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27
27. 수비가 더 늘었잖아
“호크스는 역시 민현웅 원픽이겠지?”
“선택의 여지가 있겠어요? 지금까지 꾸준히 잘하는 애를 뽑겠죠. 덩치 봐요. 힘도 타고났고. 저기서 가다듬으면 홈런 15개? 그 정도는 거뜬히 칠 걸요.”
틀렸다.
미래에 민현웅은 호크스 입단하고 1년 차에 적응을 마친 후에 바로 KBO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데뷔 시즌 타율은 0.298을 찍었고 OPS는 0.934에 홈런은 21개를 때렸다.
데뷔 시즌이라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성적이었다.
게다가 시즌 스타트를 2군에서 찍은 걸 감안하면 호크스는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유행운을 설마 낚아챌 생각은 없겠지?”
“설마요. 솔직히 마린스도 이주영이 유력해서 스타즈가 먹지 않겠어요?”
“바이킹스는?”
“포수 지명할 걸요. 이름이 뭐였더라. 암튼 괜찮은 애 하나 있잖아요.”
“그 다음 스타즈가 유행운을 먹을거다?”
“단 두 경기지만, 포텐은 확실하잖아요.”
이 경기를 지켜보는 구단이 많다.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있었지만, 은근히 견제를 하고 있었다.
유행운이라는 존재가 드래프트를 뒤흔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태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수원 매지컬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어쩌지?”
“어쩌긴요. 저희 지금 주태양 보러 왔잖아요.”
“그렇지?”
현재 드래프트 순번은 대전 호크스를 시작으로 그 다음 부산 마린스가, 그 후에는 인천 바이킹스, 서울 스타즈, 수원 매지컬 순으로 진행한다.
보통 앞순서에서는 치열한 눈치 싸움이 이어지는데, 종종 2라운드에서 얼리픽이 터지기도 했다.
“주태양도 좋은데, 만약 스타즈가 유행운 먹으면 우리도 계산 다시 해야겠는걸.”
현재 스타즈 다음으로 지명을 하게 될 수원 매지컬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유망주 유행운의 존재를 긴밀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현재 10구단 스카우트팀의 평가는 일치했다.
유행운은 지금 활약을 유지하면 1라운드에 팔린다.
“투수 주태양이냐. 외야수 이범우냐.”
아무리 걸출한 유망주라고 평가된다고 한들, 재능이 터지는 건 신의 영역이다.
예상도 못한 하위라운더가 운 좋게 터지는 경우도 있었고 계속 붙잡고 있었는데, 도통 터지지 않아 트레이드로 보낸 유망주가 갑자기 포텐이 터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만큼 유망주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범우도 괜찮죠. 수비는 바로 써먹어도 될 정도 같고요.”
“이왕이면 유행운이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맞아요. 심지어 유격순데, 그것도 이형호 감독이 키우는 제자잖아요.”
그게 또 유행운의 셀링 포인트였다.
수비천재라고 불리던 이형호가 직접 만지고 키우는 유망주. 그것도 유격수.
“일단 영상 잘 찍어 두고.”
“네.”
“유행운은 물론, 주태양, 이범우 다 확인하자고.”
“아, 백유진은 어때요?”
“킵, 그 친구는 빨라야 3라운드일 것 같은데, 얼리픽 할만 한 가치가 있는지는 조금 더 지켜보자고.”
유청고와의 대결을 앞두고.
스타즈를 포함한 10구단들은 9월에 열릴 드래프트를 준비한다.
당일에 변수가 터질 수도 있는 KBO 이벤트.
팬들이 주목하고. 픽에 따라 욕을 처먹을 수도 있는 나름 대형 이벤트였다.
“자,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유청고의 에이스 주태양이 마운드에 올랐다.
* * *
주태양.
유청고의 에이스이자 수원 매지컬에 입단했던 투수. 유행운이 회귀를 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주태양은 키가 크다. 190이 넘는 큰 키와 솥뚜껑처럼 두툼하고 큰 손이 장점이었다.
높은 타점에서 때리는 강속구는 고교 수준에서는 언터쳐블 그 자체였다.
주태양이 투수 최대어 경쟁에서 이주영에게 밀렸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주영이 보기 드문 옆구리 투수에 제구력도 준수했다는 것.
주태양은 구속으로는 이주영에게 밀리지 않았지만, 제구가 다소 날리는 경향이 있었고 무엇보다 희귀성에서 밀렸다.
“와, 어렵다.”
경원상고의 라인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번타자 강수현은 풀카운트 상황에서 헛스윙으로 물러섰다. 타점이 높았고 제구가 잡히면 그 누구보다 강한 투수가 주태양이었다.
“공 빨라. 키가 커서 체감 속도가 더 큰 것 같아.”
강수현이 바로 류진운에게 정보를 알려 주었다.
“바깥쪽 제구는 좀 날려. 빠지는게 많아. 몸쪽은 뒤지기 싫으면 그냥 피해. 맞으면 존나 아플 듯.”
나름 8구 승부까지 갔었다.
풀카운트에서 참지 못하고 빠지는 공에 손을 댔다. 강수현의 정보가 대기타석에 있는 유행운에게까지 닿았다.
“류진운, 공 길게 봐.”
그 말을 끝으로 류진운이 타석에 섰다.
뭐든 에이스가 등판할 때는 끈질기게 승부하는게 좋다. 초구 공략이 성공해서 출루하는 거 아니라면, 공 하나라도 더 던지게 하는게 유리했다.
에이스가 강판되어야 승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류진운은 타석에 바짝 붙고 승부에 임했다.
‘구위는 진짜 좋네.’
유행운은 승부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구위만 좋아.’
과거 주태양은 좋은 신체조건으로 매지컬에 입단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평가는 고교 시절에도 유명했지만, 그럼에도 실링이 높은 자원이었다.
물론 그 재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좋은 자원이었지만, 주태양은 결국 제구를 잡아내지 못했다.
“아웃!”
지금 주태양은 두 타자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류진운 역시도 7구까지 가는 승부였고 땅볼을 쳤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는 힘 없는 타구였다.
“제구가 너무 날리니까, 더 힘들어. 어떨 때는 잡히고 어떨 때는 안 잡혀.”
류진운의 소감을 듣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주태양은 중구난방 제구력이었다. 그래서 프로 진출 후에는 구속을 포기하고 제구를 선택했을 정도로 영점이 잘 잡히지 않는 투수였다.
‘만년 유망주.’
그 결말은 서른을 앞두고 트레이드.
수원 매지컬이 만년 유망주 주태양과 자리가 없어서 백업을 전전하던 내야수를 인천에 보내고 불펜으로 쓸만 한 투수를 받았다.
주태양은 쓸쓸히 수원을 떠나 인천에서 새롭게 태어나 보려고 했지만, 결말은 그리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했다.
“볼!”
제구는 날리는데 미트에 꽂히는 소리는 묵직하다.
수원이 계속 붙잡고 기회를 주며 키우려고 했던 이유가 다 있었다.
‘변화구는 싹 다 빠지네.’
앞서 승부를 지켜보며 유행운은 주태양이 변화구 제구가 특히 잡히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초구 슬라이더는 속지 않을 궤적이었고 체인지업은 높게 형성됐다.
투 볼 상황에서 포수는 어쩔 수 없이 직구를 선택한다.
“후우.”
유행운이 타격 자세를 취했다.
주태양이 높은 타점에서 공을 뿌렸다. 위에서 아래로 꽂히는 직구.
포수의 미트는 바깥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반대 투구가 되고 있다.
‘실투!’
따아악!
유행운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미 변화구를 연달아 던지고 제구가 잡히지 않자, 직구를 선택할 거라는 걸 짐작했었다.
중앙에 물리는 공을 놓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 시발.”
주태양이 타격음을 듣자마자 고개를 푹 숙이며 욕을 내뱉었다.
투수는 안다. 타자가 공을 후려치는 그 순간, 홈런을 예상할 수 있다. 대부분 그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유행운은 배트를 옆으로 던지고 베이스를 돌았다. 이제 선취점으로 홈런을 치는 건, 작은 루틴이 되고 있었다.
‘구장이 작아서 다행이야.’
선취점을 또다시 가져온 유행운은 학부모들과 어색하게 앉아 있는 엄마를 보았다.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다. 주말이라고 하지만, 엄마가 야구를 보러 오다니.
유행운은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가볍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야, 적당히 쳐.”
민현웅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 손을 내리치며 유행운이 민현웅을 보았다.
“넌 유삼딱이잖아.”
“뭐래.”
민현웅이 투덜대며 타석에 들어선다.
주태양은 로진백을 주무르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오늘 경기를 보러 온 스카우터, 특히 수원 매지컬 앞에서 더 이상의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
그런 각오가 느껴졌다.
* * *
– 진지하게 대전은 유행운을 먹어야 함
└ 개솔 ㄴㄴ 거포는 먹고 뒤지는 거임 민현웅 먹어야 함
└ 민현웅 거르면 마린스만 좋은 일 하는 거 ㅋ
└ 미친 소리 하지마라 진짜
└ 그냥 꼴찌를 위해서 1라운드는 지명권 두 개 주면 안 되냐? 그래야 리그 평준화가 된다 ㅅㅂ
└ 맞아 우리 불쌍하잖아 두 개 줘
한 경기 반짝일 것 같았던 유격수 유행운이 세 경기 연속으로 홈런 행진을 이어갔다.
그 결과.
“아, 미치겠네. 진짜.”
팬들 뿐만 아니라 대전 호크스도 흔들리고 있었다.
유행운은 첫 경기부터 인상적이었다. 경원상고라는 신생팀을 이끌고 있다.
타자 최대어라 불리는 민현웅보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잘치긴 진짜 잘 치네요.”
옆에서 팀장 속도 모르고 김 대리가 감탄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민현웅을 뽑아야 한다는 주의였지만, 순수하게 유행운의 장타력은 인정했다.
“차라리 좀 죽 쑤면 2라운드에도 남을 것 같은데.”
지금 최 팀장은 그런 생각도 하고 있었다.
적당히 잘해서 2라운드로 밀리면 좋겠다. 그러면 바로 호크스에서 지명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저 놈들이 그럴 리가 없지.”
근처에 포진해 있는 타 구단 스카우터는 유행운이 남아 있다면 반드시 낚아챌 것이다.
심지어 마린스까지 이주영보다 유행운을 더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배 아플 것 같은데······.’
지금 호크스는 그런 입장이었다.
이미 단장에게 보고했지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작년 민현웅 리그의 승리팀은 호크스였다.
물론, 대전이 민현웅 리그에서 승리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다.
항상 대전 호크스의 목표는 탈꼴찌였고 중위권을 넘어 가을야구까지 진출하는게 목표였다.
하지만.
‘돈을 써야 뭘 하지.’
현재 대전의 분위기는 어떤가.
모기업은 잘 나가고 있음에도 야구단의 투자를 멈췄다. 그 과정에서 보살이라 불리던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보살이고 뭐고.
이제 꼴찌는 지겹다는 뜻이었다.
“민현웅도 잘해요.”
옆에서 김 대리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누가 모르냐?”
지금 민현웅은 외야 담장을 때리는 장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했다.
알고 있다.
민현웅이 직전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쳤을 때, 확실히 될 싹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근데 이 찜찜함은 뭐냐고.’
최준혁의 시선이 계속 유행운에 닿아 있었다. 더그아웃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경기를 보고 있는 유행운을.
‘놓치면 좆될 것 같은데.’
그 직감 때문에 지금 마음이 불편한 거다.
게다가 유행운의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그 증거로 지금 이 경기에 10구단이 출동했다.
“에이, 팀장님. 고등학생이잖아요. 유격수가 프로에서 살아남을 확률 10%도 안 될 걸요?”
그 말도 맞다.
고교시절 유격수를 전문으로 봤던 선수가 프로에서 성공할 확률은 아주 적다.
유격수는 굉장히 귀하다. 제대로 된 유격수를 육성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웠다.
그러니 종종 용병을 유격수 포지션으로 구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만큼 유격수는 귀했다.
“아웃!”
결국 민현웅은 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닝이 끝나고 경원상고의 수비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악!”
최준혁 팀장이 머리를 싸맸다.
그 이유는 유행운이었다.
“수비가······!”
쉽지 않은 공을 달려가며 백핸드 캐치.
그 이후에는 지체없이 점프 스로우.
타구에 대한 반응 속도, 발 빠른 타자를 잡기 위한 과감성, 그리고 송구의 정확도까지.
“수비가 더 늘었잖아······!”
유행운은 최준혁의 절규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