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31
730화 꿈의 도시 (3)
늑대들의 형태는 선명했다. 그만큼 기억 깊숙이 남았다는 뜻이었다. 하급 몬스터라지만 다수에 식칼로 상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니 최대한 피해가는 편이 나았다.
– 크흥.
– 캬르륵.
무언가를 찾듯이 늑대들이 아스팔트 위로 코끝을 대고 킁킁거렸다. 내 쪽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 다른 사람도…….
‘헉!’
저만치 출근 중인 듯한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꿈이긴 한데, 그래도 위험하다고 말해 줘야 하나 고민하는데.
“피곤해 죽겠다.”
남자는 터덜터덜 늑대들 옆을 지나쳐갔다. 늑대들 또한 남자를 인식하지 못한 듯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꿈은 서로 영향을 주지 못하는 건가? 하긴 뒤섞였다간 엉망이 되어 버리겠지.
‘나도 인식 못 하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진 않았다. 바로 길 건너편에 휴대폰 가게가 있었지만 늑대들을 피해 다른 곳을 찾는 편이 나을 듯했다. 폰 가게야 널리고 널렸으니. 천천히 골목으로 물러나는데 자동차 뒤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기껏해야 열 살쯤 되었을까 싶은 어린애였다. 그 애를 본 순간 늑대들이 찾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잔뜩 숨을 죽이며 눈을 꾹 감았다 뜬다. 푸른 늑대의 출몰 시기는 4년 전이다. 저 아이도 실제로는 나이를 더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꿈을 꾸고 있었다. 어쩌면 수십 번 이상의 악몽을.
‘그냥 꿈이지만.’
내가 악몽 꾸는 사람들을 일일이 도와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빠르게 주위를 살펴보았다. 확인해 보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늑대들이 계속해서 도로를 수색한다. 얼른 몸을 돌려 가까운 대형 마트로 들어갔다.
“어! 한유진!”
“안녕하세요!”
마트에서 장 보고 있던 사람에게 인사를 꾸벅 하곤 쇼핑 카트를 끌고 정육 코너로 향했다. 생고기, 생고기. 피비린내 찐하게 나는 건 없나? 포장을 뜯어 고기를 카트에 담았다. 놀란 시선이 등을 찔러왔다. 저분 이상한 꿈 꿨다고 생각하시겠네.
“애들 밥이에요.”
“…네.”
황당해하는 눈길 속에서 생고기를 실은 카트를 밀고 나갔다. 드르르륵, 바퀴가 보도블록을 요란하게 두드린다. 그대로 차도로 내려가 한껏 속력을 올렸다. 늑대들이 어슬렁거리는 도로에 다다르기 직전, 마지막으로 카트를 강하게 밀며 손을 놓았다. 덜컹 덜컹 고깃덩이를 흔들거리며 카트가 늑대들의 눈앞을 가로질러 사거리를 따라 달려 나간다.
– 크륵!
피와 고기 냄새를 흩뿌리며 움직이는 물체. 멈칫했던 늑대들이 일제히 카트를 쫓아간다. 이내 카트가 엎어지고 쇠를 갉는 잇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오래 끌긴 힘들 것이다. 얼른 아이가 숨은 곳으로 뛰었다.
“안녕!”
웅크리고 있던 아이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가능한 활짝 웃어 주었다.
“나 알지? 도담 사육소 소장 한유진.”
“아, 알아요.”
“이름이 뭐야?”
“…김지호예요.”
“그래, 지호야. 아저씨랑 같이 저 늑대들 잡을까?”
“네?”
지호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나려다 주저앉았다. 늑대들이 언제 다가올지 모른다. 살짝 초조해졌지만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식칼을 꺼내 보였다. 정 안 되면 들쳐 업고 뛰어야지.
“유명우 알지? 내 친구, 황금 대장장이.”
몬스터에게 공격당한 기억이 강하게 남았다면 헌터에 관심이 많을 가능성이 높았다. 역시나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우가 만들어 준 무기야. 지금은 식칼 모양이지만 총으로 변하지.”
“그, 하얀 총요? 방송에서 나온…….”
“맞아! S급 헌터도 날려 버린 그 총.”
지호에게 식칼을 쥐어 주었다. 이것은 지호의 꿈이다. 그리고 꿈에서는 어떤 황당한 일도 일어날 수 있었다. 꿈을 꾸는 사람이 진짜라고 믿기만 한다면.
식칼을 강하게 쥔 채 지호가 일어났다. 칼이 형태를 바꾼다. 새하얀 빛으로 물들며 마력 총으로 변화하였다.
– 크르르릉!
카트째 고기를 씹어 먹은 늑대들이 우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지호에게 총을 고쳐 쥐게 하고 팔을 받쳐 잡아 주었다.
“저 늑대들 고작해야 F~E급이야. S급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지호의 몸이 어느새 커졌다. 열서너 살. 지호를 감싸듯 하며 속삭였다. 조준하고, 그렇게.
“쏴.”
– 커헝!
늑대가 달려들었다. 지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겼다. 날아가는 탄환이, 뛰어오른 늑대가 슬로우 모션으로 확대되고.
펑!
총을 맞은 늑대가 연기처럼 사라진다. 이어 탕, 탕, 탕! 연속으로 늑대들을 쏘아 맞췄다. 텅 빈 도로를 지호가 약간 헐떡이며 바라보았다.
“대단해!”
얼떨떨해하던 지호가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그리곤 이내 하품을 한다. 악몽이 사라져 긴장이 풀렸는지 지호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잠에서 깨어나거나 꿈을 꾸지 않는 잠 속으로 빠져들려는 모양이었다. 이내 지호가 완전히 사라지고.
툭.
식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꿈꾸는 사람이 사라지면 유지되지 않는구나.”
완성된 배경인 이 세계 자체는 실제와 같이 유지되지만 개개인에게 속한 꿈은 깨어나면 사라지는 모양이었다.
“위력도 약했지.”
지호의 영향을 받아서인가 살쾡이 총의 총알도 마탄이 아닌 일반 탄환이었다. 그래도 말 그대로 꿈처럼 다양한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혹시 나도 가능한가?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없었다.
‘믿음. 믿음이 중요하니까.’
식칼을 주워들어 두 손으로 강하게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이 식칼은 사실은… 세 번의 살신 창이다. 엄청난 위력을 지닌 아이템이다. 믿어라, 한유진.
“살신 창, 살신 창으로 변해라!”
내가 든 건 측정 불가급 무기다아! 눈을 살짝 떴다. 식칼을 높게 치켜 든 내 손이 보였다. 쪽팔렸다.
“흠, 흠. 역시 안 되는구나.”
아무도 안 본 거 맞겠지? 얼른 식칼을 허리에 차고 휴대폰 가게로 향했다. 진열되어 있는 휴대폰들 중 시연용으로 켜져 있는 폰을 꺼내들었다. 각종 어플은 물론이요 인터넷 검색까지 잘되었다. 우선 가까운 대형트럭 판매처나 기타 트럭 많은 곳을 찾았다. 그 후에는.
‘오, 유심 넣어 놓은 건가 봐. 통화도 가능하네.’
하지만 모르는 번호로 전화 걸 곳도 없으니 대신 SNS 앱을 깔았다. 이건 내 폰 아니라도 로그인만 하면 되니까. 내 계정에 접속하자 업로드 안 하냐는 댓글이 한가득이었다. 그동안 이래저래 바빠서 말입니다.
‘진짜 똑같구만.’
심지어 바로 오늘 강소영 씨가 올린 결이 사진도 보였다. 소영 씨 선물인지 결이 주위에 인형이 잔뜩 쌓여 있었다. 곰인형 사이로 인형인 척하고 있는 별이와 까만 설이 꼬리도 살짝 나와 있다. 결이는 이미 알려졌지만 설이랑 별이는 아직이다 보니 소영 씨도 결이만 언급하고 있었다. 셋 다 잘 놀고 있나 보네. 다행이었다.
‘꿈꾸는 사람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업데이트되는 거겠지.’
혹시나 싶었지만 현아 씨 계정에는 새 글이 아직 없었다. 밖으로 나가 주위 배경이 잘 보이도록 해 셀카를 찍었다. 좀 쑥스럽네. 내 계정에 내 사진만 올린 적은 없어서…….
[부산에서 곧 출발! 얘들아, 집에서 보자♡]별일 없다는 듯 평범하게 사진과 글을 업로드했다. 현실이었다면 곧장 댓글이 주르륵 달렸겠지만 꿈속에서는 아니었다. 그래도 꿈에서 내 계정에 접속한 사람이 있긴 한 건지 느리게나마 하나둘 반응이 오긴 했다.
‘예림이가 확인할 가능성이 가장 높겠지.’
우리 중에선 SNS 제일 활발하게 하고 빨리 생각해 낼 테니까. 휴대폰만 구하면 바로 연락해 올지도 모른다. 유현이는… 비공개 계정으로 나만 팔로우 한 채 안 쓴 지 오래라. 송 실장님은 의외로 빠르게 확인해 볼지도 모른다. 젊은 헌터들은 SNS에 사고치는 걸 실시간으로 올리기도 한다나. 그래서 각관실에 요주의 헌터 SNS 감시 담당자도 있다고 했다.
‘유현이가 문제네.’
그래도 집으로 오려고 하겠지. 현재로선 우리 중 제일 강한 피스와 함께 있으니 안전 걱정은 덜 수 있고. …둘이 싸우지만 말아라. 피스야, 유현이 좀 봐주렴.
휴대폰을 허리 색에 넣고 가게를 나섰다. 대형 트럭 판매점은 멀어서 거기까지 타고 갈 걸 구해야 하는데. 일반 자동차 대리점이야 널렸지. 차키가 나와 있느냐가 문제지만. 바로 앞에 있던 자전거 가게에서 하나 슬쩍 꺼냈다.
“여러분, 저 현실에서는 신호 잘 지켜요.”
꿈은 꿈일 뿐이니까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도로를 따라 쭉쭉 달려 나갔다. 밤이 깊어 가는지 하나둘 행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면 몬스터도 더 많이 나타날 거란 소리니 서둘러야겠는걸. 열심히 페달을 밟아 코너를 돌았다. 요 앞에 자동차 대리점 하나가-.
쾅!
무언가가 내게, 자전거에 돌진했다. 자전거가 쓰러지며 바닥을 데굴 굴렀다. 으, 벌떡 일어나는 내 눈에 덩치 큰 남자가 들어왔다.
“와, 진짜 한유진이네.”
헌터로 보이는 남자 주위로 여러 명의 인간 형체들이 있었다. 흐릿하긴 해도 남자와 같은 헌터라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같은 길드원인가 조끼 맞춰 입었잖아.
“어떻게 할까?”
남자가 자기 주변의 헌터들에게 물었다. 저 헌터들, 남자의 꿈이 만들어 낸 건가? 하긴 몬스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위험하지 않아?”
꿈이 만들어 낸 헌터들 중 하나가 말했다. 남자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래도 그냥은 못 돌려보내지. 어떻게 해줄까-.”
현실이라면 나한테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할 텐데 꿈속에선 충동적이 되곤 하니까. 한 발 뒷걸음질 치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음, 이것도 통하려나.
“멍청하긴.”
“뭐?”
내 말에 남자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태연하게 비웃음을 던지며 말을 이었다.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봐라. 내가 혼자 왔겠냐? 해연 길드장이 나 과보호하는 거 몰라?”
“그거야-.”
“앗, 유현아! 여기야!”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남자의 등 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물론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남자가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내 형에게 무슨 짓이지.”
유현이가 나타났다. 진짜는 아니었다. 주위의 헌터들처럼 흐릿한 꿈의 형체였다. 유현이가 서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째 실제보다 키도 덩치도 더 커진 거 같은데.
“죄, 죄송합니다!”
남자가 바닥에 엎어졌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너무 무서워하는 거 아니냐. 유현이가 그래도 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람 막 죽이진 않-.
화르륵! 불이 피어올랐다. 야. 너 내 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대중적인 이미지는 괜찮지 않았냐. 검붉은 게 아닌 그냥 빨간색 평범한 불이 남자와 헌터들을 덮쳤다.
“으아아악!”
“아니 저기. 상상력 한번 풍부하시네.”
“살려 줘! 헉!”
불길에 휩싸인 남자가 부들부들 떨더니 사라졌다. 불길도 유현이도 다른 헌터들도 모두 함께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이거…….”
지호 때와 마찬가지로 일반인이 만들어 내는 꿈은 그리 강력하지 않았다. 실체화하는 힘에 한계가 있어서인 듯했다. 하지만 강한 능력을 지닐수록, 그리고 이 세계의 마나가 안정화될수록 꿈꾸는 이들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자는.
‘초월자의 씨앗.’
마리를 대신해 이 세계의 기둥이 된 누군가. 순간 심장이 뛰었다.
‘마리 씨는 아니야. 하지만.’
마리는 꿈의 실체화라 하였다. 그 꿈의 주인이 바로 초월자의 씨앗이지 싶었다. 생각해 보면 초승달이 마리를 만들어 낼 정도의 힘을 우리 세상에서 쓸 수 있었을 리 없다. 그러니 미리 심어 놓은 초월자의 씨앗을 이용했을 것이다.
‘마리 씨 주위의, 마리 씨에게 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역시.’
마리사 무어. 그 사람이구나. 회귀 전에도 초승달과 연관 있었던 사람이니 확실했다. 그런데 왜 마리사가 마리를 대신해 꿈의 세계를 만들게 된 걸까.
‘마리 씨에게 정이 있긴 있어서? 게다가 우리 세상을 구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마리사는 어쨌든 세계를 구하려고 했다. 나를 이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다.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저만치 보이는 자동차 대리점을 향해 자전거를 끌며 걸어갔다.
‘어쩌면 날 도와줄지도 몰라.’
그녀와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무슨 말로 설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다. 마리사가 이 세계가 지닌 힘으로 내가 유현이에게 갈 수 있도록, 동생을 데리고 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와서 마리사가 날 거부할 리는 없었다. 나는 어쨌든 세상을 구했다. 안전하게 만들었다. 마리사의 목표를 대신 이루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하는 대로 뭐든 다 들어주겠다고 하고.’
남은 평생 세계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말해 볼까. 나쁘진 않잖아. 나도 어린 각성자들을 돕고 싶기도 했고. 그 밖에 무엇이든지. 마리사 씨 성격이라면 이상한 걸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도해 볼 만했다.
‘…그럼 진짜 끝이야.’
유현이와, 그리고 유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드디어. 이른 기대였지만 가슴이 설렜다.
“신입아! 혹시!”
마리사 씨를 만날 방법을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한참 전부터 조용하다 싶더니만 연결이 끊긴 모양이었다.
‘아직 초승달이 개입하지 못하는 상태니까, 마리사 씨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겠지.’
초승달이 마리사 씨에게 간섭하기 전에 그녀를 만나야 할 텐데. 우선 얼른 서울로 돌아가서 신입과 다시 연결되는 즉시 마리사를 찾아가자. 자전거를 밖에 세워두고 자동차 대리점으로 들어갔다. 전시용 차량들뿐이었지만 차 문 여는 등의 기능은 작동시켜 보이곤 하니 멀쩡히 움직일 테고, 차 키가.
“있다!”
카운터 안쪽 진열대에 나란히 걸려 있었다. 잠금도 없네. 그중 하나를 꺼내들어 차 문을 열었다.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보조석에 가방 내려놓고 안전벨트 메고 시동 걸고.
“이거 한 번쯤 해보고 싶었어.”
전면 유리창을 향해 그대로 엑셀을 밟았다. 와장창! 유리가 산산 조각나며 자동차가 인도를 지나 차도로 튀어나간다. 끼이익, 핸들을 잔뜩 틀며 도로를 따라 직진하기 시작했다. 내비 없냐, 내비. 휴대폰을 켜서 길을 다시 검색했다. 그때 알람이 들어왔다. 예림이었다. 얼른 SNS에 들어가자 예림이 계정에 새 글이 올라와 있었다.
[중국 어딘가! 공항으로 가는 중이에요. 집에서 봐요, 아저씨!]중국까지 갔어? 사진 속의 예림이가 멀쩡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노아 씨와 리에트, 황림도 보였다. 황림의 목에 줄이 묶이고 리에트가 그 끝을 잡고 있다. 초화운 좋겠네, 동료 개새끼가 생겨서.
‘유현이도 다른 나라에 간 거 아닐지 몰라.’
무사히 잘 돌아와야 할 텐데. 성현제야 뭐, 알아서 할 테고 송 실장님만 걱정이지.
– 캬악!
작은 표범 같은 것이 도로로 뛰어들었다. 쾅! 속도를 더욱 올려 그대로 치고나갔다. 이정도야 가뿐하게…….
– 푸르릉!
– 푸히힝.
“…부산에 갑주 소 던전도 있었지, 참.”
그것도 꽤 쏠쏠한 던전이라 인기가 많았다. 몸길이 3미터는 됨직한 단단한 가죽의 소떼가 달려오는 자동차를 돌아보았다. 급히 차를 멈추었다. 마나 없는 몬스터라 해도 덩치가 너무 크다. 어떤 헌터가 저런 꿈을 꾸고 있냐. 순순히 방향을 틀었다. 이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 푸륵!
카득, 칵. 아스팔트를 긁는 발굽 소리가 들려오고.
“아이고 망할!”
두두두두, 뒤쪽에서 지축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차가 더 빨라! 힘껏 엑셀을 밟으며 한 손으로 폰을 들어 뒤쪽 풍경을 찍었다.
[살짝 아슬아슬하지만 무사히 이동 중! 예림아, 조심해라.]몬스터 생각보다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