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0
150. 위기
대만전.
결승으로 가기 위한 길목에서 맞이한 두 번째 난관은 역시 대만이었다. 대한민국의 선발 투수 김명중은 5회까지 문제없이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안타깝게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매 이닝 출루에 성공은 했지만, 병살타가 터지며 흐름이 뚝 끊기고 후속 안타가 터지지 않아서였다.
[양 팀 모두 공격에서 실마리를 풀지 못하며 0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명중은 5회까지 완벽투를 보여 주며 대만 타선을 꽁꽁 묶었어요. 5회 초, 8번 타자부터 공격 이닝이 시작됩니다.]하위 타순부터 시작되는 공격.
김명중은 땀을 닦으며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선취점이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대만보다 더 많은 안타를 때렸다. 하지만 점수가 나지 않으면서 계속 분위기가 처지고 있었다.
상대보다 더 빨리 득점을 내야 한다. 대만의 선발 투수는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허백우였다.
허백우는 종종 위기를 맞이하지만, 땅볼 유도를 기가 막히게 하며 이닝을 정리한다. 괜히 대만에서 기대하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따악!
선두 타자가 힘없이 물러난다.
점차 김명중은 초조함을 느꼈다. 6회 초에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허백우는 오랜만에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며 점차 안정을 찾아 가고 있었다.
야구는 그렇다.
루상에 주자가 쌓이고 그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 기가 꺾인다. 동시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었는데, 투수 본인이 여전히 견고하다고 해도 분위기라는 건 무시할 수 없었다.
지금 대만의 분위기는 점차 올라가고 있었다.
허백우가 상대를 요리하고 있었고 위기를 극복할 때마다 자신감을 얻는다.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
게다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을 울린 팀이 바로 대만이었다.
[아, 선두 타자 볼넷으로 출루합니다. 오늘 김명중이 볼넷이 없었는데, 여기서 풀카운트 끝에 볼넷이 나오네요.] [이건 타자가 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김명중이 선택한 공이 실투가 아니었는데, 타자가 배트를 잘 참았어요.]김명중이 인상을 찌푸린다.
아무래도 투수의 공을 많이 경험하면 유리해지는 건 타자였다. 점차 김명중의 공에 익숙해지고 있다 볼 수 있었다.
단순히 KBO 리그의 144경기 중 단 하나의 경기라면 김명중을 믿고 마운드에 그대로 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단판 승부나 다름없었고 국제 대회였다.
박성길은 팔짱을 낀 채로 그대로 지켜보았다.
투수 코치가 조심스럽게 불펜진 이야기를 꺼냈지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박성길 감독이 생각하기에 김명중이나 윤규민은 최소 6이닝을 끌어 줘야 하는 투수였다. 그들보다 나은 투수는 불펜진에 없었다.
따아악!
초구 강습.
김명중이 인상을 찌푸린 채로 1루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보았다. 빠르게 우익수가 달려와 수습했지만, 1루 주자가 3루까지 달려갔다.
무사 1, 3루.
오늘 경기에서 별다른 위기가 없었던 김명중이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포수 진민형이 위기감을 느끼고 마운드를 방문했다.
지금 포수 입장에서는 여기서 투수 교체를 진행하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는 걸 알지만, 아무리 더그아웃을 보아도 코칭스태프는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었다.
흐름을 적절하게 끊는 것도 중요하다. 그 흐름을 끊는 방법으로는 투수 교체가 있었다.
“점수를 한 점 내주더라도 맞춰 잡자. 괜찮아.”
김명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무리 잘 던지는 투수라고 해도 실점을 영원히 안 할 수는 없었다. 로진백을 움켜쥐고 신중하게 공을 던지지만.
따아악!
이번에도 얻어맞은 타구가 담장 앞에서 잡혔다.
0의 균형이 깨졌다. 1루 주자는 태그업 후에 2루에 안착했고 점수를 내주었다. 동시에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지만, 영 찝찝한 결과였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아웃카운트를 잡는 게 더 중요합니다. 아쉽지만, 아직 1점이에요. 야구에서 1점은 아주 작은 점숩니다.]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는데, 괜찮지는 않았다. 팔짱을 끼고 있던 박성길이 김준서와 이주영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했다.
한발 느린 대처였고 6회는 김명중에게 맡긴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부웅!
[헛스윙 삼진! 김명중이 슬라이더로 상대의 배트를 이끌어 냈습니다! 지금 대만의 기세가 올라가고 있었거든요. 그 분위기를 삼진으로 끊어 냅니다.]과연 그럴까?
아직 2루에 주자가 머물러 있었고 여전히 대만은 분위기가 살아 있다.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만 이닝이 끝난다.
즉, 여전히 대만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따아아아악!
“아, 시발.”
김명중은 생각했다.
초구에 던진 공이 살짝 몰리는 실투라는 걸. 타자가 놓치길 바랐지만, 타자는 대기 타석에서 김명중의 공을 유심히 지켜보았고 이미 타석에서 경험해 본 적도 있다.
타자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잡아당겼고, 그 순간 김명중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퍼억!
김명중은 더그아웃에 들어와 글러브를 벽에 집어 던졌다.
잘하지 않았다. 한 점 실점하고 끝냈어도 잘하지 못한 거다. 리그 경기에서는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제 경기에서는 아니었다. 석 점이나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간 김명중은 울분을 쉬이 가라앉히지 못했다.
* * *
[김땡중 흔들리면 바로 내려야 하는데 박갈갈 뭐하냐?]└ 22 볼넷 내줄 때 투교 했어야지;;;
└ 333 구경꾼임??? 김땡중 실점하고 나서야 불펜 준비하더라
└ 44 왜 꼭 홈런 처맞고 교체하냐고 박성길 시발
└ 순식간에 3점차 ㅋㅋㅋㅋ 돈다 진짜
└ 점수 낼 수 있냐??
└ 유행운 홈런 소취
└ 출루해 행운이 앞에 주자 놔라
└ 제발!
└ 근데 강진 타순 안 내리냐?????? 1할따리가 5번????
2번 타자 박선우부터 시작되는 7회 초 공격.
이제 경기 후반이었기에 한국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과 달리 안타가 터지지 않았고 4번 타자 유행운은 주자 없이 타석에 서야 했다.
“하…….”
대만은 투 아웃을 잡은 상태에서 타격감이 좋은 유행운을 상대하지 않았다. 허백우는 어느새 마운드를 내려왔고 이어서 불펜진을 가동했다.
대만 입장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되는 상황에서 상대의 강타자와 승부할 이유가 없었다.
대기 타석에는 강진이 준비하고 있다.
“미치겠네…….”
유행운이 배트를 옆으로 던지고 1루를 걸어 들어갔다.
앞서 2, 3번 타자가 출루를 하지 못하며 고의 사구로 걸어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이 현실이 되었다.
[ㅋㅋㅋㅋㅋㅋ 시발 강진 ㅠㅠㅠㅠㅠㅠ]└ 환장하겟네
└ 나라도 유행운 걸러 ㅅㅂ
└ 강진 1할따리…….
└ 어쩌냐 진짜
└ 갑분 깡진이 홈런 때릴 수도 있잖아
└ 깡진 같은 소리 하네 대가리 깡이다
└ 우리 ㅈ됨
└ 믿을 건 유행운 하나였는데…….
강진은 KBO를 대표하는 젊은 타자 중에 한 명이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제대로 된 강타자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2할도 채 안 되는 타율로 그를 클린업이 아니라 하위 타순으로 옮겨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박성길은 그를 믿었다.
사실 믿었다고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강진에 대한 격렬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으니 이건 믿음 야구가 아니라 방치 야구라고 할 수 있었다.
부웅!
강진의 배트가 헛돈다.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유행운이 이번 경기에서도 1안타 2볼넷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후속 타자가 죽을 쑤면서 번번이 찬스를 이어 가지 못하고 있었다.
[5회 만루 못 먹으니 이렇지 ㅋ]└ 22 그때 점수 냈어야…….
└ 33 ㅋㅋㅋㅋㅋ 강진이 오랜만에 걸어서 출루했는뎈ㅋㅋ
└ 444 2사 상황에서 유행운 거르고 투수가 좀 흔들렷음 ㅋ
└ 55 1루에서 존나 깔짝거리고 견제구 날려도 가뿐히 무시하고 도루 성공했으니까 ㅋㅋㅋㅋ
└ 666 내 팀일 때 존나 든든한 갓행운
└ 77 투수 흔드는 거 유행운 지려;; 또 유행운 2루에서도 깔짝대서 3루까지 훔쳤잖아
└ 88 볼넷으로 만루 채워줬는데 안타가 안 나오고 뜬볼 나와서 이닝 종룤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하나 싶더라
그렇다.
찬스가 오면 먹어야 한다.
받아먹지 못한다면 분위기는 꺾인다. 특히 만루 찬스에서 1점도 내지 못했을 때는 팀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유행운이 걸어 나갔다.
지금도 1루에서 리드폭을 늘리며 투수를 흔들려 했지만, 허백우처럼 먹히지는 않았다.
이미 유행운을 거르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주자는 신경 쓰지 않기로 결론을 냈기 때문이었다.
[유행운 도루! 2루에 걸어서 안착합니다. 대만은 도루에 대응조차 안 하네요.]거의 무관심 도루였다.
강진은 그 와중에도 헛스윙을 하며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따악!
내야에 높게 뜬 타구.
유행운이 탄식하며 3루를 향해 달려갔고 그렇게 무의미한 주루 플레이는 3루수 글러브에 공이 쏙 들어가며 7회 초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 * *
강진이 땅굴을 판다.
차라리 대타를 기용해서 이 경기를 그만 뛰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타격 사이클이 이렇게 내려갈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들수록 공을 제대로 맞추질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고무적인 건, 김준서를 시작으로 등판한 불펜진이 실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김준서는 7회 투 아웃을 잡고 이주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주영 역시도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군대가 걸린 문제.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 있게 공을 던졌다.
유행운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확실히 이주영이 인천 바이킹스에서 잘 배웠는지, 맞춰 잡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힘으로만 누르려던 모습을 보였는데, 이제는 머리를 쓸 줄 알게 되었다.
“약속의 8회!”
이주영이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3점 차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다들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타깝게도 약속의 8회 따위는 없었다.
삼자범퇴.
이렇게 무기력할 수가 없었다.
한 점이라도 따라붙어야 했다. 하지만 단체로 타격 페이스가 바닥으로 떨어진 건지, 출루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만은 자신감을 되찾는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물어뜯은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있었다.
[8회 말. 윤형원이 등판합니다. 여기서 김해진이나 백유진 카드를 쓸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발 자원이었던 윤형원을 꺼내네요.] [예, 제가 생각하기에 감독은 내일 중국전을 제외하면 결승만 남지 않았습니까? 결승에 진출한다고 생각하면 결승전에 쓸 카드는 윤규민이거든요. 윤형원이 태국전 선발이었지만, 60구 던졌고 휴식을 충분히 취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윤형원은 이틀 전,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 나서서 56구를 던지고 내려왔다. 사실 휴식을 충분히 취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군대가 걸린 문제에서 물러설 수가 없어 나름대로 박성길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윤형원ㅋㅋㅋㅋㅋ 시발 갈아라 갈아]└ 불펜에 투수가 없나용? 불펜에 투수가 없나용? 불펜에 투수가 없나용용?
└ 60구 던진 선발을 바로 쓰네 ㅋ
└ 환장~
└ ㅋㅋㅋㅋ 김준서도 매일 나옴 ㅋㅋ 틀면 나와
└ 김준서만 갈았냐 이주영 백유진도 매일 나와 쓸놈쓸이야
└ ㅇㅇ 김해진 불질 하고 나서는 원포인트로만 씀
└ ㅋㅋㅋㅋ 첫 경기에서 불펜 쇼케이스 할 때부터 알아봤다
└ 시발 9회에 역전은 할 수 있고???
└ 황당하네 ㅋㅋㅋㅋㅋ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한 윤형원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선두 타자를 안전하게 삼진으로 잡고 그다음에는 유격수 방면 땅볼을 유도했다.
[투수 교체 진행합니다. 윤형원이 투 아웃을 잡고 김해진에게 마운드를 넘깁니다.]또 투수 교체.
좌우 놀이가 시작되었고 기다렸다는 듯이 대만은 대타를 기용했다.
김해진은 긴장한 얼굴이었다. 주자는 없었지만, 3점 차로 뒤처지고 있다. 여기서 홈런을 맞거나 불질을 하면 욕을 얻어먹는 건 물론,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니 여기서 반드시 실점을 하지 않고 막아야 했다.
“제발.”
공을 문지르며 김해진이 기도한다.
긴장감 어린 눈으로 한 구, 한 구 영혼을 실어 공을 던진다. 초구는 제구가 잘 잡혀 몸쪽에 기가 막히게 들어갔고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긴장을 서서히 풀어 간다.
유인구를 던져 상대의 배트를 유혹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이후에는 전력 투구였다. 바깥 보더라인에 걸치는 투심.
따아악!
경쾌한 타격음 소리가 들리고 투수와 포수가 타구를 눈으로 따라간다.
“아.”
삼유간을 꿰뚫을 수 있는 강한 타구였다.
유행운은 수비 위치를 두 걸음 뒤로 자리 잡고 있었다. 김해진은 괜찮은 투수지만,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하니 얻어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 탓이었다.
재빠르게 타구를 따라간 유행운이 바닥에 떨어지고 튀어 오르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건져 냈다.
공을 빼며 벌떡 일어난 유행운이 원 스텝을 밟으며 강하게 공을 뿌렸다. 그 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깔끔하게 공을 건져 냈지만, 타자가 배트를 던지고 미친 듯이 내달리고 있었다. 내야 안타처럼 기분 나쁜 일은 없었다.
퍼엉!
공이 1루수 미트에 깔끔하게 들어갔다.
“아웃!”
그 순간, 잠잠했던 한국인 관중이 벌떡 일어나며 함성을 내질렀다. 유행운도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주저앉았고 투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눈부신 수비! 이번에도 메이저급 수비를 선보이며 유행운이 제 손으로 아웃카운트를 만듭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9회 초, 대한민국이 다시 공격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