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lasses That I Raised RAW novel - Chapter 772
771화 표류 (3)
“아직 목숨은 붙어 있다만. 성현제 씨와 송 실장님 동시에 올라가야 할 거 같은데요. 한쪽에만 먼저 타면 뒤집어질지도 몰라요.”
나름 4인용이라 해도 물놀이용 고무보트다 보니 아무래도 불안했다. 앞뒤로 타고 내가 가운데 앉는 게 안전하겠지.
[허니용 비밀 회선을 만들었어요. 이쪽으로는 간섭 못 할 거예요!]“그래, 신입아. 그쪽은 어떠냐. 명우가 걱정 많이 할 텐데.”
[대장장이 씨는 허니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만들려고 하는 중이에요. 하지만 쉽진 않을 거예요.]“내가 애들 보내는 건 아직 안 될까?”
[종속자들은 대충 다 들어간 거 같은데… 침입으로 인한 흔들림은 가라앉지 않았어요. 게다가 초승달 선배… 가 지켜보고 있잖아요. 허니가 길을 열려고 하면 종속자를 보내거나 이 세계에 억지 간섭하는 식으로 막아 버릴걸요.]설사 성현제를 놓고 간다고 해도 초승달이 날 보내 줄 거 같지 않았다. 최우선 목표는 성현제, 작은 달이겠지만 내게도 관심이 있는 듯했으니까.
“그래도 집에 가긴 가야 하는데. 이거 가라앉진 않겠죠?”
유체화한 피스를 안고 보트 가운데에 올라탔다. 성현제와 송 실장님이 앞뒤로 마주 앉아 있는 중간에 끼이니 답답하면서도 좀 민망했다. 중간에는 왜 노가 없지.
“저도 노 하나 들까요?”
“안 됩니다. 힘의 차이가 크면 보트가 맴돌게 됩니다.”
“송태원 실장만으로도 충분해.”
“무임승차하지 마십쇼. 안 그래도 힘드신 분인데 대신 노 저을 생각은 안 하고.”
“내 생각이 짧았군. 배를 얻어 타는 것이니, 대가로 차를 선물하는 게 어떻겠나.”
그 차가 마시는 차는 당연히 아닐 테고.
“보상 한번 깔끔하네요~ 그쵸, 송 실장님. 차 안쪽은 제가 채워 드릴게요. 10년 치 마석연료도 포함해서요.”
“…괜찮습니다.”
송 실장님은 짧게 대답하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송 실장님에게 예림이와 현아 씨를 마지막으로 본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 인형술사는 보트를 따라 물 위를 미끄러졌다.
[허니 세계에 시스템이 이어져 있다면 쉽게 돌아갈 수 있을 텐데… 끊어졌으니까요.]“이어 놓을 수도 없었잖냐. 지금도 이 난장판인데.”
종속자들의 침입이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해 봐라, 완전 망한 거지. 돌아가기 힘들어졌다 해도 지금 이 상황이 훨씬 나았다.
[대장장이 씨와 함께 방법을 계속 찾고 있으니까요. 일단 허니가 안전하게 길을 이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가능할까?”
“고마워. 잘 부탁할게. 명우에게도 전해 줘. 무리하지 말고 몸 잘 챙기라고도.”
솔직히 요즘의 명우는 나한테 잔소리할 자격이 없었다. …그게 내 탓이긴 하지만. 그래, 내가 잘못한 거지.
[종속자들의 시스템 적용도 최대한 늦추고 있어요. 하지만 오래는 못 갈 거예요. 벌써 항의가 들어오고 있거든요…….]“신입 너도 조심해. 괜히 다른 초월자들과 다투지 말고 네 안전부터 챙겨.”
어르신이 있다고 해도 조심해야지. 신입마저 사라지면 시스템적으로 도움을 줄 사람이 없어진다.
[네~♡ 걱정 마세요. 허니가 더 걱정인걸요. 종속자까지는 허니 일행이 상대할 수 있겠지만요, 초월자가 직접 들어갈 수도 있어요. 허니도 몇 번 겪었잖아요.]“그랬었지.”
가장 처음은 디아르마. 이놈은 정신계로 날 끌어들였었다. 정확히는 내가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 방법은 내가 동조하지 않는 한 사용하기 힘드니 괜찮을 테고. 루가 폐야는 던전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자신의 힘을 깎아 난입했었지. 결이가 없었더라면 무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긴 던전이 아니니까 루가 폐야의 방법도 쓰기 힘들겠지. 하지만 다른 방법들은.
“일본 던전에서 성현제가 자신의 계약자를 보호한다는 빌미로 난입했었어. 여기서도 인형술사가 내 소유권 계약을 들고 나타났었지.”
[네, 허니. 초월자가 다른 세상에 들어가는 방법 중 하나예요. 물론 평범한 세상은 강력히 보호되고 있기에 쓰기 힘들고요, 일본 던전처럼 멸망에 가까워졌거나 꿈의 세계처럼 보호가 약한 경우에만 가능해요.]“그래도 여기선 한계가 있어. 나도 약해졌잖아.”
인형술사가 끼어들어 말했다. 약해졌다고 해도 여느 종속자보다는 강하겠지만.
“반면에 채터박스는 위협적이었지.”
자신의 존재를 우리 세계에 알리고 새로운 몸뚱이와 존재를 얻어 강림한 초월자의 자격을 버린 초월자. 그땐 정말이지 꼼짝없이 잡혀가는 줄 알았다.
[채터박스의 방법을 쓰는 초월자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건 너무 위험하니까요. 다만 종속자의 몸에 들어가 동화되는 건 가능해요. 이걸 보통 화신이라고 하죠.]…유현이가 떠올랐다. 설마 정원사 놈 내 동생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려 들지는 않겠지.
“정확히 어떤 방식인데? 종속자가 거부할 수도 있어?”
[계약에 따라 달라요. 세계의 거부하는 힘은 침입자의 능력치에 비례하거든요. 그래서 약한 종속자를 보내고 그 몸에 들어가는 거예요. 종속자가 초월자의 힘을 버틸 수 없기에 1회성이나 다름없어서… 잘 쓰진 않아요.]“그럼 종속자들도 싫어하겠네.”
정원사가 유현이에게 얼마나 지배력을 행할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래도 자아가 강한 것 같았으니 강제로 들어오기는 힘들 듯하지만…….
‘…유현이라면 승낙할지도 몰라.’
나를 지킬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는 동생이었다. 심지어 자신은 가짜라고, 죽었다 말하는 상황이니까. 더더욱 미련 없이 굴 게 뻔했다.
“신입아, 정원사에 대해 뭐 더 알아낸 건 없어?”
[나무 선배도 자세히는 모른대요. 다만 나무 선배와 그 비슷한 초월자들은 전부 정원사를 꺼려 하는 모양이에요.]“그래?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던데 도와줄 생각은 없으려나.”
[유사 근원을 대가로 건다면 도와주지 않을까요?]성현제를 흘끔 쳐다보았다. 무슨 관광지 곤돌라라도 탄 듯 한가로운 모양새다. 송 실장님 노 젓는 소리가 첨벙첨벙 들려왔다.
“열렬한 눈빛이로군.”
“수영하실 생각은 없으신가 해서요.”
내 말에 성현제가 아, 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한유진 군은 나를 벗기길 좋아했었지.”
“무슨 헛소리야 갑자기!”
“일본 던전에서 단둘만 남았을 때. 내 옷을 전부 벗겨 버리겠다고─.”
뭐? 아니 내가 대체 언제? 억울하다. 나는, 아.
“털실이잖아요! 날릴 거면 기억도 같이 날려 먹지 감정만 날려 먹어서인가 쓸데없는 소리만 계속 해 대시네!”
“잊기에는 나로서도 파격적인 경험이라.”
성현제 뒤통수를 내리치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버릴 수도 없고.
“아니, 아니야. 게다가 저 인간을 보호해야 하는 초월자도 옆에 붙어 있는걸.”
시그마 때문에라도 성현제를 지키긴 지켜야지. 시그마는 아무 잘못 없잖아. 성현제도 뭐, 잘못해서 이 지경이 된 건 아니고. 나와 유현이도 마찬가지지만. 새삼 억울해지네. 무슨 큰 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고생이람. 사람과 초월자 좀 잡긴 했지만 정당방위였다고.
“노아 씨와 리에트는 어때? 신입 넌 연락할 수 있지 않냐.”
[그게요, 다른 초월자와 접촉한 것 같아요. 아마도 종속자나, 혹은 화신과요.]“화신? 벌써?”
[정확하진 않아요. 시스템 메시지를 보내는 건 불가능해요.]하율이 녀석도 흐릿하니 가려진 거 같다더니. 걱정되네. 예림이와 현아 씨 찾으면 노아 씨와 리에트도 찾아 나서야겠다.
“유현이와 현아 씨에겐 메시지 보낼 수 있어?”
[음, 허니 관리자 모드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둘 다 아직 허니 소속이니까요. 시스템 적용이 끝나서 이제는 쓸 수 있을 거거든요.]“그래, 고맙다!”
이내 시스템 관리자 창이 눈앞에 떴다. 얼른 유현이와 현아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유현아, 형이야.] [현아 씨, 어디예요?]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 씨로부터 답장이 왔다. 구반포역 근처 빌딩 옥상이라 하였다. 송 실장님에게 얼른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
[예림이도 잘 자고 있어. 깨어나질 않네.] [아직 박하율과 함께 있나 봐요. 제가 그리로 가서 확인해 볼게요.]보트가 방향을 틀었다. 빠르게 물살을 헤치고 나간다. 구반포역에 거의 다다를 때까지도 유현이로부터는 답장이 없었다.
메시지로라도 설명을 하려 했는데.
[한유현(S)과의 연결이 끊어졌습니다.]유현이가 시스템 메시지를 거부했다.
“…야, 한유현!”
“형제 싸움이 길어질 모양이로군.”
거부도 가능했던가. 회귀 전의 유현이와 만났다면, 그 유현이가 도와준 걸까. 한유현(S)로 표기된 것도 마음에 걸렸다. 새삼스럽게 등급이 붙다니. 구분을 위한 건가. 괜히 성현제를 째려보았다.
“유현이가 유현이와 힘을 합친다면 제일 걱정해야 할 사람은 댁입니다만. 속성이 같아서 버프가 배라고요.”
스물다섯 살의 동생에게도 녹아내린 마지막 문과 같은 영역 스킬이 있을 것이다. 스킬은 대외적으론 전부 밝히지 않았고 보답으로 전이되었을 때는…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었지만. 동일 속성에 존재 자체도 동일한, 상태이니. 한 명이 쓴 전투 보조 스킬을 다른 한 명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걱정 말게나. 한유진 군 등 뒤에 잘 숨을 테니.”
“무슨─ 아, 유현이 건드리지 않겠단 약속도 했었지. 그거 지금은 취, 취…….”
취소하긴 또 아까웠다. 강제적인 계약도 아닌 그냥 약속일 뿐이지만.
“어이, 형님!”
저만치 빌딩 옥상 위에서 현아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시오의 코트를 깃발처럼 펄럭펄럭 휘두른다.
“현아 씨!”
“이게 웬 물난리래. 예림이 목소리가 들리긴 했었는데.”
“예림이가 한 일 맞아요!”
보트가 빌딩 벽에 닿았다. 뻗어 주는 현아 씨의 손을 잡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한쪽에 예림이가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물이 인어여왕이 꿈의 세계의 바탕으로 깔아 놓은 것이거든요. 초월자의 힘이다 보니 제대로 다룰 수가 없었던 모양이에요.”
“그래? 근데 어째 형님 껌딱지가 안 보인다?”
참, 현아 씨는 모르지. 대답을 하려는데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그게, 그러니까. 유현이가…….”
내 동생이.
“…회귀 전에, 잃어버린 동생이요.”
내가 데리러 가야 했던 동생이 돌아왔다. 시선이 발끝으로 떨어졌다. 우선은 움직여야 했기에 눌러 놓고 있던 것들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문현아는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다정한 시선이 숙인 머리 위로 느껴졌다.
“떨어져 나가서, 근원 곁에 있었는데… 제가 어떻게든 되찾아 오려고 했었는데…….”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유현이가 돌아왔다. 비록 스스로 죽었노라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손에 닿았다. 어떻게든 설명을 끝냈다. 현아 씨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났구나.”
“…네.”
“어쨌든, 잘됐어.”
“…네.”
긴 덧붙임 없는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잘된 거다. 어쨌든 만났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다른 건, 정원사든 뭐든 어떻게든 해결하면 될 일이다. 아무것도 못 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근데, 유현이가 엄청 강한 데다가요, 지금의 유현이도 같이 가 버렸지 뭐예요. 저 보호하겠답시고. 아무튼 둘이 그런 건 여전히 똑같아서… 진짜…….”
“달라졌다고 해도 같은 사람이지. 아무렴 한유현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형님 사랑하는 마음까지 바뀌겠어. 그랬다간 완전 딴사람 아니냐. 예림이도 누구냐며 화낼걸?”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소매로 얼굴을 대충 닦고 고개를 들었다. 난감해하는 송 실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죄송합니다. 한유진 씨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그, 동생분에 대해서는 삼가…….”
송 실장님의 말끝이 흐려졌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기색이었다. 하기야 내가 송 실장님이라도 곤란할 것이다. 단순히 조의를 표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고.
“괜찮아요. 현아 씨 말대로 훨씬 나아졌는걸요. 그 전에는 진짜 막막했거든요. 비록 동생이 둘 다 가출하긴 했지만, 음.”
“저도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송 실장님.”
그리고 성현제를 꼬나보았다. 원래라면 저 인간이 제일 먼저 눈치채고 한 마디라도 건네 왔을 텐데 말이야. 눈치는 챘겠지. 하지만 이젠 전처럼 위로해 줄 필요가 없다 이거냐. 지금도 별말 없는 게 괜히 서운했다.
“제 도움 필요한 거 아닙니까. 척이라도 하지 그래요. 연기 못하는 것도 아니면서.”
“나름의 배려라네. 한유진 군은 내게 쉽게 넘어와 버릴 테니.”
“자신만만하시네. 그럼 그쪽한텐 좋잖아요.”
대답 대신 어린애를 대하는 듯한 눈길이 돌아왔다. 아, 그래. 그런 건 자기 취향이 아니라는 거겠지. 설사 목숨 걸린 일이라도 말이야.
“그래서 형님 동생들과 싸워야 하는 건가? 성현제 죽이러 올 거라면 여기서 버티는 게 낫지 않나. 이 물을 전부 태울 순 없을 테니까.”
“그렇긴 한데 다른 종속자들을 내버려 둘 수도 없어요. 시스템 적용이 끝나기 전에 종속자들을 처리해야 합니다. 예림이가 인어여왕의 물을 능숙히 다루게 되는 게 가장 좋고, 아니라면 팀을 나눠서 움직이는 게 좋겠죠.”
성현제는 물 가운데서 예림이의 보호를 받고, 다른 팀은 종속자들을 공격하고. 그러면 성현제도 마석을 섭취하지 못하겠지. 얌전히 있을지가 문제지만.
“하나 더.”
인형술사가 한쪽 손을 들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문현아를 향한다.
“문현아 씨, 우리 애를 마중 나가 주겠어요?”
“어, 예? 시그마를, 요?”
현아 씨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그래요. 황림 대신 당신이 시그마를 보호해 주길 바랍니다. 당신이라면 믿을 수 있을 거 같아.”
인형술사가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꽤나 어른스럽고 그럴듯했지만 나와 비슷한 얼굴이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현아 씨도 나와 비슷한 모양이었다. 저거 어떡하냐, 하는 눈빛을 내게 보내 왔다. 어쩌냐고 해도 말입니다.
“그, 그래서 시그마가 어디에 있는데… 요?”
“정원사의 종속자는 붙잡지 못했지만 물 가운데라면 비교적 안전할 테니까.”
인형술사의 시선이 이번에는 예림이를 향했다.
“저 아이가 물을 유지할 능력이 된다면, 시그마를 데려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