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Disaster-Class Hero RAW novel - Chapter (97)
제97화. 아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해 (4)
미국 북동부.
워싱턴을 지나 펜실베이니아 주의 비버 스타디움.
과거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쓰였지만, 현재는 개조되어 신좌의 대련장으로 쓰이는 경기장이었다.
수용인원만 10만 명인 그곳에서 수 많은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 환호성이 들리십니까!] [역시 평소하고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 입니다!]사자좌의 영역인 미국은 아레나의 성지로 유명했다.
전투신좌답게 각 주마다 대규모의 아레나를 만들어 수시로 대련과 전투 시뮬레이션을 시켰던 것이다.
하물며 사자좌의 아레나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서, 매 주마다 열리는 대련 경기엔 세계 각지의 각성자들이 몰려들었다.
사자좌 성도뿐 아니라 다른 신좌의 각성자들도 능력테스트를 위해 베팅에 참가하는 것이다.
덕분에 사자좌의 아레나 시스템엔 엄청난 돈이 움직였다.
당연히 평신도들인 시민들도 경기에 베팅을 거는 게 익숙한 일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인기 경기는 단연코 성단장급의 경기.
어쩌다가 스타급 성단장이 나오기라도 하면 그 날은 축제의 장으로 변할 정도였다.
전문 채널은 물론이고, 유명한 인물은 세계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경기는 따로 있었다.
역사상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사실 어느 누구든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매치.
무려 세상에 12명밖에 없는 초인들의 대결이었다.
물론 지금은 13명으로 다시 늘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와아아아아!
경기장이 떠나갈 듯 함성소리가 밀려왔다.
각 방송사에서 나온 리포터들이나 해설위원들도 귀를 막을 정도였다.
“대단합니다! 이런 열기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실 역대 아레나에서도 가장 전설적인 대전은 역시 십성들의 경기 아니었습니까?”
“맞습니다. 사자좌의 와 처녀좌의 였죠.”
“아…! 십성의 경기에선 개인적으로는 천유하의 경기가 가장 전설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때는 십성들의 경기가 아니라 S급과의 대결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역시 성인급의 경기는 차원이 다릅니다!”
“역대 아레나의 전설을 그냥 씹어 먹겠군요!”
또다시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실 성인급 매치전은 여러 번 요청이 있었지만, 결코 이루어지지 못했다.
왜?
성인급 매치는 사실상 성단에 있어 멸망전이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성인들의 힘이 부딪치면 경기장이 감당을 못하네 어쩌네 했지만 글쎄.
성인전은 이겨도 문제, 져도 문제인 정치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참여를 거부하는 게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처음으로 있는 성인급 인물의 대전이라니.
“심지어 대상이 무려 이건이에요 이건! 20년 만에 돌아와서 화제가 된 것으로도 모자라 새로운 신좌의 성인인!”
“맞습니다! 13번째 성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기실에 있긴 하지만 포스가 엄청납니다! 체격은 훨씬 작았지만 사자좌 못지않아요!”
“하지만 23년 전엔, 사자좌 성인에게 주먹 한방에 나가 떨어졌던 이건이 아닙니까?”
“그렇죠. 하지만 23년 간 이를 갈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사자좌가 롤모델이었을지도 모르죠!”
“하하! 그럼 오늘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같은 결말일까요!”
“채널 고정해주십시오! 바로 10분 뒤에 경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스타디움이 떠들썩할 때였다.
“하. 이 새끼 봐라.”
이건의 맞은편에는 초조한 얼굴의 스티븐이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는 카메라를 들고 있는 취재진들과 갑주를 입은 사자좌 성도들이 있었다.
그랬다.
이건이 대기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사자좌가 들이닥친 것이다.
스티븐은 경기전 인사차 들린 것이라 했지만, 취재진들이 우르르 따라 붙었다.
그리고 스티븐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는 이상한 말을 지껄였다.
‘걱정이 되어서 들렸다. 경기 전인데 아픈 곳은 없냐.’
‘없어 새끼야.’
‘아, 아니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도 또 몰라. 잘 살펴봐. 갑자기 배가 아플 수도 있잖아? 그래서 화장실에 있다 보면 못 나올 수도 있고 ….’
‘화장실은 너나 똥 빼러 가세요.’
‘…아니, 난 네 몸이 너무 걱정되어서. 왜 전에도 몸이 안 좋아서 금방 쓰러졌잖아. 굳이 이런 이벤트에는 참가 하지 않아도….’
‘노프라블럼. 전혀 문제 없으니까 이따가 보자? 23년만인데 너무 기대된다.’
‘…….’
내색하지 않지만 스티븐의 얼굴이 볼만했다.
“역시 성주님! 옛 동료의 건강까지 생각해주시다니…!”
경기전 훈훈한 미담이라며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
“하나 먹어라.”
사자좌가 이건에게 껌을 내밀었다.
물론 그걸 주는 의도가 뻔해서 껌을 꺼내자 아니나 다를까.
껌 종이에 써진 게 이것이었다.
[100억 줄게. 딜 하자.]이건이 눈썹을 치켜떴다.
취재진들은 반대방향에 있었기에 껌 종이의 내용이 보일 리는 없었다.
이건이 스티븐을 보자, 눈이 마주친 그가 환히 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꾸깃꾸깃!
“?!”
껌 종이를 사정없이 구겨버린 이건이 종이를 쓰레기통에 던졌다.
껌은 맛있게 질겅질겅 씹었다.
하지만 그걸로 포기할 스티븐도 아니다.
“아, 하나 더 줄게. 우리 성역의 명물이야. 사자 껌이라고 하지.”
이번엔 좀 급했다.
껌 종이 바깥에 써져 있는 건 딱 한줄.
[300억!]얼씨구.
이건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자, 스티븐이 아예 껌 박스 채로 이건에게 턱 내밀었다.
[500억!!!]염병하네.
“퉤!”
이건은 껌 종이에 껌을 뱉었다.
“?!”
껌 박스는 아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쯤 되자 스티븐의 얼굴이 볼만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배가 고픈데 경기 전에 뭐라도 사먹어야겠다.”
그때였다.
턱!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스티븐이 필사적으로 이건의 손에 뭔가를 쥐어주었다.
빵이었다.
그리고 빵 봉지에 써져 있는 문구 하나.
[무기 만들어달라고 안 할게!!! 제발!]이 새끼가 진짜.
이건은 부우욱, 빵봉지를 찢어 제 슬라임에게 던져주었다.
슬라임은 얼마만의 먹이냐며 냠냠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쯤 되자 스티븐은 절망한 듯 이건을 보았다.
왜 딜이 안 통하냐는 눈빛이었지만, 이건은 살벌하게 웃었다.
딜은 개뿔.
‘조져버리고 20년치 광고비까지 추가로 받으면 그만이지.’
20년이면 이자 쳐서 얼마나 불었으려나.
그렇게 웃는 이건을 보며 스티븐이 안절부절 못할 때였다.
스티븐이 결국 마지막 수라는 듯, 품에서 뭔가를 꺼내려는 그 순간.
쾅!
이건이 발로 테이블을 내리 찍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
“너 내 앞에 다른 애들 깔아놨던데.”
그 말에 놀란 휴고가 재빨리 뭔가를 확인했다.
벽에 붙은 대전 일정표였다.
자세히 보니 경기 일정표는 총 2시간.
즉, 스티븐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었다.
스티븐은 하이라이트에, 그 전에는 다른 신좌들의 성도들이 대기를 타고 있었다.
틀림없이 스티븐이 급하게 모은 용병들이리라. 물론 평범한 용병들은 아니었다.
‘아레나 최강자들…!’
필시 자신과 붙기 전에 이건의 힘을 빼놓으려는 심산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이 방긋 웃었다.
“이게 내 힘 빼려고 발악을 하네.”
하지만 화낼 줄 알았던 이건은 뜻밖의 말을 했다.
“수작 부리지 말고 니네 애들도 전부 내보내.”
“……?!”
스티븐은 제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이건은 제 핸드폰을 스티븐의 앞에 던졌다.
툭!
그리고 그의 핸드폰을 본 스티븐이 식겁 했다.
‘이거는…!’
그도 그럴 게, 핸드폰의 내용물은 사진.
제 성도들의 인명 파일이었다. 그리고 이건은 태연하게 웃었다.
“잔말 말고 거기 체크된 애들 내보내.”
이건이 짚은 애들을 확인한 스티븐의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게, 이건이 짚은 건 하필 사자좌 성신이 아끼는 엘리트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꼽아도 딱…!’
1군은 아니지만, 잠재능력이 발군인 녀석도 있었다.
결국 스티븐이 기자들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얘들은 뭐하려고?”
이건은 히죽 웃었다.
“내가 아직 성도가 하나밖에 없어서.”
“!”
“쓸 만한 놈 있으면 데려가게.”
이번엔 휴고도 놀랐다.
‘이, 이자식.’
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대련 요청을 받아들인 건 아니겠지.
스티븐도 심히 당황했다.
1군은 둘째 치고, 아직 키우고 있는 후보생까지는 어떻게 능력을 눈치채서…!
하지만 이건은 표표히 웃었다.
사실 여기에 온 시점에서 새로운 미션이 날아왔던 참이었다.
[성도미션]– 성도에게 지급할 무기나 장구류를 만들어주십시오
– 성도를 추가하십시오
(전투신좌 보너스 +200%)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던 것이다.
뭐, 무기의 바디를 만드는 건 문제도 아니었지만 데이터가 있는 것 하고 아닌 것 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였으니까.
‘그동안 모은 데이터들은 토벌목적엔 적합하지 않거든.’
게다가 그간 모았던 것들은 실험 차 쓰다가 상당히 많이 사라졌고.
‘중요한 것들은 아직 안 썼지만.’
반면 사자좌는 전투에 특화된 전투 신좌. 신체능력치와 연관된 데이터들이 우글우글 나올 것이다.
아무래야 좋았다.
삐삐삐삐-
정각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함성이 울려퍼지고.
“이건- 이건-”
“스티븐- 스티븐-”
사자좌는 얼어붙었다.
* * *
한편 그 무렵, 이재원과 고트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분명했다.
자신들이 얼핏 경기장에서 봤던 그 얼굴.
‘전갈좌…!’
그뿐이 아니었다.
“형님. 방금 그거 천칭좌 성인 아니었습니까?”
“그래. 내가 잠들어 있던 사이에 얼굴이라도 안 바꿨다면 말이야.”
둘 다 얼굴을 숨기고 있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추적과 감시의 귀재. 신궁좌의 매의 눈을 피해갈 수는 없다.
그리고 신궁좌의 투시에 가까운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품속에 있던 베팅권을 말이다. 현장에서만 살 수 있는 프리미엄 베팅권이었다.
‘설마 직접 베팅이라도 하러 온 건가.’
‘이상하군.’
그리고 그때였다.
“세상에, 오늘 시청률은 대박이 날거야!”
“!”
이재원과 고트는 흥분해서 계단을 올라가는 취재진들을 보았다.
그중엔 방송을 맡고 있는 PD 도 보였다.
“사자좌 성도들에, 아레나 챔피언들이 이건과 싸운다고!”
원래 제일 맛있는 건 마지막에 먹는 법.
스티븐과 격투는 2라운드 때였지만, 1라운드 역시 사람들이 흥분할 만한 대상들이었다.
“이걸로 2시간 동안 시청률은 보장해!”
“에이, PD님. 아무리 그래도 2시간이겠습니까.”
“뭐?”
“2시간 반은 잡아야지요!”
“하하하! 그건 그래.”
그 말에 이재원과 고트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뭐? 2시간 반?
이건을 상대로?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PD가 흥분해서 외쳤다.
“아무튼 서두르자. 중요한 거 놓치겠어!”
“에이, 뭘 서두르십니까. 이제 첫 경기 시작했어요.”
“하긴. 첫 번째가 여기 경기장 챔피언이었나?”
“예! 이 녀석 하나로 최소 20분은….”
그런데 그때였다.
쾅!!!
경기장에서 폭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 뭐야! 이 소리!”
“테러?”
아니, 테러 같은 것이 아니었다.
당황한 PD들이 경기장 내부로 들어갔을 때, 그들은 얼어붙었다.
관객석과 취재진들도 입을 떡 벌렸다.
경기장 링에는 손을 털고 있는 이건과 장외로 날아간 챔피언이 있었다.
“뭐야. 이 새끼. 챔피언이라며. 능력치 확인도 안했는데 끝이야?”
20분을 예상한 경기가 1분 만에 끝났다. 그것도 첫 라운드에서 K.O
동시에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건- 이건!”
“그래! 최소 저 정도는 되어야 사자좌 성인과 겨루어 보기라도 하지!”
사회자도 당황했지만 흥분해서 외쳤다.
[아, 그렇죠. 역시 성인급은 이 정도는 되어야죠! 하지만 다음 경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다음 참가자는 무려 30연승 무패의 최강자…!]그런데 그때였다.
이건이 닥치라는 듯 사회자에게 손가락을 까닥 거렸다.
“야. 시끄럽고.”
[예, 예?]“하나하나 귀찮으니까 남은 놈들 한꺼번에 내보내.”
[예?! 전부다요?]“뭐, 한 번에 덤비면 시간 좀 끌 수 있지 않겠어?”
이건이 살벌하게 웃었다.
“왜. 아무리 그래도 방송분량이 5분은 나와야지.”
“……!!”
그리고 한편.
그 광경을 지켜보는 스티븐이 땀을 흘리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그건 당연했다.
‘저 자식은 힘도 안 빠진대?’
하지만 그걸 아는 건지 옆에서 지켜보던 올리버가 미간을 좁혔다.
“그래도 역시 최초의 각성자라고. 제법 실력이 있군요. 뭐 그래봐야 성주님 앞에서는 새발의 피겠지만요.”
스티븐의 동공이 떨렸다.
새발의 피는 개뿔이! 돌았어?!
새하얗게 질린 사자좌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치지 않으면 저 자식한테 진짜 죽는다.
뭐? 20분은 걸릴 경기가 1분밖에 안 걸려서 놀랐다고?
‘웃기고 있네.’
게다가 이건은 전력도 아니었다. 지금 저 자식은 여유롭게 성도들의 능력치를 관찰하는 것이다!
자기 성도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성주님?”
결국 스티븐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성주님? 어디 가십니까?”
“화장실.”
“예. 천천히 다녀오십시오.”
이에 스티븐이 됐다는 듯 씨익 웃으며 문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야. 너 어디 가냐?”
그 소름끼치는 소리가 귀에 작렬했다.
그리고 그 순간.
빠각!!!
순식간에 걷어차인 사자좌가 무대 쪽으로 날아갔다.
쾅!!!
경기장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악! 뭐야!”
“성주님?!”
그리고 부서진 무대 위에서 스티븐이 몸을 일으켜 세울 때.
스티븐은 놀랐다.
눈앞에 쓰러져 있는 건 첫 경기에서 이건의 힘을 빼야 했던 챔피언들 전원.
그리고 저벅 저벅. 놈이 계단으로 내려왔다.
“새끼야, 어디가. 다음이 네 차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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