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57
57. 럭키럭키럭키보이!
미디어데이가 끝나는 동시에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 최정환 돌앗? 갑분우승?
└ 기분은 나빴을 것 같긴 한데, 우승…?
└ 무시당하는 거 하루 이틀이냐 그냥 참지
└ 밖에서 존나 비웃던데;;;
└ 짜증난다
└ 애초에 꼴탈 진작했으면 이렇게 무시당했겠냐고
└ 말이나 말지 더 우스워짐
최정환 감독의 발언은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
10구단 감독 전체가 우승에 욕심을 냈다. 최정환은 무시당한 상황에서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우승을 외쳤다.
당연히 감독으로서 ‘우승’을 입에 올리는 건, 우스운 일이 아니었으나.
– 일단 꼴찌 탈출이나 하고 말해라 ㅋㅋㅋㅋㅋㅋ
– 만년 꼴찌팀이 우승 말하면 당연히 웃기지 ㅋㅋㅋ
– 강우성 돌아왔다고 지들이 우승권 전력이라 착각하나 봄 ㅋㅋㅋㅋ
자연스럽게 비웃음이 이어졌다.
이 모든 반응을 대전 호크스는 지켜보고 있었다.
“다 봤지? 우리가 우승이 목표라고 하니까, 감독님 욕먹는 거.”
미디어데이 이후 지선호는 선수단을 소집했다.
사실 지선호 역시도 대전 호크스는 우승을 할 수 없는 팀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주장이었다.
팀의 주장으로서 처음부터 패배감을 안고 출발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인 그림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짜는 거지만, 경기는 우리가 하는 거다.”
책임감을 갖게 된 지선호는 올해 어떻게든 팀이 반등에 성공해야 함을 깨닫고 있었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아직도 불안 요소가 더 큰 대전 호크스였다.
정규 시즌은 길었고 그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일이 펼쳐질 것이다.
그걸 극복하려면 서로를 신뢰해야 하며 작은 문제도 없이 뭉쳐야 했다.
일단 유재원은 없어졌으니, 첫 번째 불안 요소는 제거했다.
“우리는 항상 개막전에서 패배했다. 매번 대패했어.”
개막전.
이틀 후 열리는 개막전의 경기 결과는 중요하다.
“개막전에서 승리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늘 반복했던 개막전 패배를 지워야 한다.
“이기자.”
손을 모은다.
유행운이 알고 있는 1회차에서 호크스는 개막전에 역전패를 당했다.
물론 최종 순위는 간신히 5위에 안착했고 짧고 굵게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그 5위에도 대전 팬들은 환호했으며 내년 시즌에는 더 높은 순위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이쯤 되니, 나도 궁금하네.’
대전 호크스가 달라질 수 있을지.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지, 미래가 궁금해졌다.
* * *
[대전 호크스 개막전 라인업]– 1번 박준용 2번 최진영 3번 조석찬 4번 지선호 5번 프레드릭 6번 김정환 7번 이승현 8번 김지환 9번 유행운 선발 투수 강우성
└ 황태자님 9번이네? 시범 경기에서 6번도 치지 않았냐?
└ 9번이 마음 편하니까
└ 혈막이 중간중간 보인다.. 2번.. 7번…
└ 차라리 김지환을 7번에 놓는 게 나을 듯 ㅋ
└ 아냐 유행운을 2번에 놔야 해 강한 2번이 요즘 대세임
└ 황제님 완봉승 기원 캬캬
4월 1일.
개막전이 열렸다. 대전 호크스의 상대 팀은 창원 파이터즈였다.
창원 파이터즈는 역사로 보면 대전 호크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제9 구단으로 출범한 창원 파이터즈는 우승 경험이 있는 강팀이었다.
창원에서 내세운 선발 투수는 외국인 투수로 스콧 프랭클링이었다. 스콧은 이미 검증된 선수였다.
KBO에서 이미 자리를 잡았고 올해가 3년 차, 그리고 대전 호크스는 스콧 상대로 제대로 점수를 낸 적이 별로 없었다.
– 아 스콧… 얘는 언제 집 가냐..?
└ 시작부터 스콧공포증 오졌고요;;;
└ 얘 공략 가능하면 우리 이긴다
└ 당연한 소릴 하네? 스콧 공략하면 당연 이기지;;
└ 초구딱 가만 안둠
└ 일단 초구충 유재원이 없어서 다행
└ ㅋㅋㅋ 떨공성애자 유재원 ㅋ
대전 팬들은 스콧공포증에 시달린다. 하지만 올해 개막전에서는 다소 다른 분위기도 있었다.
– 야, 기억하지? 강우성 소년가장 시절 ㅋ 승패패패패. 오늘 질 수가 없다
└ 지는 게… 뭐죠?
└ 지는 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 지는 걸 잊어먹은 새대가리들 ㅋㅋㅋㅋ
강우성이라는 걸출한 투수가 팬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다.
* * *
유행운은 버스에 내리자마자 달려드는 팬들을 보고 다소 당황했다.
물론 시범 경기에서도 팬들을 만나 사인을 해 주었지만, 확실히 개막전은 달랐다.
그 수가 어마어마해서 순간, 오늘 개막전이 대전 홈에서 열리는 줄 알았다.
[호크스 갤러리] 야야, 유행운 팬서비스 미쳤다 ㅋㅋㅋ 한 시간 넘게 해주더라 ㄷㄷㄷㄷ└ 돌앗 나도 받았다
└ 갓벽한 황태자 ㅠㅠㅠㅠ
└ 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오다니
└ 크으 유행운 마킹하자마자 사인 받음 개좋아
[호크스 갤러리] 유행운, 애들은 무조건 다 해주고 심지어 타팀에게도 해주더라└ 아, 그건 좀
└ 황태자님 매너 좋은 건 알겠는데 타팀은 좀 ㅋ
└ 사인 해주기 싫어서 빤스런 하는 것보다 훨 나음
└ 황태자님… 대체… 그는… 모자란게… 뭡니까…?
└ 황태자에게 모자란 거? 그가 대전 소속인 거?
└ ㅅㅂ 뼈 때리지 마라
유행운은 오래 걸리더라도 사인을 모두 해 주려고 노력했다. 물론 계속 한 자리에 머물 수는 없지만, 팀이 최하위에 머물러도 계속 응원하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유행운은 과거 이런 열렬한 환영을 받아 본 적 없었다.
가끔 유행운에게도 사인 요청이 들어왔지만, 옆에 더 유명한 선수가 지나가면 갈아타는 경우도 숱하게 보았다.
그렇기에 감사했다.
이런 사랑과 관심이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이제 경기장에 들어가야 해서. 죄송합니다.”
유행운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건네자, 팬들이 괜찮다며 손을 흔든다.
꽤 오래 한 자리에 서서 사인을 해 준 선수였기에 싫은 내색을 보일 리가 없었다.
“오늘 꼭 홈런 쳐 주세요!”
그 말에 유행운이 미소를 지으며 작게 대답했다.
“할 수 있으면 꼭 쳐 볼게요.”
* * *
창원 파이터즈 파크.
대전에서 창원의 거리는 멀다. 하지만 개막전이라는 이유로 많은 팬들이 모였다.
사실 대전 호크스는 하위 팀이지만 인기가 많은 팀이었고, 주말 경기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팀이었다.
“완전 홈인데?”
원정팀이 사용하는 3루는 물론, 중앙까지 대전 팬이 점령했다.
확실히 FA 영입 이후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개막전인데, 우리 행운이 데뷔 무대인데 와서 봐야지.”
사회인 야구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출동한 이태식이 중앙 테이블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 옆에는 이선영도 있었으며 유행운과 지선호의 담당 에이전트 채리원도 함께했다.
“자리 어때요, 어머니? 테이블석에서 봐야 경기도 잘 보이고 뭐 먹을 때도 편하거든요.”
이 자리는 채리원이 직접 준비했다.
개막전이 열리고 리원의 대표가 찾은 경기장은 창원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FA가 얼마 남지 않은 지선호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이제 데뷔하는 핫한 신인 유행운의 플레이도 두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자리가 아주 좋네.”
사실 처음에는 이태식이 유행운의 모친을 끌고 경기장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선영은 직접 아들의 경기를 보기에는 심약했다.
기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편히 볼 생각이었지만, 이태식의 손에 이끌렸고 덩달아 채리원까지 합류했다.
“비상하는겨…….”
이태식은 경기 시작 전부터 술에 취해 있었다.
대전 호크스의 광팬인 그는 야구를 못하는 선수들에게 욕을 하면서도 응원했다.
“올해는 호크스가 날아오르는겨……!”
소원은 단 하나.
대전 호크스가 부러진 날개를 치료하고 높이 비상하는 일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매번 올해는 다르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지만, 올해는 진심으로 달랐다.
오랜만에 FA 영입을 진행했고 걸출한 선수가 팀에 합류했다. 덩달아 복덩이라 불리는 황태자 유행운까지.
올해 대전은 다르다.
그 말을 진심으로 믿는 이태식이었다.
“플레이볼!”
경기가 시작되었다.
원정팀의 공격으로 시작되는 1회 초.
대전 호크스의 라인업송이 울려 퍼졌다.
– 승리하리라! 대전 호크스! 승리를 위한 함성을 외쳐라! 워어어어! 비상하리라! 호크스!
대전 호크스의 특징은 충성심 깊은 보살 팬.
창원 파이터즈 파크에 모인 이 팬들은 개막전 승리를 위해 노래를 부른다.
– 1번 타자! 박준용!
라인업이 울려 퍼지고 박준용이 타석에 등장했다.
이태식이 긴장하며 두 손을 모은다. 올해 거액을 안기고 모셔 온 귀한 선수였다.
오늘은 개막전이었으며 항상 스콧에게 막혔던 대전 호크스에게는 1회 첫 득점이 중요했다.
– 9번 타자! 유행운!
확실히 유행운의 인기가 좋다. 함성 소리가 남달랐다.
오늘 이선영은 경기장에서 아들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여럿 보았다. 그때마다 마음이 뭉클했다.
야구를 반대했던 지난날이 생각났고 미안함과 동시에, 아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
– 선발 투수! 강우성!
그사이, 박준용은 볼 하나를 얻어 냈다.
선구안이 좋고 출루율이 높은 똑딱이 박준용은 리드오프에 적합한 유형이었다.
오늘 그의 임무는 역시 출루다.
걸어 나가든, 몸에 맞아 나가든, 안타를 쳐서 나가든 중심 타선 앞에 밥상을 차리는 게 그의 업무였다.
(똑)딱!
묘하게 박준용의 타격음은 똑딱처럼 들렸다.
딱, 하는 타격음과 함께 박준용이 1루를 향해 내달린다.
타구는 1루수 옆을 스쳐 지나간다. 타구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면 잡힐 뻔한 타구였다. FA 계약을 맺은 박준용은 이 안타로 부담감을 떨쳐 낼 수 있었다.
– 뚝딱하고 달려라! 박! 준! 용! 호크스의 승리 위해! 뚝! 딱! 박! 준! 용!
1회 초.
선두타자의 출루로 분위기가 불타오른다.
스콧이 인상을 쓰고 고개를 갸웃했다. 박준용은 원래도 출루율이 높은 타자였으며 스콧 상대로도 제법 안타를 쳐 냈다.
그가 호크스로 왔으니, 작년의 대전과는 다른 건 당연했다.
– 뚝딱 박준용 ㅋㅋ 시바 ㅋㅋㅋㅋ 야 그냥 똑딱이라 해 ㅋㅋㅋ
└ 이건 응원가냐 놀리는거냐?
└ 누가봐도 똑딱이라 들림 ㅋ
└ 내 뒤에 있는 호구 일부러 똑딱이라 외치던데??
└ 노렸네 ㅋㅋㅋ 뚝딱 똑딱 ㅋㅋㅋㅋ
* * *
유행운은 9번 타자.
지난 1회차 때 기억을 더듬으면 이날 경기는 창원의 승리였다.
초반 승기를 잡은 건 대전 호크스였다.
1회 초에만 석 점을 뽑았었다. 팀에 FA로 이적한 선수들이 거액을 받을 만한 이유를 안타로 보여 주었고 지선호가 날린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흐름은 좋았다.
대전 호크스는 드디어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머쥐나 했지만, 강우성이 내려간 7회부터 불펜의 방화가 시작되었었다.
‘9번까지 왔던 것 같은데.’
생각한다.
개막전 9번 타자는 유재원이었다.
시범 경기에서 타격감이 죽을 쑤는 것을 보고 9번에 두었고 당연하게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장식했었다.
“최진영, 네가 그러고도 야구선수냐!”
“됐다, 혼자 죽었다.”
관중석에서 욕이 터져 나온다.
개막전에서 기회를 받은 최진영이 그 기회를 걷어차는 순간이었다.
풀스윙을 연달아 한 최진영은 떨어지는 공에도 손이 나갔고 결국, 그대로 후퇴했다.
– 조석찬, 안타!
– 조석찬, 홈런!
최진영이 찬물을 뿌리기는 했지만, 병살 타구는 만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팬들은 만족했고 이제는 두 번째 FA 선수 조석찬에게 기대를 걸었다.
따아악!
조석찬이 밋밋하게 떨어지는 싱커를 받아 친다. 유격수 키를 넘긴 타구가 외야를 향해 굴러갔다.
1사 1, 3루.
먹기 좋은 밥상이 4번 타자 지선호에게 차려졌다.
지선호는 언제나 빈 밥상을 받았었다. 홈런을 30개가량 치고 타율도 3할이었지만, 타점은 언제나 빈약했었다.
해서, 지금 지선호는 조금 설렜다.
오랜만에 보는 먹음직한 밥상이라서.
– 둥, 둥둥둥둥, 두둥, 둥둥둥둥, 둥.
거포에게는 웅장한 등장곡이 최고였다.
지선호가 크게 배트를 두 번 휘두르고 헬멧 가볍게 치며 타석에 섰다.
슥슥, 땅을 적당히 고르고 배트를 들어 스콧을 가볍게 겨냥한다.
그 작은 행동에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1구, 몸쪽 바짝 붙인 직구.
“볼.”
2구, 몸에 다시 붙이는 직구.
“스트라이크.”
3구, 눈높이에 맞춘 높은 공.
“볼.”
당연히 스콧은 강타자를 상대로 조심스럽게 승부를 이어 갔다.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스콧이 눈으로 3루를 견제하고 슬라이드 스텝을 빠르게 가져갔다.
“훅!”
짧고 굵은 숨소리와 함께 그의 손가락에서 공이 빠져나갔다.
마치 직구처럼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슬라이더.
부웅!
“우와.”
유행운이 감탄할 정도로 엄청난 배트 스피드였다.
히팅 포인트가 살짝 뒤였음에도 슬라이더 궤적을 쫓는 배트 스피드가 엄청났다.
빠악!
공이 쪼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전 호크스의 4번 타자는 매년 30개 이상의 홈런을 생산한다. 그리고 만약 호크스를 벗어나 다른 팀에 들어간다면 최소 8개 이상 홈런을 더 추가할 수 있다.
타 팀의 견제를 받는 지선호는 제 기량을 완벽하게 보여 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밥상이 차려진 지금은 정확하게 상대의 공을 쪼개 버릴 수 있었다.
[엄청난 비거리!] [대전 호크스의 4번 타자, 지선호가 팬을 향해 3점 홈런을 선물합니다!]* * *
– 대전의! 럭키럭키럭키럭키보이! 대전의 럭키럭키럭키럭키보이! 유! 행! 운!
부끄럽다.
유행운은 자신의 응원곡이 사실 좀 부끄러웠다.
이 나이 먹고 ‘보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부끄럽고 럭키라는 말이 수십 번 나오는 것도 부끄러웠다.
이제는 익숙해져야 한다.
올해는 응원가가 바뀔 일은 없었고 내년에도 바뀌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 응원가 중독성 보소??? ㅋㅋㅋㅋㅋ
└ 개웃김
└ 행운이 이 응원가는 운명이다 ㅋㅋㅋ
└ 럭키럭키럭키럭키보이!
유치하지만, 쉬운 가사와 함께 중독성이 있는 응원가였기 때문이었다.
– 드디어 개막전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는겨??
└ 아직 몰라유
└ 설레발 놉
└ 우리 형 홈런은 미쳤다
현재 대전 호크스는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지선호의 홈런으로 석 점의 점수를 가져왔다.
5번 타자, 삼유간을 꿰뚫는 안타.
6번 타자, 스윙 삼진.
7번 타자, 1, 2간을 가르는 안타.
8번 타자, 볼넷.
해서.
2사 만루 찬스가 유행운에게 놓였다.
– 9번 타자가 유재원이었다면?
└ 닥쳐
└ 호러블
└ 끔찍한 소리 하지 마라
└ 안 봐도 뻔해 떨공에 속아서 삼진임 ㅋ
과거에는 이 만루 밥상을 엎어 버린 게 유재원이었다. 여기서 안타만 쳤다면 스콧의 멘탈이 바닥을 보였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유재원은 스콧의 정신 줄을 다시 살려 주는 동시에, 일찍 끌어내릴 수 있었던 선발 투수를 꽤 오래 마운드에 붙어 있게 도와주었다.
– 럭키럭키럭키럭키보이! 행운의 안타! 유! 행! 운!
엄청난 응원이 귀에 닿는다.
첫 데뷔 무대, 공교롭게도 만루 밥상을 눈앞에 둔 채 타석에 섰다.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이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안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의 모친도 테이블석에서 손을 떨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인생 처음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2회차 인생인데.’
여기서 못 치면 다시 살 가치가 없었다.
스콧은 로진백을 문지르며 숨을 돌리고 있다. 포수가 마운드에 방문해 대화를 나누었고 그만큼 유행운과의 승부에 긴장하고 있었다.
유행운이 자세를 잡는다. 귀에는 중독성이 강한 응원가가 여전히 들려온다.
지치지도 않는지 럭키 보이를 외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초구, 카운트를 잡기 위해 포심 패스트볼을 선택한 스콧.
백스핀이 걸린 포심이 살짝 높은 궤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유행운은 초구를 지켜보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시할 수 없는 직감이 있었다.
스콧이 반드시 초구를 존에 꽂을 거라는 직감.
[초구! 유행운 선수 배트를 힘차게 돌립니다!]따아아악!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담장을 향해 날아갑니다! 과연 이 타구는 어디까지 갈지!]툭, 배트를 바닥에 떨어뜨린 유행운이 거침없이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본다.
이미 공을 후려치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 외쳐! 럭키 보이!
다시금 크게 들려오는 응원가.
유행운이 오른손을 번쩍 들며 그라운드를 돌았고.
– 대전의 럭키럭키럭키럭키보이! 유! 행! 운!
그의 응원가는 꽤 오래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