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55)
외전 28화. 건이는 어디 있어?
[키에에엑!!]거대한 포효와 함께 붉은 눈이 마침내 쓰러졌다.
쿵!
그리고 이건 역시 쓰러졌다.
“허억…!”
솔직히 운이 좋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역시 지금까지 잡았던 놈들 중에서 가장 강했다.’
애초에 지금 살아 있는 게 기적이었다.
그도 그럴게 기껏 이놈을 위해 세워뒀던 작전은 10명이 이탈하면서 엉망이 되었지.
아이템도, 힐러도 없었지.
몸 상태는 뒤지기 직전의 엉망 상태지.
그리고 모든 능력을 풀로 쓴 이건은 쿨럭 피를 토했다.
‘마력까지 완전히 동났군.’
사실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온 몸이 만신창이.
하지만 그럼에도 이건은 기분이 좋았다.
“이걸로 전부 다 끝났다.”
그는 뿌듯하게 자신이 자른 붉은 눈의 머리를 툭툭 쳤다.
가장 위협적이었던 이놈을 없앴으니, 이제 세상에 남은 건 이놈이 통솔하던 부대들뿐.
‘뭐, 그놈들은 그래봐야 이제 뒷정리 수순이다.’
자신이 아무리 12명을 까댔어도, 그래도 그 정도는 처리할 수 있는 놈들이었다.
하물며 보스가 사라진 시점에서 괴수들의 사기도 깎였을 테니 훨씬 수월할 터.
‘이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겠어.’
그래도 붉은 눈을 잡아줬는데, 연금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교과서나 위키 같은 데에도 실리면 좋겠다.’
아무튼 여기서 나가면 택수한테 기생하면서 놀고먹고 해야지.
그러다가 세월이 지나 택수가 결혼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스승님이라고 따를 때의 흑역사를 풀어주면서 주례라도 서줘야지.
뭐, 연우의 시신을 찾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건 차차 찾으면 된다.
그렇게 이건은 처음으로 낄낄 웃으면서 홀가분하게 붉은 눈의 방을 나왔다.
덜컹!!
하지만 이건이 나오자 기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이건?!”
문 밖에서 덜덜 떨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이반과 세르게예비치.
그리고 케빈의 모습을 한 장루이와 장루이의 분열체, 총 네 명이었다.
“너 이건 맞지?”
“괴, 괴수가 변해있는 거 아니지?”
그 말에 이건은 굉장히 빡친 듯 흉악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새끼들이. 도망이라고 친 곳이 고작 문 밖이었냐?”
“이, 이건!!”
“왜! 뭐! 도망칠 거면 아예 지구 밖으로 도망치지! 작전도 까먹고 도망친 새끼들이 뭘 잘했다고 돌아와?!”
“아, 아니…!”
그 순간만큼은 늘 큰소리치는 이반마저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도 그럴게 붉은 눈은 별거 아니라며, 호기롭게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이반이 아니었던가.
다른 사도들 역시 기세등등하게 나섰지만, 결국엔 붉은 눈한테 쫄아 전선을 이탈했다.
결국 세르게예비치와 이반은 이건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 붉은 눈은? 지금은 조용한 것 같은데 잠재웠나?”
“니 새끼 눈깔은 폼이냐? 내가 들고 나온 게 뭐라고 생각하는데?”
“뭐냐니… 아악!!”
그들은 이건이 질질 끌고 나온 거대한 물체를 보고 기겁했다.
“뭐, 뭐야, 붉은 눈?!”
“니들이 작전도 쌩까고 다 도망가는 바람에 결국엔 내가 다 잡았다. 새끼들아.”
“미, 미친…! 그걸 혼자 잡았단 말이야?”
“혼자 잡는 게 힘들 걸 알면 좀 더 일찍 오지 그랬냐? 혼자 잡느라 삼일은 걸린 것 같은데.”
“아, 아니.”
그들은 몸을 덜덜 떨었다.
두려움에 100층 구석으로 도망친 건 좋은데, 그 와중에 미친 듯이 울려 퍼지는 붉은 눈의 포효소리에 그들은 눈조차 뜰 수 없었다.
호랑이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몸이 경직된다는 말처럼, 붉은 눈의 울음소리는 정신과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래서 소리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온 것인데.
‘소리가 안 들렸던 건, 붉은 눈이 죽었기 때문이었나…!’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이건을 보았다.
그간 계속 부정했지만, 역시 이건을 인정해야 했던 것일까.
이 순간만큼, 실력차를 뼈저리게 느낀 적도 없을 것이다.
“그… 미안 우리는….”
“꺼지고. 다른 애들은?”
겁에 질려 도망간 놈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양웨이는 엉덩이만 내민채 구덩이를 파고 덜덜 떨고 있었고.
“야. 빨리 안 나와?! 식량 담당이 도망치면 어쩌란 거야! 배고파 죽겠거든!?”
“아악!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아악 붉은 눈!”
제일 먼저 이탈한 스티븐은 괴수들의 무기창고에.
“자, 잡았다고? 네가? 혼자서?!”
“그래. 붉은 눈이 못 움직이게 묶어두기로 한 놈이 제일 먼저 튀어서 죽는 줄 알았다.”
“……!”
죽은 괴수로 변신하고 있던 리브는 이건을 보고 귀신 보듯 했으며,
“네, 네가 어떻게 살아 있어?”
“어째 내가 죽길 바란 것 같다?”
“!”
텔레포트로 숨어 있던 헤이지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고,
“빨리 와. 네가 게이트를 열어야 밖에 나가지.”
유일한 힐러 소피는 한층 밑에서 엉엉 울고 있었다.
“갑자기 길이 막히는 바람에! 올라갈 수가 없어서!”
“전갈이는? 너랑 있던 거 아니었어?”
“그, 그 여자는 떨어지는 저를 구해줬는데. 괴수한테 습격을 받아서 갈라졌어요. 이상하게 괴수들이 그 여자만 노려서…!”
“뭐? 지금은 어디에 있는데?”
“모르겠어요. 큰 부상을 입어서 전갈좌의 권속신들이 탑 밖으로 데리고 나간 것 까진 봤는데….”
“그래? 밖에 나갔다면 다행이고.”
모든 사도들을 찾아낸 그들은 붉은 눈의 방으로 돌아왔다.
붉은 눈의 마력을 이용해 밖으로 나갈 텔레포트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 밑에는 우리가 피해서 온 놈들로 가득해. 특히 10층 간격으로 있던 중간 보스 층은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이건의 작전으로 겨우 다음 층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밖으로 나간다.”
그 뒤엔 계획했던 대로 탑을 영구 봉인하고, 성신들의 아공간에 보내서 마무리한다.
그리고.
“니들은 나가서 전부 뒤졌어.”
“!”
이건의 성난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떨었다.
붉은 눈을 혼자 잡은 이건은 굉장히 빡쳐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12사도들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100층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였고 말이다.
단지 마지막 순간에 초를 친 만큼, 단단히 부려먹을 생각이었다.
“제일 문제였던 놈도 처리했겠다, 난 이제 은퇴하고 작전만 세워줄 거야. 그러니까 니들은 5년 동안 무보수로 남은 놈들 뒤처리나 해. 찾아올 땅도 아직 남았잖아.”
“……!”
“뒤에서 무지하게 굴려줄 테니 피똥 쌀 각오나 해라.”
동시에 사도들은 얼어붙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우리는 붉은 눈을 보자마자 도망쳤다.’
그것도 아주 꼴사납게.
그리고 밖에 나가게 되면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겠지.
그러면 언론은 신이 나서 이건이 혼자 다 처리했다고 대서특필을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건이 그 상황을 전부 다 말할지도 몰라.’
특히 인류 따위 알게 뭐냐며, 자신들이 먼저 사는 게 먼저라고 말했던 이반은 손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면 우리들은 계획을 망친 겁쟁이들이. 이건은 그 모든 걸 수습한 희대의 영웅이 되겠지.’
물론 그 사실을 달게 받아들일 몇몇도 있었다.
바로 가장 먼저 도망친 스티븐과 겁에 질려 홀로 도망친 헤이지, 비전투원이라 비교적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양웨이와 소피였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젠장…! 저놈은 여기서 내보내면 안 된다.’
이반과, 세르게예비치, 리브만큼은 공포에 떨었다.
이반은 비난의 화살이 두려웠고, 세르게예비치와 리브는 각각 한 짓이 있었다.
‘이건이라면 도시에 설치한 성물에 대해 눈치챌지 모른다.’
‘장루이를 케빈으로 변신시킨 걸 눈치챌지도 몰라.’
그래서 그들의 눈이 험악하게 빛났지만, 대부분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헤이지가 이동 포탈을 거의 완성한 그 순간!
쿠구궁!!
[키에에엑!!!]“아!”
밑에 층에 있는 괴수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쾅!!
마치 사도들을 그냥 보내지 않겠다는 것 같았다.
쾅!!
“젠장! 저 새끼들이 탈출 게이트를 깨트렸어!”
“조금만 시간을 끌어줘! 금방 다시 만들 수 있… 으윽!”
동시에 바닥에 괴이한 블랙홀이 생겼다.
“뭐, 뭐야! 함정?!”
블랙홀 같은 시커먼 구멍은 사도들을 빨아들일 듯, 강한 힘을 내뿜었다.
“아악! 살려줘!”
그리고 그렇게 건물이 무너지고, 괴수가 쳐들어오고, 100층이 아수라장이 되어 갈 때였다.
괴수들을 부른 케빈, 아니 장루이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린 듯 품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그리고 이건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지다 못해, 모두의 시선이 이건에게서 떨어진 그 순간!
푹!
“커헉!”
장루이는 이건의 등 뒤에 칼을 찌르는 데 성공했다.
결국 이건이 휘청거리며 힘을 잃었다. 동시에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건!!”
이건은 가까스로 블랙홀 근처에 있던 기둥을 붙잡았다.
그리고 한순간이지만 12사도들은 모두 이건을 붙잡을 틈이 있었다.
하지만.
[키에에엑!!!]“!!”
괴수의 울음소리에 얼어버린 그들은 이건을 잡을 수 없었다.
아니, 이건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이반과 세르게예비치는 그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
결국 몇 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순간. 이건은 기둥을 놓치고 블랙홀 안으로 떨어졌다.
“이건!!”
당황한 스티븐과 헤이지가 따라가려는 그때, 장루이가 급하게 외쳤다.
“뭐 하고 있습니까! 빨리 게이트 안으로 뛰어 들어요!”
“하, 하지만! 이건이!”
“지금 상황 안 보이십니까?! 이미 늦었어요!”
“맞아! 우리부터 먼저 살아야지!”
결국 그들은 쫓기듯 텔레포트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나타난 곳은 악마의 탑 입구.
“헉, 허억…!”
아수라장 속에서 겨우 살아나온 그들은 믿기지 않은 듯, 낯익은 하늘을 보았다.
동시에 그들은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나, 나왔다!”
“사도들이야!!!”
“!”
기자들은 특히 그들의 뒤에 있는 물건에 환호성을 질렀다.
“붉은 눈! 붉은 눈의 목이다!!!”
“만세! 영웅들이 해냈다!!!”
사람들은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 이건 씨는요?”
“어 그러고 보니 이건 씨가 안 보이네요?”
“……!!”
“아! 혹시 신궁좌나 전갈좌처럼 먼저 나온 겁니까?”
“에이 그러면 신궁좌가 진작 알았겠지. 친구잖아.”
“이건 씨는 지금 어디에 계시죠?”
사도들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 * *
-붉은 눈이 잡혔습니다!!
-인류는 이제 살았습니다!
-영웅들이 붉은 눈의 목을 따서 탑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편 그 무렵.
무려 수만 마리의 괴수를 처리하고, 혼자서 도시를 지키는데 성공한 휴고는 탈진 후, 병원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악마의 탑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으나, 그는 TV속보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래! 잡았구나…!!”
토벌에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휴고는 기쁘게 이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건이 전화를 받지 않자, 휴고는 가볍게 웃었다.
“이 자식, 탈진했구나.”
그럴 만했다.
마지막 층까지 가느라 얼마나 고생했을까.
“뭐, 스티븐 씨나 케빈 씨한테 물어보면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알겠지.”
그렇게 웃으며 스티븐에게 통화를 하려는 그때였다.
-예? 이건이 탑에서 나오지 못해요?
-그게 무슨 소리죠? 왜 이건이 나오지 못해요?
이어지는 TV 속보에 휴고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얼어붙은 그가 바로 병실 밖으로 나가는 그 순간이었다.
“!”
문을 열자마자, 병실로 들어오려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다름 아닌 장루이.
마치 저승사자처럼 상복 수트를 입고 서 있는 그는 측은하다는 듯 휴고를 보며 웃고 있었다.
* * *
“잠시만요! 13번째인 이건 씨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왜 12명만 돌아왔죠?”
“분명 악마의 탑에는 13명이 들어갔을 텐데요! 이건은! 한국의 각성자 이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세상이 들썩였다.
다름 아닌 이건에 대한 일 때문이었다.
“정말 이건이 인류를 위해 스스로 함정에 뛰어든 게 맞습니까?”
“다른 사도분들을 구하기 위해서요?”
“정말 이건 씨가 죽은 게 확실합니까?!”
기자회견장에는 휴고와 헤일리를 빼고 모두 모여 있었다.
양웨이와 소피는 카메라를 보지 못했고, 지젤과 리브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헤이지나 스티븐은 제 무릎만 보았고, 케빈은 넋을 잃은 채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뜨거운 기자회견장에서 이반이 침통하다는 듯 말했다.
“13번째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습니다.”
세르게예비치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이건의 숭고한 희생은 절대로 헛되이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믿고 맡겨주십시오.”
“그러니 동료를 구하기 위해 희생을 한 우리 고귀한 영웅을 기려주시고….”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쾅!!!
“아악!!”
기자회견 장의 문이 박살났다.
그리고.
“거짓말 치지 마!! 이 개새끼들이 어디서 사기를 치고 있어!”
열받은 휴고가 피투성이가 된 장루이의 멱살을 잡고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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