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76)
제76화. 힘의 시련 (3)
천성재는 아직도 그날의 광경을 잊지 못한다.
1년 만에 엄마를 만나 무척이나 행복했던 날. 가장 친했던 아빠의 부하를 졸라 공항까지 갔던 날.
돌아가는 길에 너무 배가 고파서. 그리고 간만에 본 엄마가 너무 좋아서 괜히 더 칭얼거려봤던 날.
“사모님!”
붉은 안개와 함께 나타났던 놈은 괴이한 소리를 내며 자신들을 공격했다.
가장 먼저 삼켜진 것은 자신을 차에 숨기려 했던 엄마였고.
“성재야!”
그 다음에 삼켜진 것은 자신을 찾아낸 괴수의 팔을 잘라낸 아빠의 부하였다.
아빠의 부하는 꼭 아빠가 구해주실 테니 무서워하지 말라며, 자신을 지켜주다가 삼켜졌다.
가장 행복했던 생일날은 순식간에 사랑하던 사람들의 기일이 되었다.
그래도 천성재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아빠가 잡혀간 둘을 구해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아빠는 세상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무적의 12영웅 중 하나였으니까.
하물며 그 자리엔 다른 영웅들도 함께였다.
“성재야, 괜찮아. 아빠랑 다른 성인분들이 둘을 꼭 구해줄 거야.”
하지만.
“휴고! 안 돼!”
“아, 저거 미쳤어! 힘을 빼앗길 거야!”
성인들은 도망쳤다.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명백한 도주였음을 천성재는 알았다.
게다가 그중 아빠를 구해준 건 그들 중에서도 딱 한 명뿐.
결국 장례식에서 묵묵히 괴로워하는 아빠를 보며 천성재는 깨달았다.
자신이 아빠의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아갔음을.
그래서 반대도 무릅쓰고 나이제한이 풀리자마자 쌍아좌에 들어간 것이다.
두 사람을 앗아간 놈들을 제 손으로 잡겠다는 일념이었다.
당시 한국 최강의 신좌는 쌍아좌였고, 애초에 신궁좌의 성단장을 죽게 한 자신이었다.
신궁좌에 들어가기엔 성단장을 친형처럼 따르던 단원들을 볼 낯이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쌍아좌는 영혼을 다루는 신좌.’
어쩌면 초혼의 응용판. 죽은 사람의 영혼도 불러올 수 있으리라.
실제로 쌍아좌 마도서고엔 그게 있었다.
[죽은 사람과의 대화]최소한 두 사람의 영혼이라도 불러올 수 있다면.
아빠와 누나에게, 그리고 신궁좌 성도들에게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악착같이 공적을 쌓고, 포인트를 모아 성인과, 성단장급들만 열람 가능한 에 입장까지 해냈다.
그리고 마침내.
‘이걸로.’
천성재는 조심스럽게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휘장에서 소리가 들렸다.
[세계수의 마도서(SS)를 대여하시겠습니까?] [대여에 필요한 기여도 포인트는 187,000p 입니다.] [현재 대주교 랭크 의 기여도 포인트는 187,483p입니다.]무려 3년간 쓰지도 않고 모은 포인트였다.
밥도 최소한으로 먹고, 잠도 친구와 함께 잤던 3년의 세월.
그 모든 포인트가 한순간에 날아가지만 상관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 포인트면 100평짜리 펜트하우스가 10개나 손에 들어올 어마어마한 수치지만 알게 뭐람.
[대여 완료. 포인트가 모두 사용되었습니다] [남은 포인트 483P]그리고 마도서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천성재는 바로 특정 페이지를 펼쳤다.
빽빽한 마법 수식들이 있었고, 다른 마법사들이 탐낼 만한 SS급 마법들로 가득했다.
[경고. 마도서 대여종료까지 9분 57초 남았습니다]하물며 시간제한이 있으니 SS랭크 마법을 익히려 애를 쓰겠지만, 천성재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차피 이딴 것들. 한번 보면 외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건.
‘1,467페이지…!’
한 달 전.
특별 공로의 보상으로 펜트하우스 대신 이 책을 열어보긴 했지만, 그땐 제한시간이 3분이었다.
그땐 시간 때문에 반 밖에 못 외웠지만, 오늘은 다르다.
‘전부 외울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천성재가 1,467페이지를 펼친 순간.
“……!”
천성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라졌어.’
마법으로 강제로 뜯어낸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한 발 늦었어.”
누군가가 찢겨진 페이지들을 흔들고 있었다.
천성재는 깜짝 놀랐다.
‘윤시우!’
천칭좌 성인의 혈육이자, 쌍아좌로 유학을 온 재벌 3세 형제 중 하나.
하지만 천성재의 눈이 험악해졌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둘을 죽인 원수.’
그도 그럴 게, 그들은 10년 전.
가 나타난 현장에서 도주했던 고등학생 형제였다.
사실상 핏빛 안개는 그 둘 때문에 나타난 셈이었던 것이다.
곧 윤시우는 찢어낸 마도서 페이지를 흔들면서 말했다.
“난 천재인 너랑 달라서 이딴 어려운 건 읽지도 못하겠다만. 어쩌냐. 이걸 없애면 너도 못 읽겠네.”
그 순간 그가 들고 있던 마법서 페이지가 불타올랐다.
쌍아좌가 아닌 천칭좌의 마력이었다.
“쌍아좌 제일의 성도가 펜트하우스도 안사고 웬 낡은 마도서만 빌린다길래. 놀리고 싶어서.”
이에 천성재가 같잖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놀리긴 개뿔이.
“내가 이걸 삼촌한테 줄까봐 겁이라도 나나보지?”
“!”
윤시우가 깜짝 놀랐다.
천성재가 말했다.
“왜. 내가 니들 얼굴을 기억도 못할 줄 알았냐? 니 새끼들 때문에 핏빛 안개가 나타난 거잖아.”
이에 윤시우가 당황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대리인을 시켜 처리한 사건이기 때문에 얼굴이 드러날 일은 없었다.
사정 청취를 딱 한 번 한게 고작이거늘.
‘머리 좋은 꼬맹이는 이래서.’
“그래. 열심히 해봐라. 그 마법도 네가 믿는 삼촌한테 가져갈 생각이었나 본데. 어차피 네가 좋아죽는 이건 님도 곧 뒤질 테니까.”
“뭐?”
“핏빛 안개가 잡히면 우리도 곤란하거든. 그 사건을 성인이 어떻게 덮어주셨는데.”
그렇게 말하며 윤시우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내민 건 TV화면이었다.
[보이십니까! 벨기에 돔 밖이 붉은 안개로 자욱합니다!] [조사 결과 10년 전, 인천공항 일대의 패스드푸드점에서 나타났던 재액으로 판명 되었습니다.] [당시 저 안개에 인근 주민 5천여 명은 쓰러져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마 그때의 안개가 벨기에에도 상륙을 한 것일까요!] [현재 5돔 4돔이 파괴되면서 3돔으로 방위군이 향했습니다] [이거 상당히 위험합니다. 들려오는 정보로는 안개를 마신 사람들이 원인불명의 혼절로 쓰러져…] [아! 잠시만요! 돔 밖에서 이건을 봤다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천성재는 깜짝 놀랐다.
‘저긴 삼촌이 의뢰를 받고 가신 곳.’
그럼 설마 삼촌이 잡으러 간 괴수가 저거였던 건가…!
이에 천성재의 심장이 덜컥 떨어졌다.
물론 이건을 믿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놈은…!
동시에 그는 이건에게 순진하게 의뢰장을 내민 것을 후회했다.
다른 놈은 몰라도 그 괴물만큼은 자신에게나 아버지에게나 트라우마일 테니까.
결국 드물게 일그러지는 얼굴에 윤시우가 흡족하게 웃었다.
“처녀좌도 그 사실을 알고 네 삼촌한테 의뢰한 걸 거야. 성인한테 저 괴수는 쥐약이거든.”
“……!”
“네가 좋아하는 우상도 결국 네 아빠처럼 당하고 말걸?”
* * *
“어쩌라고.”
이건의 웃음과 함께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은 맹렬한 속도로 공기를 갈랐다. 그 궤적이 향하는 곳은 틀림없는 적의 몸통.
하지만 그 궤도를 본 고트가 흠칫 놀랐다.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안 돼! 역시 빗나갔어!’
조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날릴 때부터 알아봤다.
‘그러니까…!’
물론 이런 안개 속이었다. 거기에 이건은 원거리 계열 성도도 아니었다.
그러니 빗나가는 건 당연….
“키에엑!”
“!?”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모두가 놀랐다.
다른 성도들도 기겁했다.
“뭐야. 지금 맞았어? 맞은 거야?”
“네?! 장난해요? 방금 궤도 어긋났잖아요!”
하물며 이건이 쏜 곳은 자신들이 가리킨 방향에서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
그래서 자신들도 고트처럼 눈치채고 2차 사격을 준비 중이었는데 말이다.
동시에 붉은 안개가 더 짙어졌다.
[주의. 특수한 안개입니다] [신의 주시안과 제 13의 감으로 적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주의. 적의 숫자와 위치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이건은 같잖다는 듯 웃었다.
“뭘 파악 못해.”
동시에 이건의 맹폭격이 이어졌다.
첫 번째는 3연발!
마치 대포와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투각! 투각! 투각!
“응애켁!”
“응애애켁!”
“응애켁!”
덕분에 신궁좌 성도들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같은 활과 화살이지만, 고트가 쏠 때와는 위력도, 속도도 전혀 다르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네 마리, 다섯 마리, 여섯 마리! 열 마리!”
투각! 투각! 투각!
“응키에에엑!”
미친 스피드였다. 하물며 자세를 보면 웬 망나니가 아무렇게나 날려대는 광경.
그런데 웃기게도, 그렇게 쏜 게 그게 전부 다 맞았다.
그때였다.
이건의 폭격에 당황한 듯 적이 반응을 보였다.
“젠장, 숨었어!!”
“스킬로도 안 보여요!”
적의 완전한 은신.
그러나 이건은 귀를 곤두세웠다.
‘저것들의 위치 따위.’
애초에 스킬 없이 소리만으로 파악하는 자신이었다.
소리를 들으면 물체의 크기, 움직임, 이동 경로까지 파악이 가능했다.
아니나 다를까.
후둑.
미세한 모래의 소리에 이건이 날카롭게 웃었다.
그리고 또다시 미친 듯이 날아가는 화살들!
투각!
“키에엑!”
투각! 투각!
“에엑!”
“에에엑!”
고트는 놀랐다.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명중률 100%도 놀랍지만, 자세가 굉장히 낯익었다.
‘분명 성주님과 같은….’
하지만 이건은 근거리 능력자가 아니었던가!
마침내 안개 속에서 비명소리가 사라졌을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 안개가…!”
진해졌던 안개가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총 30마리. 아니, 30개였다.
“나뭇가지…?!”
전부 이건의 화살에 잘려나간 괴물들이었다.
죽은 나무들은 전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놈들이 입에서 안개를 뿜어대며, 사람들을 먹어치운 것이리라.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들이 잘려나간 자리에서 뭔가가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아무래야 좋았다.
“시끄럽게 울던 것들은 이걸로 처리 끝났고.”
“……!”
이건은 이제야 시야가 훤해졌다는 듯, 어디론가 향했다.
“이제야 본체를 뜯을 수 있겠구만.”
“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건이 지면에 주먹을 날렸다.
콰직!
주먹이 땅에 깊숙이 박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드드드드득!
엄청난 지진.
그와 함께 지면을 뚫고 놈이 나타났다.
고오오오오-
쾅!
건물 크기의 괴물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이 뿌리 놈이 놈의 본체였다는 듯.
놈이 땅에서 포효했다.
[경고. 신을 잡아먹는 괴수입니다] [신의 마력을 양분 삼아 자라납니다]마치 두꺼비 같은 놈이었다. 하지만 생긴 것은 굉장히 끔찍하다.
무엇보다 마력의 기운이 완전히 달랐다.
“컥…!”
신궁좌 성도들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끔찍한 외견.
꿈틀거리는 뭔가가 뱀의 혀처럼 다가왔다.
고트 역시 식은땀을 흘렸다.
분명했다.
10년 전, 휴고의 아내와 자신들의 성단장을 앗아간 그놈이었다.
신의 힘을 빼앗아 스킬도 통하지 않는 놈.
가까이 가면 마력이 빼앗겨 죽는다. 성인들이 그랬다.
하지만 괜찮았다.
‘스킬 없이도 물리적 파괴력이 강한 활로 멀리서 공략하면…!’
그러나 그때였다.
쾅!
“?!”
이건이 미련 없이 활을 던졌다. 그리고는 놈을 향해 다가갔다.
[안에서 뭔가가 느껴집니다]이에 고트가 놀라 외쳤다.
“이건 님!!!”
그는 진심으로 놀랐다.
무기도 없이 다가가다니 자살 행위였다.
“안 됩니다! 놈을 만지시면 …!”
그러나 이건은 신경쓰지 않았다.
콰직!
이건은 맨손으로 놈의 얼굴을 붙잡았다.
“!”
그리고.
“니가 내 친구랑 내 조카 울린 새끼냐?”
콰직!
놈의 아가리를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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