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739
제 739화
글렌은 계속 해보라는 듯 말없이 체임버를 바라보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라온과 데루스의 대 화는 굉장히 이상했어.”
체임버가 손바닥으로 원형 테이블을 툭 쳤 다.
“이해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되지 않았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 이랄까?”
그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되새기며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레크로스 국왕이 짧게 턱을 주억였다.
“광풍대주와 데루스 사이에 저희가 모르는 사연이 있는 것 같더군요. 지독한 원수를 마주 한 듯한 느낌이 었습니다.”
그는 그 분노는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 같 다며 마른침을 삼켰다.
“무, 무서웠지….”
라리안이 소매를 매만지며 발끝을 바라보았 다.
“하,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대화라서 더 궁 금해….”
그녀는 다른 때와 달리 흥미가 동한 듯 뱜에 홍조를 띄웠다.
“라온이 데루스를 처음 만난 건 육황회의가 맞지?”
체임버가 확인을 바라듯이 암시장주 로젤린 을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로젤린이 평온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 다.
“두 사람의 동선이 겹친 건 육황회의가 처 음이었습니다. 다만….”
그녀가 대륙 전도를 살피며 짧게 입맛을 다 셨다.
“데루스 로베르트는 투구를 쓰고 본색을 감 췄으니, 다른 곳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높습니 다.”
로젤린은 라온과 데루스가 육황회의에서 처 음 만난 게 아닌 것 같다며 눈동자를 굴렸다.
“어찌 보면 우리가 라온과 데루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어.”
체임버가 얇은 손가락을 막대처럼 휘휘 저 었다.
“왜 이해를 못한다는 거지?”
오그람이 체임 버를 보며 눈매를 좁혔다.
그녀는 무엇 하나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라온과 같은 경지에 오른 인간은 역사에도 존재하지 않아.”
체임버는 대륙의 역사를 모조리 뒤져도 존 재하지 않을 거 라며 눈썹을 내렸다.
“그건 그렇죠. 저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만 되어도 경악스러운 일인데, 그랜드 마스터 최 강급에 도달했으니까. 하지만….”
레크로스 국왕이 흔들리는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정말 대단한 건 싸우는 능력입니다. 광풍 대주는 익스퍼트 때 마스터를 잡고, 마스터에 는 그랜드 마스터를 꺾었습니다. 그건 재능이 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죠.”
그는 라온의 전투 센스가 가장 놀랍다며 손 목을 매만졌다.
“저, 정보가 부족하니까…?”
체임버 대신 라리안이 답을 꺼내들었다.
“맞아.”
체임버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 다.
“라온과 데루스가 알고 있는 정보를 우리가 모르니까 대화를 이해할 수 없는 거지.”
그녀는 그것 분이라면서 마녀 모자를 들어 올렸다.
“데루스만이 아니야. 대천사 우리엘도 라온 을 보면서 당황했었어. 추한 힘이라고 했던 가.”
체임버는 우리엘의 일그러진 표정을 떠올리 며 새로운 막대사탕을 꺼냈다.
“라온에게는 비밀이 많아. 데루스와의 사 연, 우리엘의 신력을 뚫어버리는 힘 그리고 말 도 안 되는 성장까지.”
글렌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팔짱 을 끼고 있었다.
“아, 물론 라온이 우리를 배신을 한다거나,
다른 속셈을 지니고 있다는 뜻은 아니야.
체임버가 글렌의 시선을 받으며 두 손을 저
었다.
“라온이 아니었다면 데루스의 정체를 밝혀 내지도 못했을 테고, 두 영감탱이는 이 자리에 없었을 테니까.”
그녀 가 차례로 글렌과 오그람을 가리 켰다.
“그저 우리. 아니, 최소한 영감이라도 그 아 이의 사정을 알아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지.”
“제 생각도 같습니다.”
레크로스 국왕이 체임버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에게 말할 필요는 없으니, 가주님이라 도 광풍대주의 사연을 알아두어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나, 나는 궁금한데….”
라리안은 글렌의 눈치를 보면서도 궁금하다 는 말을 끝까지 내뱉었다.
글렌은 본인에게 향하는 오황의 시선을 받
으며 눈을 내리감았다.
‘나조차도 흔들렸으니, 저들이 이상하게 생 각하는 건 당연하겠지.’
체임버의 말대로 라온과 데루스는 긴 악연 이 쌓인 듯한 대화를 나눴다.
이해가 되는 듯하면서도 어색해서 계속 이 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우리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대천사는 본인의 신력을 뚫어낸 라온의 기
운을 추잡한 힘이라 불렀다. 인간의 힘이 아니 라는 의미 같았다.
‘설마 그것인가?’
언젠가부터 라온에게서 요묘한 기운이 느껴 졌다. 따스하면서도 차가웠고, 사이하면서도 정순했다.
자신의 착각이라고 여겼는데, 이번 일을 생 각해보면 정말 라온이 지닌 무언가를 느꼈던 것같다.
라온이 지그하르트를 배신하거나, 인의를 벗어난 악행을 하지는 않겠지만, 데루스와의 관계가 무엇이고 어떤 힘을 가졌는지 알고 싶 었다.
‘다만….’
자신에게 그걸 물어볼 자격이 있는지 모르 기에 라온을 볼 때마다 의도치 않게 심경이 복 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글렌이 이 일을 다음으로 미루기 위해서 입 술을 떼려고 할 때 오그람이 주먹으로 테이블 을 내리쳤다.
“나는 상관없다.”
오그람은 혼들리는 원탁 위에서 턱을 치켜 들었다.
“상관없다니?”
체임버가 무슨 말을 하냐는 둣 고개를 갸웃 거렸다.
“라온이 무슨 뜻을 지녔다고 해도 그 아이 를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오그람은 진심이라는 듯 길게 콧김을 뿜었 다.
“나는 라온에게 목숨을 빚졌다.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모기 년에게 계속 피를 빨리며 말 라 죽어갔겠지.”
그는 그 이유면 충분하다며 크게 손뼉을 쳤 다.
글렌은 귀를 막은 오그람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에게는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다. 계속 고민하던 것들이 깨끗이 지워지는 기분이었 다.
“그러니까 라온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니 까.”
체임버가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구겼다.
“라온한테 천족이나 데루스에게 대비할 수 있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잖아!”
그녀는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역시.”
레크로스 국왕이 옅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 다.
“결정은 가주님이 하셔야겠군요.”
“그렇겠지.”
글렌이 열기가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이 자리에 있는 모두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결정을 내렸네.”
라온은 해변가에 서서 제천검을 내리그었 다.
후우우웅!
가볍게 내려 베기를 했을 분인데, 모래사장 과 바다가 길게 갈라지며 푸른 물보라를 부렸 다.
검술의 속도와 위력이 모두 상승해서 기본 검술이 절기와 비슷한 위력을 이뤄냈다.
‘이 정도로 변하나?’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 었다. 본래 능력 치가 오를수록 효과가 반감되는데, 70포인트 가 한 번에 오르니 변화가 극심해진 것 같았 다.
‘ 계속해볼까.’
설풍검결과 광아검, 만화공의 검술과 라온 지그하르트 류 검술, 마지막으로 창궁검까지 펼치고서 제천검을 내렸다.
‘다른 사람의 육체를 쓰는 것 같아.’
검술 성취가 크게 상승하지 않았지만, 육체 의 성장이 압도적이다 보니 검술의 위력 자체 가 달라졌다.
무력 등급이 하나 이상 높아진 것 같았다.
-당연하지 !
라스가 빽 소리를 지르며 머리 위로 솟구쳤 다.
-네놈이 최근 본왕에게 빼앗아 간 능력치가 120이 넘는데 변화가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않 느냐!
녀석은 악독한 인간이라며 이를 갈았다.
‘내가 다 받고 싶어서 받은 게 아니잖아.’
라온이 제천검을 검집에 넣으며 어깨를 으 쓱였다.
‘주는걸 어떻게 해? 버려?’
– 77 0 0 으|
라스가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손을 떨었 다.
-네놈은 절대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니라! 천 계에 올라가 그 얍실한 놈들과 같이 살아갈 운 명이 분명하느니라!
‘그거 저주지?’
예전이라면 축복을 내린다고 생각했겠지만, 우리 엘을 보고 생각이 바뀌 었다.
라스가 천족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건 악독한 욕이 나 다름없었다.
-아주 지독한 저주이니라!
라스는 천계에 가서 돌아오지 말라며 콧방 귀를 뀌 었다.
‘저주를 받은 김에 상태창 좀 확인해볼까.’
라온이 버둥거리는 라스를 밀어내고 상태창 을 불러왔다.
〈상태 창〉
이름: 라온 지그하르트.
칭호:〈운명을 바꾸는 자〉
상태: 없음.
특성 :〈분노〉,〈나태〉,〈질투〉,〈폭식〉, 불 의 고리(8성), 수속성 저항력(9성), 화속성 저 항력(9성) 설화의 감각(10성) 만화공(8성), 글 래시아(8성), 블리딩 커스(5성), 암습(12성), 불굴의 의지(9성), 요기적응(6성), 집중(10성), 독 저항력(5성), 분노의 마안(6성), 나선력(6 성), 수속성 친화력(5성), 진법 해석(2성), 화 속성 친화력(4성), 설화의 은막(4성), 어둠에 서 피어난 신성(7성), 사기 저항력(4성), 설화 의 마갑(6성), 설화 흡결(2성), 설화 척창(2 성), 분노 개방(1성), 죽음을 이겨내는 불꽃(4 성), 죽음을 가르는 칼날(5성), 신력 저항(1 성).
근력 : 916.
민첩성 : 910.
체력 : 901.
기력 : 924,
감각 : 946,
분노 : 180.
나태 : 100.
질투 : 100.
폭식 : 50,
상태창을 보자마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내용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 시야를 전부 가릴 지경이었다.
-뭐,뭐냐! 왜 이렇게 큰 것이냐!
라스는 메시지만 볼 수 있지, 상태창 자체를 볼 수가 없었기에 그 거대한 크기에 질려서 입 술을 부르르 떨었다.
‘네, 네가 욕할 만하네….’
특성의 갯수만 서른 개가 넘었다. 허접한 것 들도 아니고, 하나 같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특성이 저리 많다니,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 니가 없었다.
‘등급도 많이 올랐군.’
특성의 등급들도 하나같이 높았다. 다만 자 주 사용하지 않는 특성들의 등급은 조금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다.
‘ 다음은…
라온이 특성에서 시선을 내려서 능력치를 살폈다.
‘어…?’
이거 맞아?
기본적인 능력치들이 전부 900을 넘겼다. 최근에 큰 보상을 연달아 얻어서 저 말도 안 되는 수치를 이룬 것 같았다.
‘이러니까 몸이 가볍다 못해 제멋대로 움직 였군.’
라온이 다시 한번 900을 넘어선 능력치를 살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태에 적응하려 면 미친듯이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았다.
-하, 하나만 물어보자.
라스가 턱을 부르르 떨면서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지금 네놈의 능력치가 몇이더냐?
‘전부 구백이 넘어.’
-구, 구백? 꾸백? 꾸에에엑!
라스가 본인의 목을 잡고 버둥거 렸다.
-벌써 구백이라니! 다 망했느니라! 본왕은 이제 오돌뼈도 남지 않을 것이니라!
녀석은 분하다는 듯 꽥꽥 소리를 지르며 모 래밭으로 추락했다.
‘라스. 지금 내 육체 수준이 어느 정도야?’
라온이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라스를 불렀 다.
-네, 네놈의 육체 수준은 이미 초월에 도달 했느니라!
라스는 무학적인 성취는 한참 모자라지만, 육체 능력과 감각만큼은 초월의 입구 수준이 라며 바드득 이를 갈았다.
‘하긴 오늘 귀왕을 상대할 때도 너무 쉬웠 지.’
미세하지만 귀왕의 위치가 예측되었고, 놈 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찌를 수 있던 것을 보 면 육체 능력으로 압도했었던 것 같았다.
‘이제 정말 초월만 남았군.’
물론 쉽지 않겠지만.
라스 덕분에 데루스를 막기는 했어도 실제 자신의 무력은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에 간신 히 도달한 수준이다.
여기서 초월에 오를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예상도 되지 않았다.
‘죽더라도 해야해.’
데루스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자신이 있다.
뼈를 깎고 피를 토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그 영역에 도달해야 했다.
‘그런데….’
라온이 마지막에 뜬 마왕들의 감정 수치를 보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저 감정들은 왜 올라갔지?’
〈분노〉야 자신이 직접 받았다고 해도〈나태 〉,〈질투〉,〈폭식〉의 수치가 오른 게 이상했 다.
-뭘 묻는 것이냐! 네놈’이 마왕의 권능을 사 용했으니, 당연히 오르지!
라스는 멍청하다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 다.
‘하지만 난 저 권능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 데?’
자신은 나태하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질투 하지도 않았으며 , 라스의 기분을 풀 때가 아니 면 폭식을 자주 하지도 않아서 더 의문이었 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것이니라!
라스가 푸르딩 딩한 얼굴을 들이 밀 었다.
-네놈은 아무리 보아도 인간 같지가 않느니 라! 왜 영향이 없냐고!
‘흠….’
라온이 마왕들의 감정을 다시 보며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매만졌다.
‘불의 고리 때문인가?’
초창기 라스의 분노를 막아주었듯 자신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의 고리가 마왕의 감 정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 같았다.
‘보면볼수록 신기하네.’
라온이 심장을 휘도는 고리의 흐름을 느끼 며 눈매를 좁혔다.
‘이 힘은 대체 뭐지?’
라온은 저녁 수련을 끝낸 후 숙소로 돌아왔 다.
-흐으윽….
라스가 뻘게진 코를 매만지며 훌쩍였다.
-추우니 라. 뼈가시리 니 라.
녀석은 능력치를 많이 빼앗겨서 피하지방도 녹았다고 중얼거 렸다.
-오들오들 떨리느니라! 이불을 덮고 싶으니 라!
‘…춥다고?’
서리를 사용하는 마왕 주제에 춥다니 솔직 히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네가 바라는 게 뭐….’
-피자와 구슬 아이스크림!
라스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펄쩍 뛰어올 랐다.
-살이 통통하게 차오른 새우 피자와 랍스터 버터구이, 조개와 전복 술찜, 생선조림, 구슬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오거라!
라스는 해안가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나열하며 길게 입맛을 다셨다.
‘피자, 구이, 술찜, 조림 그리고 아이스크 림?’
라온이 라스를 보며 헛웃음을 홀렸다.
‘너 춥다며….’
-추, 추울 때는 원래 더 추운 것을 먹어서 이겨내는 것이니라! 이냉치냉도 모르는 것이 냐
라스는 인간이 이냉치냉도 모르냐며 콧잔등 을 찌푸렸다.
‘너 마왕 아니지?’
-헛소리 말고 빨리 가자! 식당 문 다 닫느니 라!
‘하여튼.’
라온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일으 켰다.
라스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사주기 위해 서 숙소를 나서는데, 현관 앞에 선 글렌이 보 였다.
“회의는 끝나셨습니까?”
글렌에게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끝났다.”
그는 아직 논의해야 할 것들이 남았다며 짧 게 답했다.
“시간 있느냐?”
글렌은 중요한 할 말이 있다는 듯 냉랭한 눈 동자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없느니라! 지금 당장 밥을….
“예.”
라온은 눈앞으로 튀어 오른 라스를 밀어내 고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럼 잠시 걷지.”
글렌은 따라오라는 듯 등을 돌려서 해안가 쪽으로 걸어갔다.
“알겠습니다.”
라온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짧게 한숨을 내쉬고서 글렌의 뒤를 따라갔 다.
사악.
글렌은 조금 전까지 라온이 수련하던 해안 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라온.”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라온의 이름을 불렀다.
“예. 가주님.”
라온이 무거워진 글렌의 분위기를 읽으며 마른침을 삼켰다.
“오늘 오황회의에서 너에 관한 이야기가 나 왔다.”
글렌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첫 번째는 너와 데루스 사이에는 우리가 모르는 악연이 엮여 있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 째는 네가 우리엘을 경악시킬 정도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지.”
그는 회의에서 다른 오황의 수장들이 꺼냈 던 부분들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그렇군요….”
라온이 시선을 내리며 입술을 씹었다.
‘올 게 왔군.’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 데루스의 정체를 밝혀내면서 이루어진 대화 때문에 다른 사람 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당연했으니 까.
‘그래서 눈빛이 어지러우셨군.’
글렌의 눈빛이 흔들렸던 것을 보면 계속 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문제는….’
어떤 핑계를 대도 완벽하게 속일 수가 없다 는 점이다. 오황은 바보가 아니니까.
‘그래도 후회는 안해.’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데루스를 조 롱할 것이다. 눈앞에서 놈‘이 망가지는 모습을 놓칠 수는 없으니까.
-본왕도 궁금했느니라!
라스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예전에는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대체 언제 알려줄 것이냐!
녀석은 이제 좀 말해달라며 고개를 흔들었 다.
‘그래. 이 녀석에 대한 부분도 있지.’
우리엘이 추한 힘이라 외쳤던 건 라스의 권 능이다. 분노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니, 솔직 히 말해서 답이 없었다.
“가주님. 사실….
“기다리거라. 내가 먼저 말하마.”
라온이 미리 준비한 대답을 꺼내려고 할 때 글렌이 손을 들어 올렸다.
“너는 내 친우를 살렸고, 내 목숨을 구했으 며, 데루스의 정체를 밝혀냈다.”
글렌이 손을 내리며 천천히 등을 돌렸다.
“하지만 저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의 눈빛은 그 이상 어지럽지 않았다. 마음 을 굳힌 듯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내가 너를 직계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예? 그게 무슨….”
“내 손으로 받아들인 손자를 믿지 않는다면 그 무엇을 믿겠느냐 ”
글렌이 옅은 웃음을 그리며 턱을 끄덕였다.
“네가 준비된다면 말하거라. 나는 그때까지 기다리겠다.”
언제가 차갑고 건조했던 그의 붉은 눈동자 가 햇살처 럼 따스하게 굽어졌다.
“나는 너를 믿는다. 라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