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그가 돌아왔다? (1)
처음엔 그냥 흘러가는 말이었다.
“역시 이건은 살아 있어.”
그리고 그 말에 천성재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그런데 그 이건이 없으면 1위 성단은 아무것도 못하는 등신들이지.”
그 말에 청와대 국빈만찬장이 한순간에 살벌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한 곳을 보고 있었다.
기자들은 물론, 국가의 중책들까지. 하물며 오늘 귀빈으로 불려온 성단장들 눈엔 살의마저 돌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꺼냈던 근육질 호남이 웃었다.
“왜, 내 말이 틀려? 거기 거미새끼 한 마리도 못 잡은 사람.”
그 말에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결국 보다 못한 옆 사람이 눈치를 줄 정도였다.
“사자좌 성단장님. 제발 좀…!”
청와대 직원들은 애가 탔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오늘 이 자리는 한국의 탑 성단부터 하위 성단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
1년에 두 번.
청와대에서 성단들을 귀빈으로 모시고 회의하는 중요한 국가행사였다.
그리고 각 국의 톱 성단은 성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12개의 직영성단들. 안 그래도 사이가 좋을 리 없는 이들이었다.
그래서 말조심을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전쟁 급의 칼부림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사자좌 한국 성단장이 누군가를 향해 웃었다.
“왜. 부천의 거미여왕도 결국 이건이 대신 잡았다며. 거참 만주에서 놓쳐, 뒷수습도 못해. 그러고도 저것들이 우리나라 1위 성단이 맞나 모르겠네.”
그러자 쌍아좌의 성단장이 먼저 불쾌한 듯 고개를 돌렸고, 천성재가 불안하게 보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근육질의 호인은 계속 능청을 떨었다.
“그래서 이건이 거미여왕은 어떻게 잡던가? 역시 그 영웅담이 있을 정도의 실력이던가?”
그 말에 빠각, 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기어이 올 것이 왔다는 듯 숨을 죽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거기서 이건 이야기는 왜 나옵니까?”
“맞아요. 이건 이야기는 당장 취소하세요!”
결국 쌍아좌 성도들까지 발끈하자 사자좌 성단장이 히죽거렸다.
“왜? 이건은 한국 최고 영웅이잖아. 쌍아좌 대신 거미여왕을 잡아줬다는 게 뭐가 어때서? 뭐 겁쟁이 백양좌는 처음부터 이건 다리를 붙들고 늘어져야 했고.”
그 호탕한 웃음에 이젠 백양좌 성도들까지 이를 갈았다.
저건 명백한 조롱이었다.
“사자좌가 전투신좌라고 으스대고 싶은 모양인데. 거미여왕은 당신들도 만주에서 못 잡았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비교해도 이건하고 비교를…!”
이건은 분명 존경할 만한 한국의 영웅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과 비교할 대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불만의 증거로, 컵을 깬 말쑥한 사내가 비웃음을 흘렸다.
“젊은 시절, 이건의 영웅담에 너무 심취하셨나봅니다.”
최성혁. 그는 마법신좌로 유명한 쌍아좌의 한국 성단장이었다.
동시에 한국 2위, 사자좌 성단장이 웃었다.
“왜 그래, 이건의 그 유명한 러시아 공략전 영상도 못 봤어?”
“허, 이야기 못 들었습니까? 그거야 12성인들의 버프를 받았으니 가능했던 거죠. 무기나 성물도 성인들이 전부 만들어줬다고 하고요. 그리고 그 정도로 버프를 받으면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잘할 수 있어요.”
“학업 부적이나 팔아서 1위 중이면서 자신감은.”
그 말에 쌍아좌 성단장의 주변에서 거친 마력이 피어오르고.
쾅!
사자좌 성단장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 두 동강났다.
쌍아좌 성단장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마트에 다시 나왔던 거미여왕은 그래요. 봉인의 여파도 있었고, 저희 용감한 S급 성도가 동귀어진으로 잡았지만…”
“니네 성도, 아무것도 못하고 도망치다가 홀라당 잡아먹혔다는데? 그리고 이건이 그걸 잡았대. 거기 있던 꼬마가.”
결국 웃고 있던 쌍아좌 성단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목격담이랑 악마의 탑 붕괴 때문에 자꾸 이건을 들먹이시는데, 정신 차리세요. 괴수들도, 각성자들도 그때보다 강해졌습니다.”
“하긴. 아무리 강했어도 주먹구구식의 20년 전하고는 비교하는 게 우습긴 하지.”
결국 이건은 거론할 가치가 없네, 악마의 탑 낙오자네, 말싸움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내 보기엔 이건이 훨씬 강할 것 같은데.’
제일 구석에 앉아 있는 그는 탄식부터 나왔다.
그는 젊은 시절, 이건에게 목숨이 구해지던 때를 한시도 잊지 못했다.
그때 괴수를 찢어발기던 이건의 실력은 압도적이었다.
세상엔 분명 날고 기는 스타급 각성자들이 많았지만, 그의 아우라와 비교한다면야.
하지만 콧대 높은 지금의 각성자들이 이건을 인정할 리 없었다.
토벌 작전에서도 그랬다.
‘이건이 만든 매뉴얼을 내밀면 구닥다리라 비웃는 판에.’
20년이나 흐른 탓일까,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듯한 평가 탓일까.
세간에서 보는 이건의 평가는 갈리고 있었다.
‘직접 본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의 능력을 믿지 못할 정도지.’
자신도 이건에 대해 말하긴 했지만, 증거가 없어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이건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는 붉은 눈을 잡기 전에 낙오된 그냥 그저 그런 각성자일 뿐.
윤 대통령은 그게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악마의 탑이 무너졌을 땐, 그리워하던 영웅의 귀환인가 싶어 가슴이 떨렸지만.
‘그럴 리가 없지.’
실제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그가 살아 돌아왔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악마의 탑 이야기를 하면 조롱거리가 되었다.
‘어쨌든 정세가 흉흉하다.’
한반도 주변은 점점 괴수들이 늘어났고, 이웃나라와 계약한 신좌들은 한국에 위임통치권을 빙자한 식민지통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어째서인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돈을 독촉하던 백양좌가 연락두절이 된 건 이상했지만.
결국 이건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던 대통령이 탄식했다.
‘정말 그 영웅이 살아있었다면 좋으련만. 그럴 리 없지.’
그런데 그때였다.
“큰일입니다!”
“!”
만찬장 안으로 청와대 직원이 뛰어 들어왔다.
“지금 바로 뉴스를 확인해보세요!”
“뭐야, 무슨 일인데?”
“이, 이건이!”
* * *
한편 그 무렵.
“야. 오택수.”
“싸인 안 해.”
칼 같이 터져 나오는 말에 이건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게 아니….”
“싸인 안 해.”
결국 휴고는 한 대 맞았다.
“싸인 말고, 등신아. 너 순위가 왜 이 따위야?”
“뭐? 순위? 무슨 순위?”
그러자 이건은 대답대신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리고 뭘 본건지, 휴고의 표정이 돌연 얼어붙었다.
[한국 연맹 성단(신좌) 순위]1위 쌍아성 (쌍아좌 직영)
2위 은사자 (사자좌 직영)
3위 황금양털 (백양좌 직영)
…
[세계 연합 성단(신좌) 순위]1위 천평 (천칭좌 직영)
2위 광휘 (처녀좌 직영)
…
휴고는 어째서인지 시선을 피했고, 이건의 눈빛이 맹수처럼 번득였다.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본 네 성도가 딸랑 2명이야. 그래서 이상하긴 이상하다 싶긴 했는데.”
“아니 그게 건아. 일단 들어보….”
“왜 신궁좌는 세계 순위권은커녕, 국내 순위권에도 있지 않는 걸까? 심지어 직영성단도 아닌 이상한 아마추어들보다 순위가 낮은 건 왜지?”
그 살벌한 미소에 휴고는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왜 내가 가르친 놈이 다른 새끼들보다 밑이냐고! 새끼야!”
이건은 입에서 불꽃을 뿜어댔다.
그것도 그럴 만한 게, 휴고는 자신이 직접 전투 훈련을 시키고 여러 가지 신좌스킬들을 개발시켜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연히 저 위에 있어야 할 놈이 왜 순위에도 없냐고! 심지어 왜 재수 없는 사자좌보다 뒤야! 뒤질래? 아 존심 상해!”
새삼 튀어나오는 불같은 성미에 휴고는 땀만 흘렸다.
“이, 일단 들어봐. 그 순위는 성도수랑 자산액이랑 여러 가지 요건이 합쳐진….”
그러나 이건은 들은 척도 안 했다.
“어휴, 아버지가 그렇게 무능하니까 자식들이 가출이나 하지.”
“가출 아니라니까!”
이건은 코웃음을 치면서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
“애초에 아들내미는 각성자라며? 아빠가 성인인데 왜 다른 신좌의 성단에 가 있대?”
그 말에 휴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툴툴걸며 이건만 쏘아보았다.
왜긴 왜인가.
‘너 때문이지.’
휴고는 이건을 째려보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신좌 순위나 제 아들이 아니었다.
“너 좀 적당히 할 수 없니?!”
휴고는 사방에서 윙윙거리는 모기들을 보여 화를 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은 웃으며 촛불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어퍼컷!
퍽! 퍽!
[신좌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신좌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신좌 경험치가 올랐습니다]“오, 역시 개꿀.”
흡족하게 웃는 그의 눈 앞에는 수상하게 피어오르는 향초가 있었다. 그리고 초 주변에서 찍소리를 내며 죽어 있는 건 다름 아닌 모기 괴수들.
B급
-불이 켜져 있는 동안, 다양한 레벨의 벌레들이 몰려든다
-주의. 반드시 공터에서 사용할 것.
– 실내에서 사용 시 집안이 거덜 날 수 있음
홈트레이닝 용으로 성물을 만들어냈던 이건은 낄낄 거렸다.
이 초는 집에서도 짬짬이 레벨을 올릴 방법이 없나 고민하던 참에 만들어낸 물건이었다. 소년의 집에서 본 성물을 개조한 것이다.
그리고 효과는 만점.
이건은 휴고의 성역 전체를 모기 시체 밭(?)으로 만들었다. 날아오는 괴수들을 쥐어 패니 경험치와 몸풀기로는 꽤나 적격이었다.
결국 불이 꺼지자 이건은 다시 라이터를 켰다.
“자, 한 번 더….”
결국 보다 못한 휴고가 핏대를 세웠다.
“야! 그만 안 해?! 넌 우리집을 모기 사육장으로 만들 셈이냐!”
“칫.”
노트북에 쌓인 모기 시체를 털어내던 휴고는 이를 갈았다.
‘콱 저걸 쫓아내야지.’
“아무튼 양웨이는 당분간 도망친 걸로 처리하자.”
“뭐?”
휴고의 제시에 이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이게 뭔 소리를 하나 했지만, 휴고는 진심이었다.
‘건이가 이 이상 사고 치면 곤란해.’
돌아오자마자 백양좌의 성역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 하며, 성인을 처리한 것 하며.
자신이 수습하는 데만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고는 있는 건가.
물론 자잘한 것까지 합치면 자판기 기물훼손까지 훨씬 더 늘어나지만, 그것까지 알 리 없는 휴고는 눈을 번득였다.
“놈들이 네가 살아있다는 걸 모르는 건 좋은 기회야. 준비를 해서 놈들의 뒤를 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어.”
그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리하는 건 제 친구의 성미엔 안 맞겠지만…
“그러니 딱 며칠만 조용히 있어. 수습할 때까지 당분간만. 알았지?”
그러자 이건은 제 머리에 올라타는 슬라임을 보며 말했다.
“음, 미안한데.”
“왜. 또 뭐.”
“그거라면 이미 사고 쳤는데.”
“아 그래? 뭐 네가 그럼 그렇ㅈ… 뭐, 뭐?! 또 무슨 사고!”
이건이 히죽 웃었다.
* * *
세상이 난리가 나 있었다.
아직 방송국에서 특집을 내기도 전인데, 기사부터 먼저 터져나갔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건의 필적으로 써진 독특한 글씨. 악마의 탑 사건 직후 벌어진 사건.
하물며 방송국에 보낸 걸로는 성이 안찬다는 듯, 전 세계 신문사에도 뿌려진 문구들.
그건 악마의 탑 붕괴 이상의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 속보에 맞춰 세상도 들썩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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