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91)
제91화. 뭐? 뱀주인좌라고? (2)
그 낯익은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천유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서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건가 싶을 그때.
–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여자라는 건 조금 생각해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이건과 케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랬다.
천유하의 목소리가 휴고의 핸드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사이,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리라.
그리고 천유하가 케빈의 이야기를 듣고 답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딸의 전화를 받았던 휴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하 너 방금 전갈좌에 대해 말한 거지?”
– 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라니? 유하 넌 전갈좌랑 만난 적도 없잖아.”
– 만났는데요.
동시에 이건이 흠칫 놀랐다.
“만났다고? 그 여자랑?”
“미쳤군!”
아니나 다를까. 창백하게 질린 휴고는 아예 핸드폰에 들어갈 기세였다.
“유하 너!! 겁도 없이!”
그도 그럴 게 전갈좌와 사자좌는 북쪽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적대 신좌!
하물며 유하는 S급이었다.
상급성도가 적대 신좌의 성인을 만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 줄 아는 건가!
‘죽거나 휘하에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인데!’
사실 성단전에서는 조무래기 100명보다, 기여도 높은 상급성도나 신앙심 높은 성도를 처리하는 게 이득이었다.
상급 성도는 곧 성신의 힘이었으니까.
성인들도 그래서 A급 이상의 성도를 보면 회유하거나 죽인다.
때문에 휴고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정작 딸은 오늘 날씨가 좋구나 같은 어조로 말했다.
– 전갈좌의 숲에서 만났어요. 전갈좌의 성역에 갔었거든요.
“뭐라고? 전갈좌의 숲?!”
이유는 모르겠지만 휴고는 그 이름에 거품을 물고 기절하려고 했고, 케빈조차도 등골이 오싹하다는 표정을 보냈다.
성인들조차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그 숲에 들어가서 잘도 살아서 나왔군…!”
그랬다.
천유하가 말한 전갈좌의 숲은 전갈좌가 제 성역 일대에 쳐둔 함정 숲.
통칭 죽음의 숲이다.
그리고 그 숲은 전부 북쪽에 있었다. 북유럽과 러시아, 캐나다 등 북부가 그 여자의 영역권이었으니까.
때문에 서쪽으로는 네덜란드 땅을 경계로 남하해 처녀좌와 싸우고 있었고, 미국 쪽에선 미국을 경계로 사자좌와 겨루고 있었다.
어쨌거나 전갈좌의 숲은 함정과 암살이 주특기인 전갈좌의 소굴.
성도들을 잡아먹는 거대한 함정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나왔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
그래서일까.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 거긴 우리 성도들도 안 보내는 곳이야. 사자궁이 제 부하들을 그곳에 보냈을 것 같진 않은데.”
“맞아! 유하 너, 위험하게 거길 왜 갔었어!”
– 전갈좌가 삼촌의 성물을 판매하겠다고 성단 쪽에 연락을 했거든요.
“!”
이건은 제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떴고, 정작 휴고는 입에서 불길을 뿜을 기세였다.
“그 뼈다귀에 환장한 냥아치 놈이!”
확실히 이건의 성물은 탐낼 만하지만, 고작 그것 때문에 남의 딸을 사지로 보냈냐는 것이다.
“그게 남의 딸을 유괴해갈 때부터 알아봤다!”
10년 전에 아무 능력 없던 유하를 데리고 간 게 누군데!
결국 휴고가 당장 사자좌에 쳐들어갈 기세이자 천유하가 한마디 했다.
– 아. 명령을 내린 건 다른 사람인데. 아무튼 그것도 결국 허위제보였고요.
“……!”
허위제보.
그 말에 성인들은 미간을 좁혔다.
왜?
신좌들은 다른 신좌의 힘을 꺾기 위해 갖은 계략을 세운다.
그중 하나가 성도 수 줄이기.
성신의 힘은 신도의 수나 질에 따라 달라지니까. 성신의 세력 싸움이 어마어마했다.
하물며 소문이긴 하지만, 1위 신좌는 특별한 뭔가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짜 제보로 함정에 빠트려 라이벌 성도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자좌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 거기 함정에 걸려서 전부 죽을 뻔했는데, 우리들을 구해준 게 전갈좌 성인이었어요.
“!”
[거기에 삼촌 성물까지 돌려줬고요. 아, 받은 건 아빠 주머니에 넣어 놨어요.]“!!”
휴고가 놀라 제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작은 상자가 손에 잡혔다.
이건은 휴고가 건네주는 상자를 열어 보며 웃었다.
[거짓을 쓸 수 없는 목재 만년필]확실히 자신의 물건이 맞았다.
설화종 괴수의 코를 잘라서 만든 것으로, 슬라임과 천공의 단죄처럼 돌연변이로 태어난 녀석 중 하나였다.
‘뭐, 능력을 아는 건 나뿐이지만.’
– 아무튼 그 사람이 삼촌한테 그 물건을 돌려주라고 했어요.
“그래?”
만년필을 만지자 음성이 들려왔다.
[서기관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이건은 미간을 좁혔다.
‘서기관이라면.’
분명 마지막 시련의 대상자였던가.
[서기관 구하기 (0/1)]-뱀주인좌의 행적을 기록할 기록자 필요
아무튼 이 시련까지 통과하면 다시 경험치도 오르고, 투신본능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뱀주인좌 고유 권속신과 신격 성물을 얻을 수 있고 말이다.
‘어쨌든 이 시련 제한시간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 4일.’
서서히 제 몸에 걸린 페널티도 끝나갈 때와 시간이 맞물린다.
그런데 이 마지막 시련과 연관이 있는 듯한 물건을 전갈좌가 줘?
‘수상하군.’
뭐 단순히 유하를 구해주고, 제 성물을 돌려줬다고 해서 좋은 평가가 생길 리도 없었지만.
그러니 아직은 경각심을 잃어서는 안된다. 케빈 역시도 부정의 시선을 보냈다.
“그 여자는 미지 문명과 끈이 있는 인간이야.”
“!”
아무래도 케빈은 이건의 죽음을 두고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5년 전, 그 여자를 조사할 때였어. 그 여자는 분명 미지문명의 괴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
“게다가 20년 전에도 그 여자는 널 죽이려 했다고. 네 음식에 독을 타서.”
그 말에 휴고가 비웃었다.
“음식에 독을 탄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뭐?”
케빈은 뭔 개소리냐는 듯 보았다. 이건도 뭔 소리냐는 눈빛을 보내자 휴고가 탄식했다.
“뭐, 그때 넌 감각이 다 죽어있던 때니까. 뭐 걱정 마. 그때 처녀좌가 독을 탄 음식들은 전부 내가 버렸….”
“신궁! 네놈의 짓이었구나!”
“?!”
케빈은 휴고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탄 보약을 네놈이 다 버렸어!”
“?!”
“어쩐지 먹여도 먹여도 이놈의 몸이 좋아지지 않더라니!”
“……?!”
“거기에 쓴 돈이 얼마인 줄 아는 거냐! 내가 이건과 다시 싸우려고 얼마나 투자했는데!”
분노한 처녀좌가 휴고를 잡고 흔들자, 이건은 어처구니 없어했다.
매번 주문한 음식과 다른 게 나왔던 이유는 그 탓이었나.
‘뭐, 보약가지고 치료될 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흥미로운 점이었다.
처녀좌는 12성인 중 등급을 매기라면 생선가시급.
해충급, 폐기물급에 비하면 귀찮다 수준이었다고 해야 하나.
또라이긴 하지만, 비겁한 걸 싫어하고 사람을 구하는데 이득을 따지는 악질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를 갈고 싫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죽인다 어쩐다 했지만 비겁하게 덤벼온 적은 한번도 없었고, 그저 귀찮은 관종이라 상대를 안 해줬을 뿐.
오히려 능력만 본다면 휴고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인정할 놈이었다.
어쨌든 그럼에도 정작 처녀좌는 자신을 증오한다고 생각했는데 보약이라니.
씩씩대던 처녀좌가 말했다.
“뭐, 됐다. 중요한 건 그 여자도 네 놈의 음식에 약을 탔다는 거야. 대신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지.”
“전갈좌가 독약을?”
“조사는 안 해봤지만 독약은 그 여자의 특허니까 뻔하지. 뭐, 그래봐야 이 몸이 전부 눈치채고 그때그때 빼냈지만.”
처녀좌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자신의 공로를 인정해달라는 표정이었지만, 이건은 신경도 안 썼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건아?”
“됐으니까 따라와.”
휴고는 바로 이건의 목적지를 눈치챘다.
“설마 전갈한테 갈 생각이야? 괜찮겠어?”
이건은 제 만년필을 보이며 웃었다.
“우선 전갈좌한테 이걸 써보게 하면 돼. 그걸로 끝나.”
“뭐? 그거 그냥 창고템 아니었어?”
이건은 대답대신 히죽거렸다.
‘진실만을 털어놓게 하는 용한 놈이지.’
뭐, 마력소비가 커서 잘 안 쓰기도 했고, 그 전에 특별한 잉크를 채워 넣어야 하지만 말이다.
곧 이건이 움직이자 휴고가 케빈을 노려보았다.
“그럼 이 자식은?”
“당연히 끌고 가야지.”
“뭐?!”
케빈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이건, 드디어 나와 싸울 마음이 들었구나!”
이건은 코를 후볐다.
“그래그래, 따라와. 싸워줄게.”
그 말을 하며 이건이 왼손으로 케빈의 등을 툭툭 쳤다.
인정의 의미라고 생각했는지 케빈은 좋아했지만, 그 광경에 휴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이 저 손을 쓴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히죽거리며 앞장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 아빠.
딸의 목소리에 통화중이었다는 걸 깨달은 휴고가 놀라 말했다.
“아! 그래! 유하야! 아빠한테 왜 전화했어? 빌려간 휘장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그거는 네….”
– 알아요. 내 생일인 거. 그리고 추적하려던 것 때문에 물어볼 게 있었는데 됐어요.
“뭐, 뭐?”
– 지금 찾았거든
“차, 찾아? 누굴? 유하야?”
바로 그 순간, 핸드폰 너머에서 폭발소리가 들렸다.
쾅!
휴고가 당황했다.
“유하야?!”
그러나 핸드폰이 뚝 끊겼다.
* * *
– 유하야! 유하야?!
뚝-
아빠의 전화를 끊은 천유하가 눈앞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건 20층짜리 거대한 병원 건물이었다.
건물 안에서는 환자들의 가족들이 울음을 터트리며 전화를 하는 광경이 보였다.
“그래, 동현아. 아빠가 깨어나셨어!”
“세상에 도대체 어느 누가 이런 기적을…!”
동시에 천유하가 발견한 것은 신궁좌의 막내였다.
“유하야!”
바로 10층 복도 창문.
서지훈이 거기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천유하는 분명히 보았다.
반갑게 부르는 서지훈의 옆에 있던 동생을!
물론 자신을 보자마자 기겁해서 금방 사라지긴 했지만.
‘찾았다.’
천유하가 눈을 번득였다.
“유하야! 여기야 여기!”
동시에 창문 밑으로 숨은 천성재가 제 옆을 향해 질색했다.
“아, 형! 누나 부르지 말라니까!”
“왜? 기쁜 소식은 가족한테도 알려야지.”
“아씨, 기쁜 소식… 아니! 됐으니까 나 없다고 ㅎ….”
“유하야! 빅뉴스야! 성재가 이건 님 성도가 됐어! 무려 13번째 신좌야! 그 첫 번째 성도라고! 성재 여깄으니까 축하해줘!”
“악!”
천성재는 진심으로 욕을 할 뻔했다.
저 누나가 축하하러 올 리가 없지 않은가!
‘안 그래도 그런 메시지를 보내놨는데!’
자신보다 먼저 성도가 되면 죽여버리겠다고 한 경고장!
그리고 그 메시지 직후에 여기에 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잡히면 최소 사망!’
결국 기겁한 천성재가 도망치듯 급하게 일어났다.
무섭긴 하지만 괜찮았다.
‘여긴 10층!’
누나가 여기까지 올라오려면 시간이 있다.
‘그 전에 도망….’
그런데 그때였다.
“어, 어어?”
신궁좌의 막내, 서지훈의 기묘한 비명소리와 함께.
쾅!!
지면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득 창문을 봤던 천성재가 입을 떡 벌렸다.
그도 그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천유하가 눈앞에 있었던 것이다.
‘저, 점프!’
천성재는 욕을 읊조렸다.
“야이…! 여기가 몇 층인데!”
신궁좌의 막내도 입을 떡 벌렸다.
스킬이 아니었다.
단순히 마력의 반발력을 이용해 점프를 한 것이다.
“여, 역시 십성…!!”
유하는 십성 중 유일한 S급이지만, 세계에서 칭송받는 성인대리인들 다웠다.
그리고 그 순간.
쿵!!
마력의 반발을 이용해 천유하가 10층 창문으로 침입했다.
쾅!
순식간에 누나와 마주하게 된 천성재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야! 여기 병원이라고! 미쳤어?”
“야아?”
천유하가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래도 동생이라고 주력무기는 안 꺼냈지만, 엄연히 마비 기능이 있는 위험한 무기!
그리고 그때였다.
“누나! 기다려! 나 환자야!”
“뭔 말도 안 되는 소….”
그러나 곧 천유하는 깜짝 놀랐다.
겉옷을 걸치고 있어 몰랐지만, 성재의 오른팔이 잘려 있었기 때문이다.
새하얗게 질린 천유하는 당황해서 칼을 던지고 동생에게 다가갔다.
“너 팔은 또 어쩌다가…!”
하지만 그때 천성재가 웃었다.
[포박]“?!”
누나의 팔을 잡고 마법을 건 천성재가 도주했다.
그가 겉옷을 던져버리자, 떨어진 줄 알았던 손이 나타났다.
‘환각 마법…!’
“하하! 잘렸었지만 삼촌 능력 덕분에 다시 붙었지롱! 삼촌 능력 짱이지롱! 삼촌 신좌가 어떤 능력인지 누나는 모르지? 평생 모를 거다! 첫 번째 특전 스킬도 내 거야!”
빠직.
순간 천유하가 붉은 번개를 튀겼다.
그 광경에 서지훈이 기겁했고, 천성재가 도망가며 외쳤다.
“허! 나도 S급이거든! 누나랑 이제 동급이거든! 하나도 안 무섭거든! 삼촌한테 누나 받지 말라고 할 거거든!”
그러면서 코너를 돌던 천성재가 벽에 부딪친 순간,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쾅!
“악!”
부딪친 벽이 우르르 무너진 것이다.
S급으로 막 각성한 탓일까. 신체의 능력이 비약적으로 올라가면서 조절법을 모르는 탓이리라.
이에 서지훈은 이마를 짚었다.
‘막 각성해서 마력 조절도 안 되는 구만!’
물론 그걸 감안해도 좀 이상하긴 했다. 일반 성도와 달랐다. 필시 이건이 소속된 신좌가 강한 탓이리라.
그래서 궁금했다.
이건도 성인이니 관심의 대상이지만, 결국 모든 성도들이 궁극적으로 모시는 건 성신이다.
‘도대체 13번째 성신은 어떤 신일까?’
신궁좌 성신의 정체는 태양의 신, 쌍아좌의 성신은 마법의 여신, 백양좌의 성신은 천상의 제왕.
나머지 성신도 각기 다른 상징을 지녔다.
그럼 13번째는?
그리고 그 순간.
열받은 천유하가 창 하나를 소환했다.
그리고 괴물퇴치 때나 쓰는 무기의 등장에 서지훈이 비명을 질렀다.
“악! 유하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바로 그때였다.
“여전히 활기차서 다행이구나. 유하야.”
“!”
병실 안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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