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72)
제72화. 조건이 조금 까다롭구나 (3)
미국 샌프란시스코.
순백색의 병원에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세상에 정신이 드십니까!”
“신이시여. 이건 기적입니다!”
그곳은 긴급 치료실이었다.
관계자외 절대 출입금지가 붙을 정도로 환자의 상태는 심각했다.
덕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침대로 몰려오며 신을 찾았다.
그들의 시선은 호흡기를 끼고 있는 환자에게 향했다.
그건 다름 아닌 사자좌 성인 스티븐.
붕대로 머리를 칭칭 감고 있는 스티븐은 눈알만 굴렸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감격하며 스티븐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십니까?”
“말도 안 돼. 두번 다시 눈을 뜨실 수 없는 상태셨는데…!”
호흡기 속 사자좌의 입술이 달싹였다. 거친 숨이 몰아 나왔다.
그리고 몇 번 정도 달싹이고 나서야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있었지?”
그러자 주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건 저희가 여쭈고 싶은 말입니다!”
“두개골이 완전히 박살나 있었어요! 특히 전두골 쪽은 망치 같은 걸로 깨부수려고 한 건지, 도저히 손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그말에 비몽사몽 하던 사자좌의 눈이 헉하고 커졌다.
그도 그럴게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이건의 웃음소리와 함께 머리에 통증이 느껴졌고….
그걸로 그냥 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육질의 부하가 감격하듯 사자좌의 손을 잡았다.
“살아계신 것이 기적입니다!”
그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것 같았다.
“분명 이건입니다. 그 흉악한 놈이 망치로 성주님의 머리를 수박 깨듯…!”
그 이름에 사자좌가 콱, 부하의 팔을 잡았다.
“성주님?”
“이건은.”
“예?”
“이건이 내 무기는 놓고 갔나?”
그 말에 성도들은 기가 막혔다.
정신 차리라는 말이 입을 뚫고 나올 뻔했다.
“그놈은 성주님의 머리를 깬 극악무도한 악당입니다! 비열하게 성주님이 약해진 틈을 타서…!”
“됐고, 무기는!”
“잠시만요! 지금은 진정하셔야…!”
그 말에 사자좌의 눈에 핏대가 섰다.
“내 무기!”
사자좌가 두꺼운 팔을 내려쳤다.
쿵!
그야 말로 방금 전까지 사경을 헤맨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위력이었다.
“이건!”
“안 됩니다! 이러시면 상처가!”
“아직 머리의 뼈도 붙지 않았습니다! 제발!”
“내 무기! 어서 이건을 데려와! 10억 달러 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하라고!”
그 와중에 죽지 않는 눈빛과 위세는 존경스러울 지경이었지만, 성도들은 미치고 환장할 판이었다.
하물며 이해도 안 됐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필 이건한테 무기를 만들어 달라니!
“성주님! 이건은 대장장이도 아니잖습니까!”
“맞습니다. 무기라면 마갈좌 성인께 부탁드려야죠!”
“왜 이건 따위에게…!”
그 말에 사자좌가 알아들을 수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게 아니라는 것일까.
스티븐은 제 성질에 못 이겨 말도 제대로 못 꺼냈다. 거기에 박살나는 의료기기와 무너질 것 같은 침대는 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말해 스티븐의 이런 모습은 자신들도 처음 봤다.
이건과 만나더니 사람이 변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건 쪽은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이건에게 피해 보상을 확실히 요청하겠습니다!”
그러자 또 침대가 크게 흔들렸다.
“아, 제발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라고!”
“예, 예? 피해보상 요청이 왜 쓸데 없는….”
“그러면 이건이 또 내 무기 안 만든다고 도망갈 거 아냐!”
“네???”
“됐으니까 닥치고 내 말에 따라와!”
그 말에 몇몇은 과연 전투신좌답다며 감격했지만, 대다수는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건이라면 생방송에서도 쓰러트리면서 별 볼 일 없는 놈이라고 했던 자가 아닌가.’
‘왜 그런 사람한테…!’
물론 사자좌는 힘을 위해서라면 어떤 괴짜스러운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10년 전. 아무 능력도 없던 신궁좌의 10살짜리 딸을 데려와 부성단장으로 삼을 때도 그랬다.
마초 성단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이야 모든 성도들이 인정하는 십성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기자회견에서 붉은 눈을 잡은 건 사실 이건이라고 했던 것도 그렇고.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결국 사자좌가 병실에서 뛰쳐나가려고 하자 성도들이 비명을 질렀다.
“진정제!”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급히 링거를 꽂자 사자좌가 조금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건에 대한 집착(?)은 전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건은 어디로 갔는데!”
이에 성도들은 이마를 짚었다.
말을 안 해주면 분명 쫓아간다고 하겠지.
“유럽연합 서방국입니다.”
“!”
스티븐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성도들은 알만하다는 눈치였다.
“아무리 성주님이라도 거기까진 못 쫓아가시겠죠?”
그건 그렇다.
거긴 본인을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착각하는 듯한 처녀좌의 영역.
완전 폐쇄국인 남쪽의 보단 나은 편이지만, 서쪽도 상당히 폐쇄적이고 저돌적이다.
비교적 미지 문명의 침입 전과 비슷한 한국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
하물며 다른 성인들의 출입은 완전히 금지되어 있었다.
‘출입하는 순간 즉각 처결.’
처녀좌는 그럴 만한 힘이 있는 매우 막강한 전투신좌였다.
휴고가 초반에 이건에게 경고한 반신(半神)급의 성인이었으니까. 괜히 탑 투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스티븐의 표정이 드물게 볼만했다.
“미쳤어? 거긴 왜 갔는데?”
“그게. 유럽연합정부가 이건에게 의뢰를 해왔나 봅니다.”
“의뢰?”
“예의 공략 불가 판정 괴수요. 그 놈이 나타난 것 같아서요.”
“천의 다리 건으로 세상이 이건에게 주목하고 있고요.”
“물론 언론에서는 신앙심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이건을 무시하는 척을 하고 있다지만….”
“사실 이번 건도 처녀좌 성인이 의뢰를 맡긴 것 같다고….”
그 말에 천장을 찌르는 듯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성주님?”
“순진하긴.”
“예?”
“처녀좌가 이건한테 의뢰할 리 없잖아.”
스티븐은 호쾌하게 웃어댔다.
동시에 그의 눈빛이 험악하게 번득였다. 맹수의 눈빛이었다.
“우리 중에서는 처녀좌가 제일 이건을 증오할 텐데.”
“……!”
자신은 관심 없었지만, 사실 이건이 탑의 함정으로 떨어졌을 때였나.
그때 이건을 떨어트린 유력한 범인으로 거론된 것이 처녀좌였다.
물론 자신은 그때의 일이 이상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제 발로 서방의 무덤에 가려하다니.’
스티븐의 맹수와 같은 표정에 성도들이 침을 삼켰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천유하는?”
“예? 십성이라면 분명 S급 임무로 전갈좌의 소굴에….”
스티븐은 잘됐다는 듯 험악한 눈을 번득였다.
“천유하의 방을 뒤져. 분명 뼈다귀가 있을 거다.”
성도들은 대답대신 수면제를 부탁했다.
* * *
서쪽.
웨스턴 돔(western dome)은 처녀좌와 물병좌가 동서(東西)로 부딪치는 곳이었다.
백양좌와 쌍아좌가 부딪치던 동방과 또 달랐다.
물론 소피는 성도 수 1위로 그 위세를 유지했던 것이지, 실질적인 파워는 처녀좌가 압도적.
성도들 때문에 소피를 냅뒀던 거지, 영웅질을 하지 않았으면 진즉에 소피의 목을 치고도 남았을지 모른다.
사실상 처녀좌의 밭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남쪽에서 천칭좌가. 북쪽에서는 전갈좌가.
위대한 성신들이 성도를 늘리며 무섭게 치고 오고 있었다.
한국과 다르게 유럽은 문화적으로도 성신제국이 된 지 오래였다.
[ 불성실 납세자. 성신의 부역으로 끌려갔나] [4500명 행방불명에 시민단체 주장 “불성실 납세자들. 성역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필시 이세계나 미지문명에 끌려간 것.”] [성단측 “그런 일 결코 존재하지 않아.”]그리고 흑색존으로 변한 이탈리아 반도를 지나 벨기에 일대.
이건은 기차역에 앉아 썩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km 반경의 총 인구 139,844명 탐색 완료] [신앙심 데이터를 불러옵니다] [처녀좌 신앙심 90%] [처녀좌 신앙심 85%] [처녀좌 신앙심 95%]……
[처녀좌 신앙심 93%] [주의. 처녀좌 외 다른 신좌를 섬기는 인간은 0명입니다]이건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빌어먹을. 이쯤이면 독재국가지.’
그리고 제 볼일도 볼겸. 겸사겸사 이곳에서 제 성도를 구해볼까 싶었던 그였지만….
젠장. 이정도면 가망이 없지 않나.
‘그래도 천의 다리 잡고 나서 평가도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기차역에서 감자튀김을 물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투명한 돔이 보였다.
하지만 떠오르는 정보와는 별개로 이건은 기분이 좋지 못했다
왜?
“와…!”
사람들이 묘하게 자신의 얼굴을 힐끔 힐끔 훔쳐보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은 내심 초조했다.
‘이상하다. 변장은 제대로 했는데.’
남녀노소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지나가지?
‘나쁜 시선은 아닌데.’
이건은 성질을 내며 괜히 선글라스를 다시 써보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벽 뒤에 숨은 휴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지 않을까, 쫄려하는 모습.
“젠장. 여긴 영국하고 너무 가깝잖아! 영국정부 측 인사를 몇 번이나 본거야!”
아무래도 영국 의뢰를 쌩까고 공항에서 튄 탓일까.
휴고는 괜히 제발을 저렸다.
물론 그가 쫄려하는 건 그 이유뿐이 아니었다.
“너 알고는 있니? 지금도 몰래 입국한 거지. 원래는 성인이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라고!”
“뭐래. 따라온 건 너면서.”
“그럼 적의 소굴에 너 혼자 보내냐?! 그리고 나 없는 사이에 유하를 불러낼 거잖아! 성도 계약할 거잖아!”
“…….”
그러자 이건은 한심하다는 듯 휴고를 보았다.
사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뱀주인좌 신앙심 300%] [알 수 없는 원인(딸)으로 지속적으로 신앙심이 깎이고 있습니다]“…….”
그냥 이 새끼 세뇌시켜서 뱀주인좌 성인으로 앉혀버려?
‘그리고 저게 깎인 수치면 원래는 몇이었던 거야?’
뭐 이해 못할 것도 없긴 했다.
죽은 사람은 미화된다.
그리고 휴고는 유일하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일거수일투족 알던 인물이었다.
죽어서 신격화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술에 취해서 포교한다는 놈인걸.’
물론 그래봐야 휴고의 수치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왜?
‘역시 작열사 성신부터 노예로 삼아야겠군.’
물론 그 무시무시한 계획(?)을 휴고가 알 턱이 없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경고했다.
“솔직히 말하면, 건이 너 진짜 위험한 곳에 와 있는 거야.”
“뭐?”
“헤이지가 그랬지. 널 찌른 검을 서방에서 봤다고.”
“그랬지.”
“안 그래도 처녀좌가 널 떨어트렸다는 말이 있어. 양웨이를 괴롭히니 처녀좌가 네 흔적을 지운 1등 공신이라고 불더군.”
“!”
“그런 사람이 널 발견하면 가만히 둘리 없잖아. 아무튼 괴수도 좋지만, 여긴 안내자 없이 돌아다니기 위험해. 감시망이 깔려 있어서…!”
“아, 그건 걱정 마.”
“뭐?”
이건은 태연하게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을 본 휴고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거어언 니임!”
오열하며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중년의 사내였다.
“저 사람…!”
변장을 하고 있지만, 자신들에게 달려온 건 다름 아닌 SS급 감정사였다.
휴고를 제외하고, 이건의 정체를 제일 처음 알게 된 사람이기도 하다.
“스승님을 다시 뵙다니 무한한 영광입니다!”
감정사가 절대 충성하듯 오열하며 엎드렸다.
이에 휴고가 황당하다는 시선을 보내자, 이건이 악랄하게 웃었다.
“참고로 얘 처녀좌의 SS급 성도.”
휴고는 입을 떡 벌렸다.
‘이런 미친…!’
그랬다. 이 감정사는 분명 처녀좌가 가장 아끼는 감정사.
그것도 세계에 딱 한 명밖에 없는 SS급 감정사였다.
‘하물며 SS급이면 십성…!’
그리고 무엇보다 이건이 이놈을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선.
‘이놈도 신앙심 100%일 확률은 크다.’
제 목각솜씨를 슬쩍 보기만 하고도 자신임을 눈치채던 무서운 놈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100%!’
이건의 눈이 번득이며 신의 주시안을 발동했다.
하지만.
“…….”
이건은 그럴 리 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
‘100%!’
[뱀주인좌 신앙심 99.1%]결국 이건은 고개를 숙인 채 벽을 퍽퍽 쳤다.
‘젠장 1%!!!’
아깝다!
고작 1% 차이로 조건이 맞지 않다니!
하물며 처녀좌를 눌렀는데!
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건 님.”
감정사가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럽게 속삭여왔다.
마치 목숨을 건 듯한 표정.
“실은 길을 안내해 드리기 전에 먼저 알려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
“일전에 맡겨주셨던 그 물건의 문양 말입니다만.”
“!”
이건이 눈을 크게 떴다.
감정사는 주변을 살피며 심각하게 말했다.
“실은 범인의 출처를 알아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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