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63)
제63화. 오, 니들이 그리 잘나간다며? (2)
[나다.]절대 들릴 리 없을 것 같았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이건은 내심 놀랐다.
‘이 목소리.’
낯익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만이다.
그도 그럴 게, 이 목소리는 놈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성인’
힘 있고 강인한 목소리.
마치 동굴이 울리는 듯한 저음의 노년의 음성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경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찮은 신궁좌 성역에 타신좌의 계약자가 숨어들었습니다] [주의. 뱀주인좌의 성역에 숨어들지도 모릅니다]뭐, 1평짜리 성역이라 숨기도 전에 제 권속들에게 처형당할 것 같긴 하다만.
바로 그때였다.
“이건 님! 괜찮으십니까!”
벌컥!
흉흉한 기운을 느낀 건지, 신궁좌의 미인 성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 손에는 식칼, 다른 손에는 아귀 양웨이가 들려 있었다.
은예린. 이건의 광팬인 그녀는 필시 이건을 위해 아귀찜을 만들려 했던 것이리라.
물론 냄비에 들어가기 직전의 양웨이는 발버둥을 쳤지만.
“아 젠장! 이거 놔! 한낱 성도 놈이! 너 내가 어떤 몸인 줄은 아냐! 악! 슬라임 자식이 내 리본까지 물어가서 말도 안 통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거기 있지 않은가?]이번엔 신궁좌의 성도도 양웨이도 경악했다. 그건 당연했다.
“뭐야! 이 목소리…!”
“설마 성인…!”
이에 권속신들이 이건의 그림자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칼을 뽑아들려는 살의는 덤이었다.
[감히 주인님의 존명을 함부로 부르다니!]무엇보다 적이 성역에 쳐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성인 중에는 물건을 통해 적의 성역에 침범할 수 있는 놈들도 있었다.
‘목소리가 나오는 물건을 숨겨 보낼 정도라면…’
위험했다.
그도 그럴게 몇 없기도 하지만, 신궁좌의 성도들은 늑대 성향의 용병들.
성도들은 휴고의 명령으로 해외 각지에 흩어져 있었다. 때문에 본궁을 지키는 건 자신을 포함해 단 2명뿐.
‘성역이 뚫릴 수도 있다.’
다급해진 은예린도 살벌한 눈으로 나섰다.
“어서 성주님을 모셔와 수색하겠습니다!”
“됐어. 이미 찾았으니까.”
“예?!”
이건은 문 쪽으로 향했다.
거기엔 이건이 이것저것 시켜놓은 택배박스들로 가득했다.
물론 제 귀환 소식 탓인지, 온갖 뇌물박스들도 함께 왔지만 그건 들이기 전에 신궁좌의 소각장에 버린 지 오래였다.
그리고.
쾅!
이건이 박스를 걷어차자 택배박스들이 우르르 흩어졌다.
그리고 그중 이건이 고른 것은 스티로폼으로 된 박스.
콰직!
이건이 박스를 박살내자 안에서는 탐스러운 고기가 나왔다.
무려 1등급 소고기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고기가 아니었다.
“어떤 새끼가 자꾸 끈질기게 택배를 보내오나 했더니.”
고기 사이에 스피커 같이 생긴 물건이 있었다.
분명 이건과 대화가 하고 싶어 계속 물건을 보낸 것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너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군.]그 목소리에 이건은 같잖다는 듯 웃었고, 여자 성도와 양웨이는 기겁했다.
“역시 마갈좌 성인!”
그랬다.
그 중후한 목소리는 다름 아닌 마갈좌(磨羯座). 염소자리의 성인.
얼마 전 음양궁을 쑥대밭으로 만든 미사일의 원 제작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세계의 모든 성도들의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고 있는 의 수장!
그뿐이 아니었다.
‘분명 이건님의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었다는 말이…’
“아무튼 그 망할…아니 성인 세바스찬이 왜…!”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상대가 갑자기 살의를 뿜었다.
[내 이름은 세르게예비치 일세.]“네?”
[세바스찬이 아니라 세르게예비치.]이에 여자 성도는 굉장히 어리둥절해했다.
그도 그럴 게, 뉴스나 신문, 공식석상에서 나오는 마갈좌 성인의 이름은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백과사전에도….”
[아니다. 내 이름은 세…]“세바스찬, 이 새끼 오랜 만이다?”
[……!]그 말과 함께 알림소리가 들려왔다.
[마갈좌의 기운이 거세게 들썩입니다] [마갈좌의 기운이 뒤흔들립니다]결국 상대의 분노가 느껴지자 이건은 깔깔 웃었다.
그랬다. 마갈좌의 본명은 세르게예비치 이반.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 이건은 똥씹은 표정을 지었었다.
‘세르게예비치 일세.’
‘세…뭐?’
‘세르게예비치 블라디미르 이반이라…’
‘아 꺼져. 너 그냥 세바스찬해.’
이름이 너무 길다는 의미였다.
휴고 오터스를 오택수라 부르는 것과 같은 케이스였다.
뭐, 휴고의 경우엔 쓸데없이 멋져(?)보인다는 이유로 개명시킨 거지만.
물론 이건은 ‘오줌싸개, 똥털, 썩은 게장’ 등 12명을 별명으로 불렀다.
그래도 몇몇은 공식석상에서의 이미지를 지켜줬다.
그중 하나가 휴고.
물론 목숨을 구해줬던 첫 만남 때였나. 사부님으로 모시게 해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땐 별명으로 불렀지만, 친구가 된 이후론 이름(?)으로 불러줬다.
그리고 두 번째가 세르게예비치.
일단 장유유서의 정신이었다.
어쨌거나 현재.
20년 이상 세바스찬으로 살고 있는 마갈좌가 이를 갈았다.
[너와 대화하고 싶었는데 신궁이 날 막더군.]뭐, 그랬겠지. 이놈들이 할 말은 뻔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건, 네게 사과를 하고 싶다. 그리고 협력 관계를 맺고 싶다]멋진 개소리를 지껄였다.
* * *
마갈좌의 말에 양웨이도 놀랐다.
그건 당연했다.
‘저 꼰대가.’
지금 사과를 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성도인 은예린은 혼란스러워했다.
사실 이건이 이번 기자회견에서 내뱉은 말은 엄청난 화제였다.
‘붉은 눈을 잡은 게 이건 님이라고.’
물론 대부분은 이건 주제에 어떻게 붉은 눈을 잡았느냐 웃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으레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정말 이건이 붉은 눈을 잡은 거라면.
혹시 12성인들이 이건을 일부러 탑에 가두고 공적을 가로챈 게 아닌가 하고.
더 나아가 12성신들까지 그걸 은폐한 것이 아니냐고.
아니나 다를까.
[사과하마. 그 날 널 구하지 못하고 우리들끼리 탑을 빠져나간 건 미안하다. 공적을 훔친 것도 미안하다.]“……!”
은예린은 충격에 빠졌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저, 정말 붉은 눈을 잡은 게 이건 님이셨어?’
이건의 대단함이야 늘 듣긴 했지만, 그래도 휴고의 과대포장이 90%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었다. 얼마 전에 휴고와 대결한 활 솜씨도 그렇고 말이다.
[아무튼 나도 언론에 나가서 사실을 밝히마. 소피처럼.]이에 깔깔 거리던 양웨이가 충격에 빠졌다.
‘어? 어? 자, 잠깐 기다려…!’
저 꼰대가 제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충격이지만, 그런 일을 하게 되면 자신들이 곤란해지게 되지 않는가.
다른 신좌들도 엿 되어보라는 심정이었지만, 신좌 체제 자체가 무너지는 건 달갑지 않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갈좌가 말했다.
[지금까지 보낸 선물은 모두 성의의 표시일세. 가져간 물건도 모두 돌려주겠어. 원하는 만큼 말하는 대로 배상도 해주지. 죗값을 치르겠네.]양웨이는 기가 막혀 입만 뻐끔거렸다.
그러나 마갈좌는 진지했다.
[부디 사과할 기회를 주게. 그리고 모든 일을 밝히고….]“뭐래, 이 똥내 나는 흑염소 놈이.”
[……!]이건이 험악하게 웃었다.
“일이 불리해질 것 같으니까 개수작 부리는 것 봐라?”
[뭐라고?]“이건을 탑에서 구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공적을 훔쳤어요. 그 다음에 니들이 할 말을 내가 모를 것 같아?”
“……!”
“당시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던 거짓말이었어요. 뭐 그런 식으로 말하려나. 아니면.”
이건이 가증스럽다는 듯 웃었다.
“모든 것은 죽은 양웨이의 간계였어요. 협박당해서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했던 겁니다?”
양웨이가 빼액 비명을 질렀다.
“뭐가 어째!”
이건이 고기 사이에 낀 스피커를 집어 들었다.
“내가 나타난 이상, 더 이상 진실은 못 숨기겠고 어떻게든 뒷수습을 해볼 생각인가 본데, 절대 그렇게는 안 돼.”
마갈좌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심정은 알겠지만 너무 불신하지 말게. 동료였지 않….]“응, 꺼져. 원래는 처녀좌를 노리려 했는데, 다음은 너야. 목이나 닦고 기다려.”
[……!?]마갈좌 입장에선 타협해보려다가 졸지에 사냥감이 되었다.
“보나마나 걱정이 되겠지. 제작 신좌라고 했나. 니가 만든 성물들이 내 물건보다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네.”
[아니…!]“나하고 손잡아서 좋은 무기도 만들고, 성도들의 숫자도 지키고 싶었던 모양인데.”
[이건! 정말 오해…!]“넌 두 가지 실수를 했어. 하나는 내 재산을 가져가고 공을 훔쳐간 거.”
[……!]이건의 눈빛이 험악하게 빛났다.
“그리고 또 하나는….”
콰직!
이건이 순식간에 스피커를 박살냈다.
이에 은예린과 양웨이가 경악했다.
“뭐, 뭐야! 갑자기 스피커는 왜 부셔! 말은 다 하고 부숴야지!”
그러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래야 저놈이 답답해 뒤지지?”
“……?!”
동시에 연락을 끊은 이건은 괘씸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폐기물 급이 어디서.’
증거가 없어 잡지 못했을 뿐, 이놈도 사리욕을 위해 인류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은 마갈좌를 싫어했다.
‘나한테 물건을 만들어주기는 개뿔이.’
자신에겐 낡은 무기 하나도 주기 아까워했던 주제에. 결국 싸울 무기를 얻을 길이 없어 힘겹게 자급자족을 시작하자, 질투하며 간교를 부리던 놈.
‘내가 사라지고 나서는 내 무기를 본인이 만들었다고 사기를 쳤다지.’
그래서 의 전투 능력은 무기와 성인들의 힘에서 왔다고 떠든다고 했던가.
그러니 저놈도 끄집어내서 밑천을 드러내게 해야 하는데 말이다.
‘뭐, 그건 어렵지 않지만.’
놈의 행동패턴을 볼 때 분명 꿍꿍이가 있을 것이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놀던 슬라임이 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마치 주인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듯, 급하게 TV를 틀었다.
노란색 리본을 입에 물고 있는 건 덤이었다.
[전 세계 여러분, 보이십니까!] [이곳은 현재 마닐라, 루손 섬 일대입니다!] [저 악마의 해역에서 마침내 천의 다리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나온 남태평양 일대를 모조리 레드존으로 물들이고, 적도를 지나 올라오고 있습니다!]그 외침에 이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놈은….”
은예린은 이건과 TV광경을 번갈아보며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 저, 저거! 이건 님이 잡으셨던 그!”
아무래도 슬라임은 주인이 잡은 놈이 다시 나타났다며 급하게 알려주러 온 모양이었다.
이건은 꽤나 흥미로워했다.
“오. 그때 그놈의 동족인가?”
때마침 그때였다.
[이곳에 그 유명한 천의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평소 뭉칠 일 없는 모든 직영 성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입니다!] [특히 사자좌! 사자좌에서는 무려 모든 직영들이 빠짐없이 모였습니다!] [성단장들의 포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건의 전설 중 하나로 유명한 녀석이죠.]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으로 영원히 지울 수 없던 그림자를 떨쳐낼 수 있는 기회요] [이건의 그 영상처럼! 저희도 똑같이 재현해보겠습니다!] [남쪽 신좌 성도들의 능력을 똑똑히 보여드리죠.] [20년 전 영웅과의 실력차이를!]그 말에 은예린이 이건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이건은 하하 웃었다.
“저거 그리 만만치 않을 텐데.”
아무래야 좋았다.
바로 그때 TV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천의 다리가…! 어?] [사자좌 성단장들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서, 설마 천의 다리에 매달려 있는 저분…!] [사자좌 성인 아닙니까?] [뼈다귀, 뼈다귀에 매달려 있습니다! 환각일까요?]“!”
그리고 그때였다.
[아, 저기 귀하신 몸이 도착하셨습니다!] [성도들을 응원하러 오신 모양입니다!] [아니면 사자좌 성인의 등장과 연관이 있는 걸까요?]성도들 사이로 풍채 좋은 노인이 나타났다.
그건 마갈좌 성인.
그리고 그 낯익은 얼굴에 이건이 입꼬리를 올렸다.
“아. 저거 저기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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