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Gangnam Big Men RAW novel - Chapter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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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기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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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건호는 이회장의 말대로 물파산업 회장과 직접 부딪쳐 보기로 하였다. 물파산업 회장의 이름은 오세영이었다. 이 이름은 인터넷에도 나와 있고 신용정보기관의 유료사이트에도 자료가 나와 있었다. 박정희 정부시절 대기업 공장장을 하다가 나와서 회사를 차린 선친의 가업을 인수받은 사람이었다.
구건호는 물파산업으로 전화를 걸었다. 직원들이 식사를 하러나갈 쯤의 12시가 넘어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여기 대전지방법원인데 경리부장님 계세요?”
“식사하러 가셨는데요.”
“몇 시에 들어옵니까?”
“오후 1시에 들어옵니다.”
“참, 경리부장님 성함이 어떻게 되지요.”
“김민화입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전화 드리지요.”
“바보 같은 자식들! 관청이라고 하면 꺼벅 죽는구나.”
구건호는 오후 1시가 되어서 경리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김민화 경리부장님 좀 부탁합니다.”
“예, 제가 김민화입니다.”
여성의 목소리였다. 전 같으면 채권자 전화인줄 알고 피했겠지만 지금은 법원의 힘으로 빚 독촉 못하니까 선뜻 전화를 받았다.
“저는 서울에 있는 지에이치 대부업체 사장입니다. 오세영 회장님을 뵙고 싶은데 언제가 가능한지요?”
“예? 저희 회장님을요? 대부업체 어디시라고 했지요?”
‘지에치 대부업체입니다.“
“잠깐 기다려 보세요.”
경리부장도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대부업체 사장이라고 하니까 바로 회장한테 보고를 하는 모양이었다.
한참 후 경리부장이 다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지요?”
“회장님을 직접 뵙고 조용히 말씀드릴 사항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경리부장은 또 수화기를 놓고 회장한테 보고하러 간 모양이었다. 한참 후 다시 전화를 받았다.
“오후 5시까지 쭉 사무실에 계실 거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3시까지 조용히 찾아뵙겠습니다.”
구건호는 보헤미안 렙소디를 부르며 렌드로버를 타고 아산으로 향했다.
“물파산업 공장이 있는 아산시 영인면까지 2시간이면 충분히 가겠지.”
구건호는 물파산업 공장에 도착하자 경리부장 부터 찾았다.
“김민화 경리부장님 이시지요? 아까 전화 드렸던 대부업체 사장입니다.”
경리부장은 40대 여성이었다. 구건호가 깨끗한 복장에 화려한 넥타이를 매고 있어 경리부장은 구건호가 정말 돈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구건호는 요즘 잘 안차는 비싼 시계까지 차고 다녔다. 더구나 깔끔하게 단장한 구건호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니 호감이 더 갔다.
“회장님 계십니다. 따라 오시지요.”
넓은 회장실에는 오세영 회장이 신문을 보고 앉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지에이치 대부업체의 사장입니다.”
“이리 앉으시오.”
오세영 회장은 머리가 벗겨진 60대였다.
회장은 자기 책상 옆에 있는 회의용 테이블로 구건호를 안내했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우리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시더라도 회장님은 자금이 필요하실 것 같아 조용히 왔습니다.”
구건호는 지에이치개발의 명함을 오세영 회장에게 주었다.
회장은 돋보기를 꺼내 구건호가 준 명함을 보았다.
“대부업체가 아니고 부동산업체가 아닙니까?”
“우린 공개적으로 푼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기업의 긴급자금만 조용히 취급하기 때문에 이런 명함을 가지고 다닙니다. 양해 바랍니다.”
“음, 그런가요? 하지만 지금은 돈은 빌릴 수 없습니다. 이자도 지급할 수가 없고요. 법원의 통제를 받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회장님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것도 있지만 지인들에게 사채로 빌린 것도 있을 겁니다.”
“좀 있지요.”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그분들에게 이자지급도 못하고 계시겠지요.”
경리부장이 녹차를 두잔 가져왔다.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합시다. 만약 그런 사채가 있다면 댁에서 빌려주겠단 말씀입니까? 담보도 없는데.“
“상황에 따라선 빌려 드릴 수 있습니다.”
“혹시 자금의 출처를 알 수 있을 가요? 실례지만 댁은 젊은 분이라 큰돈은 조달하기가….”
“큰 전주(錢主)는 제 뒤에 또 있습니다.”
“아, 그런가요? 댁 같은 사람을 법정관리 들어가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지금도 좋습니다.”
“실은 내가 법정관리 들어가기 직전 여동생한테 3억원을 빌렸는데 지금 이자도 못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걔가 집을 산다고 한 돈이라 원금 달라고 조르는데 내가 못주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
“제가 빌려드릴까요? 사장님 법인 재산이 아닌 개인재산을 담보로요.”
“허허 그랬으면 좋겠지만 서울 방배동 내 집은 2번까지 설정된 상태입니다.”
“담보설정이 여러 건입니까?”
“국민은행에 담보 잡힌 것 있고 원재료비 조달 못한다고 해서 거래처 담보설정을 해준 것이 세건 있습니다.”
“회장님은 참 존경스럽습니다. 법인의 부채를 개인재산으로 담보설정을 해주셨으니 참 보기 드문 분이십니다.”
이 말에 회장은 명예가 회복되었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기업하면서 내 사익을 위해서 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참다운 기업가입십니다.”
이렇게 말하는 구건호에게 회장을 호감을 갖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역시 적당한 아부는 필요할 때가 있었다.
방배동 집은 싯가가 얼마나 갑니까?
“요즘 부동산값 올라서 18억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50평형 아파트입니다. 아이들이 다 거기서 성장했습니다.”
“답보 총액은 얼마나 됩니까?”
회장은 추가로 돈을 빌릴 수도 있겠다는 희망으로 급히 경리부장을 불렀다.
“방배동 내집 주소 알지? 등기부등본 떼 논 것 있나? 없으면 한통 떼어보게. 인터넷으로 뗄 수 있지?”
“알겠습니다.”
잠시 후 경리부장이 회장의 방배동 집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왔다.
“담보 총액이 얼마라고 했지? 며칠 전에 계산 한번 해 봤잖아?”
“12억원입니다.”
회장은 의기양양하게 구건호를 향하여 등기부등본을 주었다.
“한번 보세요. 담보 총액이 12억이라고 했으니 시가와 4억 차이가 있습니다.”
구건호가 회장이 건네준 등기부등본을 자세히 보았다.
“설사 돈을 빌린다 해도 이자 지급이 가능하겠습니까?”
“휴-”
회장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주어야 하는데 법원에서는 내 급여를 팍 깎아버렸네요.”
“또 담보 총액과 시가가 차이가 있어도 담보 설정자중 누군가가 경매에 붙인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말에 회장은 움찔하였다.
“불행하게도 그 집이 12억원 이하로 낙찰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럴 리가 있나요. 싯가가 있는 건데.”
.
구건호는 생글거리면서 녹차를 마셨다.
구건호는 생글거리는데 회장은 고개를 젖히고 천장만 바라보았다.
“다, 이 원인이 내 자식 놈 때문이오. 그 놈이 무리하게 사업 확장만 안했어도 이렇게 까지는 안 되었을 텐데. 에잇!”
“저, 회장님. 혹시 회사를 매각할 의사는 없나요?”
“그거야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정된다면 그렇게 해야겠지요.”
“존속가치 여부는 결과가 나왔습니까?”
“몰라요. 지금 법원에서 임명한 회계사하고 새로 온 관리인들이 짜고 하는지 나한테는 보고도 않네요. 나쁜 자식들!”
“존속가치는 기초자료를 회사 내부에서 먼저 작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에 얼마를 벌고, 3년 후에는 얼마를 벌고, 5년 후에는 얼마를 벌어 빚을 청산한다는 계획서지요. 영업담당 임원들이 했을 거 아닙니까?”
회장은 다시 경리부장을 불렀다.
:영업담당 김상무 자리에 있나? 내가 좀 보자고 해.“
“알겠습니다.”
한참 후 경리부장이 와서 보고했다,
“영업상무님은 법원에서 나온 관리인이 부르셔서 그 방에 가셨습니다.”
“관리인이고 나발이고 내가 오란다고 해!”
회장은 화가 났는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잠시 후 영업상무가 들어왔다. 키가 큰 50대였다,
“회사의 존속가치인가 뭔가를 짠다고 영업계획서 작성하고 있지? 그거 다 되었나?”
“법원에서 임명한 관리인님이 다시 작성하라고 해서 지금 수정하고 있습니다.”
“제까짓 것들이 뭘 안다고 그래? 지들이 이런 공장에 대해서 아나? 망할 자식들! 알았어. 나가봐!”
구건호는 기업 하시는 분들은 다혈질이 많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영업상무가 나가자 구건호가 다시 회장에게 말했다.
“존속가치가 높아서 법정관리 인가를 받더라도 빚 갚기 전엔 회장님은 돈을 종전처럼 마음대로 빼 쓸순 없습니다.”
“끙.”
회장의 얼굴은 떫은 감을 씹는 표정이 되었다.
“또, 청산가치가 높다고 나온다면 어차피 공장은 매각됩니다. 제가 모시고 있는 전주께서는 법정관리 기업을 인수하는 일도 하십니다. 혹시 매각 의사가 있다면 언제라도 연락 주십시오. 그리고 자택을 담보로 한 여유자금 대부는 저도 생각을 좀 해보고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휴, 알겠소.”
“등기부등본은 제가 가지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구건호는 차를 타고 서울로 갈까하다가 물파산업에서 가까운 온양관광 호텔로 갔다.
“여기서 온천물에 목욕이나 하고 하룻밤 자고 갈까?”
구건호는 관광호텔 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 온천물에 몸을 담갔다.
“오세영 회장을 보니 기업 정말 잘 해야 되겠어. 하루아침에 저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그러나 저러나 3억을 빌려줄까 말까? 돈이 막힌 사람이니 언젠가 나한테 다시 연락이 오겠지. 관망해보자.”
구건호는 목욕을 해서 그런지 피곤했다. 관광호텔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자 구건호는 온양관광호텔에서 강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온양에 볼일을 보러 왔다가 오늘 출근을 못합니다. 오후에 서울 도착하니 나 기다리지 말고 일 보세요.“
“알겠습니다. 정지영씨에게도 그렇게 말하겠습니다.”
구건호는 다시 흥얼거리며 서울로 차를 몰았다.
차 안에서 모르는 전화가 걸려왔다. 받지 않을 가 하다가 핸드폰 전화이므로 받았다.
“구건호? 나, 문재식이야. 기억나지?”
“문재식?”
“그래, 고등학교 동창 문재식이야.”
“오, 그래 기억난다. 내 전화 어떻게 알았니?
“이석호한테 들었어. 큰 사업 한다며?”
“사업은 무슨! 구멍가게지. 너는 뭐하냐?”
“나 택배 하다가 요즘 놀고 있어.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우리 동창회 명부를 만들었어.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연도별 졸업생 명단과 주소가 다 들어있는 명부야.”
“오, 그래? 좋은 일 했구나.”
“그런데 이게 편집료와 인쇄비가 많이 들어가 그냥 배포는 못하고 5만원을 받기로 했어. 내 계좌번호 문자 보낼 테니 한부 받아둬라.”
“그래, 그래. 그렇게 할게.”
“고맙다. 이것도 안사겠다는 동창 놈들이 있긴 있어. 책은 네 집으로 보내줄게. 내일이라도 주소 알려줘라.”
“책은 집으로 말고 우리 사무실로 보내주면 돼. 책 만드느라 고생했다.”
‘고생은 뭘.“
“너, 학교 다닐 때 문예부에 있었잖아. 교지 같은 것도 만들고 그랬지?”
“그때는 엉터리였지. 하여튼 고맙다. 바쁜데 전화해서 미안하다.”
구건호는 문재식을 생각해 보았다.
“문재식의 얼굴이 가물가물하기는 하네. 학교 다닐 때 문예부에 있으면서 시도 쓰고 그런 친구였는데. 택배회사 다닌다니 뭔가 잘 안 맞는 것 같군.”
문재식한테 자기 계좌번호를 알리는 문자가 왔다. 문자 하나가 더 왔다.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 한테도 한부 보낼까 하는데 협조 좀 해줄 수 있겠느냐 하는 문자였다. 담임선생은 은퇴후 집에 계신데 돈을 받기가 어려워 동창 중 누군가가 서비스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 것도 보내겠다. 수고했다.”
구건호는 문재식 계좌로 두 명분 10만원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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