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35
135. 생긴 거 완전 잘생겼는데!
도루 저지 1위 포수 앞에서도 유행운은 도루를 참지 않는다.
아무리 투수가 견제구를 날려도 굴하지 않는다. 김수한이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도 계속 1루를 응시해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
도루 저지를 잘한다고 해도 그만큼 더 빨리 뛰면 된다. 완벽한 타이밍을 재면 되고 투수를 흔들 수 있다면 리드폭을 늘리고 또 늘려도 된다.
물론 그러다가 견제사당하면 흔들리는 건 대전 호크스겠지만, 견제구에 당하지 않으면 된다.
야구는 그런 거였다.
“헤헤.”
이미 유행운의 유니폼은 흙투성이였다.
1회 초 다이빙 캐치를 할 때 이미 한 번 더러워졌고, 견제구를 던질 때마다 몸을 던져서 온몸이 흙투성이다.
탁탁.
유니폼을 털고 쓸어 닦는다. 벨트를 틀어 안에 들어간 흙도 털어 냈다.
김수한이 일어선 채로 혀를 찬다. 그의 눈에 보이는 유행운은 ‘미꾸라지’ 같았다. 어찌나 여우같이 플레이하는지, 가끔은 굉장히 얄미웠다.
“크게 되겠어, 아주.”
다시 자리에 앉는다.
현재 조석찬을 상대로 원 볼 투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를 올려놓으면 일단 위기는 극복할 발판이 생긴다.
‘떨어뜨리자.’
조석찬은 배드볼 히터였다.
아무리 안 좋은 공을 잘 친다고 해도 낮게 떨어지는 공까지 칠 수는 없다. 스플리터를 주문하고 블로킹을 생각해 둔다.
투 스트라이크로 몰린 조석찬이 배트를 낸다. 하지만 스플리터가 배트를 피해 뚝 떨어지고 있었다.
간을 보던 유행운이 공이 떨어지는 걸 보고 3루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블로킹으로 안전하게 공을 수습한 김수한이 벌떡 일어나며 공을 던지려고 했으나, 이미 유행운은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하하.
김수한이 웃는다.
“고놈, 재빠른 거 보소.”
감정을 수습하고 김수한이 투수를 보며 투 아웃을 잡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어찌 되었든 다음 타자를 뜬볼로만 처리해도 이닝은 끝난다.
[풀카운트 승부! 지선호가 안타를 만들기 위해 승부를 길게 가져갑니다!] [아! 스윙 삼진! 거세게 배트를 돌려 봤지만, 이번에는 슬라이더에 무릎을 꿇습니다! 1회 말, 위기를 극복하고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헤이든!]도루를 두 번이나 성공했지만, 유행운은 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 *
[행운신만 야구하네 ㅋㅋㅋㅋㅋㅋ 아오 ㅋㅋㅋ]└ ㅎ 1사 2루 날아가네요
└ 아 짜증
└ 중심 타선이 이래도 되는겨???
└ 오늘 뭔가 쎄하다 ㅋㅋㅋ
└ 투수전 삘
└ 아 오늘 윤규민이잖아;;; ㅋㅋ
└ 맞다 규민이 득점 지원 꽝이지…….
└ 허허
└ 한국시리즈에서도 이게 통하냐
└ 오늘은 이긴다 썬더스!
└ 꺼져라 썬더스!
└ 유행운 오늘 공수 완벽함;;; 그거 빠졌으면 득점 나왔을지도 모름
└ ㅇㅇ 발 빠른 주자라서 적시타 터졌을걸
└ 그 다이빙캐치는 점수를 막은 거였다
└ 규민아 잘해보자
└ 점수 좀 내
현재 양 팀 모두 득점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윤규민은 2회에 제 모습을 찾으며 삼자범퇴로 끝냈고 헤이든도 별다른 위기 없이 2회 말을 막았다.
투수전 양상은 계속 이어졌다.
4회까지 두 팀 모두 활로를 찾지 못했고 무기력한 타선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와중에도 응원은 계속 이어진다.
윤규민이 삼진을 잡을 때마다 대전 팬들은 행복송을 불렀고 원정팀인 서울 팬들은 지지 않으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6회 말, 양 팀 득점을 내지 못하고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전 호크스는 1회와 4회를 제외하면 출루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장면은 4회 말인데요. 지선호의 안타와 문혁준의 연속 안타로 2사 1, 3루 찬스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프레드릭의 평범한 뜬볼로 이닝이 끝났는데, 여기서 점수가 났다면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 6회 말. 윤규민이 효율적으로 상대 타선을 묶었고 실점을 하지 않은 채 대전의 공격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타순이 좋아요. 1번부터 시작하는 타순인데, 이제 헤이든도 힘이 빠질 때가 됐거든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습니다.]윤규민은 102구를 던지며 6이닝 무실점을 만들었다.
단 두 명의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고 볼넷은 단 하나였다. 그 이후에는 범타와 삼진을 곁들이며 타선을 묶었다.
지금 대전 호크스는 불펜진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
채수영이 첫 번째 중간 투수로 등판할 예정이며 때에 따라 이재희도 기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서울 썬더스 불펜장에서도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습니다. 어제 패배를 겪은 서울 썬더스는 오늘 경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입장이거든요.] [네, 맞습니다. 도미닉 선수가 3차전 선발로 낙점되었고 오늘 승리를 거둔다면 흐름을 탈 수 있거든요. 지금 대전은 상대가 상승할 흐름을 아예 잘라 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형, 슬라이더.”
“응?”
“헤이든, 힘 빠져서 슬라이더 각이 애매해졌어요.”
“오케이.”
박준용이 타석에 선다.
오늘 무안타에 그친 박준용은 여기서 반드시 출루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공을 길게 지켜본다.
현재 헤이든의 투구 수는 100구에 육박했다.
지금은 한국 시리즈. 시즌 중이라면 불펜진을 가동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초구 볼. 투심이 빠집니다.]헤이든이 숨을 고르며 사인을 받는다.
슬슬 힘이 빠지는지 인터벌 시간이 늘어나고 있었다.
따악!
박준용 특유의 타격폼이 나왔다.
다리를 내리면서 공을 밀어 치는, 낮은 코스는 손 하나를 떼 방향을 조절하며 오직 출루에만 목적을 둔 기술적인 타격.
[박준용이 삼유간을 꿰뚫는 안타를 때리며 드디어 출루에 성공합니다!] [투수 교체가 이뤄집니다. 헤이든이 힘이 빠지면서 구속도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포수와 코치와 함께 대화를 나눈 헤이든이 이렇게 마운드를 내려옵니다.]서울 썬더스의 필승조 김준서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1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김준서는 올해 3년 차로 내년 아시안게임 차출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
투수 교체가 진행된 후에 유행운은 빠르게 김준서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투 피치 유형으로 투심이 위력적이다. 그리고 변화구는 슬라이더. 이 두 가지 구종으로 상대를 잡는다.
구속이 최고 156km/h까지 찍는 김준서는 사실 고교 최대어 출신이 아니었다. 고교 시절만 하더라도 최고 구속이 150km/h를 넘지 못했다.
3라운드 지명으로 서울 썬더스에 온 김준서는 1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군에서 투수 코치를 잘 만났는지, 1년 만에 구속이 5km/h가 늘었고 지금은 KBO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가 되었다.
‘계산할 필요 없어서 좋네.’
유행운이 그런 생각을 하며 타석에 섰다.
프로 진출하여 구속이 증가한 김준서는 기존에 쓰던 구종을 버리고 새로운 구종을 장착했다. 작년까지 시행착오 끝에 손에 맞는 구종은 투심과 슬라이더였다.
그 두 구종으로 올해 특급 불펜이라는 호칭을 얻은 김준서는 성적이 보여 주듯 자신감에 차 있었다.
투 피치.
투심 아니면 슬라이더.
타자에게는 아주 심플한 조건이다.
[김준서가 1루를 견제합니다. 세이프. 발 빠른 주자가 1루에 있으니, 투수 입장에서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죠?]좌완에게는 도루도 조심해야 한다.
1루를 정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박준용은 경험으로 승부했다. 김준서가 박준용을 응시하다가 시선을 옮긴다. 그 순간을 틈타 박준용이 반걸음 나아갔고 그 틈을 김준서가 노렸다.
깜짝 놀란 박준용이 1루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한다.
공을 받은 1루수가 빠르게 박준용을 터치했고 그 위치는 머리였다.
“아웃!”
그 순간의 마치 찬물이 위에서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유행운 역시도 경직되었고 대전 팬들도 순간 환호성이 멈췄다.
“일단…….”
유행운이 배트를 다리 사이에 끼운 채로 네모를 그렸다.
여전히 박준용은 베이스를 터치한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본인이 느끼기에는 아웃 타이밍이라 생각하는지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사이 유행운은 꿋꿋하게 네모를 그렸다.
“어……. 비판?”
밑져야 본전이다.
* * *
“딸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한창 견제사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 이어지고 있다.
관중 사이 테이블석에는 백유정과 그의 부모가 자리를 잡았다. 오늘 경기에는 부친 백승원도 함께했다.
“아빠가 GIA 사람인데 네가 대전을 응원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딸에게 들리지 않았다.
어서 전광판에 견제사 장면이 나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딸아, 듣고 있니? 아들이 호크스에 간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빠는 광주 아이언스의 모기업 출신이란다. 너라도 광주를 응원해야 하지 않겠니?”
“아빠.”
“그래, 아빠 귀 열고 있어.”
“조용히 해 봐.”
백승원이 입을 다문다.
대전 호크스는 아들이 뛰고 있는 팀이었다.
백승원은 애사심이 깊은 사람이었기에 광주 아이언스의 팬이었지만, 자식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오늘도 사실 광주 아이언스의 붉은색 유니폼을 챙겼던 백승원인데, 딸이 그 유니폼을 빼앗아 갔다. 그러면서 주황색이 돋보이는 대전 호크스 유니폼을 입혀 주는 딸이었다.
심지어 마킹은 아들 백유진이 아니었다.
예비 사위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유니폼이었고 그게 못내 떨떠름했던 백승원이었다.
“아, 짜증 나.”
전광판을 응시하던 백유정이 입술을 삐죽인다.
“아웃이네. 박똑딱 왜 나대서는…….”
결과는 명백한 아웃이었다.
백유정이 맥주를 찾아 마신다. 옆에 앉은 그의 모친은 아직 야구에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야알못에게는 투수전이 제일 흥미가 떨어진다.
점수가 나고 홈런이 터지고 안타도 줄기차게 터져야 흥겨운데, 지금까지 양 팀 모두 득점이 없었다.
물론 야알못인 백유정의 엄마도 아들이 마운드에 서는 순간에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때만큼은 제발 잘 막아 주기를 소망하게 되는데, 백유진은 경기 막바지에나 나올 예정이었다.
그와 반대로 이선영은 미칠 것 같았다.
아들이 타석에 서면 언제나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그건 백유정의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었다.
– 홈런! 유행운! 안타! 유행운! 날려 버려! 유행운!
박준용이 분위기를 끊어 버렸지만, 아직도 대전 호크스는 유행운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주자가 사라지자 김준서는 마음 편하게 투구에 임한다.
사인을 받고 선택한 초구는 투심이었다. 투심은 우타자 입장에서는 아웃코스로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행운이 배트를 내려다 멈추었고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궤적을 얼추 확인한 유행운이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따악!
이번에도 아웃코스 하단에 꽂히는 투심이었다. 유행운은 그 공을 걷어 내고는 타이밍을 점차 맞춰 갔다.
“볼이다. 볼!”
투심을 연달아 선택했던 김준서가 이번에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몸쪽에 꽂히는 공이 빠졌다고 판단한 유행운은 뒤로 물러나며 공을 피했고 주심은 스트라이크 콜 선언을 하지 않았다.
원 앤 투.
여전히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 유행운은 마음을 차분하게 잡는다. 투심을 머릿속에 새기고 원하는 코스에 들어올 때까지 커트하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따악!
이번에도 슬라이더를 커트해 낸다.
그 과정에서 커트한 공에 발등을 맞은 김수한이 푹 쓰러졌다. 이 순간, 근처에 앉아 있던 서울 썬더스 팬들 사이로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다.
“누굴 쳐! 야!”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들어서!”
누구야.
그 순간, 백유정이 도끼눈을 뜨고 ‘외모’에 대해서 입을 턴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어딘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울 썬더스의 네이비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응시하며 소리쳤다.
“생긴 거 완전 잘생겼는데, 뭐!”
백유정은 당당했고 이선영은 괜히 부끄러워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서울 썬더스에서 김수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김수한이 다칠까 봐 예민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수한이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고 다시 경기에 임했다. 유행운이 연습 스윙을 크게 하고 다시 타석에 선다.
그 순간.
따아아아악!
유행운이 원하던 구종이 날아왔고 위치는 살짝 몰린 투심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실투는 아니었는데, 그리 예리한 위치는 아니었다.
“꺄아아아아악!”
백유정이 소리를 지르고.
유행운은 시원하게 배트를 하늘 위로 집어 던졌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호크스라 행복합니다!
행복송이 울려 퍼진다.
– 유행운! 유행운! 유행운! 유행운!
유행운이 잡아당긴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유행운이 브이를 만들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라운드를 천천히 도는 유행운이 김준서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베테랑 투수의 공을 넘기는 것도 즐겁지만, 가장 즐거운 건 이제 막 자라나는 새싹의 공을 넘기는 것이다. 앞으로 KBO에서 뛰는 한 계속 마주칠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사부인…….”
백유정이 기쁜 마음으로 소리를 지르던 그 순간.
“우세요?”
이선영은 울컥해서 눈물을 쏟고 있었다.
그 모습이 순간 백유정에게는 보이지 않았고, 박수를 치던 백유정 모친의 눈에 들어왔다. 손수건을 쥐여 주자 이선영이 고개를 꾸벅하며 받는다.
“아, 박준용 진짜. 투런포를 솔로로 만들어 버리네…….”
여전히 백유정은 벌떡 일어나서 응원을 하고 있었고.
광주 아이언스의 팬인 그녀의 부친은 머리만 긁적이고 있다. 딸이 빠른 결혼을 하는 것이 못마땅한 그였지만, 예비 사위가 될 선수가 잘하기는 참 잘했다.
“쩝, 광주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 순간, 그는 생각했다.
광주에서 데리고 오고 싶은 선수를 백유진과 유행운 중에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예비 사위를 고를 것 같다는 생각을.
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야빠에게는 그게 현실이었다.
* * *
“나 오늘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견제사당한 박준용은 유행운의 홈런을 보고 등골이 싸해졌다.
만약 박준용이 살아 있었다면 2점이었다. 하지만 견제사로 물러나면서 순식간에 점수는 1점이 되었다.
“형은 나한테 맞아야 함.”
윤규민이 도끼눈을 뜨고 박준용을 쏘아보았다.
“나 오늘 승투 못 하기만 해 봐.”
“…….”
“진짜 형은 나한테 맞을 줄 알아.”
윤규민이 하는 말은 순도 100%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