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01
101. 허리 디스크
– 루키루키 대전 슈퍼 루키루키루키!
유행운의 등장곡이 울려 퍼진다.
홈런을 연거푸 쳐 내는 거포는 당연히 좋은 선수지만, 간간이 홈런을 때리며 필요한 순간에는 팀배팅이 가능한 타자도 좋은 선수였다.
팬들이 바라는 유형이 바로 유행운이었다.
필요한 순간 시원한 홈런을 선물하고, 정말 출루가 필요한 순간 팀배팅을 하며 찬스를 이어 준다.
– 루키루키 대전 슈퍼 루키루키루키!
보호대를 벗어 1루 코치에게 건넨 유행운이 슬라이딩 장갑을 끼면서 리드폭을 늘렸다. 현재 유행운은 도루 17번을 시도하여 15번을 성공했다. 두 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 실수에 몰두하지 않고 계속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시도했다.
[투수, 견제!]유행운이 재빠르게 귀루해 베이스를 터치했다.
김유찬 역시도 유행운의 도루를 의식하고 있었다. 조석찬은 흔들리는 투수를 보며 쉽게 배트를 내지 않았다.
투 볼을 얻은 상황.
김유찬이 견제를 한 번 더 시도한다.
“어?”
조석찬의 눈이 커진다.
“저거 보크 아니에요?”
물론 괜히 해 본 소리다.
보크는 아니지만 계속 견제구를 날리는 투수를 흔들려는 의도였다. 조석찬이 도움을 요청하듯이 1루 베이스를 밟고 있는 유행운을 바라보았다.
“디딤발이 너무 홈 플레이트 방향이기는 했어요.”
유행운의 어시스트.
그럼에도 주심이 고개를 저었고 김유찬의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디딤발이 홈에 위치하면 1루 주자는 견젠지 아닌지 잘 안 보이잖아요.”
물론, 나름의 근거는 가지고 있었다.
조석찬이 실실 웃으며 투수를 건드린다. 물론 주심에게는 과하게 항의하지 않았다.
“네, 알겠어요. 근데 너무 견제구 많이 던져요. 빨리 승부 좀…….”
대전 호크스에서 이렇게 흐름을 뒤흔들 수 있는 타자는 조석찬이 유일했다.
지선호는 타석에서는 별 행동 없이 순수하게 타격에만 집중하는 유형이었고 유행운도 마찬가지였다.
유행운이 투수를 긁을 때는 출루했을 때가 유일하다.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투수를 흔들고 흐름을 뒤틀어 버리는 유형은 조석찬이 유일했다. 비록 코리 윈스턴에게 구박을 받고 있지만, 팀에 필요한 선수였다.
“투수!”
주심이 김유찬에게 빨리 공을 던질 것을 주문했고 포수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에 방문했다.
“신경 쓰지 마.”
“네.”
“네 견제 아무 문제 없어. 근데 주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타자에 집중해라.”
“네.”
집중?
확실히 김유찬은 견제구를 던지는 횟수를 줄였고 대신 타자에게 볼질을 시작했다. 두 개의 볼을 더한 김유찬은 흥겨운 발걸음으로 1루를 향해 걸어가는 조석찬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투수 교체!”
그렇게 신예 김유찬은 능구렁이 같은 조석찬에게 한 방 맞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혁준아.”
조석찬이 출루에 성공했으니 이번 이닝에도 문혁준에게 기회가 온다.
지금도 문혁준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배트 손잡이에 스프레이를 뿌리던 문혁준이 강우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너 하던 대로 해.”
“네?”
“너 고척에서 하던 대로 하라고. 지금 너 스윙 이상해. 어깨 굳은 게 보인다니까? 투수 눈에도 보이는데, 네가 그걸 못 느낄 리가 있냐?”
그 말과 함께 강우성이 문혁준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트레이드? 솔직히 단장이 미친 짓 한 거 맞는데, 거기에 왜 네가 부담 갖냐? 너 없이도 지금 우리 앞서가고 있잖아. 우리는 너 없어도 원래도 1등이었다니까?”
“…….”
“그냥 너 하던 대로 하라고. 언제는 욕 안 먹었냐? 지선호 쟤도 병살 자주 쳐. 그래도 사람들은 그 기억 빨리 잊는다고. 그다음에 만회하거나 다음 경기에 좋은 모습 보여 주면 되니까. 일주일에 여섯 번이나 경기를 치르는데, 그 안에 만회하면 된다고.”
“네…….”
“너는 아직도 대전이 아직도 최하위 팀으로 보이나 본데, 작년이라면 너에게 기대하는 게 아주 많았을 거야. 근데 지금은 아니거든? 고척 지금 몇 위야? 5위지? 스타즈가 데빌즈 제꼈잖아. 지금은 우리가 더 강팀이라고.”
쫄보도 아니고.
“FA 대박 치고 싶으면 정신 빨리 차려라.”
* * *
[LIVE] 대구 드래곤즈 0 VS 2 대전 호크스– 무사 만루
– 4번 타자 지선호
– 파울 (포심)
– 볼 (포심)
– 파울 (커터)
– 볼 (커브)
– 헛스윙 (커브)
└ 지서노 돌앗?
└ 쎄하다
└ 희플이라도 굽지…….
└ 헛싕 삼진 개빡
└ 흐아
└ 여기서 점수 못내면 노다아아압
└ 다음 누구?
└ ……문혁준 ㅋ
지선호는 떨어지는 커브에 속아 배트를 냈고 그렇게 물러서야 했다.
공교롭게도 또다시 찬스가 5번 타자 문혁준에게 찾아왔다.
[운명의 장난인가요? 문혁준 선수에게 또다시 찬스가 찾아옵니다.] [1사 만루. 지금 문혁준 머리에는 첫 타석에서 날린 병살타가 남아 있을 텐데요. 그 트라우마를 극복해야 합니다.] [사실상 2점 차이는 별거 아니거든요. 아직 대구에게도 공격 이닝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대전은 달아나야 하는데, 과연 문혁준 선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됩니다.]문혁준은 주자가 꽉 찬 그라운드 상황을 둘러보았다.
타석에 서서 흙을 고르고 뒷발을 고정한다. 그 자세에서 팔꿈치 보호대를 만지고 조정하며 루틴을 이어 갔다. 마지막은 헬멧을 벗고 땀을 닦은 후에 다시 쓰는 일이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다.
상대를 확인한다. 우정완이 마운드에 있다. 우정완은 대구 드래곤즈의 수호신이었지만, 지금은 나이와 함께 기량이 쇠퇴했다.
그럼에도 커리어는 살아 있다.
지선호를 헛스윙으로 돌려세웠고 이제 문혁준을 맞이한다. 오늘 문혁준은 평소와 달랐다.
그걸 팀에서도 알고 있었고 우정완도 느끼고 있다.
볼 배합을 확인한다. 지금 문혁준은 분명 트레이드를 할 가치가 있는 타자라는 걸 증명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인구가 답이었다.
초조한 타자는 배트를 성급하게 내게 되어 있다.
1구, 커브.
“볼.”
2구, 몸쪽 깊게 들어가는 포심.
“볼.”
처음 문혁준은 한발 물러선다.
투 볼을 만들어 냈고 연습 스윙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야구는 결국 기세였다. 이미 문혁준은 기세 싸움에서 패배했다. 첫 타석에서 쓰리 볼 상황에 배트를 내는 선택을 한 문혁준은 찬스를 무산시키는 병살타를 만들어 냈다.
그 순간, 문혁준은 기세에서 지고 말았다.
안 될 것 같았다. 낯선 환경에서 첫 승부부터 바보 같은 타구를 만들었다. 트레이드 당사자도 알고 있다.
밑지는 장사임에도 기대하는 것이 있었기에 문혁준을 영입했다는 것을. 그렇다면 선수는 그 밑지는 장사가 온전히 밑지는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후우.”
유행운은 2루에 있다.
잠시 멀리 바라보던 문혁준은 베이스에 붙어 있는 유행운을 보았다. 유행운이 미소를 지으며 배트를 드는 시늉을 한다.
예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그때 유행운은 이 작은 모션으로 민현웅이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 지금 유행운도 알고 있다.
현재 문혁준이 부담감에 짓눌렸다는 걸.
그다음 유행운이 프레드릭의 세리머니를 따라 했다. 두 팔을 들어 올리고 근육을 자랑하는 듯한.
멸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포즈였다.
“풉.”
그 순간, 문혁준은 웃음이 터졌고 동시에 부담감도 한결 나아졌다.
타석에 다시 선 문혁준이 배트를 든다.
[투 볼 상황에서 우정완이 어떤 종류의 공을 던질까요?] [초구는 유인구였습니다. 문혁준의 심리 상태가 좋지 않음을 파고든 볼 배합이었는데, 이걸 참았어요. 두 번째는 포심. 몸쪽 깊게 들어갔는데, 제구는 좋았거든요. 이 상황에서도 배트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투수 세트 포지션!]문혁준은 생각한다.
서울 스타즈를 벗어나 데빌즈에 갔을 때도 같았다.
물론 마음가짐이 같지는 않았다. 그때는 배고팠고 뜻대로 되지 않는 야구에 좌절도 했다. 성장하는 단계의 선수는 이미 바닥에 머물러 있다. 해서, 배트를 휘두르는 것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문혁준은 다르다.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머무른 선수였다.
‘커브!’
배트를 내던 문혁준이 참아 낸다.
그 상태에서 배트를 뒤로 뺀 문혁준이 1루심을 보았다. 두 팔이 양옆으로 벌어진다.
“볼!”
후우.
심호흡을 한 문혁준이 다시 뒷발을 고정하고 투수를 향해 배트를 겨누었다.
이제 심리적으로 쫓기는 사람은 투수였다. 방금의 공은 확실히 궤적이 보였다. 슬슬 문혁준이 부담감을 떨쳐 내고 본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끄악!”
노장 우정완이 온 힘을 다해 공을 뿌린다.
만루 상황에서 밀어내기 볼넷은 최악의 상황이다. 우정완은 포심을 선택했고 중앙에 몰리더라도 빗맞은 타구가 만들어지기를 기도한다.
투수의 절실함과 여기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타자가 맞붙는다.
따아아악!
[4구 타격! 문혁준 힘있게 잡아당겼습니다!]* * *
중계를 보고 있던 이영호가 벌떡 일어난다.
의자가 뒤로 넘어가며 와당탕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럼에도 이영호 단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화면에 집중했다.
어느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이영호가 애타게 중얼거렸다.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오늘 문혁준은 대전 호크스 유니폼을 입었다.
자색의 유니폼을 벗고 주황빛 유니폼을 입었다. 그 모든 것이 변화였고 부담감은 선수의 몫이지만.
“내 목숨 주우우울!”
누군가에게는 모가지가 걸려 있다.
[우익수 뒤로 이동! 담장 앞에서 멈춥니다. 타구의 위치는? 위치는? 위치는? 우익수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우와아아악!”
이영호가 소리를 지른다.
“살았다!”
그는 오늘 문혁준이 첫 타석 찬스를 말아먹은 병살타 이후에 야구 커뮤니티를 돌아다녔다.
당연히 대전 민심이 좋지 않았다.
이제 첫 타석이니 지켜보자는 여론과 당장 단장 이영호를 목매달아야 한다는 여론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이영호는 무서웠다.
호크스 갤러리에서는 오늘 경기 결과를 보고 트럭 시위를 시작할지 의논하겠다는 글이 빗발쳤고 말 그대로 이영호의 모가지가 바닥에 떨어질 위기였다.
[아, 대단합니다. 문혁준 선수가 부담감을 극복하네요. 오늘 중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계속 얼굴이 좋지 않았거든요. 이 트레이드라는 게, 선수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에요. 잘 치던 선수도 트레이드 직후에는 슬럼프를 겪을 수 있고요. 한번 슬럼프가 오면 극복하기 쉽지 않거든요? 이야, 역시 문혁준! 이 선수는 이미 궤도에 오른 타자네요.]“기절.”
이제 위기감을 내려놓고 바닥에 앉으려던 이영호가 그대로 나동그라진다.
“으악!”
벌떡 일어날 때 의자가 뒤로 넘어가 바닥에 쓰러진 걸 잊고, 무게를 실어 털썩 앉았다가 그대로 엉덩이와 허리가 넘어갔다.
와당탕탕.
말 그대로 이 소리가 단장실에 울려 퍼졌다.
“끄으흐흐흐…….”
그는 허리를 붙잡고 신음 소리를 내뱉다가 이내 웃었다.
“끄으흐흐흐흐…….”
흡사 어딘가 미친 사람 같았다.
* * *
[대전 호크스 더욱 완벽해졌다 …… 문혁준 생애 첫 만루포!]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돌아왔다! 0:9 대전 호크스 대구 상대로 압승!] [대전 호크스 이영호 단장, 허리 디스크 진단받아]└ 가지가지 하네
└ 허리 치료받게 그냥 단장 그만둬라
└ 문혁준이 잘해서 망정이지…….
└ 으이그
└ 진짜 가지가지
└ 나가
└ 영호야 그만해 진짜
└ 영호야 너 치료받을 시간 있냐? 혁준이형 장기계약 묶어 썅
└ 트럭 아직 추진 중이다 장기계약 못 갈구면 영호 항문에 트럭 박을 거다
└ 헐 개잔인해
└ 허리 디스크에 항문에 트럭이라…….
└ 꼴닭 놈들 존나 잔인한 놈들이었누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민준이 잘 쓸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