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67
67. 새우깡 던져 봐
일요일 경기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일단 한 주를 마무리하는 경기라는 의미가 있었으며 다음 날은 휴식일이라는 점이었다.
아직 비 때문에 우천 취소가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우취가 아닌 상황에서는 월요일은 유일한 휴일이 된다.
대전에서의 홈 개막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무리 지었다.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항상 홈 개막전에서 패배를 안는 건 물론, 루징시리즈나 스윕패를 당했던 걸 생각하면 환골탈태한 경기력을 보여 주었다.
“행운아.”
다음 날은 쉬는 날이고.
주중 3연전도 홈에서 경기하기에 개인 운동을 하고 퇴근할 생각이었다. 유행운이 자신을 부르는 강우성을 돌아보았다.
“네, 선배.”
“끝나고 약속 있냐?”
“약속은 없고요, 운동하고 갈 생각입니다.”
“꼭 필요한 운동이야?”
“왜 그러십니까?”
유행운이 의아한 듯 물었다.
“어, 맥주나 한잔하려고 했지.”
“저는 괜찮습니다.”
유행운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물론 술을 아예 입에 대지 않는 성향은 아니다. 술을 못 먹는 체질도 아니었고. 하지만 시즌 중에는 금주를 지키는 성격이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고지식해 보일 수 있지만, 죽기 직전까지 유리 몸에 시달렸던 유행운이었기에, 몸 관리가 첫 번째일 수밖에 없었다.
“한잔하자. 유진이 콜업 기념.”
“백유진 콜업됩니까?”
“슬슬 올릴 때 됐지. 유진이 기록 보니까 서산에서 잘하더라고. 일주일 지켜봤으니, 감독님도 패전조라도 경험을 줄 생각일 거야.”
“아, 그렇군요.”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원정에서는 몸 관리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오늘 김용재 코치님과 근육 확인해 봐야 합니다.”
“고지식한 자식.”
“맛있게 드십쇼.”
늘 그렇지만, 유행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윤오중에게 멱살을 잡히면서도 무표정으로 ‘뭐?’라며 일갈했던 때도 그랬다. 유행운은 당황하지 않았고 등 뒤에 숨은 선배를 감싸며 윤오중의 어깨를 힘껏 밀쳤다.
물론 밀리지는 않았다.
“너 여자친구는 있냐?”
오늘 강우성은 투수조 조장으로서 투수들과 작은 회식을 할 생각이었다. 다음 날은 쉬는 날이었고 팀은 상승세였다.
이 과정에서 불펜들이 평소처럼 방화를 하지 않았기에 연승이 가능했다. 경기장에서 조언을 하는 것도 좋지만,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조금 더 편하게 선배를 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없습니다.”
“진짜 없어?”
“예.”
“너 인기 많지 않냐?”
“저요? 아니요.”
유행운은 지금 이 상황에서 여자라는 생명체와 연애라는 것에는 영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유행운이 여자에게 인기가 없는가?
그건 아니었다. 채리원이 말했던 것처럼 유행운은 나름 훈남이다.
야구선수 중에 이 정도로 말끔한 사람은 별로 없었고 외모 관리에 들어간 지금, 나름 훈남 선수 대열에 합류할 정도였다.
그런 유행운에게 여자가 따르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저 본인이 연애에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야구만 하고 있기에, 그 사실을 모를 뿐이었다.
“인기 많게 생겼는데. 너 그거 알고 있냐?”
“뭐를 말입니까?”
“형은 인기 많다.”
“결혼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했지. 내가 보잘것없었을 때부터 나를 지켜 준 귀한 마나님과 결혼했지.”
강우성은 잘생겼다.
키도 크고 공도 잘 던진다.
그에게도 야구선수로서의 아픔이 있었는데, 바로 부상이었다. 고교 시절, 에이스였던 그는 지독한 혹사에 시달렸다.
어린 나이에는 그저 경기에 나가 공을 던지는 게 최고인 줄 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어깨를 혹사시키는 게 투수로서 가장 미련한 짓임을 깨닫게 된다.
강우성은 당초 1차로 빠져야 할 인재였다.
대구가 키운 유망주로 1차 지명이 유력했지만, 부상 여파로 경기를 뛰지 못하며 그대로 밀렸다.
그리하여 강우성은 대전에 왔다. 뼈아픈 시절을 지금의 아내와 함께 견뎠고 의외로 강우성은 순정파였다.
“근데 그걸 왜 여기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유행운이 미간을 좁혔다.
“또 오늘 술자리는 투수조 회식 아닌가요?”
그렇다. 오늘 강우성이 소집한 회식은 투수조를 위한 것이다. 강우성은 대전에 돌아오면서 신인 포함 후배들에게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물론 대체로 투수를 향한 관심이었고 오늘도 후배들에게 뿌릴 선물을 챙긴 강우성이었다.
야수 중에는 예외가 하나 있다. 바로 유행운이었다. 강우성은 유행운을 예뻐했고 투수조 회식에도 끌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쳇.”
작게 혀를 찬 강우성이 종이 백을 내밀었다.
“선물이다.”
“예?”
“원래 우리 투수 애들에게만 주려고 했는데, 너는 특별하니까.”
유행운은 망설이다 종이 백을 받았다.
“별건 아니야. 유진이에게 물어보니까, 넌 이걸 좋아할 거라는데?”
“뭐, 설마 불법 약물 그런 건 아니죠?”
“넌 내가 그런 놈으로 보이냐?”
“아닙니다.”
유행운의 눈이 반짝인다.
단백질 보충제가 가득했다. 사실 이미 냉장고에 단백질 보충제는 넘치게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먹다 보면 없다.
또 강우성이 준 제품은 먹어 보지 못한 드링크였다.
“고맙습니다.”
“그 밑에.”
“예?”
“내가 설마 내 연봉으로 단백질 보충제로 끝냈겠냐?”
“아.”
유행운이 뒤적거린다.
가장 밑에 손을 집어넣으니, 손가락에 걸리는 상자가 하나 있었다.
“지갑.”
“아.”
“너 지갑도 없이 산다며?”
“아, 네.”
그렇다.
유행운은 야구 말고는 딱히 관심이 없다.
옷도 모친이 사 주는 대로 군소리 없이 입는다. 이선영이 보는 눈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저씨 취향의 옷만 줄줄이 사서 입혔다면 유행운은 패션 테러리스트가 됐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박스를 꺼내 열어 보았다.
누가 봐도 비싼 명품이었다. 사실 강우성에게는 이럴 만한 재력이 있다. 미국에서 뽑은 돈만 해도 얼마인가?
아마 지금 한국에서 뛰고 있는 야구선수 중에 가장 부자는 강우성일 것이다.
“뭐야? 뭐야? 뭐야?”
퇴근 준비를 하고 나오던 지선호가 목소리를 크게 냈다.
“우리 귀한 후배 선물 줬지.”
“나는 안 귀하고?”
“너는 늙었잖아.”
강우성은 냉정하다. 그리고 강우성은 신인 선수, 즉 유망주를 좋아한다. 그의 눈에 이제 지선호는 늙은 선수나 다름없었다.
그사이, 유행운은 지갑을 구경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주머니에 신용 카드 하나만 넣고 다녔는데, 그게 볼품없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해서, 마음에 들었다.
“유행운 좋겠다?”
질투하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 지선호도 신인 시절에 강우성에게서 많은 선물을 받았다.
“너 지금 간택당한 거야.”
“예?”
“투수도 아니고 타자에게 우성 형이 이렇게 한다? 그건 겁나 마음에 들었다는 거지.”
“아, 예.”
“그렇게 뚱한 표정 짓지 말고.”
지선호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강우성이 간택한 신인은 다 성공해.”
“예?”
“그 성공 사례 중에 하나가-”
“네.”
“나야.”
“아, 네…….”
그러시구나.
* * *
일요일 밤.
유행운은 실내에서 김용재와 함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추가 근력 운동을 진행한다.
그라운드를 멀리 바라보면 특타를 진행하는 선수가 줄지어 있었다. 확고한 주전을 차지한 선수는 체력 안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는 한, 별도의 타격 훈련은 진행하지 않는다.
즉, 지금 그라운드에서 특타를 진행하는 선수는 대부분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백업 선수와 현재 타격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선수였다.
“다행히 살은 안 빠졌네?”
“노력했어요.”
유행운은 살이 빠지는 체질이다.
시즌 전에 열심히 먹고 근육을 만들며 운동하기 좋은 몸을 만들려 노력했지만, 다른 선수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노력해도 쉽지 않았다.
“여름 되면 아마 살이 빠질 거야.”
“각오하고 있습니다.”
“시즌 중에 너무 과하게 하면 탈 나니까, 1세트만 하고 가자.”
“예.”
김용재 코치는 근육에 있어서는 전문가다.
선수 개인의 몸에 맞는 근육을 디자인한다. 그뿐만 아니라 포지션까지 고려해서 디자인하는데,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였다.
“유연성은 여전하네.”
항상 그렇듯 시작은 스트레칭이었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김용재의 코칭을 받으며 몸을 꼼꼼히 푼다.
원정길에서 따로 코치를 받기는 쉽지 않았다. 혼자 알아서 묵묵히 개인 운동을 하는 편이었지만, 역시 관리해 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더 효율이 좋았다.
게다가 운동이 끝나고 난 후에는 마사지까지 해 준다. 그게 정말 중독적이었다. 지친 근육을 풀어 주는 시원한 마사지.
그 맛에 중독된 유행운은 자연스럽게 홈 경기를 기다렸다.
“너 때문에 내가 서산에는 잘 가지도 못하는 거 알지?”
“알죠.”
“네가 나 필요하다고 했다며.”
“네. 저한테는 계약금보다 더 중요했어요.”
사실이다.
야구선수로서 몸을 만들기 위한 조력자는 유행운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어쩐지, 연봉이 세더라고.”
사실 선수도 그렇겠지만, 코치들도 대전에 가는 걸 꺼린다.
일단 커리어가 망가지는 걸 두려워했다. 대전은 악명이 자자했다. 지독한 패배주의가 코치에게도 번지고 그 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력해진단다.
단순한 트레이닝 코치였지만, 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인천에서는 팀 성적도 좋았으니 일하는 분위기도 탁월했다.
“후회하세요? 여기 온 거.”
유행운이 물을 마시며 물었다.
“아니, 팀 성적이 바닥 쳐도 후회 안 했을 거야.”
“왜요?”
“흐음.”
생각에 잠기던 김용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생의 역작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 같거든.”
촉이었다.
이제 고졸을 막 벗어난 선수 덕분에 생각지도 않았던 대전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 신인 선수의 활약상을 보면서 김용재는 생각했다.
대전에서 강우성 이후로 미국에서도 통할 스타가 탄생할 것 같은 직감이었다.
아니, 강우성을 능가할지도 모른다.
* * *
[대전 호크스가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화요일 경기를 잡아야 한다]└ 수원 매지컬? 쌉가
└ 작년에도 우리 수원에게는 강했잖앜ㅋㅋㅋㅋ
└ 마법사놈들아 이번에는 스윕 당할 준비 해라
└ ㅋㅋㅋ 작년 꼴칰 유일 승률 5할 상대 수원 매지컬
└ 법사 놈들 벌벌 떤다 야 ㅋㅋㅋㅋ
└ 아낌없이 주는 나무같은 법사야… 너희 아니었음 우리 승률 2할따리였어… 고맙다… 올해도 미리 고마워할게…….
천적 관계.
대전 호크스는 야구를 참 못했다.
작년 시즌 승률이 4할도 안 된다. 부산 마린스가 4할 성적을 거둔 걸 생각하면 압도적 꼴찌였다.
그런 대전 호크스도 대결에 있어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 팀이 있었다. 그 팀이 바로 수원 매지컬이다.
작년 수원 매지컬의 감독 김상윤이 인터뷰한 내용만 봐도 천적 관계를 알 수 있었다.
다른 팀은 대전 호크스 상대로 스윕도 하고 위닝시리즈도 쉽게 가져간다.
하지만 유독 수원 매지컬은 에이스를 내세우고도 경기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되레 스윕을 당한 경우도 있었고 김상윤 감독은 그게 속이 쓰렸다.
[수원 김상윤 감독 “대전 호크스만 만나면 타선이 죽을 쑨다, 이 팀은 강하다”]└ 벌써 지렸죠?
└ 법사 잡자
└ 김상윤 표정 존나 썩었닼ㅋㅋㅋㅋㅋ
└ 하필 또 올해는 타팀에게도 잘하거든
└ 응 아직 시즌 초 10경기도 안 함 ㅋ 칰레발 개지리네
└ 김상윤은 작년부터 호크스 잘한다고 했엌ㅋㅋ 최약팀이 아니라고 했었음ㅋㅋㅋ
└ 조류독감에 씨게 걸린 마법사…
└ 선수들도 답답해하던데? 이상하게 실책 안하다가 대전하고만 하면 실책이 쏟아진다고 ㅋㅋㅋㅋ
└ 그 조류독감 어떻게 감염시킨 거?? 조류동맹이니까 우리에게도 알려주라, 마!
└ 우리도 몰라… 그냥 쟤네가 못하는겨……
└ 나도 탑린스에게 말해주고 싶지 근데 쟤는 독수리나 매 종류에만 조류독감 걸리나 봐 ㅋㅋㅋ 갈매기는 좀 종류가 다른가??
└ 새우깡 던져
└ ㅇㅇ 침 묻혀서 새우깡 던져봐라 혹시 모름 ㅋ
시작부터 수원 매지컬은 벌벌 떨고 있다.
최약팀으로 분류되었던 시즌에도 상대 전적 열세거나 비등비등했는데, 올해는 또 다르지 않은가.
[대전 호크스, 슈퍼 루키 타순 바꾼다 “결단 내렸다, 승리를 위해 유행운을 상위 타순으로 옮기겠다”]└ 이 새끼들아 작작해 우리도 유행운 9번에 놔줘!
└ 행운이 손해 많이 봤다 하위 타순이라 차례가 잘 안 돌아와서
└ 왜 하필 우리부턴데? 법사한테 전기 마사지 받아볼래? 어?
└ 너네 우리랑 할 때는 마력 없어서 마법 못 쓰잖아 ㅋ
└ 아 왜! 우리 불쌍하잖아! 수원 지금 딱 2승했어! 우리 불쌍하잖아! 왜 그러는데!
└ 불쌍한 척하는 건 조류만 할 수 있는 거다 법사 너네는 우승했잖아 양심 있냐????
└ 유행운 상위타순? 개꿀
└ 법사야 승리 줘
└ 마법사는 밟을 수 있을 때 밟아야해 쟤네 지금 하위권? 눈 감았다 뜨면 어느 순간 중위권되고 다시 눈 감았다 뜨면 상위권임 ㅇㅇ
└ ㅇㅈ 수원이나 고척 이런 애들은 하위권이라고 무시하면 안 됨
유행운의 타순이 달라졌다.
일요일 경기까지는 신인 선수의 적응을 위해 참고 참았던 감독은 유행운과의 면담 이후, 타순을 대폭 조정했다.
[호크스 갤러리] 우리도 대세 따르는 거냐? 강한 2번타자?└ 개꿀
└ 투수전 양상이면 유행운 타순이 딱 세 번에 끊기는 때가 많아서 아쉬웠는데 이제 좀 낫다 타석 많이 들어서겠네 ㅋㅋㅋ
└ 가보자고
└ 강한 2번타자 존나 좋다
└ 사랑한다 행운아
└ 크으 우리 테이블세터 기가막힌다 ㅅㅂ
└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