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sword demon changed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8
288. 출정
‘저질러 버렸군….’
장백서의 방은 평소와는 다른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평소 혼자, 가끔은 소현이와 함께 자던 침상에는 백은발의 금현아가 나신으로 엎드려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사형…….”
금현아가 촉촉한 눈으로 옆에 누운 장백서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후후, 그냥 불러 봤어요.”
금현아는 평소와 다른 실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읏…!”
그러다 곧 허리가 아픈지 다시 침상에 엎드려 누웠다.
“이거…글로 본 거랑 다르게 사타구니 사이보다 허리가 훨씬 아프네요.”
조금 곤란한 듯, 배시시 미소 짓는 금현아를 보며 장백서는 겸연쩍은 듯 볼을 긁적였다.
회귀 후 이런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장백서였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할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탓에 장백서는 좀, 아니 많이 굶주려 있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 밤 한 번에 폭발했으니 나름 자제한다고 해도 처음인 금현아가 힘들어 할 수밖에 없었다.
“흠~”
금현아가 아픈 허리를 조심하며 정자세로 누웠다.
“시비들한테 듣기로는 처음은 그다지 기분 좋지 않다고 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네요, 너무 기분 좋아서 몇 번 정신을 정신이 날아갈 뻔했어요. 혹시 하는 중에 눈이 돌아가거나 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진 않았죠?”
“커흠, 사매, 너무 적나라한 표현은 좀….”
이미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면서도 내외라도 하는 것 같은 장백서의 태도에 금현아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금현아의 웃음은 한점 티 없이 밝았다.
스윽
상반신을 일으킨 장백서가 금현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슨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야.”
“네?”
“요 최근,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잖아?”
“아…….”
장백서의 말에 금현아가 말 끝을 흐리며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나 곧 결심을 굳힌 듯 장백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금현아는 팔을 뻗어 상반신을 일으킨 장백서를 다시 침상으로 끌고 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게 만들었다.
“자, 잠깐 사매….”
“정말, 사매 사매 이런 때도 꼭 그런 딱딱한 호칭을 쓰셔야 겠나요? 계속 사매라고 부르면 대답하지 않을 거예요.”
보이지는 않지만 금현아는 지금 볼을 부풀리며 자신의 맘이 상했음을 피력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현아.”
“후후.”
장백서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기분 좋은 듯 금현아는 함박미소를 지으며 장백서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더했다.
안면부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장백서는 자신의 하반신에 다시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불안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백서 당신이 제 손이 닿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하고….”
“현아야….”
“처음 만날 때는 그저 이름 없는 문파의 대사형, 꿇릴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고작 일 년 만에 당신은 협행검이라 불리며 무림에 자신의 명성을 떨쳤죠.”
“…….”
“시간이 지날수록 피어나는 꽃처럼, 어쩌면 날아오르는 봉황처럼, 당신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갔어요.”
점점 대단해져가는 누군가의 뒷 모습을 지켜보는 건 호적수에게도 힘들 일이지만.
그를 사랑하는 자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었다.
“어느새 당신은 금조상단의 유일한 적자이며 금지옥엽인 외동딸… 이라는 명함 정도로는 견줄 수 없는 높은 위치에 오르게 되었죠.”
“…….”
금현아의 미소에 어딘가 그늘이 져있다 처음 느꼈던 건 검성의 호를 물려 받은 다음부터였다.
“저는, 저는 당신이 이대로 더욱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가 제 손이 닿지 않는 존재가 될까 봐 무서웠어요, 그래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답니다.”
금현아가 자신의 품에 안은 장백서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어떻게 하면 당신을 제 옆에 머물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두 사람 사이의 인연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장백서의 머리를 꼭 껴안고 있던 금현아의 팔에 약간 힘이 풀렸다.
자연 장백서의 얼굴이 금현아의 가슴으로부터 멀어졌고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나온 결론이 이거였어요, 이거 외에는 떠오르지 않았어요….”
방금 전 보여줬던 웃음이 거짓말 같이 금현아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천박한 여자라 환멸하셨나요?”
“…….”
장백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품에 안았던 금현아의 머리를 당겨와 이번에는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아 주었다.
“이번 원정이 끝나면 같이 금대인을 만나러 가자꾸나.”
“네?”
피식
방금전의 슬픔 대신 당황이 가득한 목소리에 장백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당연한 일이지 않느냐? 어디 개망나니도 아니고 여인의 혼삿길을 막아놨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
“아… 아아.”
당황했던 목소리에 다시 물기가 깃든다.
마른 가슴에 축축함이 느껴지기 전에 장백서는 금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울지 말거라… 너는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쁘니까.”
스윽
장백서가 팔에 조금 힘을 풀자 금현아가 장백서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벌써 눈물이 고여 있었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럼에도 금현아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웃는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말해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네…!”
금현아의 미소에 장백서도 미소로 답해주었다.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던 무렵.
“그런데 백서, 다시 단단해지셨어요.”
“크흠…!”
아직 밤은 한참이었다.
***
긴 밤이 끝나고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아침이 밝아왔다.
짹짹!
새 지저귀는 소리만이 고즈넉한 적막을 깨는 가운데 주섬주섬 상체를 일으킨 금현아가 물었다.
“…가시는 건가요?”
“그래, 피곤한 듯하니 더 자거라.”
“지아비가 길을 떠나는데 어찌 배웅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당돌하게 말하며 침대에서 빠져나오려 한 금현아였지만…
“아야야…!”
첫경험부터 너무 무리한 탓인지 허리가 많이 아픈 모양이었다.
“하하하! 그래서 좀 더 자라고 하지 않았느냐?”
“으으으, 백서만 너무 멀쩡한 거 아니에요?”
“평소에 단련하고 있으니까.”
미소 지은 장백서는 마저 옷을 갖추어 입고 방 문을 열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실로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다녀오마.”
“…….”
이불을 뒤집어써 몸을 가린 금현아가 새초롬한 얼굴로 장백서를 빤히 바라보았다.
스윽
바로 나갈 생각이었던 장백서는 생각을 바꿔 침상으로 걸어갔다.
곧장 침상으로 향한 장백서가 양 손으로 금현아의 얼굴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 푸하, 짓궂으세요.”
그리 말하면서도 금현아는 자신의 볼을 잡고 있는 장백서의 손에 얼굴을 부비었다.
“다녀오마.”
“네,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게요.”
금현아가 밝은 미소로 배웅해 주었다.
장백서가 방을 나서 조금씩 멀어지는 걸 지켜보던 금현아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백서!”
“응?”
“아이 이름은 뭐가 좋으신가요?”
“푸훕!?”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장백서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장난끼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들이라면 연무, 딸이라면 연화!”
질문에 답한 장백서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열려있던 문이 닫혔다.
“연무 연화…….”
방에 홀로 남은 금현아는 입술 끝에 맴도는 감촉을 되새기며 연무와 연화라는 이름을 되뇌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연무라는 의젓한 아들과 연화라는 귀여운 딸과 함께 하는 장백서와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
사문에서 차출된 원정대원은 장백서와 청무, 그리고 청도와 청연아를 포함한 일 이결배의 최정예로 총원이 스물을 넘기지 않았다.
사안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정예를 통한 속공을 작전의 최대 안건으로 삼았고.
그를 위해서는 원정대 전원이 정예일 필요가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 원정대원 중 삼결배의 제자는 장백서가 유일했다.
“이거 천하에 위명이 자자한 검성과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 또 영광입니다~.”
“하하, 연아 녀석 장난은.”
청연아가 김장을 풀어주려는 듯 장난을 쳤고 청도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본인들도 꽤 긴장될 터인데, 여전히 사람 좋은 양반들이군….’
사문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난 유현문의 병력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금조상단의 물자지원 수송대와 만날 수 있었다.
이래저래 긴 여정이 되는 만큼 금조상단 쪽에서 미리 협력을 구해 둔 것이었다.
다만, 거기에는 장백서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섞여 있었는데…
“장유란 소저!?”
“오랜만이다~, 그리고 간만에 뵙네요 청연아 언니!”
“오~ 그때의 그 꼬맹이가 이제는 말숙한 처녀가 되었네~.”
서난천과 검성의 이름을 걸고 싸울 당시, 장유란 역시 지원군으로 와 주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워낙 경황이 없어 길게 이야기도 못 나눴던 터라 이렇게 다시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나저나 천하검성대회는 끝났으니 이제 부담없이 널 검성이라 불러도 되겠네?”
“그렇죠… 설마 진짜 정 없게 검성이라 부를 생각은 아니죠?”
“아이고~쉰내가 어찌 감히 검성님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겠습니까~!?”
장유란의 장난에 청연아는 물론 다른 유현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에서만의 이야기지만 사실 유현문의 사숙들도 저런 장난을 장백서에게 자주 쳤던 것이다.
이런 거 보면 남자든 여자든, 속한 집단이 어디든 간에 사람들 생각하는 건 다 똑같은 모양이었다.
다만, 유현문의 사숙들이 장난칠 때는 겸연쩍은 웃음으로 넘기던 장백서도 장유란을 상대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니요 아니요, 과거 명성을 떨친 냉소협봉이라면 부담없이 이름으로 부르셔도 됩니다~!”
“아니, 씨, 그 별호는 반칙이지…!”
장백서가 케케묵은 옛 별호로 역습을 해오자 장유란이 얼굴을 붉히며 씩씩댔다.
“하하하하하!”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장백서는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