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56)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55화
결혼 준비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요했다.
어제 오후에는 가구점에 가서 가구를 고르고, 황금 거위 털 이불을 주문했고 저녁에는 귀족들에게 돌릴 청첩장을 점검했다.
오늘 오후에는 에반과 로젠토의 숍에 가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맞출 예정이었다.
그러니 오전의 티 타임은 유일하게 황금 같은 시간이다.
“샤샤…….”
오늘은 함께 차를 마실 손님이 있었다.
“카실리온, 어서 와.”
카실리온은 일주일 전 보았을 때보다 키가 더 커진 것 같았다.
열일곱 성장기이니 나날이 남자의 티가 나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여장을 하면 감쪽같을 만큼 곱상한 미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는 카실리온과 동갑이지만, 명계에서 7년의 나이를 더 먹고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돌아온 이후에는 카실리온을 보면 남동생 같은 느낌이 든다.
“결혼 준비로 바쁜데, 내가 시간을 빼앗은 건 아니겠지?”
“좀 빼앗기면 어때. 넌 내 소중한 친구인데.”
내 말에 카실리온이 싱긋 미소 지었다.
싱그러운 청년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처음에 비해 정말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재료 언니’라며 코를 킁킁대는 모습에 기겁했었는데 말이다.
“오랜만에 샤샤를 봐서 기뻐. 요즘 연구실에 처박혀서 몰두하느라 조금 힘들었는데, 활력이 도는 기분이야.”
이제는 이렇게 인간다우며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건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작은 한숨을 쉬는 카실리온의 말에 나는 미소 지으며 물었다.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야?”
진의 후원으로 카실리온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대부분 성공적이었고 가문의 재정과 카실리온 본인에게도 꽤 이득을 안겨다 주고 있다.
“사람의 체취를 추출해 인형에 이식하는 연구야. 살다 보면 평생 냄새를 맡고 싶은 사람 한둘쯤은 있는 거잖아?”
“…….”
나는 카실리온의 말에 흠칫했다.
카실리온은 자주색의 눈을 빛내며 즐겁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체취를 인형에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황홀한 일일까.”
카실리온의 눈이 원래 저렇게 탁했던가…… 탁했던 거 맞지.
나는 잠시나마 싱그러우며 정상적이라 생각했던 카실리온에 대한 평가를 철회했다.
그래, 180도 정도 돌아 있는 이 모습이 카실리온의 본체이지.
“뭐…… 유용하긴 하겠네. 아이에게 엄마 냄새가 나는 인형을 선물한다면 잘 때도 꼭 안고 자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거야. 힘내, 카실리온.”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이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최대한 좋은 방향의 상상을 덧붙이며 말이다.
체취가 담긴 인형이라면 상상만 해도 좋은지, 볼을 발갛게 물들인 카실리온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
나는 반사적으로 흠칫했다.
친구끼리 이렇게 꺼림칙해하면 안 되는데,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
“……뭐야?”
카실리온이 내게 내민 것은 작은 유리병이었다.
유리병에는 빨간 리본이 매여 있었고, 그 안에는 파란 액체가 들어 있었다.
‘설마 체취 추출액은 아니겠지.’
조금 경계하는 표정을 짓는 나를 보며 카실리온은 싱긋 미소 지었다.
얼굴 하나는 정말 감탄할 정도로 예쁘다.
하지만 미모 속에 영 위험한 것이 들었다는 것은 나와 몇몇만 아는 사실.
“오래전, 샤샤가 의뢰한 거야.”
카실리온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설마…….”
나는 한 뼘만 한 투명한 유리병을 들어 올려 그것을 자세히 보았다.
푸른 액체는 유리병이 흔들릴 때마다 반짝거렸다.
나는 다시 카실리온의 눈을 보며 말했다.
“정말 엘릭서인 거야?”
카실리온은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하더니 말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 추출에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어. 배합 공식도 여러 번 다시 점검해야 했고.”
“……아…….”
이게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엘릭서라니.
가슴속에 감격이 밀려왔다.
“그걸 마시게 되면 샤샤는 완전히 건강해질 거야.”
페르세토스와의 최종 전투에서 이능을 사용하고 남은 생명력은 50이었다.
높지 않은 수치였기에 생명력이 높을 때에 비해서는 피로감을 많이 느꼈고, 잔병치레도 꽤 하는 느낌이다.
‘병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 체질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태.
“그걸 마시고, 테일러스 공작과 평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야.”
카실리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리본을 풀고 엘릭서의 뚜껑을 열었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그리고 천천히 병을 들어 올렸다.
“…….”
하지만 끝내 그것은 내 입술에 닿지 않았다.
카실리온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머릿속에 흘러드는 복잡한 생각들을 차츰 정리했다.
일렁이던 내 눈빛이 차분해지자 카실리온은 물었다.
“문제라도 있어, 샤샤?”
잠시 뒤 결심한 나는 입을 열었다.
“카실리온, 내가 한 가지 일을 더 의뢰해도 될까?”
* * *
오후에는 에반과 함께 로젠토의 드레스 숍에 갔다.
드레스를 보기 위해 응접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도중 에반이 물었다.
“평생 기다려 왔던 건데, 아쉽지 않아?”
“아…… 엘릭서요?”
카실리온의 제안은 달콤한 꿀과도 같았다.
아프거나 병약한 삶과는 완전히 이별하게 해 줄 수 있는 절대적인 약, 엘릭서.
분명 그것을 마시면 앞으로 건강에 대한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기억은 그것을 마시려는 내 손을 붙잡았다.
“명계에서 자식을 찾는 부모를 만났어요.”
내가 보았던 죽음의 풍경을 떠올리며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병으로 먼저 죽은 아이를 울며 찾고 있었어요.”
죽음만큼이나 삶도 가혹하다.
“엄마를 찾는 아이도 만났어요. 엄마가 병으로 먼저 죽어서, 그 아이는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죽고 말았어요.”
달콤한 윈체스터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저택 바깥에 어떤 풍경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평화의 이면에는 슬피 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제가 왔던 다른 세계의 저에게도 엄마가 있었어요.”
나는 언제나 아팠던 엄마를 기억한다.
“엄마는 여기저기 아프셔서 일을 하지 못했어요. 일하다가도 해고당하기 일쑤였고, 그래서 제가 일을 해서 동생들을 먹여살려야 했어요.”
엄마는 언제나 내게 미안해하셨다.
“병과 불행과 가난은 언제나 함께 찾아오고, 엘릭서로 그중 하나라도 쫓아낼 수 있다면…….”
“……샤샤.”
“그것도 메키우스가 저를 세상에 보낸 이유가 아닐까요?”
내 말에 에반의 눈동자가 짙게 일렁였다.
“……그대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그의 입술이 느리게 달싹였다.
“……내게 과분할 정도로 대단한 영웅이야.”
“에이, 영웅이라니요. 지금의 제가 정말 병약한 상태라면 당연히 마셨겠지만, 이미 살 만한 상태에서 좀 더 건강해지기 위해 홀랑 마셔 버리기는 아까워서라고요.”
정말 성녀라도 보듯 진지하게 나를 응시하는 에반의 표정에 나는 손사래를 쳤지만, 에반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온 세상으로부터 성녀를 훔쳐 온 느낌이군. 무도하게도.”
뭐야 이 분위기! 나는 어색해서 손부채를 부쳤다.
“에반, 그만해요. 부끄럽다고요.”
나는 카실리온에게 엘릭서의 대량 제조에 대해 의뢰했다.
하지만 신수의 뿌리를 다 써 버려서 더 제조할 수 없다고 했다. 대신 엘릭서를 원료로 하여 모든 병에 효과가 있는 강력한 신약을 제조할 수는 있다고 했다.
그걸 먹는다고 모든 병이 말끔히 낫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제국민의 대대적인 건강 증진 효과는 확실하다고 했었다.
나는 내가 엘릭서를 먹는 대신, 그 방향을 택했다.
카실리온은 내 결정에 놀라워하고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결국 내 뜻을 존중해 주었다.
– 윈체스터의 독약 제조 시설이, 이제는 사람을 살리는 신약 제조 시설이 되겠구나.
그리고 밝은 미소로 말했지.
– 샤샤, 넌 정말 특별해.
“……드레스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제 입어 보시겠어요, 성녀님?”
아직은 어색한 ‘성녀님’이라는 호칭을 말하며 가게 점원은 나를 안내했다.
나는 조금 붉어진 볼에 손등을 댄 채 점원을 따라갔다.
생각이 많은 듯한 에반을 보니, 그 말을 하지 말걸 그랬다 후회도 되었다.
이러다 나에게 심적 거리라도 생기면 그건 싫으니까.
점원을 따라 룸에 들어가자, 그와의 결혼식에서 입을 아름다운 드레스가 보였다.
로젠토에서 가장 유명한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의 최신 작품인 이 드레스는 보자마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워서 이걸로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드레스의 이름은 ‘메키우스의 축복’.
점원들은 내가 드레스 입는 것을 세심하게 도와주었다.
착용을 마치고 거울을 보자 역시 카탈로그에서 보았던 것보다 몇 배는 아름답다.
내 은발과 어울리는 드레스의 빛깔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옷 같았다.
팔을 들면 날개가 툭 튀어나올 것 같아.
“그럼 이제, 공작 전하께 보여 드릴까요?”
거울을 보며 만족하고 있는 내게 점원이 찡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