적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장백서가 열두 자루 어기성강으로 펼치는 성류검법은 무상검을 막는 걸 넘어 분해하고 주도권을 탈취해 자신의 것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이 쌓인 뒤의 일격은 찰나지간 전개한 무량대 수의 무상검을 뚫고도 남음이 있었다.
즉슨 아무리 자잘한 공방에서 우위를 점해도 자칫 성류검법에 허를 찔리면 검성이 어이없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순간.
검성은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공포심 때문은 아니었다.
그녀의 떨림은 기쁨과 흥분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확신하고 있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약관 어림의 저 청년이야 말로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일평생 찾아헤맸던 진짜라는 것을!
그렇게 검성이 전율에 몸을 떨고 있을 때.
“이제 알겠다!”
장백서가 큰 소리로 외쳤다.
“무엇을?”
평생을 고대하던 전율을 방해받았음에도 검성의 목소리는 사근사근했다.
“검성, 댁이 사용하는 무상검의 정체, 심검을 실전기 수준으로 끌어올린 그 비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