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21
21. U-18
순식간에 7:0.
천적에 가로막혀 힘을 못 쓰던 경원상고의 4번타자가 만루홈런을 때리며 승기를 잡는 점수를 가져왔다.
이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은 학부모만 있는게 아니었다.
북성고와 붙었을 때보다는 스카우터 수가 적었지만, 여러 구단 스카우트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힘 하나는 진퉁이네.”
장외 홈런을 때린 민현웅을 본 대전 호크스 스카우트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는 1라운드 1번의 지명권은 민현웅에게 있었다.
작년까지 민현웅이 보여주었던 퍼포먼스가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죠. 신우고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아무리 천적이라도 민현웅에게 만루를 만들어 주는 건 좀 무리수죠.”
김 대리는 1라운드 지명권은 무조건 민현웅에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유행운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튀어 나왔지만, 아직 정보가 부족하기에 안정성을 생각하면 민현웅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야구는 결과론이지.”
최준혁은 다각도로 드래프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1라운드의 지명권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까지 경험을 보아 실링이 높고 안전한 선수를 고르는게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유행운과 승부를 했어도 실점을 했을거야.”
요즘 계속 유행운이라는 타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반짝했다고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니에요?”
“내가 경원상고 졸업생도 아니고 뭘 믿어.”
최준혁은 여전히 동태 눈깔을 갖고 있는 김 대리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전 호크스의 문제점이었다.
자기 사람은 일을 못해도 안고 가는 쓸데 없는 고집.
김 대리의 이름은 김지석이었다.
김지석은 천안 북천고 출신으로 대전 호크스의 성골 출신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북천고를 졸업하고 호크스 지명을 받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실력은 부족했다.
당연히 선수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고 구단에서는 그의 자리를 만들어주는데, 그게 하필 스카우트팀이었다.
“어제 반짝이라기에는 컨택률이 높잖아. 오늘도 밀어쳐서 홈런 만들어낸 걸 보고도 그런 생각을 해?”
최준혁은 지금 유행운을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유행운은 유격수였다.
고교 시절 유격수로 활동했던 선수도 프로 입단하고 난 후에는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숱하다.
그만큼 유격수는 쉽게 찾을 수 없는 포지션이었다. 유격수에게 중요한 덕목은 단연 수비였다.
경원상고 감독인 이형호가 프로라는 냉혹한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수비 덕분이었다.
‘호크스의 구멍은 지금 유격수인데.’
현재 대전 호크스는 주전 유격수가 있기는 하지만, 과하게 벌크업을 하며 밸런스가 모두 무너졌다.
장타가 늘어나기는커녕, 삼진을 먹는 비율이 늘어났으며 수비에서도 범위가 확 줄어 구멍이 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뚜렷한 백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조금씩 세금을 먹여가며 키울 유격수 유망주도 없는지라, 이번 드래프트에서 괜찮은 유격수 자원을 픽하는게 목표기도 했다.
“공백기가 너무 길어요. 팀장님도 자료 보셔서 알잖아요. 유행운, 쟤 4년을 쉬었어요. 4년.”
“아는 얘기를 왜 핏대 세워서 하냐?”
“지금 잠깐 잘한다고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죠. 몸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겠어요? 올해 잘한다고 해도 언제 고장날지 모른다니까요.”
나름 김 대리는 팀장에게 무시를 당하면서도 자신만의 생각은 확고했다.
“부상 위험은 있겠지.”
최준혁 역시도 그의 의견을 일부 인정한다.
“하지만 그건 모든 선수가 갖고 있는 문제 아닌가?”
실제로.
“김 대리, 너도 프로 3년 차에 팔꿈치 나가서 은퇴했잖아.”
아니, 뭐.
“실력 부상이 그 전에도 심각했겠지만.”
최준혁은 대전 호크스로 이직하면서 선수 보는 눈이 바닥을 찍는 팀원들을 보며 매일 화딱지가 났다.
나름 프로까지 진출했다는 자부심은 있는데, 그게 끝이었다. 운동을 했던 사람은 ‘공부’와 담을 쌓은 경우가 많은데, 김 대리도 그런 부류였다.
“원래 운동선수는 부상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사는 사람이야. 유리몸인지 아닌지는 뚜껑 열어봐야 아는 거고.”
딱!
잘맞은 타구음이 울리고.
또 다시 동네북처럼 얻어 맞고 있는 박찬형을 건져 내는 건, 유행운이었다.
“드래프트는 가장 실링이 높은 자원을 뽑는 거야.”
투수 글러브를 스쳐 지나간 강습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건져낸 유행운.
“그러니, 다른 구단에서도 유행운이라는 애를 확인하는 거다.”
신월 야구장에는 대전 호크스만 와 있는게 아니었다. 부산 마린스는 물론, 서울 스타즈도 자리를 잡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이, 유행운은 흙을 털어내며 웃고 있었다.
* * *
6회 말.
내심 콜드게임을 바라고 있던 경원상고는 벌떼야구를 하며 신우고 타선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다.
현재 점수는 9:4.
경원상고는 중심타선이 시작되면 기다렸다는 듯, 점수를 벌었고 그 외에서는 침묵했다.
신우고는 끈질기게 따라붙으려 노력하지만, 점수를 내는 순간 상대의 중심타선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지금 이 순간, 프로 구단 스카우트팀 뿐만 아니라 이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저 친구 괜찮은데?”
바로 이번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 감독 박동욱이었다.
그는 작년까지 동영대학교 감독이었다.
꽤 오래 감독 생활을 했고 작년을 끝으로 은퇴를 했는데, 뜻하지 않은 소일거리가 박동욱을 찾아왔다.
그 소일거리가 국가대표 감독이었다.
지금까지 고교 감독이 U-18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외부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는 고교 감독이 선임될 경우 여러 가지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최근 야구 국가대표는 성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올림픽에서 처참한 성적을 보여준 성인 대표팀은 물론이고 WBC에서도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U-18이라도 호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U-18에 합류하는 국가대표는 곧 한국의 미래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공정한 선발이 필요했고 그 이유로 작년까지 대학 감독이었던 박동욱이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저 친구 어제 경기에서도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였습니다. 사실 정보가 없어서 저도 열심히 찾아보고 있기는 한데, 야구를 중간에 쉬었다더라고요.”
옆에는 박동욱의 제자가 김성하가 앉아 있었다.
대학교 졸업 후에 프로 진출에 실패하고 취업 준비 중에 있던 김성하는 지금도 박동욱과 함께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박동욱이 고교 감독으로 취업할 수도 있었기에 미리 잘 보여 코치로 가보려는 속셈이었다.
“그게 더 대단하지.”
부상 위험을 우려하던 김 대리와 달리 박동욱은 유행운의 공백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쉬었다가 다시 야구를 하는데, 저런 퍼포먼스라니. 저건 천재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 돼.”
그 순간.
“참 유연해.”
유행운은 마치 보란 듯이 슬라이딩 하며 빠지는 타구를 낚아챘다.
“저걸 잡고 바로 송구를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부드러워. 유격수가 딱 수비를 잡아주니까, 신우고가 분위기를 타려다가도 계속 꺾이는 거야.”
박동욱은 메모지에 열심히 유행운에 대한 감상을 적고 있었다.
“처음 선취점도 저 친구잖아요.”
“그렇지. 경원상고는 신생팀이라 초반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해. 처음 시작에서 밀리면 경험이 없어서 극복하는게 굉장히 힘들거든.”
박동욱은 대학 감독도 그만 두었기에, 더 열심히 고교리그를 찾아보고 있었다.
어제는 국대 에이스가 될 이주영을 살펴보았고 다음은 민현웅이었다. 그러다가 눈에 띈거다. 새로운 유격자원이.
“어제 경기도 그렇지만, 선취점을 가져오면서 분위기가 탔거든. 그 중요한 득점을 항상 저 친구가 해내고.”
박동욱의 목표는 우승이었다.
우승을 하고 계속 U-18의 지휘봉을 움켜쥐는게 계획이었다.
이제는 나이도 어느정도 찼고 제자의 바람과는 달리, 간간히 청소년 국대 감독이나 하며 살고 싶었다.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
얼마나 좋은가.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직접 만지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럼 감독님께서는 유행운, 저 친구를 유격자원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뭐. 초반이라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박치열이라는 애보다는 낫지 않나?”
박치열.
현 고교리그에서 가장 실링이 높다고 평가되는 유격수였다.
“어제 오늘 보여주는 퍼포먼스로만 보면 저도 감독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박치열 그 친구도 괜찮아요.”
“됐고, 박치열이가 진동고지?”
“네, 광주 지역입니다.”
“그럼 주말리그에서 둘이 맞붙을 일은 없겠군.”
쩝, 아쉬운 듯 박동욱이 입맛을 다신다.
“그나저나 좀 춥네.”
바람이 쌩쌩 부는 야구장.
경기를 보던 박동욱이 또 다시 안타가 터지자 한숨을 쉬었다.
“오늘 타격전인 것 같은데, 선수 파악만 하고 가야겠어.”
사실 나중에 자료를 보며 선수 선발을 해도 되지만, 대학 감독을 그만둔 뒤로 시간이 많아진 박동욱이었다.
그래서 나와봤다.
자신을 극진하게 모실 제자를 데리고.
“경원상고 다음 타선이 2번부터 시작이지?”
“네, 맞습니다.”
현재 6회 말.
신우고 9번 타자가 안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했다.
즉, 상위타순으로 연결이 되었고 1사 1루에서 또 다시 득점의 기회를 잡았다.
“그럼 민현웅까지 오니까, 다음 공격까지 보고 가지.”
오늘 경기에서 볼 건 다 봤다.괜찮은 유격 자원도 확인했다. 박동욱이 유행운을 좋게 보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수비는 물론, 장타력까지 겸비된 유격수.
당연히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경원상고가 우승하려면 투수진이 안정되야겠는 걸. 수비 시간이 이렇게 길어서야 되겠어?”
쯧, 괜히 볼멘소리를 낸 박동욱이 멀리 유행운을 지켜보았다.
“저 친구 유니폼 더러워진 거 좀 봐. 얼마나 빠지는 타구가 많았으면 저래.”
안쓰럽다는 듯 유행운을 바라본다.
그 순간, 유행운 인생에 또 다시 초록불이 켜졌다.
U-18 감독, 박동욱 눈에 들어온 유행운은 아주 오랜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도 있는 기회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