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49
149. 남탓 장인
└ 돌성길 때문에 망칠 뻔한 경기 ㅋ
└ 감독 선수 파악 안 됐나? 김해진을 9회에 쓴다고???
└ 아무리 점수 차가 난다지만 백유진은 마무리 투수고 김해진은 마무리 경험이 없음;;; 무슨 생각임?
└ 선발이 7회까지 잘 막았는데 그 이후에 투수를 몇 명이나 쓰는거냐……?
└ 이주영, 김해진, 권정용 안 쓰고 이길 수 있는 경긴데 ㅋㅋㅋㅋㅋ
└ 진짜 노답이더라 경기 운용 기가 참;
└ 좌우놀이 좀 작작해라 대타 쓰면 그만인 개똥같은 작전;;
└ 갓행운 유행운은 신이다 신
└ 대전 호크스 소속 선수가 먹여 살림 윤규민 미쳤음 공 지리더라 ㅋㅋㅋㅋ
이제 남은 조별 리그는 단 두 경기다.
필리핀 경기에는 김의현이 선발로 나가 깔끔하게 마무리했고 당연히 콜드 승이었다. 하루 휴식 후 태국전에는 윤형원이 선발 출전하여 조 1위를 견인했다.
일본전을 제외하면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 기뻐할 일도 아니었고 일본전에서 고전했던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A조 1위는 예상대로 대만.
B조 1위는 전승을 거둔 한국이었다.
“자, 이제 슈퍼라운드다.”
일본전에 소소하게 욕을 먹은 감독 박성길이 짐짓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우리가 유리한 상황은 맞지만, 대만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결승으로 직행할 수 있어.”
현재 상황은 A조는 대만이 전승으로 여유롭게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일본은 1패를 안았으니 강팀만 두고 보면 일본이 한발 뒤처진 상황이었다.
물론 아직은 확실치 않았다.
한국이 대만을 잡는다면 결승이 유력하다.
슈퍼라운드에서는 각 조 1, 2위가 맞붙는다. 한국의 첫 경기는 A조 1위인 대만이었고 그다음 날은 A조 2위 중국과 맞붙는다.
중국은 이변이 없는 한 우리가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약팀이었고, 대만은 아시아에서 저력을 갖춘 강팀으로 분류된다.
대만이 만약 일본에게서 승리를 가져온다면 자연스럽게 전적을 따져 한국과 대만이 결승에 오르지만, 일본이 대만을 이기고 대만은 한국을 이긴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경우의 수 싹을 없애 버리기 위해서라도 한국은 대만을 이겨야 한다.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 라운드 김명중 선발]└ 이거 이기면 결승 유력하다
└ 가즈아
└ ㅋㅋㅋㅋ 이번에는 우승해야지
└ 올해 못하면 ㅂㅅ임 선발 탄탄하고 불펜도 그럭저럭 쓸만하지 유행운 있음 ㅇㅇ
└ ㅇㅈ 유행운이 있다
└ 선발이 잘 막아도 득점이 안 터지면 ㅈ되는데 유행운이 있어서 점수가 나와
└ ㅇㅇㅇㅇㅇ 유격 수비도 미쳤음
└ 존나 경기 보다보면 갖고 싶어서 미치겠음
└ 그런 날 있잖아……. 유행운이 미치도록 갖고 싶은 날
└ 유행운 수비 진짜 잘하더라 오히려 타격 때문에 수비가 묻히는 느낌?
└ 군면제 받고 당장 미국 가시길
└ ㅋㅋㅋㅋ 서비스타임 아직 한참 멀었단다
└ 그냥 보내
└ 동의 완
└ 미국행? 못참지 보내
└ ㅋㅋㅋㅋㅋ 대전이 퍽이나 놔주겠다
* * *
“네, 조별 리그에서 일본을 이기고 조 1위를 차지한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아무래도 일본보다 대만은 심적으로도 편한 상대여서 선수들이 긴장만 하지 않는다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대만과의 경기 전날.
김명중과 유행운을 비롯해 국가대표팀 주장인 진민형이 기자 회견을 진행했다. 사실 다음 날 경기를 위해 가볍게 몸을 풀고 훈련을 했던지라, 컨디션 조절을 위해 감독 혼자서 기자를 상대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경기가 끝났거나 대회를 마쳤을 때는 선수와 함께하겠지만, 지금 굳이 주요 선수를 이끌고 기자 앞에 선 이유는 혹시 모를 패배에 대한 대비였다.
기자 회견에 감독의 발언만 나오면 모든 총알을 맞을 수가 있다. 하지만 대중에게 얼굴도 익숙하고 유명한 선수를 이끌고 나오면 질타를 나눌 수 있다. 그런 비겁한 이유 탓이었다.
“방심이요? 방심은 아니죠. 방심하면 큰일 납니다. 최근 대만에게 발목이 잡힌 적 있지 않습니까? 방심은 가당치도 않습니다.”
유행운은 다소 피곤했다.
오늘 훈련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가 반신욕을 할 생각이었다. 몸을 풀고 일찍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 타격 훈련을 한 후에 경기에 임할 생각이었는데, 기자 회견장에 끌려 나왔다.
여기서 가장 짜증이 난 선수는 역시 다음 날 선발 출전을 하는 김명중이었다.
선발 투수는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감독이 모를 리가 없는데, 차라리 결승전에 선발 기용으로 생각 중인 윤규민을 데리고 오는 게 나았다.
굳이 윤규민 대신 김명중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당장 내일이 대만전이니 기자들이나 사람들이 궁금해할 투수는 김명중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선수들이 잘해 줄 거고. 김명중 선수는 특히 국제 대회 경험도 풍부합니다. 내일 긴 이닝을 무실점으로 끌어 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김명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바로 표정 수습을 했지만, 감독의 발언은 누가 봐도 김명중에게 압박을 주는 내용이었다.
“아, 네.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제가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 주고 실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떨떠름한 감정을 최대한 뒤로 숨긴다. 김명중이 씁쓸하게 웃었고 그다음은 유행운이었다.
“또 우리 유행운 선수, 어린 나이에 KBO 대표하는 선수 아니겠습니까? 작년 신인왕에 MVP를 독식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아, 제발.
유행운이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은 약간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일 어떻게 경기를 풀어 갈 건지에 대한 내용은 쏙 빠졌고 선수 개개인에게 방향을 틀고 있다.
“지금 매 경기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 당연히 내일 경기도 홈런을 보여 줄 거라 기대합니다.”
당연히?
아니, 무슨 해설위원이나 캐스터가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로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 발언은 모두 감독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쉽지 않은 말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 그 경기에서 잘한 선수를 칭찬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압박이었다. 내일 잘하라는.
“예, 뭐…….”
기자에게 홈런에 대한 질문을 받은 유행운의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
김명중은 그런 유행운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박성길은 이미 명장이라는 소리도 들었겠지만, 사실은 투수 어깨를 갈아 버리는 걸로 유명했다. 우승 경력도 모두 선수빨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 감독이 몇 있다.
선수를 잘 만나서, 운이 좋아서 명장 소리를 듣는.
실상 깊게 들어가 보면 그의 밑에서 쓰러진 선수가 한둘이 아닌…….
“뭐, 홈런이…… 사실 치고 싶다고 치는 건 아니니까요.”
유행운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승리를 위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이후에도 박성킬, 아니, 박성길은 주장 진민형에게도 포수로서의 중요성과 팀을 잘 이끌어 줄 거라는 강제 믿음을 부여하며 끝까지 선수에게 부담감을 팍팍 심어 주었다.
“존나 싫지 않냐?”
국가대표로 차출되어 같은 동료로 뛰면 확실히 리그 일정을 소화할 때보다 친근함이 생긴다.
“싫죠. 완전 싫죠.”
“맞아요.”
기자 회견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주장 진민형의 방으로 모였다. 진민형의 룸메이트인 윤규민도 자연스럽게 함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무실점 맡겨 놨냐? 저렇게 말하면 내가 1실점만 해도 난리 날 텐데…….”
김명중이 한숨을 쉰다.
“벌써 기사 떴어요. 형, 무실점 기대한대요.”
유행운이 벌써 업로드된 기사를 보여 주며 말했다.
“가관이네. 영상 보니까 더 심한데? 감독이 유도하는 장면은 잘 안 나오고 선수들 대답하는 거만 줄줄이야.”
지금 윤규민은 웃고 있지만, 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피해 갔지만, 결승에 올라가게 되면 더 강하게 푸시를 받을 사람이 윤규민이었기 때문이었다.
“홈런도 맡겨 놨나 봐요.”
유행운 역시도 부담감을 느낀다.
요즘 리그에서 천재 타자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더욱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댓글 좀 봐 봐.”
진민형이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댓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윤규민이 아니라 내일 김명중이야 멍청아
└ ㅇㅇ 헷갈릴 수도 있지 ㅅㅂ
└ 저렇게 말 많은 사람 치고 실속있는 인간 본적이 없는데 ㅎ
└ 와 경기 시작하기 전부터 입 터네ㅋㅋㅋㅋㅋ
└ 대단쓰
└ 근데 영상으로 보면 박갈갈이 유도한 거 같지 않아?
└ ㅋㅋㅋㅋ 유도한다고 넘어가냐?
└ 아니 봐봐 유행운이 홈런 칠거라고 한 사람은 박성킬이고 유행운은 당황한 거 눈에 보임 김명중도 같은 패턴 같은데???
└ 아 그런가?
└ ㅋㅋㅋ 뭐든 존나 자신감 넘친단 건 사실 아님???
└ 박갈갈 남탓 장인임 ㅇㅇ
“형, 댓글 잘 쓰시네요.”
김명중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서 일개 팬인 척 댓글을 썼다. 이렇게 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심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잠이나 자자.”
내일 A조 2위 중국과 B조 2위 일본 경기를 오전 10시 40분에 진행한다. 그 이후에는 각 조의 1위 팀이 맞붙는데, 시간이 더 늦은 만큼 더위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카타르 개덥다, 진짜.”
“인정.”
“경기 한번 뛰면 녹초야, 완전.”
카타르는 더운 나라였으니 더위를 피할 수 없었다. 물론 한국도 무더위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감당할 만하긴 했지만, 대만이나 일본도 여름이 더운 건 마찬가지였다.
체력 관리가 필수였다.
직전까지 리그 경기를 뛰고 합류한 선수들이기 때문에 체력이 비축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제 그만 씻고 자자.”
윤규민이 돌아가라는 시그널을 보냈고 이미 유행운은 의자에서 일어난 상태였다.
“내일 우리 이깁시다.”
물론 선수를 탓한 감독도 문제지만, 애초에 국제 대회에서의 패배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보통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비난의 수위는.
[내일 지면 비행기 타지 말고 알아서 걸어와라]└ 수영하든 걸어서 오든 뭐 알아서 하슈
└ ㅋㅋㅋㅋㅋㅋㅋㅋ
└ 금메달 못 따면 목메달 ㅇㅈ?
└ ㅋㅋㅋ 공항에서 엿 먹기 싫으면 잘해야지 뭐
└ 근데 쟤네도 존나 이갈고 할거야 미필 한 무더기잖어
└ 만약 금메달 못 따면 비행기 타도 되는 애들은 유행운 김명중 윤규민 정돈가?
└ ㅇㅇ 그 정도 ㅇㅇㅇㅇ
└ 밥값한 애들만 비행기 탈 수 있음
└ 금메달 따도 강진은 계속 이 모양이면 걸어와야 해
└ ㅇㅇㅇㅇ 강진 존나 밥값 못함
└ 밥값해라 국대가 장난인줄 알아?
대체로 이 정도였다.
* * *
[슈퍼라운드 첫 경기가 끝났습니다. 예상대로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가볍게 콜드 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요. 이어서 슈퍼라운드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됩니다. 각 조 1위가 맞붙는데, 서로 굉장히 중요한 경깁니다.] [네, 맞습니다. 지금 두 팀 모두 패배가 없는데 여기서 강팀을 이기는 팀이 결승 진출을 이뤄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일본 입장에서는 대만이 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슈퍼라운드에서는 한국과 만날 일이 없으니까요.] [예, 1패를 안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는 대만이 패배하여 1패를 기록하는 게 결승 진출 확률이 높아집니다. 다음 날, 대만과 일본이 맞붙으니 그 경기에서 승리하면 결승 진출이 확실해지니까요.]그렇다.
한국이나 대만이나 이 경기는 물러설 수 없다. 특히 대만이 더 사정이 안 좋은데, 한국은 이 경기를 마치고 나면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느껴지는 중국과 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중국에게 패배한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 대표팀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가 느껴지는 팀이었기에 대만도 한국이 중국에게 패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 우리 일본도 이겼다. 지금 심적으로 쫓기는 팀은 대만이야.”
주장 진민형이 선수를 모아 다독인다.
“마음 편하게 먹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경기에 임하자.”
물러설 수 없는 경기.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에게 일격을 맞아 4연패를 거두지 못하고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대한민국.
올해는 설욕을 해야만 했고 명예 회복도 필요했다.
“자, 가자!”
슈퍼라운드 두 번째 경기가 무더위 속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