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60)
제60화. 전설의 귀환 (2)
“그래서 니가 날 찔렀냐?”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는 살심이 담겨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놈들이야 독박사냥이 싫어서 팔다리만 잘라두고 있는 거지, 자신을 찌른 놈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증거로 이건의 눈빛도 달라졌다.
목소리 톤은 완전히 달라졌다.
살의. 분노.
차갑다. 그리고 무섭다.
그리고 그 음성을 듣는 천 남매와 한지민은 얼어붙었다.
틀림없이 웃음을 띤 목소리인데. 칼로 귀를 베어낼 듯한 이 소름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물며 방금까지 들었던 낯익은 목소리인데. 마치 방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낯설었다.
하지만 성인들은 달랐다.
아귀 양웨이는 봉지 속으로 숨었다. 휴고는 팔짱을 낀 채 굳었다.
그들 모두 다 낯이 익다는 것이다.
하물며 휴고는 이건의 절친이지만,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현관문을 보았다.
솔직한 마음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저런 목소리의 이건은 자신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다가 괜히 칼빵이나 안 맞으면 다행이다.
어디 그뿐인가.
‘저거 왠지 옛날보다 성질이 더 더러워진 듯한 느낌인데.’
아니, 탑에 그 정도로 갇혀 있었는데 유해지는 게 이상한 건가.
가슴 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게 당연했다.
특히 헤이지는 없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과 앙숙이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저럴 때의 이건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하지만.
“찌르다니. 그게 무슨… 커헉!”
헤이지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멀지 않은 곳에서 붉은 피가 보였다.
이건이 헤이지의 육신을 칼로 찌르고 있었다.
필시 성신과의 연결이 끊겨 방어 가호가 사라진 것이리라.
그리고 그가 칼을 뽑아내자 붉은 피가 튀겼다.
“컥!”
빈 육신이 들썩였다.
아직 죽은 몸이 아니라,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죽지 않은 헤이지의 영혼에도 타격이 왔다.
“흐윽…!”
육신의 고통은 아니지만, 차라리 맞는 게 나을 현기증이 몰려왔다.
그래서 그만 하라고 하려는데, 이건이 또 팔을 휘둘렀다.
푹!
“커헉!”
이건은 헤이지를 향해 사납게 웃었다.
“나 인내심 별로 안 길다. 난 그냥 이거 목 그어버리면 그만이야.”
또다시 이건이 칼을 뽑아내려 하자 헤이지가 비명을 질렀다.
“기, 기다려!”
저렇게 계속 피를 흘리면 정말 육신이 죽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었다.
“찌르다니, 무슨… 컥!”
이건이 웃었다.
“모르는 척하지 마라. 붉은 눈을 잡고 나서 내 등에 이걸 꼽았잖아. 내가 괜히 함정에 빠진 줄 아냐?”
“……!”
이건은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이가 갈렸다.
물론 배신의 아픔 따위가 아니다. 처음부터 그런 걸 느낄 관계들도 아니었다.
단지 무한 리셋되는 탑 안에서 실험체처럼 능욕당한 기억이 열 받을 뿐이었다.
뭐 탑을 완전 공략한 덕분에 두둑한 경험치도 얻고, 뱀주인좌의 능력까지 얻었지만.
“사람을 그딴 함정에 처박았으면, 그에 대한 대가는 치를 각오가 됐다는 거겠지?”
“……!”
헤이지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청와대는 쌍아좌의 기물.
이건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단번에 눈치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아니야! 애초에 네가 함정에 떨어진 원인이 검인 줄도 몰랐… 커헉!”
이건은 계속 말해보라는 듯 웃었다.
헤이지는 억울했다.
“그래! 컥… 내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명령을 내려서 청와대를 폭발시키려 하건 맞아! 칼에도 폭발 마법을 걸어뒀고! 하지만 널 찌른 건 정말 아니야!”
“그럼 비서실장이 들고 있던 검에서 발견된 이 문양은 뭘까? 왜 날 찌른 검이랑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을까.”
그 문양은 휴고의 성신조차도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물며 휴고의 성신은 휴고가 문양을 보여주자마자 질색했다고 한다.
[그 더러운 건 치워라]쉽게 말해 성신조차도 경계할 만한 문장이라는 것이다.
“설마 네 꼭두각시한테 있던 문양을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맹세해! 그 문양은 나도 모르는 거야. 오히려 청와대에서 폭발도 너무 빨리 일어났었다고. 다른 누군가가 개입을 한 거야.”
그러자 이건이 비웃음을 흘렸다.
“이게 지 스스로 무능력의 끝판을 달렸다고 까발리고 계시네. 창피한 줄 알아야지?”
이건이 성질을 박박 긁자 헤이지는 모멸감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참았다.
여기서는 어떤 수모를 겪어도, 협상을 잘해야 제 몸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문양에 대해서 짐작 가는 곳은 있어.”
“오.”
흥미로워하는 이건의 표정에 헤이지는 이거다 싶었다.
‘이건은 정보를 원하고 있다.’
잘하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래. 난 네가 모르는 정보를 말해줄 수 있어. 그러니… 커헉!”
헤이지의 정신이 뒤흔들렸다.
이건의 칼이 헤이지의 다리를 찌르고 있었다.
휴고가 아찔해하며 자식들을 들여보내려 했지만, 말도 안 듣는 자식들이었다.
그리고 끊길 것 같은 정신 속에서 이건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굉장히 착각하고 있는데.”
“……!”
다리를 쑤시는 이건의 눈이 번득이고 있었다.
“넌 지금 나랑 거래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야.”
“……!”
“착각하지 마. 넌 내가 못 죽이는 게 아니라, 일부러 살려주고 있는 거니까.”
헤이지의 정신이 흐릿해졌다.
이건이 다시 칼을 뽑았다.
푸악!
그는 칼날의 피를 털어내며 비틀어지게 웃었다.
“자. 그 수열이나 우겨넣은 머리에 똑똑히 새겼으면, 마지막으로 다시 묻는다.”
“……!”
“니가 날 찔렀냐?”
승산이 전혀 없다. 헤이지는 진심을 담기로 했다.
“그건 아니….”
푹!
“커헉!”
“니가 나 찔렀냐고.”
“커헉…! 아니라니….”
푹!
“허억!”
“진짜 니가 안 찔렀어?”
“진짜 아니라니….”
푹!
“이상하다, 니가 찔렀어야 하는데.”
“꺄악!”
그쯤 되자 휴고가 땀을 흘렸다.
잊고 있었는데, 둘은 저러는 게 일상이었다.
결국 온몸에 칼빵을 맞은 헤이지가 참다못해 외쳤다.
“너 그냥 내가 찔렀다고 생각하고 싶은 거지!”
“물론.”
이 자식이!
결국 보다 못한 휴고가 말했다.
“건아. 누구 한 명이 찌른 게 아니라. 거기 있던 전원이 공범일 가능성은?”
“!”
휴고는 못마땅하게 헤이지를 보고 있었다.
물론 그의 의심은 합리적이었다.
친구의 죽음을 보지 못한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20년 동안 탑에 없었단 이유로 부외자 취급을 받았다.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으려 해도, 친구 편을 드는 거네 유산을 챙기려는 거네 매장당했다.
“공범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모두가 짠 것처럼 건이의 공적을 훔칠 수가 있지.”
그러자 이건이 웃었다.
“뭐 일단 찌른 놈은 하나야.”
함정에 빠트린 공모자가 전원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이건의 그 생각은 맞았다.
당시 이건이 함정에 떨어졌을 때 성인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이건이 함정에 떨어지자 모두가 정말 당황하고 있었다.
앙숙인 헤이지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소스라치게 놀랐었고.
그도 그럴 만한 게, 아무리 이건을 싫어해도 모두가 자기 목숨이 더 소중한 녀석들이었다.
인정하기 싫어도 그의 존재가 없으면 탑에서 탈출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건을 죽여?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실제로 탑에서 빠져나올 땐 그야말로 죽을 뻔했다.
이건을 구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왜 함정에 떨어진 이건을 잡지 못했냐는 비난도 쏟아져 나왔다.
물론 탑에서 나와 안정을 찾은 후.
‘만세! 12명이 붉은 눈을 잡았다!’
기자들의 외침에 순간 눈이 돌아간 것도 사실이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웃었다.
“뭐, 찌른 놈은 하나여도 전부 똑같은 놈들이긴 하지.”
그래서 이건도 성인 전원을 족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자신을 함정을 가둔 놈은 따로 선별해 특별 서비스를 추가해주려는 것뿐.
그리고.
‘범인은 왠지 미지문명하고 연관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자신이 떨어진 함정은 탑에 대해 잘 알지 않으면 발동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그 탑은 당시 미지문명의 우두머리급, 붉은 눈의 소굴이었다.
인간이 그 탑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알 수가 있을 리가 없었을 뿐더러.
‘내가 마지막에 죽인 그 탑의 파수꾼.’
탑을 리셋시키며 자신을 실험체 취급하던 버러지 말이다.
필시 미지문명의 최상급 간부급이었지만, 놈은 함정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요. 이곳에 쓸 만한 놈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동료분이 상상 이상의 인간을 보내줬어요.’
그때는 괴로워서 그냥 지나쳤지만, 돌이켜보면 사실 굉장히 이상한 말이었다.
마치 자신들 중 누군가가 미지문명의 괴수와 밀회라도 했었다는 어조가 아닌가.
그리고 그렇다는 건.
‘날 함정으로 넣은 놈이 인류의 배신자일지도 모른단 거지.’
그러니 놈은 그냥 단순하게 족치는 걸로는 부족하다.
그놈은 찾아서 제대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
그럴 때였다.
이건이 또 높이 칼을 드는 그 순간.
“그 문양!”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건이 시선을 돌렸다.
결국 느낀 게 있는 건지. 헤이지가 파르르 떨었다.
“아는 건 전부 불 테니까, 제발 그만 찔러!”
계산적인 평소와 다르게 순순한 패배였다.
하지만 이건이 고압적으로 웃었다.
“나올 말이 틀렸지?”
“뭐?”
“존경하는 이건 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발이라도 핥겠습니다.”
헤이지는 속이 끓었다.
역시 저 자식은 탑에서 나오면 안 되는 놈이었다.
“만약 그 문양의 주인이 있다면, 유력한 용의자는 서방이야.”
“서방?”
“황도 서쪽 방위에 주둔지를 가진 서쪽의 신좌들.”
쉽게 말해 동서남북으로 신좌들이 성도들을 이루며 세력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중 서쪽을 말하는 것이었다.
동쪽의 신좌는 백양좌, 신궁좌, 쌍아좌로 전부 이건이 밟았다.
“서쪽의 신좌들로는 물병좌, 처녀좌가 있어. 처녀좌가 실질적 서쪽의 패왕이고. 뭐 최근엔 천칭이랑 전갈까지 꼈지만.”
누군가의 이름에 휴고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의 시선은 딸의 양팔을 향했다.
헤이지가 말을 이었다.
“특히 천칭과 처녀는 전체 1, 2위 신좌답게 정말 무식하게 싸우고 있지.”
“그런데 그놈들이 이 문양과 관련 있다고?”
“서방 신좌의 전투에서 봤으니까.”
“오.”
“높은 확률로 난 처녀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왜지?”
“처녀좌가 네 를 가지고 있으니까!”
“!”
모두가 놀랐다.
“그게 정말이야?!”
“천공의 단죄를?”
그건 자신의 무기였다. 그것도 언제나 들고 다니는 파트너로, 붉은 눈을 죽인 물건이기도 하다.
‘찾아도 찾아도 안 보이더니.’
제가 죽을 때 함께 있던 무기가 사라졌고, 그걸 처녀좌가 가지고 있다라.
‘확실히 정말 수상하군.’
뭐 마침 잘된 일이었다.
처녀좌는 자신의 광팬인 그 SS급 감정사의 소속이었다.
‘그 검의 감정의뢰를 맡겨놨었는데,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긴 하군.’
물론 그래봐야 성인 전원, 조질 거지만.
그리고 그때였다.
이건의 만족스러운 표정에 헤이지가 급히 외쳤다.
“자, 정보도 말해줬으니 빨리 여기서 빼줘! 아, 아니 지혈이라도 좀!”
그러자 이건이 방긋 웃었다.
“내가 왜?”
“이건!”
“가해자가 피해자처럼 굴지 마. 정보는 정보고, 니 죽이는 건 죽이는 거야.”
“……!”
바로 그때였다.
“!”
웃던 이건의 표정이 돌연 변했다. 드물게 경계하는 표정.
그뿐이 아니었다.
“!”
휴고도 경계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하나.
‘왔군!’
헤이지였다.
[흉악한 기운이 닥쳐옵니다] [두얼굴주인의 권속신들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이건이 벌떡 일어섰다.
‘쌍아좌 권속신.’
돼지저금통하고는 급이 달랐다.
‘전투속성.’
쌍아좌 성신이 보낸 건지, 헤이지가 부른 건지 알 수 없지만, 적.
‘쌍아좌의 성역에서 온 놈들이다.’
권속신들은 쌍아좌 성신의 충성스러운 권속들로 신좌가 붕괴되는 행위는 용서치 않는다.
성인이 이 꼴이 된 걸 용서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헤이지는 뜻밖의 구원자라는 듯 밝게 외쳤다.
“쌍아좌와 음양궁을 수호하는 88자리의 신들이시여! 도와주십시오!”
그 목소리와 함께 헤이지의 앞에 빛이 강림했다.
팟!
아귀 양웨이는 강력한 권속신들의 기운에 비명을 지르며 숨었다.
타신좌지만, 저 정도 존재의 기운을 모를 리가 없었다.
“미친! 상급 전투신이잖아! 돌았어!”
천유하도 바로 긴장하며 무기를 불러냈다. 그들의 정체를 아는 천성재는 새하얗게 질렸다.
“삼촌! 빨리 도망쳐요! 저 신들은…!”
빛이 터졌다.
나타난 세 명의 신들이 이건을 향해 다가갔다. 헤이지가 이제 됐다는 듯 기뻐했다.
이건이 바로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쿵!
이건에게 향하려던 신들이 갑자기 휴고의 뒤로 숨었다.
마치 휴고를 따라온 듯했다. 그리고는 휴고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그들의 다음 말이 가관이었다.
[아아! 저희로서는 감히 저분을 쳐다볼 수 없습니다!] [신궁좌의 머슴이여! 뭐하는가! 어서 이건 님께 알현을 청해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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