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62)
제62화. 오, 니들이 그리 잘나간다며? (1)
이건이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옷가지와 금빛 양피지였다.
그리고 저 종이는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계약서 성물!’
그랬다.
저건 계약신좌인 의 주 사업 아이템.
일반 시민들부터 정부, 성단까지, 굉장히 흔하게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종류도 굉장히 많았다.
평범한 도급계약서부터 혼인계약서, 부동산계약서, 근로계약서. 하물며 복수계약서에 노예계약서까지.
그리고 F급에서 S급 계약서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저건 그 S급 계약서잖아!’
S급. 통칭 종신계약서라고 한다.
처녀좌가 발행한 계약서 성물 중에서는 최상급이었다.
등급이 등급인 만큼, 저기에 이름이라도 쓰게 되면 성인급들 조차도 손을 쓰지 못한다.
처녀좌 성신이 세상에 딱 15장밖에 내놓지 않았다는 희귀품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걸 왜 이건이…!”
왜 저자식이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은 필요 없었다.
“양웨이! 왜 저걸 이건한테 넘긴 거야!”
“!”
저 물건은 신좌 중 압도적으로 돈이 많은 양웨이가 독점한 물건.
“이 뚱돼지가! 너 진짜 저게 어떤 물건인지 몰라서 그래!”
헤이지가 괴수 피규어를 집어 던졌다.
그러자 아귀 양웨이는 입을 삐죽였다.
‘넘기긴 무슨, 당연히 뺏긴 거지.’
헤이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 화내는지 모를 턱이 없었다.
그러나 헤이지는 굉장히 곤란해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색깔, 저 각인.
‘저건 분명 계약서다.’
사실 양웨이가 독점한 15장의 S급 계약서 중에서도 특별한 1장이 있었다.
양웨이의 의뢰로 자신의 마법을 덧댄 지독한 1장이었다.
지금도 효력이 지독한 S급 계약서 위에, 사후계약까지 맺은 저주의 물건인 셈이었다.
‘그걸로 어느 성인을 노예로 삼을 거라고 하더니.’
영혼의 대가가 들어가는 만큼, 쌍아좌가 특별히 검수를 맡았었다.
영령과 마법을 다루는 신좌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왜?
‘마법의 최강자 요정왕에게 저런 계약서 따위….’
계약하는 척하고 이건의 뒤통수를 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계약서를 본 레리퀸이 울먹이면서 이건에게 말했다.
“이건 님, 여기 걸린 술식으로는 너무 약해요. 여기 이렇게, 이렇게 해야 저하고 신급까지 묶을 수 있답니다.”
헤이지는 기절할 뻔했다.
“레리퀸! 너 뭐하는 거야!”
“그리고 가지고 계신 S급 계약서들이요. 너무 약해빠졌으니 8장 모두 제가 업그레이드 시켜드릴게요.”
“야! 너 진짜!”
“영혼 명부도 원하시면 이건 님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건은 기특하다는 듯 레리퀸의 머리를 쓰다듬듯 두드렸다.
동시에 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데이터를 습득했습니다] [영혼 명부] [습득한 데이터들은 뱀주인좌의 위대한 업적과 섞여 스킬의 토대가 됩니다] [현재 익힐 수 있는 신생 스킬]-뱀의 계약 (F)
-한 번은 참을 수 있다 (F)
-세 번은 못 참는다 (F)
이건은 제법 흥미로웠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유용한 데이터를 얻을수록 제 스킬의 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필시 데이터와 제 능력이 결합되어 새로운 스킬이 탄생하는 거겠지.
‘뭐, 내 스킬도 내 권속들한테 빌려주고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지만.’
자신이 성장할수록 권속도 성장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생성 가능한 스킬들을 전부 취할 필요는 없었지만…
‘쓸 만한 스킬들이 많군.’
그리고 계약 스킬이라면 계약신좌인 처녀좌를 상대할 때도 힘을 발휘하리라.
애초에 8장의 S급 계약서는 성인들을 위해 남겨둔 것이고 말이다.
물론 상대는 이미 상위권 신좌로서 신에 가까워졌을 몸.
어느 쪽이 더 우위일지는 부딪쳐봐야 알겠지만.
그래서 데이터를 제공해준 레리퀸을 칭찬하려 할 때였다.
“이건 님! 8장 모두 SS급으로 업그레이드 했어요!”
“오, 잘했어.”
그런데 그때였다.
어째서인지 레리퀸이 사시나무 떨 듯 파르르 떨었다.
“…그 이건 님이, 그 이건 님이.”
“?”
“인사는커녕, 요정을 갈아 마시려고 했던 그 잔학무도한 이건 님이 지금 잘했다고!”
“아.”
뭔가 깨달은 이건이 활짝 웃었다.
“고맙다, 레리퀸. 네가 최고야.”
감격한 레리퀸은 오열했다. 이건이 좋다는 말까지 했다.
그 광경에 헤이지는 절망했다.
그도 그럴 게, 성인의 위엄은 신좌의 위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을 배척하라고 교육시켰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이 저런 꼴을 해봐라.
쌍아좌 성도들이 성주에게 배신감을 느끼고도 남았다.
‘쌍아좌가 해체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몸으로 이건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건 참을 수 없어!’
아무튼 최소한 성도들에게는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그런데 그때였다.
“삼촌. 아예 기자들을 불러올까요?”
“성재야아!”
“저거 영상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도 신앙심 팍팍 깎일 것 같은데.”
헤이지는 이제 회복불능이었다.
성재를 빼앗긴 것으로도 모자라, 뱀주인좌와 무슨 연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두어 둔 쌍아좌 권속신까지 이건에게 관심을 보이고.
레리퀸까지 저 모양.
[쌍아좌의 마법사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습니다]그리고 이건이 역시 제 조카라며, 천성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 그렇게만 해.”
“……!”
천성재는 오열하는 레리퀸의 옆에서 함께 오열했다.
“이건 님한테 쓰다듬을 받았어! 이건 꿈이야!”
머슴 휴고는 그저 기가 막혔다.
아빠가 쓰다듬으면 애 취급 말라며 틱틱대던 녀석이.
게다가 쌍아좌 탈퇴?
이건이 받아주면 영광이고, 안 되도 사자좌라도 가겠다더니.
‘죽어도 아빠 신좌로는 안 온다고 하지.’
그러나 쓰다듬을 받은 천성재는 오열하며 모자를 찾았다.
“나 평생 머리 안 감을 거야!”
결국 휴고가 한숨만 푹푹 쉬자니, 딸이 다가왔다.
“아빠. 힘내. 케이크랑 아빠가 좋아하는 예가체프 브랜드의 커피도 사놨어.”
딸이 상냥하게 어깨까지 주물러주자 휴고는 새삼 감동했다.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제 딸 밖에 없었다.
“역시 우리 ㄸ….”
그런데 그때였다.
케이크를 바라보는 휴고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딸이 가져온 건 분명 딸기 케이크인데, 딸기가 없었다.
하지만 문득 이건의 그릇을 본 휴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딸기가 전부 이건한테 가 있었다.
하물며 크기도 이건이 더 크다!
그래서 휴고가 비명을 질렀다.
“유하야! 아빠한테 딸기가 없어! 크기도 아빠게 더 작다고!”
그러자 천유하는 되려 무슨 말이냐는 듯 표정을 보냈다.
“아빠는 원래 딸기 잘 안 먹잖아? 맨날 한입 먹고 버리면서.”
그러자 휴고가 울부짖었다.
“아빠 오늘부터 딸기 케이크 좋아하게 됐어! 그러니까 줘!”
천유하는 황당해했지만, 이건은 쯧쯧 혀를 찼다.
치졸하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러면서도 제 먹을 건 죽어도 안 내주는 이건이었다.
* * *
“저게 그 유명한 인가요?”
마닐라.
태평양으로 가는 길목. 그곳에 위치한 섬나라엔 흉흉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고오오-
멀지 않은 바다에서 괴수의 울음소리가 들린 듯 했다.
그리고 그 괴수의 정체는 바로 .
과거 이건이 잡은 놈으로 유명했으며, 지금도 몇 안 되는 이건 영상에서 나온 마물.
마닐라에 모인 성도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당연했다.
“20년 동안 나타나지 않았던 놈이…!”
유튜브 탑 5에 드는 그 영상은 전 세계 사람들이 안 본 사람 없다는 영상이다.
그야말로 전설적인 괴수였다.
“놈이 지나쳐온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이미 레드존으로 변했습니다!”
그 보고에 마닐라에 진을 펼친 성단장들이 칼을 뽑았다.
“여기서 놈을 막는다!”
“오오오!”
이건의 귀환.
하지만 이건이 성단장보다 강할거네 어쩌네 하는 뉴스에 성단장들이 발끈하는 시점이었다.
남쪽을 대표하는 신좌의 성단부터, 북쪽의 사자좌까지. 성도들이 대형 공략단을 짰다.
그 숫자만 만 단위 이상.
거의 레드존 공략전에 가까운 인력이었다.
특히 사자좌는 모든 지부의 성단들이 모였다.
그건 당연했다.
“성주님이 이 일대에 계신다!”
“오오오!”
사자좌 성단장의 외침에 한숨 쉰 건 천유하였다.
사실 사자좌 성인이 드라크마에서 떨어진 구역은 태평양 위.
바로 마닐라가 있는 루손 섬이었다.
‘섬 전체와 해역이 위험지대.’
“알았나! 성주님의 탐색을 들어가기 전에 천의 다리부터 해치운다!”
하지만 누군가가 우려를 표했다.
“천의 다리는 20년 만에 나타난 적이에요. 처음 마주하는 놈인데 역시 이건의 매뉴얼을 따르는 게….”
“맞아요. 사람들도….”
“이건이 잡았던 괴수를 우리가 못 잡을 이유는 없다!”
“오오오오!”
“고작해야 B급의 구닥다리 매뉴얼 따위!”
이에 생중계를 맡고 있는 카메라맨들이 환호했다.
이때 천의 다리가 물속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어, 어어?”
천의 다리의 머리 위에 누군가가 있었다.
“서, 성주님?”
* * *
한편 그 무렵.
아침 8시 신궁좌 성역.
“젠장.”
이건은 지금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사실 그는 휴고의 어전성물을 고치려는 중이었다.
물론 수리에 차질이 생긴 건 아니었다. 불의 군주와 드라크마에서 얻은 재료들은 무기를 만들기도 수리하기도 아주 좋았으니까.
다만 제련할 때 쓰는 망치가 너무 빈약해서 능력치가 안 나올 뿐.
‘어째 치기만 해도 다 부러지냐.’
휴고의 임시 활도 제 기대보다 능력치가 안 좋게 나왔고 말이다.
‘칫. 굳이 내 망치까지 찾을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랬다. 그것 역시 특별한 능력이 붙은 S급 도구지만, 그래도 그리 급한 건 아니었다.
제련도구 정도야 이 시대의 장인들도 잔뜩 쓰고 있댔으니까.
그런데 S급 장인이 쓰는 귀한 도구라며 가져온 것들이 죄다 슬라임보다 못하니.
‘큰일이군. 라임이로는 중형, 대형 무기는 못 만드는데.’
성신이나 레드존급 괴수를 상대하려면 중형 대형급 무기는 필수.
하지만 이 대로면 중형급인 휴고의 어전 성물도 못 고치고, 임시로 쓰고 있는 물건들 강화도 무리다.
‘장기적으론 제련도구도 있긴 해야 한다.’
물색해보니 제련도구를 가져간 놈은 12성인 중 하나라고 했다.
‘뭐, 그래봐야 그 영감이겠지만.’
마갈좌. 염소자리로 제작신좌였다.
아무래도 거리상으로는 처녀좌보다 그쪽이 더 가까우니 그쪽을 먼저 노려야 하나.
‘쌍아좌 이후로 죄다 성역에 꼭꼭 숨어서 좀 귀찮아지긴 했지만.’
쌍아좌 성인처럼 이건에게 계약이 끊길까, 성신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리라.
뭐 아무래야 좋았다.
이건은 고통스러운 듯 신음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몸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상태이상 : 배탈]젠장. 이러다가 자신을 찌른 원수 놈을 찾기 전에 죽겠다.
물론 평범한 배탈 증상은 아니었다.
[권속들이 뱀주인좌의 성역에 곳간조차 없음을 알고 기겁합니다] [권속들은 뱀주인좌가 영양실조 상태가 아니냐며 기겁합니다] [권속들이 뱀주인좌를 위해 다양한 공물을 바칩니다] [권속신들이 바치는 공물은 체력과 마력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뭣들 하느냐! 주인을 위해 어서 공물을 더 모아와라! 신궁좌 따위보다 더 작다니, 용납할 수 없도다!] [신궁좌 곳간을 털어 와라!] [하물며 보아라! 주인께서 저리 메마르지 않으시더냐! 영양실조시다!] [금결 같은 머리가 푸석하시다!] [최소한 백양좌 성인보다는 더 풍채가 더 좋아야 하지 않으시겠느냐!]아니, 그 정도면 이미 돼지지.
물론 권속신들의 충성심과 능력은 상당히 출중했다.
[좁은 성역에 곳간이 생겼습니다] [일남이(야를)가 군세를 동원해 무더기로 공물을 잡아왔습니다] [이남이(요툰)가 질 수 없다며 거인들을 동원해 공물을 잡아옵니다] [삼남이(베르세르크)가 성역에서 돼지를 발견했습니다] [돼지저금통(피슈)이 기겁을 하며 도주합니다] [계속해서 바칩니다] [또 바칩니다] [끝도 없이 바칩니다] [주인의 마력 회복을 위해 기꺼이 또 사냥을 나갑니다]이건은 탄식했다.
좋긴 하나, 이건 뭐 에너지 과잉 축적이라고 해야 할까.
[곳간이 터지려고 합니다] [권속들을 담아두기엔 성역이 너무 좁습니다] [현재 뱀주인좌 성역 크기] [3.3m2(1평)] [성역을 넓히면 도움이 됩니다] [권속들을 관리할 관리자, 인간 성도가 필요합니다] [성도를 들일수록 신좌의 힘이 강해집니다]이건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성역도 넓히고, 관리자도 뽑아야 겠군.’
성신을 상대하려면 지금보다, 아니 그들보다 더 강해져야 하긴 했으니까.
그리고 관리자는 개인적으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자가 좋았다.
‘어쨌거나 성도가 필요하군.’
하지만 아무나 제 성도로 들일 수는 없었다.
왜?
[뱀주인좌 인간 권속 조건: 신앙심 100%]아무래도 비밀이긴 하지만, 각 신좌마다 특정한 기준이 있는 모양이었다.
휴고 역시 신궁좌의 성도가 적은 이유가 까다로운 조건 탓이라며 한탄했었으니까.
[신궁좌 인간 권속 조건 : 성신이 인정할 만한 미남, 미녀 (최소 연예인)]하지만 신앙심 100%라니.
왜 이딴 조건이 걸렸는지 모르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이딴 걸 만족할 만한 녀석이 과연 있을까?
‘아무리 성신에게 사랑받는 성단장이나 성인급들도 최대가 90%라고 들었는데.’
그건 당연했다.
어느 인간이라도 절대적인 믿음과 충성은 있을 수 없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귀가 얇을 수밖에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100% 수치는 있을 수 없었다.
뭐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쨍강!
결국 또 망가진 망치를 보면 이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젠장. 일단 제작도구부터 해결 보든가 해야겠군. 성질나서 원.’
성도도 중요하지만, 무기부터 해결해야 놈들과 붙을 수 있을 테니까.
바로 그때였다.
[나다.]절대 들릴 리 없을 것 같았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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