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656
제656화
“바람의 노래?”
라온이 리메르를 보며 고개를 모로 틀었다.
‘바람의 노래가 뭐지?’
바람에서 향기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어보았지만, 바람이 노래를 부른다는 건 처음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리메르가 새로 만든 검계의 이름이 바람과 벼락의 노래였지만, 그것과도 큰 관계는 없어 보였다.
“역시 모르나.”
리메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콧잔등을 긁었다.
“검사가 바람을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뭐라고 생각해?”
“바람을 두르는 거죠. 속도와 예리함을 모두 살릴 수 있으니까.”
단전의 바람을 끌어내며 답했다.
나는 만화공과 글래시아가 있어서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바람 속성을 지닌 검사들은 바람을 몸과 검에 둘러서 위력과 속도를 높이는 방식을 취했다.
“맞아.”
리메르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을 육체에 두르면 무게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가벼워지고, 그만큼 빠르고 날카로운 검격을 날릴 수 있지.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야.”
그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손 위로 불과 냉기를 일으켜봐.”
“알겠습니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왼손에는 서리를, 오른손에는 불꽃을 일으켰다.
“바람은 꽤 특이한 속성이야.”
리메르의 손가락 위로 푸른 빛을 띤 바람이 일어섰다.
“불과 물처럼 극상성을 이루는 속성이 없고. 오히려…….”
그의 손가락을 휘감은 바람이 실타래처럼 풀려나가자, 손아귀 위에서 타오르던 불꽃과 서리가 두 배가량 부풀어 올랐다.
“다른 속성을 강화해주지.”
“대지 속성과 상성 관계가 아니었습니까?”
라온이 진하게 타오르는 불꽃과 서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불꽃과 서리처럼 바람은 대지 속성의 검격도 강화시킬 수 있어.”
리메르는 수식을 짜맞추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웃었다.
-저 말이 맞느니라.
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은 불, 물, 대지 모두를 강화시킬 수 있느니라. 다만 대지와는 조화가 조금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 복합적인 관계라고 보는 게 옳다.
녀석은 귀때기의 말이 맞는 날이 오다니 신기하다며 콧김을 내뿜었다.
“바람은 불, 물, 대지를 모두 강화할 수 있기에 그 세 속성 모두를 가라앉히기도 쉽지.”
리메르의 손가락에서 푸른 빛이 명멸하자, 주변을 흐르던 바람이 모조리 사라졌다. 공기조차 없는 무풍지대가 만들어지자, 불꽃이 꺼지고, 서리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럼 이게 바람의 노래…….”
“아니, 여기까지가 기본 단계야.”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꺼질 듯 깜박이던 불씨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불길이 되어 솟구쳤다.
“이건…….”
“바람의 노래를 들은 거지.”
리메르가 손가락으로 본인의 뾰족한 귀를 가리켰다.
“바람마다 고유한 노래를 부르거든. 어떤 바람은 불꽃을 더 키워줄 수 있고, 어떤 바람은 냉기를 더 깊게 눌러줄 수 있고, 또 어떤 바람은 검날에 강기 이상의 예리함을 세울 수 있어.”
그는 바람마다 장점과 단점이 다르다며 웃었다.
“내 검계 ‘태풍의 눈’은 예리한 기질을 가진 바람을 불러와서 검날에 두르는 방식이야.”
리메르는 그 날카로운 바람으로 강기를 대신했다며 눈짓을 했다.
“아…….”
라온이 손아귀에서 타오르는 불길의 산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제 알겠어.’
지금까지 바람은 그저 바람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리메르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바람마다 고유한 기질이 있고, 그 기질에 따라 불꽃을 더 키워주거나, 검에 더 짙은 예리함을 두를 수 있는 등 가지고 있는 장점이 다른 것 같았다.
“무슨 말씀인지는 이해했습니다. 다만…….”
라온이 리메르의 잔잔한 눈빛을 마주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바람의 차이를 못 느끼겠어요.”
결과를 볼 수 있지만, 어떤 바람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야 당연하지. 넌 인간이고 바람과의 친화력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니까.”
리메르는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바람의 노래를…….”
“듣게 해줄 수 있으니까.”
그가 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내 오러 연공법을 알려줄게.”
“예?”
라온이 리메르를 보며 눈을 부릅떴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지?’
리메르의 오러 연공법은 지그하르트가 아니라, 세이피아 가디언의 연공법이다.
비인부전의 무학을 알려준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 연공법은 오러를 쌓는 게 다가 아니라, 바람 친화력을 높여서 바람의 노래도 듣게 해주거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세이피아의 연공법을 알려줘도 돼요?”
“음, 보통은 안 되는데, 여기에는 아무도 없잖아.”
리메르는 수호자도, 가디언도 없다며 씩 웃었다. 사고방식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내 오러 연공법의 이름은 가루누아. 바람의 노래라는 뜻이야. 그럼 시작한다.”
“예? 자, 잠깐!”
“바람이 그리는 울음은…….”
그는 말릴 새도 없이 눈을 감은 채 연공법의 구결을 읊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라온은 멍하니 눈을 끔벅이다가 리메르가 불러주는 구결을 머리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 * *
리메르는 가루누아의 구결과 운용법을 모두 말해준 후 천천히 눈을 떴다.
라온은 가루누아의 구결을 되새기며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또 들어갔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남들은 평생 한 번 들어갈까 말까 한 무아를 저 녀석은 화장실 드나들듯 왕래했다. 이제는 운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었다.
리메르는 라온을 지키기 위한 호법을 서며 옅은 미소를 그렸다.
‘미리 외워서 오기를 잘했네.’
몸과 머리로 이해하고 있더라도 그 내용을 입 밖으로 내뱉는 건 다른 일이다. 미리 말하는 연습을 해둔 덕분에 라온의 집중력을 끝까지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리메르는 수련을 멈춘 채 이곳을 지켜보는 광풍대 검사들에게 손을 저었다. 검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소리 없이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다시 라온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외인에게 가루누아를 줘도 되냐고?’
널 안 주면 누굴 주겠냐.
라온의 말대로 가루누아는 세이피아 내부에서만 전수되어야 하는 비인부전의 무학이다.
가디언의 수장이 될 엘프에게만 주어지는 무학이지만, 라온에게는 아깝지 않았다. 현 수호자인 할아버지에게 말해도 혼나지 않을 것이다.
후우우우.
라온의 호흡은 거칠어졌다가, 안정되었다가를 반복했다. 그의 숨결을 따라 주변의 바람이 박동했다.
어느새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를 때가 되었을 때, 5 연무장을 휘감고 있던 바람이 라온에게 빨려 들어가듯 요동쳤다.
“어?”
리메르가 휘몰아치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설마…….’
라온은 구결과 운용법을 들은 것만으로 가루누아를 익히려는 것 같았다. 그의 단전 내부로 녹색의 바람이 응집되는 게 느껴졌다.
‘이런 미친놈!’
무아에 빠졌다고 해도 바로 가루누아를 익히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온의 정신 나간 재능은 고작 하루도 되지 않아 가루누아의 경쾌한 바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쿠우우웅!
라온의 모공으로 빨려 들어간 바람이 그의 단전을 파고들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본래라면 큰 충격을 입었을 테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불길과 냉기가 바람의 여파를 막아준 것 같았다.
“후우…….”
라온이 고요한 숨결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그의 붉은 눈동자 위로 녹색 바람이 번뜩였다.
“허…….”
리메르는 라온을 보며 헛바람을 흘렸다.
“익혔어?”
“예. 어쩌다 보니.”
라온이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쳤네. 진짜.”
“처음부터 익힐 생각은 없었습니다. 가루누아의 구조를 인간에게 맞는 방식으로 바꾸다 보니, 집중하게 되어서…….”
그는 본인도 모르게 무아에 빠졌다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너 진짜 질린다. 질려.”
리메르는 질린다는 말과 달리 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래서 느낌은 와?”
“아직 바람의 노래가 들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라온이 허공을 멍하니 올려다보며 손끝을 매만졌다.
“아주 미세하게 바람마다 색이 다르다는 건 느껴지네요.”
“그래. 그거면 됐어.”
경쾌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바람의 색을 느낀다는 건 친화력이 높아졌다는 뜻이니까.
1성조차 되지 않는 초입이기는 해도 가루누아를 제대로 익힌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제가 가루누아를 익혀도 되는 겁니까?”
“으음…….”
리메르가 멍하니 눈을 끔벅이다가 헤죽 웃었다.
“나도 모르겠다.”
“…….”
* * *
라온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저 엘프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등골 사이로 아릿한 소름이 스치며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농담이다. 농담. 할아버지가 알아도 별말 안 하실 테니까. 걱정하지 마.”
리메르가 손을 휘휘 저었다. 솔직히 저 말도 안 믿기지만, 조금이나마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니잖아. 이제 영감이 좀 떠올랐지?”
그는 신기하게도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그렇기는 합니다.”
라온이 리메르의 주변을 휘도는 바람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영감이 차오르기는 했어.’
가루누아를 익히며 새로운 세계를 보았기 때문인지 내가 발전할 길도, 광풍대의 무학을 만들 영감도 떠올랐다.
“광풍이라는 이름에 맞게. 거세면서도 찬란한 바람을 불러보려고 합니다.”
“흐음…….”
리메르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는 듯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해봐. 혹여나 실패해도 배우는 게 있을 테니까.”
“부대주님. 오늘. 아니, 요즘 좀 이상하시네요.”
라온은 여러 조언을 해주는 리메르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뭐가?”
“너무 친절하잖아요. 평소라면 도박장에 가서 한동안 얼굴도 안 비쳤을 텐데.”
“오늘 도박장 휴일이야.”
“도박장이 쉬는 날이 있어요?”
“내부 수리라던데.”
“후우…….”
라온이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구겼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근데 너 말이다.”
리메르가 어깨를 가볍게 돌린 후 평소처럼 단상 위에 드러누웠다.
“갑자기 광풍대의 무학을 만들겠다고 한 이유. 따로 있지?”
“예? 그게 무슨…….”
“도검존의 무덤에서 만난 코만 기사단장 쿠잔과 뇌쇠 바르필의 죽음 때문인가?”
그의 녹색 눈동자가 진중한 빛으로 번뜩였다.
“…….”
라온은 대답 없이 손끝을 떨었다. 리메르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코만 기사단장과 뇌쇠는 나와 같은 목적을 둔 채 싸우다가 전사했다. 그것도 나를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바쳤다.
이번 삶에서 동료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기에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일이 조금만 틀어졌어도 내가 죽거나, 광풍대가 죽었을 거라는 최악의 가정이.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은 누구 하나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죽더라도 남은 이들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무학을 만든다는 결심을 내렸었다.
“그래. 너 그럴 줄 알았다니까.”
리메르는 내 생각을 모두 읽기라도 한 듯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기로 반짝이던 눈동자에 현현한 빛이 맴돌았다.
“라온. 사람은 누구나 죽어.”
그의 손길을 따라 섬뜩한 기운이 흘렀다.
“나도, 너도, 광풍대도 예외는 아니야. 평생 이대로 가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죽을 거다.”
“…알고 있습니다.”
라온이 시선을 내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날을 미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좋아. 하지만 다가오는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 넌 광풍대의 대주니까.”
리메르는 꼭 받아들여야 한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손길은 무거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따스했다.
고민하고 긴장하고 있던 심장이 부드럽게 풀리는 것 같았다.
“오늘 왜 이래요? 답지 않게.”
라온이 리메르를 보며 눈매를 찌푸렸다.
“가끔은 스승 역할을 해야지.”
리메르가 씩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혹시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 알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라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밟다 못해 리메르를 후려 팬 적도 있었다. 저 말을 꺼내니 갑자기 미안해졌다.
“저는 수도 없이 밟았죠. 그걸 따지시는 거면….”
“난 그 말 별로 안 좋아해.”
“예?”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는 말은 스승에 대한 존경을 드러내지만, 그만큼 스승과 거리가 떨어져 있다는 뜻도 되거든.”
리메르가 픽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만이 아니라, 너희 모두 내 그림자를 얼마든지 밟아도 좋으니, 떨어지지 말라고.”
그는 은은한 미소를 그리며 일어섰다.
“아, 그리고.”
리메르가 단상을 내려가다 말고 등을 돌렸다.
“혹시라도 누가 찾아와서 아무 말도 없이 뜸을 들이면 도움이 될 법한 정보나 드러내지 않았던 선행 같은 거 하나만 지어내서 말해.”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이해가 되지 않아서 눈을 끔벅였다.
“됐고! 그냥 그렇게 해!”
리메르는 손을 마구 흔들고서 어둑해진 연무장을 떠났다.
“왜 저러시지?”
라온은 리메르를 보며 눈을 끔벅였다.
-알았느니라!
라스는 깨달았다며 동그란 손가락을 튕겼다.
-저 귀때기 이미 돈을 다 잃어서 환각을 보고 있는 게 분명하느니라!
‘…그럴지도?’
* * *
라온이 연무장을 나와서 별관으로 향했다.
‘신기하네.’
가루누아를 익히자, 바람의 결이 느껴졌다. 그저 바람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리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바람을 두르는 것도 훨씬 쉬워졌어.’
지금까지는 바람의 기운 자체가 너무 적어서 냉기와 불꽃을 강화하는 것에만 사용했다.
하지만 가루누아를 계속 익히면 바람만으로도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도검존 님의 무학에 가루누아까지. 꽤 괜찮은 무학이 만들어지겠는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별관의 정원을 보았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시녀들과 킬루안은 보이지 않았지만, 정원의 흙이 꽤 많이 다져져 있었다.
‘한 달 정도면 괜찮아지겠지.’
정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실비아가 있는 병실로 가려고 하는데, 정원의 호수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저건… 아!’
시선을 집중하자, 바람에 휘날리는 금발과 검은 장포가 보였다. 글렌이었다.
‘왜 여기에 계시지?’
라온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서 글렌에게 다가갔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음….”
글렌은 뒤를 돌지도 않은 채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별관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심하게 망가졌다고 들어서 산책을 나온 김에 들러보았다.”
“그렇군요.”
라온은 고개를 끄덕인 후 글렌의 등을 바라보았다.
‘음? 뭐지?’
왜 말이 없으시지.
글렌은 그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호수만을 바라보았다. 별관을 확인하러 온 사람이 왜 호수에만 집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 영감 뭐 하냐?
라스가 눈매를 찌푸렸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럼 그냥 놔두거라! 빨리 엄마를 보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배가 어깨에 붙을 것 같으니라!
‘등이겠지….’
라온은 헛소리를 하는 라스를 밀어내고 다시 글렌을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아!’
글렌이 영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눈매를 찡그릴 때 리메르의 말이 떠올랐다.
[혹시라도 누가 찾아와서 아무 말도 없이 뜸을 들이면 도움이 될 법한 정보나 드러내지 않았던 선행 같은 거 하나만 지어내서 말해.]다만 저 말이 아니라도, 실제로 글렌에게 말할 것이 있었다.
“가주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음.”
글렌은 말을 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오마가 두문불출하며 병력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지만 좋은 뜻이 아닐 겁니다.”
오늘 멀린에게 들었던 정보를 조금 각색해서 말해주었다.
“그 정보는 어디서 들었지?”
“제가 외부에 따로 둔 정보원입니다.”
라온이 멀린이 깃들었던 고양이를 떠올리며 시선을 내렸다.
“실제로 에덴과 남북맹은 도검존의 무덤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다른 세 세력도 추가적인 위협을 가해오지 않은 것을 보면 신뢰도가 꽤 높다고 생각됩니다. 지그하르트 영역 전체의 경계를 강화하는 게 어떨지….”
“비연회의 의견과 비슷하군.”
글렌은 비연회주 채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생각 없이 왔는데, 좋은 정보를 얻었어.”
“아닙니다.”
“합당한 정보에는 합당한 보상이 따르는 게 맞겠지.”
“예?”
글렌은 의문에 답을 해주지 않고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길쭉하게 차원이 열리며 여러 권의 무학서가 떨어져 내렸다.
“네 것이다.”
“어….”
라온은 눈앞에 쌓인 무학서를 보며 멍하니 눈을 끔벅였다.
‘오늘 진짜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