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358)
외전 31화. 우리 결혼할래요? (2)
천지우와 휴고는 점점 가까워졌다.
물론 처음엔 ‘밥을 먹었느냐’는 문자가 오가는 정도였다.
그러나 천지우의 안부 문자는 매일 같이 왔고, 만약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하면 그녀는 휴고에게 밥을 사달라고 했다.
세탁비만큼.
아마 천지우는 일부러 그랬던 것이리라.
이건이 죽은 후, 휴고는 밥을 전혀 챙겨먹지 않았으니까. 주변에서 먹으라고 챙겨줘도, 밥보다 술로 배를 채우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천지우는 알았던 것이다.
2인 이상 메뉴를 시키면 휴고도 어쩔 수 없이 한 술 뜨게 될 것이란 걸.
아무래도 여자 혼자 머쓱하게 밥을 먹게 둘 성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그 예상은 맞았다.
“어… 지우 씨. 오늘도 해장국 정식이네요.”
“네. 왜요?”
“아니, 어제도 해장국이었잖아요. 제가 사는 건데, 더 비싼 거 사달라고 하시죠. 고기라든가, 파스타라든가….”
“어머, 이게 뭐 어때서요.”
“…지우 씨.”
“네?”
“혹시 매일 술 마셔요?”
빠직.
뭐,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알코올중독자인 휴고에게 해장 음식 먹이기 효과는 좋았다.
밖으로 끌고 나와 술을 못 마시게 하니, 휴고는 점점 폐인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실제로 거울을 보는 휴고는 질색하며 제 몸을 보았다.
“와. 미친, 그 사이 뱃살 생긴 것 봐.”
각성자니까 일반인보단 튼튼하다며 자만한 결과일까.
히키코모리일 땐 제 모습이 어떤지 전혀 몰랐는데, 생각보다 심각했다.
근육질이었던 몸은 배가 불룩 나와 전형적인 술꾼 아저씨 몸매.
머리도 수염도 덥수룩하고, 피부와 눈은 마약이라도 한 것 마냥 퀭하고.
하지만 천지우 덕분에 알코올중독에서 벗어난 휴고는 운동으로 몸매도 원래대로 돌리고, 머리도 얼굴도 깨끗하게 했다.
그렇게 원래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둘이 꽤 친밀해졌을 때.
“어머, 영웅 박물관이라니. 이런 멋진 게 생길 줄은 몰랐어요!”
“허허. 양웨이가 돈 냄새 맡는 건 진짜 귀신이긴 했는데, 설마 이런 것까지 만들었을 줄이야….”
세계 곳곳에 생긴 12사도의 박물관에 휴고는 굉장히 부끄러워했다.
각 영웅별로 특별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휴고는 좋으면서도 고개를 들 수 없는 것이리라.
그래도 천지우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걸까.
“저… 지우 씨! 저기로 가죠! 저기에 멋있는 제가…!!!”
그러나 곧 아차 싶었던 휴고가 바로 방향을 돌렸다.
“아니!! 제가 아니라 건이가 멋있는 곳으로 가야죠! 저기 건이 특별관이 있어요!! 지우 씨 건이 좋아하시죠?!”
휴고가 쩔쩔매는 모습에 천지우는 풉,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휴고는 자신이 ‘이건 님이 아니면 관심도 없다’는 말에 굉장히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박물관에서 굿즈를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우 씨. 뭐 사고 있었어요?”
“꺅, 네, 네?! 아! 랜덤 피규어요. 너무 퀄리티가 좋아서…!”
굿즈 가게에 있던 천지우는 휴고가 다가오자 어째서인지 당황했다.
그리고 휴고는 천지우가 계산중인 화면을 보며 땀을 삐질 흘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이건 랜덤 피규어 1,000개
– 휴고 피규어 1개
“…아 역시 건이 피규어 사셨구나. 처, 천 개나….”
“아, 네? 아, 네…!”
비록 제 피규어는 한 개라서 서운했지만, 휴고는 굳이 티내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자신도 이건 피규어를 사야겠다며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천지우 고객님!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이 물건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아, 앗! 아, 아니!”
“여기 휴고 님 특전 프리미엄 맞춤 피규어입니다!”
“컥…!!”
휴고는 엄청난 퀄리티의 제 피규어에 기겁했다. 천지우는 얼굴이 화끈 거리는 지 얼굴을 붉혔고 말이다.
결국 휴고는 당황한 듯 물었다.
“아, 아니 왜 제 피규어를 맞춤까지 해서… 이거 엄청 비싸지 않아요?!”
“아, 아니. 그… 휴고 씨 버전 피규어가 너무 귀여워서…….”
그 말을 듣는 휴고의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그걸 본 천지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아, 아니! 재테크에요! 재테크! 휴고 씨, 이건 님이랑 연관된 연금도 뭐도 다 거절했으니까 챙겨주려고…!”
“어… 제 피규어는 그렇게 프리미엄이 붙지는 않을 텐데요. 탑3 멤버나 건이가 아닌 이상… 제일 비싼 게 그래 봐야 백정도….”
“꺄악! 동생!! 동생이! 좋아해서! 선물로!”
“…동생분은 분명 스티븐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꺄아악! 아버지에요! 아버지!!”
“풉!”
이번엔 휴고가 웃고 말았다.
그는 이건을 잃고,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 * *
뭐, 그렇다고 해서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건의 사후, 세상이 시끌시끌했고 말이다.
-이반 님! 스티븐 님! 이번에도 참패! 토벌전에 또 실패하셨습니다! 한 말씀 좀 해주시죠!
-역시 이건이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말 붉은 눈을 잡으신 게 맞습니까?!
계속 되는 성인들의 토벌전 실패로 세상이 뒤숭숭했다.
실제로 토벌에 실패한 사도들은 웃음거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와, 진짜. 쟤들 어떻게 이건이 죽고 나서 토지를 하나도 못 찾아올 수가 있지?”
“내 말이. 이건은 수많은 땅을 되찾아왔잖아.”
그리고 정작 12명 역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젠장. 이건이 없으면, 괴수들은 절대 처리할 수 없다.’
‘우리끼리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다는 걸, 그들은 이가 갈릴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이건을 탑에 버리고 온 게 실수였다고 느낄 정도로.
그리고 그럴 시기에 천지우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어? 지우 씨, 택배 온 거 같은데요? 뭐가 온 거예요?”
“아. 잘못 온 거예요.”
천지우는 자신의 앞으로 온 택배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웃었다.
얼마 전부터 이름 모를 협박범이 천지우에게 보내온 물건인 것이다.
피투성이 장난감, 해충 장난감, 칼, 압정 등 종류도 다양했다.
뭐, 그래봐야 애들 장난 격이라 천지우도 계속 무시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목적은 모르지만 원인은 하나.
– 휴고랑 당장 헤어져
범인이 누구인지도 대충은 알았다.
그래서 천지우는 상대할 가치도 못 느꼈지만 글쎄.
‘납치쇼까지 해서 겁을 주려고 하더니, 질리지도 않고 보내네. 박스가 아까워라.’
실제로 천지우는 괴한에게 납치를 당할 뻔하기도 했었다.
물론 쇼였고, 휴고가 바로 구해내, 미수로 끝났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지우가 계속 무시를 했기 때문일까.
결국 협박장을 보낸 장본인이 직접 행차했다.
“이봐요. 내가 보낸 편지 못 받았어요?”
그 협박범은 다름 아닌 소피.
휴고에게 미움을 사서 연락까지 끊겨버린 소피는 천지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휴고 옆에 여자가 붙었다는 말에 얼마나 기겁하며, 천지우를 떨어트려 놓으려고 애를 썼었던가.
그리고 천지우와 마주한 소피는 눈을 부릅떴다.
“이봐요. 지금 사람의 경고를 무시해요?”
“네. 무시하고 있는데요.”
“?!!”
카페에 마주 앉은 소피는 기겁하며 천지우를 보았다.
이 여자가 미쳤느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곧 소피가 돈 봉투와 물약을 던지면서 말했다.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아버지도 다리가 안 좋으시다고.”
“……!”
“휴고랑 헤어져요. 당신이 휴고랑 우리가 못 만나게 방해하고 있는 거죠?”
소피는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괴수 토벌에 연달아 패배하면서 사도들은 휴고를 찾아댔다.
이건이 없으면, 하다못해 휴고라도 껴야 토벌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떤 미끼를 던져도 잠적에 자신들을 개무시하기 일수.
사도들은 어떻게든 휴고를 만나려고 했던 것이다.
뭐, 거기에 소피는 질투심까지 얹어 천지우를 찾아온 것이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게 감히 어디서 일반인이 사도한테 꼬리를 쳐?”
그러자 천지우가 혐오스럽다는 듯 소피를 보았다.
“아. 진짜 미개한 꼬라지하고는.”
엄청난 폭언에 소피는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네? 네?? 바, 방금 뭐라고요?”
천지우는 어머 실수했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어머, 죄송. 휴고 씨가 왜 12사도를 싫어하는지 알겠다고요.”
“뭐, 뭐라고요?!”
“아무튼 보내신 편지도 물건도 잘 받았어요. 지금 주시는 돈도 약도 잘 받을게요.”
그 말에 소피는 그럼 그렇지, 하고 웃었다.
“이제야 말귀를 좀 알아듣네요. 그럼 이제 휴고 옆에서 떨어지는 거죠?”
“네? 제가 왜요?”
“왜, 왜긴! 돈도 약도 받았잖아요! 그런데 왜!”
“이걸 받는 거랑 휴고 씨랑 헤어지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죠?”
“뭐, 뭐가 어째요?!”
“제가 왜 따라야 하는데요? 나야 그냥 먹튀하면 그만인데.”
“뭐, 뭐라고요?! 이봐ㅇ…!”
“농담이고.”
천지우는 사진 몇 장을 뿌렸다.
그건 천지우의 앞으로 왔던 협박장과 납치쇼 때의 일을 찍은 것이었다.
“피해보상비 정도로 생각할게요.”
“뭐, 뭐라고?”
“그것도 아니면, 입막음 비용으로 해볼까요?”
빡친 천지우의 눈빛에 소피는 공포에 떨었다.
그건 협박이었다.
저게 오히려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천지우는 우아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자리에 있던 유리잔을 들었다.
잔에 담긴 물엔 소피가 미리 타두었던 무미무취의 약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일부러 컵엔 입도 대지 않았던 걸까.
마침내 소피의 앞으로 다가온 천지우가 미소를 지었다.
“성녀님. 잘 들어요.”
“뭘….”
하지만 그 순간 소피는 비명을 질렀다.
물 잔을 든 천지우가 소피의 머리 위에 물을 쪼르르륵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꺄아악!”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소피는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천지우가 살벌하게 소피를 보았다.
“나한테 수작질 부리는 건 상관없는데. 휴고 씨, 그 사람의 눈에서 피눈물을 쏟게 만드는 일 있으면 진짜 죽여 버린다.”
그 말과 함께 유리컵이 깨졌다.
동시에 천지우의 눈과 마주친 소피는 덜덜 떨었다.
상대는 그래봐야 일반인이건만, 그 기백에 눌릴 정도라 소피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꺄아악! 물에 탄 설사약이! 입에 묻었어! 퉵! 퉤퉤!”
소피가 엉엉 울면서 수건을 찾는 광경에, 돌아서는 천지우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독약을 탄 줄 알았는데. 고작 설사약이었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천지우는 카페에서 나왔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휴고가 급히 천지우에게 다가왔다.
“괜찮아요? 무슨 해코지는 안 당했어요?”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니, 내가 들어가서 처리하겠다니까, 왜 못 들어가게 해요 왜…!”
“휴고 씨가 가면 백 프로 넘어갔을 거잖아요.”
“?!”
12사도들은 휴고를 다시 아군으로 넣으려고 벼르고 있었다.
이건도 없는 마당에, 휴고하고 척까지 져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겠지.
그리고 아마 휴고가 직접 저들을 만났다면, 자신을 인질로 잡고 강제로 합류시키려 했을 것이다.
마음 약한 휴고는 분명 흔들렸을 것이고.
그래서 직접 접촉하진 말고, 일단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만 했다.
“그래서, 물병좌가 못된 소리 안 했고요?”
“네, 별말 안했어요.”
휴고는 크게 안도했다.
“미안해요. 나랑 얽혀서 괜히….”
“상관없는데요. 이미 성신의 가호로 잘 지켜주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 말에 천지우가 휴고의 얼굴을 붙잡고 수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당황하는 휴고에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휴고 씨가 없고, 안전을 택하느니. 그냥 위험하더라도 휴고 씨랑 있는 게 훨씬 좋아요.”
휴고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 덕분에 겨우 웃을 수 있게 된 자신에게, 천지우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아니,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빠진 건지도 몰랐다.
그야말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술까지 마시고 서로에게 솔직해지던 날. 둘은 집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눴는지도 모른다.
* * *
“예? 사귀기로 했다고요?”
이재원은 뜻밖의 고백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태 고백도 못하시고 쩔쩔 매시더니?”
“아냐! 고백했어! 성공했다고!”
이재원은 미소를 지었다.
뭐, 두 분이 좋다면 그걸로 된 거지만.
하지만 그 후 얼마 뒤.
이재원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아, 지우 씨. 여기에요! 이 녀석이 전에 말한 재원이. 그동안 이 녀석이 대학입시시험 보느라 소개를 못했죠.”
치킨집에 모인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형수님. 그래서 두 분, 결혼은 언제 하시나요?”
그 말에 휴고도 천지우도 부끄러워하며 해맑게 웃었다.
“에이, 야. 무슨 소리야, 우리 둘 다 아직 20대 중반이야. 지우도 나도 서로 서른 이후라고 웃었어.”
“어머, 맞아요.”
그러나 천지우를 보는 이재원은 어째서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빨리 하시는 게 좋을 텐데.”
“뭐?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요.”
이재원이 대답대신 천지우를 바라볼 바로 그때였다.
“…욱!”
“?!”
천지우의 입덧에 휴고도 천지우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미래에서나 과거에서나, 태아의 기척을 읽은 이재원은 웃었다.
그렇게 사고를 친 둘은 그 직후, 바로 결혼하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천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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