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세례 (1)
이건 뭔가 잘못됐다.
정말 잘못되어도 제대로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신좌의 성도가 되다니, 이건 진짜 잘못됐어!”
서기관은 머리를 움켜쥐고 절규했다.
그랬다. 서기관은 지금 미치고 팔짝 뛸 판이었다.
그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저 감옥에서 빠져나와 천성재를 없애려고 했던 것뿐인데.
그래서 특전 스킬을 얻어 어떤 여자에게 복수를 하러 가려 했을 뿐인데.
‘웬 미친놈한테 걸려가지고…!’
뭐 지금은 아무래야 좋았다.
서기관이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빛이 매우 비장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듯한 표정.
“좋아. 이번에는 분명 제대로 될 거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가 눈앞에 있는 노트를 펼쳤다.
[역사를 편찬하는 자의 노트]안에는 자신이 적어둔 5개의 문구가 써져 있었다.
바로 이건의 성역에서 옮겨둔 뱀주인좌 원전 이었다.
[사적(事績) 0]-귀환하다
[사적(事績) 1]-바다의 악마를 괴멸시키고 천의 짐승들을 무릎 꿇리다
[사적(事績) 2]-신궁(神弓)이라 불리는 위대한 성인이 뱀주인자리의 주인을 보고 감복하다
[사적(事績) 3]-신을 잡아먹는 괴물을 토벌하고 인류의 영혼을 해방하다
[사적(事績) 4]– 다른 신을 따르던 어린 천재가 첫 번째 종으로서 뱀주인좌에 이름을 올리다
뭐, 원문을 고쳐 쓰려다가 실패해서 결과적으론 바이블 편찬을 4개나 해주고 만 셈이 되었지만.
‘이게 다 이상한 만년필 때문이야!’
자신이 뭘 쓰든 자꾸만 글을 바꾸는 집착 만년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부오오!]목재 만년필은 가스레인지 위에서 울부짖고 있었다.
정확히는 석쇠에 꽁꽁 묶여 가스레인지에 태워지고 있었다.
동시에 서기관이 연필을 쥐었다. 그 순간 배가 아파왔지만 상관없었다.
“큭!”
서기관은 바로 제 스킬을 발동해서 내용을 고쳐 썼다.
[사적(事績) 5]– 신좌를 부정하는 젊은 서기관이 뱀주인좌의 종으로 귀순하다
->
[사적(事績) 5]– 신좌를 부정하는 젊은 서기관에게 뱀주인좌가 종으로 귀순하다
이번에는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 마력을 담았다.
번쩍!
마침내 노트가 번쩍이자 서기관은 웃었다.
“좋아! 성공했어!”
이번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여섯 번째 바이블의 편찬이 완료되었습니다] [인재등용 구절 편찬 완료] [서기관의 편찬으로 뱀주인좌의 인재등용 부문의 위력이 더 강해졌습니다] [입단한 성도에게 기본으로 특전 아이템(S)이 지급됩니다]“?!”
또다시 들리는 이건의 목소리에 서기관은 당황스러웠다.
“아, 아니 잠깐! 이게 아닌….”
동시에 번쩍이는 종이가 나타났다.
파지직!
바로 편찬이 끝난 바이블이었다.
[사적(事績) 5]– 신좌를 부정하는 젊은 서기관이 뱀주인좌의 종으로 귀순하다
그리고 그 종이를 확인한 순간, 서기관은 비명을 질렀다.
“뭐야! 왜 왜곡이 안 돼! 이번엔 만년필도 묶어뒀는데 왜!”
하지만 그 의문에 답하듯, 바로 옆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부오오!]“?!”
서기관은 식겁했다.
분명 불태우고 있던 만년필이 어느 새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만년필은 마치 자신을 두고 어딜 바람을 피냐는 듯 분노하고 있었다.
[부오오오!]덕분에 서기관은 당황스러웠다.
“뭐야, 이게 왜 여기에 있어!”
연필로 쓴 줄 알았던 글귀도 사실 이 놈으로 쓰게 된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기겁한 그가 만년필을 내던지려고 했지만 글쎄.
[만년필은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버림받은 충격에 더 굶주리게 되었습니다] [충격을 받은 만년필은 더 많은 애정을 갈구하며 주인의 피를 원합니다]콰직!
“악!”
만년필은 사정없이 서기관의 손등을 찔렀다.
서기관이 비명을 지르며 만년필을 10층에서 내 던졌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푹!
“악!”
제 옆에 나타난 만년필이 또 서기관을 찔러댔다.
마치 자신을 두고 어딜 도망가려는 듯이.
[부오!]물론 그건 이건이 만년필에게 특별 강화를 해둔 탓이었다.
[뽑아낸 데이터를 부여했습니다]– 순간이동 (A급) (추가)
– 특성슬롯 (1/1)
덕분에 만년필은 언제 어디서든 주인을 집착하며 따라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이건은 필시 이 상황을 예상하고 부여한 것이리라.
결국 스토커 만년필 때문에 자꾸만 계획을 실패하는 서기관이 다급해졌다.
“젠장! 이번에는 …!”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그냥 포기하시지?”
“!”
낯익은 목소리에 서기관이 급히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는 천성재가 있었다.
“우리 삼촌한테 수를 쓰려 하다니 1만년은 멀었어.”
서기관이 살짝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
저 꼬맹이가.
한 2시간 정도 흘렀을까. 체력을 회복하고 눈을 뜬 천성재는 그 사이 두 번째 성도가 생겼다는 사실에 꽤 놀라워했다.
하물며 그게 자신과 아빠를 죽이려고 덤벼들었던 놈이라니.
그러나 천성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삼촌의 선택이니 불만은 전혀 없어.”
그리고 원래 어제의 원수가 오늘 스카웃되어 아군이 되는 일은 흔했다.
그게 비즈니스였다.
물론 그뿐이라면 천성재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지만.
“허튼 짓 하기만 해봐. 그땐 나도 뱀주인좌 성도로서 가만히 안 있어.”
괜히 S급 성도가 아닌 듯 느껴지는 힘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서기관에겐 같잖은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뭐래, 이 초딩이.”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 * *
쾅!
병원 인근.
인적 없는 공터에서 들려오는 폭발소리에 휴고는 이마를 짚었다.
아니, 잠깐 상황만 보고 오겠다며 갔던 제 아들내미는 왜 또 위험하게 서기관이랑 붙고 있는 건지.
결국 큰 나무 하나가 쓰러지자, 휴고는 다급하게 제 친구를 보았다.
“건아, 너 어쩌려고 서기관을 성도로 들인 거야?”
물론 신앙심 100%이 아닌 사람을 성도로 만든 것도 신기하지만.
‘바이블의 힘이겠지.’
신의 힘으로 뭐든 가능하게 만든다.
이번 일이야 그야말로 1,000만분의 1 확률이겠지만, 그만큼 바이블에 새겨진 업적의 위력은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게 성도로 만든다 한들, 그 이후가 더 문제였다.
“신앙심이 없는 녀석이 얼마나 버틸 거라 생각해? 배신자가 될 거야. 그럼 신좌에 안 좋은 영향이….”
아니 신앙심은 그렇다 쳤다.
‘서기관은 그 욕심 많은 천칭좌도 포기 못하다가 결국 포기한 놈들이다.’
지금은 만년필로 어떻게든 서기관을 길들였지만 글쎄.
“서기관은 분명 강력한 패지만, 만년필이 망가지면? 위험부담이 너무 크…!”
“아니. 이 정도는 해야 해.”
“!”
말을 자른 이건이 날카롭게 웃었다.
“놈들 성신하고 비슷한 정도면 안 되지.”
“!”
“방해하는 것들은 성신까지 죄다 조져야 하는데.”
휴고는 움찔했다.
왠지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건은 성인들뿐만 아니라 그 배후의 성신까지 노리는 게 틀림없었다.
“성신 없이 성인은 존재할 수 없고, 성인 없이 성신은 존재할 수 없다.”
“!”
“성신과 성인은 혼연일체야. 날 가둔 일에 놈들이 1이라도 관여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국 놈들에게 힘을 빌려준 건 성신이야.”
그뿐이 아니다.
“택수야. 귀 파고 내 말 잘 들어.”
“응?”
“붉은 눈과 같은 놈들이 최소 3마리는 더 있어.”
드물게 휴고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 건 그 순간이었다.
어찌나 큰지, 주변에 있던 신궁좌 성도들이 무슨 일이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이건은 그런 휴고를 걷어찼다.
“조용히 해. 멍청아.”
휴고는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아니, 아니…! 붉은 눈 같은 놈들이라니. 그것도 3마리 아니 잠깐… 야!”
휴고는 정말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도 그럴게 붉은 눈은 혼자서 인류를 멸망 직전으로 몰아넣었던 사상 최악의 괴물이었다.
인류최강들이 목숨을 걸어도 잡지 못하고 도망쳐야했던 놈.
하물며 이건조차도 목숨을 맞바꿔야 했던 놈이 아닌가.
그런데 뭐가 어째?
“그런 놈이 3마리?! 야!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마!”
“농담 아닌데. 게다가 어쩌면 붉은 눈보다 더 강할 수도 있지.”
“……?!!”
이건은 진지했다.
탑에서 자신을 실험체 취급하던 그 파수꾼은 꽤나 수다스러웠다.
‘꽤 많은 걸 나불거렸지.’
어차피 자신이 죽을 거라 생각하고 말이다.
“하물며 그 3마리는 ‘애완동물’이야.”
“#$*&#*?!”
휴고는 이제 숨이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건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뭐 그쪽은 일단 됐어. 나도 추측만 하는 거지, 확실한 건 아니니까. 어쨌든 지금 확실한 적은 둘이야.”
미지문명과 천칭좌.
이건이 날카롭게 웃었다.
“괴수들, 그리고 날 배신한 놈들. 동시에 인류에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은 전부 도려낼 거야.”
그게 신이든, 악마든 말이다.
“……!”
그 눈빛에 휴고는 움찔, 침을 삼켰다.
그도 그럴 게, 저 눈빛.
지독히도 차가운 저 눈빛은 이건과 처음 만났을 때의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이는 성인들과 괴수를 극도로 미워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땐 더욱 병적으로 싫어했다.
말을 걸기 무서울 정도로 사람이 까칠하고 험악했다.
자신이 성인이라는 걸 알게 되자마자 도끼를 휘두를 정도였으니까.
그나마 자신을 만나고 나서 성인에 대한 인식이 유해진 것이다.
그러니 하는 말이었다.
‘어쩌면 서기관을 들인 이유도….’
뭐 아무래야 좋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 혼자서는 무리….”
그러자 이건이 개 뭔 소리냐는 듯 휴고의 어깨를 잡았다.
“당연히 님도 함께죠?”
“예?”
“일단 유하와 성재는 내가 성인급으로 만들 거야. 그런데 아버지인 너도 손가락만 빨고 있으면 안 되겠죠?”
휴고는 어이가 없었다.
둘은 S급 성도니까 등급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쳐도.
“이봐요. 성인은 이미 능력적으로 각성이 끝났어. 여기서 어떻게 더 강해진다고…!”
그러자 이건이 능청스래 웃었다.
“뭐 정 안되면 권속신으로 진화하시지? 그래서 뱀주인좌로 넘어와.”
“너 지금 장난하냐!”
휴고는 분노했지만, 정작 이건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왜?
바로 자신이 봤던 의 등급표 때문이었다.
[성도(인간권속)등급]1단계 노예(급): 부역자
2단계 평범(급): 평신도
3단계 희귀(급): 재능있는
4단계 거물(급): 이름을 알린
5단계 거성(급): 한 나라를 움직이는
6단계 영웅전설(급): 인류 최강 (성인)
7단계 권속영웅신 (급): 권속신
뭐, 확실하진 않지만 만약 6단계가 정말 성인을 의미하는 거라면.
‘특정 레벨의 인간은 권속신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의 꿍꿍이를 알 턱없는 휴고가 이마를 짚었다.
“아무튼 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서기관을 들였는지는 알겠어. 신좌를 키울 생각이지?”
“그렇….”
바로 그때였다.
쾅!
폭발소리와 함께 천성재가 날아왔다.
“크윽!”
아무래도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탓일까.
대부분의 주요 스킬이 삭제되어 거의 힘을 못 쓰니, S급이라도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기관이 웃었다.
“초딩은 초딩이네. 상대가 전혀 안되잖아.”
“야! 저게 아까부터 누구한테 초딩이래! 나 내년이면 고등학생이거든!”
“고딩? 그 키로? 160은 넘고?”
“#$&#$^&!”
“놀랍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 한 줄 알았는데.”
상처 입은 천성재가 울부짖었다.
“삼촌! 저 자식 적이에요! 파문해버려요!”
어떤 욕을 들어도 꼼짝 않던 녀석이 한방에 무너졌다.
동시에 일부러 도발했던 서기관이 기회라는 듯 움직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
‘!’
마침내 서기관이 천성재를 처리해 스킬을 얻으려는 그 순간!
빠각!
“허억!”
서기관에게 이건의 발차기가 날아갔다. 무자비하게 날아간 서기관은 단번에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콤플렉스로 시무룩해져 훌쩍이는 천성재를 불렀다.
“성재야 이리 와. 세례 하자.”
“!”
천성재는 깜짝 놀랐다.
그건 당연했다.
지금까지는 삼촌이 세례 해준다고 해서 별생각 없이 좋아하기만 했지만.
‘세례는 성신과 만나는 유일한 기회다.’
그리고 성도가 성신의 정체를 알게 되는 때였다.
어느 성신이든 위장된 모습을 풀고 본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성도가 세례식 중에 졸도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대표적으로 전갈좌였다.
괴물 같은 모습의 성신을 보고 기절해버렸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나마 양호한 신좌는 신궁좌나 백양좌였다. 인간의 모습이었다고 하니까.
‘분명 신궁좌는 태양신이었고, 백양좌는 옥황상제라 했나.’
신궁좌는 제 성인처럼 미남이라는 소문이었고, 백양좌는 쫌생이 같은 호호할배라는 소문이었다.
덕분에 천성재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뱀? 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자신도 세례 중에 기절할지 몰랐다.
‘젠장. 뱀주인좌의 성신은 어떤 신인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뱀주인좌 성신은 정체가 뭐지?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번쩍이는 세례의 빛이 그의 머리 위로 작렬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1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