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힘의 시련 (2)
아들의 5번째 생일날이었다.
[여보 미안해요. 이번에도 못 갈 것 같아요. 성재한테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천지우. 그녀는 휴고의 아내이자MIT의 연구원이었다.
성재가 걸음마를 떼고 나서는 1년에 한두 번밖에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이건의 사후.
더욱 늘어난 괴수들을 처리할 수 있는 이 완성단계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미사일이었다.
‘이건 씨가 남겨주신 무기가 아주 중요한 베이스가 되었어요.’
이건과 휴고의 팬이기도 했던 아내는 이건의 무기를 조사하며 괴수를 파멸시킬 단서를 얻었다.
물론 동료들 모두가 이건의 무기 따위 조사할 가치도 없다고 했지만, 천지우는 휴고가 말해준 이건의 능력을 믿었다.
악착같이 연구하며 힌트를 얻었다.
[인류에겐 영향 없는 대 괴수용 웨폰 개발]사실상 이건이 만들어낸 셈이라 했다.
그것만 있으면 남편이 힘들게 홀로 싸울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건이 나오지 못했던 탑. 동시에 휴고가 끝까지 수색하고 싶어한 악마의 탑 수색도 가능할 거라 했다.
그리고 무기의 완성 직전인 2015년. 7월 15일 새벽 1시.
“엄마!”
생일 선물로 엄마가 보고 싶다는 아들의 부름에 한걸음에 귀국했던 아내였다.
바쁜 일정이지만 떼 한 번 안 쓰던 어린 아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탓이리라.
5살 아들은 엄마가 보고 싶어 꾸벅꾸벅 졸면서도 공항으로 마중 나갔다.
용병일을 나간 아빠 대신, 아빠의 친한 부하한테 부탁해서 갔다.
그리고 셋이서 차를 타고 돌아가려는 길.
“엄마아. 배고파.”
“성재야, 우리 집까지 조금만 참자.”
“배고픈데….”
“성재야.”
“괜찮습니다, 사모님. 성재가 저녁도 안 먹고 사모님이 오기만을 기다렸어요. 배고플 만도 하죠. 여기 앞에 드라이브 스루에 잠시 들리면 됩니다.”
“하지만 이 시간에 성재를 데리고 와주신 것만으로도 죄송해서….”
“하하, 괜찮습니다. 제가 좋아서 데려다준 건데요. 뭐.”
잠시 들린 패스트푸드점에서 사고가 터졌다.
“사모님!”
당시 뉴스에서 크게 다룰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
소식을 들은 휴고가 급하게 달려갔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성재는 눈앞의 일에 넋을 잃고 있었을 뿐.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휴고는 가장 아끼던 부하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
둘을 앗아간 정체불명의 괴수는 결국 잡지 못한 채 놓쳤다.
아내가 개발하던 무기는 마갈좌에게 위임되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통칭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식신이 지금 여기에 나타났다고?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울음소리에 휴고가 벌떡 일어났다.
쿵!
살의를 품은 표정은 덤이었다.
이에 회의 중이던 유럽 연합 사람들이 당황했다.
“오터스 님?”
휴고의 살벌한 녹색 눈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벨기에 북쪽의 플란더스.
이 위로 있는 네덜란드와 독일은 레드존이라 사실상 여긴 인류 최전방 도시다.
때문에 창밖으로는 인간의 영지인 돔 벽이 바로 보였다.
놈들의 울음소리는 돔 밖에서 들리는 것이다.
“여기에 나타난 괴수들.”
“예?”
“분명 처녀좌가 이건한테 토벌 의뢰를 한 거라고 했지.”
“예? 아, 예…!”
“분명 처녀좌 측에서 먼저 상황을 보고 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처녀좌하고는 상성이 맞지 않는 적들이라고….”
“그리고 이번에 천의 다리 건으로 이건 님의 활약이 대단하셨으니까요.”
“처녀좌 측에서도 그 점을 들며 저희를 통해 이건 님께 토벌을 의뢰하신….”
뿌득.
휴고가 이를 갈았다.
그 분노에 정부의 인사들은 당황스러웠다.
휴고가 공식 석상에서 까칠한 모습을 많이 보이긴 해도, 저 정도로 살의를 뿜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고는 그 어느 때보다 열 받아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 아내와 부하를 앗아간 괴수. 그리고 그걸 이건에게 맡긴다는 시점에서 휴고는 확신했다.
‘건이를 죽이려는 거야.’
뭐가 이건의 활약을 높게 산다는 것인가.
그런 말을 할 위인도 아닐뿐더러, 먼저 상황을 보고 왔다면 더더욱 이다.
저 괴수에 대해 모를 리가 없었다.
‘12성인들은 전부 저 괴수에 대해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게, 핏빛 안개는 자신은 물론 성인들도 잡으려다가 참패한 괴수였다.
물론 정확히는 참패하고 무참하게 깨진 건 자신 하나뿐이지만.
그리고 다른 성인들은 도와준다는 둥 어쩐다는 둥 구경 왔었지만, 그놈들조차도 당황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 왔다가 모두가 표정이 변해서 도망치기 급급했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도 잡아먹는 괴물.’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단순히 강하다는 말로 끝날 괴물이 아니었다.
뭔가 차원이 다른.
하물며 성신의 힘까지 먹어치우던 괴물.
‘붉은 눈하고는 다른 의미로 손을 쓸 수 없던 놈.’
덕분에 그때 빼앗긴 신궁좌의 힘만 30%가 넘어갔다.
자신조차도 성인 중 하나가 목숨을 걸고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을 목숨이었다.
귀환하고 나서도 빼앗긴 힘은 끝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놈은 강한 상대일수록 그 마력에 집착하며 빼앗는다.’
그 앞에서 절대적인 무력감을 체험해봤기에 휴고는 확신했다.
이건이 위험했다.
* * *
응애 응애-
마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같았다.
이건은 미간을 좁혔다.
‘소 울음소리 다음엔 어린애?’
확실했다.
소 울음소리는 자신도 처음 듣지만, 이 어린애 울음소리는 탑에서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럴 때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고오오-
마치 핏빛처럼 보이는 안개였다.
그 안개는 돔 밖의 도시를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아니, 도시뿐만이 아니었다.
“아악!”
“사…살려주세요! 꺄악!”
도시를 덮은 핏빛 안개는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을 습격했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격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봐! 정신 차려! 이봐!”
“뭐, 뭐 하는 거야! 우리 같은 편이잖아! 야!”
핏빛 안개에 잠겨있는 사람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마치 영혼이라도 빼앗기는 듯했다.
비명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돔을 지키던 처녀좌 방위군들 역시 당혹스러웠다.
“성단장님! 다른 팀에서의 연락들이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벌써 3번째 돔까지…!”
이곳은 인류 마지막 방어선.
돔은 총 5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가장 안쪽이 인간의 도시였고, 보통 50km 간격으로 이중 삼중, 사중, 오중으로 돔이 있었다.
쉽게 말해 만리장성이 다섯 개였다.
인간과 괴물의 구역을 나누는 거대한 방어벽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미지문명의 최중심부와는 거리가 있지만, 괴수들이 우글거리는 괴물의 땅.
그리고 보통 가장 먼 곳부터 5돔, 인간의 도시와 가장 가까운 돔을 1돔이라 했다.
그래서 1돔이 부서지는 순간 인류의 멸망일 것이라고 예측하곤 했지만.
“큰일입니다! 벌써 4돔이 뚫렸습니다!”
“본부에서 3돔 쪽으로 병력을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오늘 1돔이 부서질 수도 있었다.
물론 붉은 눈 급이 아닌 이상은 보통 4돔의 선에서 처리가 끝난다.
도시에 종종 나타나는 재액들은 특별한 경로로 돔 내부에 소환되는 괴수들이었고 말이다.
그러나 놈들이 다가오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놈들은 3돔의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선발대들은 화력을 집중하라!”
소리와 함께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돔 위에 있던 선발대들이 순식간에 핏빛 안개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안 돼! 살려줘!”
마치 먹이를 먹어치우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였다.
[주의. 상대의 레벨이 높습니다]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신궁좌 성도들이 급하게 활을 뽑아 들었다.
“빨리 적의 위치 파악해!”
두 성도의 눈동자가 금색으로 변했다.
그건 신궁좌 전용 스킬 .
500m 거리의 개미까지 볼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주변을 투시해 숨은 적까지 찾을 수 있는 투시안 스킬이었다.
아무리 안개의 모습을 가진 적이라도 그 본체는 있을 터.
그 어떤 은신형 몬스터도 이 스킬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이건 님! 누나! 찾았어요!”
신궁좌의 막내. 서지훈이 급히 폐허 속의 건물을 가리켰다.
붉은 안개 사이에서 빛나는 뭔가가 보였다. 동시에 은예린과 서지훈이 활시위를 당겼다.
[고문의 속박 (S)]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쾅!
그들의 스킬이 박살났다. 갑자기 날아온 다른 화살에 폭발한 것이다.
“……!”
놀란 그들이 고개를 돌리자 이건의 활을 들고 있는 고트가 있었다.
동시에 고트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 어떤 공격도 하지 마!”
“네, 네?”
“너희들로는 죽어!”
“……!”
고트의 말에 성도들은 당황했다.
솔직히 말해서 고트가 부하들에게 저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SS급은 아니지만, 자신들은 S급과 A급. 하물며 휴고가 성역의 가드를 단독으로 맡길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물론 한 명은 A급이었지만, 원래부터 소수정예 신좌였다.
최전방에서 구르다 보니 사실상 S급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무시당할 수준의 전투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고트는 진심이었다.
‘저건 안 된다.’
이미 한 번 겪어본 적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자신들의 우상인 휴고도 실패했던 놈이었다.
“시각 대신 마력으로 사람을 쫓는 놈이야! 스킬은 쓰지 말고 그냥 뛰ㅇ…!”
그런데 그때였다.
“응애! 응애!”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
고트는 재빨리 이건의 활을 꺼냈다.
하지만 더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빠각!
이건이 고트를 걷어찼다.
“내놔 새끼야.”
“커헉…!”
정강이를 걷어차인 고트는 죽으려고 했다.
‘이 인간이 S등급 각반도 뚫고…!’
반면 이건은 신기해했다.
힘은 별로 안 줬지만, 그래도 버티는 걸 보면 역시 SS급이다.
이건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됐으니까 걸친 장비들 내놓고. 내가 만든 무기도 그따위로 쓸 거면 반납하고.”
“그러니까 이건 님은 안 된… 뭐, 뭐라고요? 누가 뭘 만들어요?”
이건은 웃었다.
어쩐지 자기들끼리 저 활을 두고 감탄하며 찬양의 토론을 하고 있더라니.
휴고와 대화하던 내용도 못 들은 모양이다.
물론 속삭이던 대화를 엿들을 정도가 되려면 제 귀 능력치는 되어야 가능하겠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니가 그렇게 칭찬하던 내 새끼. 그거 그렇게 쓰는 거 아니라고.”
성도들의 표정이 볼만했다.
정말 이건이 만들었냐는 것이다.
“말도 안 돼! 마갈좌 보다도 더 대단한 물건이었는데…?!”
“그럼 설마 도박 빚에 쪼들려서 전당포에 팔았다는 건…큭!”
“그건 니네 집 대장 새끼고.”
결국 이건이 활을 가져가자 고트가 급히 말렸다.
이에 이건이 꺼지라며 또 걷어찼지만.
“그러니까 정말 안됩니다!”
고트는 부러질 것 같은 다리를 움켜쥔 채 필사적으로 외쳤다.
“저건 성주님도 힘을 빼앗기셨던 공략 불가한 괴수입니다! 신의 힘을 먹어치운다고요!”
“!”
이건이 의외라는 듯 보았다.
고트는 상대가 그래도 휴고의 친구인 이건이니 털어놓는 느낌이었다.
“10년 전에, 신궁좌의 첫 성도와 사모님이 저 괴수한테 잡아먹히셨어요! 그리고 육신까지는 성주님이 추후에 어떻게든 빼내 오셨는데…!”
고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견습 시절, 고트는 아직도 그날의 일을 잊지 못한다.
놈은 사물이며, 육신이며, 영혼까지 모조리 먹어치우는 놈이었다.
하물며 신까지도.
“전갈좌 성인이 도움을 줘서 성주님을 빼내 올 수 있었지만… 아무튼 이건 님도 이번 일을 보면 13번째 성인이신 거잖습니까? 놈은 신의 힘을 미친 듯이 밝혀요! 신의 힘을 마비시키는 특수 스킬이 있어서 성인들한테는 최악의 상성이에요!”
이건은 납득했다.
성인들은 일반 성도들과 다르게 전신을 신에게 지배받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신의 힘이 막히면 쥐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트라우마가 되었겠지.
뭐 아무래야 좋다.
“어쩌라고.”
이건이 활시위를 당겼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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