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13
사상 최강의 오빠 113화
40장 둥지(7)
김세훈의 무미건조한 통보에 잠자 코 있던 최보미가 즉각 반응했다.
“세훈 오빠! 그게 무슨 소리예요 …… 마스터가 죽어야 한다뇨……?”
“말 그대로다. 둥지의 코어가 된 이상, 이대로 살아나가 봐야 미쳐 날뛰는 인외종의 표적이 될 뿐, 살 방법은 없다. 물론 그리된다면 유천 희. 너 하나로 안 끝난다. 아마 네 가 아는 이 전부가 불행해질 테지.”
“……그렇습니까? 어떤 의미로는 차라리 다행이군요. 하긴 이런 파렴 치한 짓을 저질러 놓고도 살아야 한 다면 그 또한 고통 아니겠습니까?”
모든 걸 내려놓은 듯, 자포자기한 유천희를 내려보며 김세훈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염동력이 돌풍처럼 몰아치 며 그의 숨통을 끊기 위해 태동하 자, 최보미가 유천희 앞으로 득달같 이 튀어나오며 두 팔을 벌리고 선 채 막아섰다.
“안 돼요! 오빠. 이건, 이건 아니잖 아요. 마, 마스터가 잘못한 건 저도 알겠어요. 그치만…… 그렇다고 죽 는 건…….”
“유천희 때문에 죽은 수백 명의 헌 터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나? 개소 리하지 말고 비켜.”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죄를 지었으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걸…… 오빠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건 아니 라고 봐요.”
최보미도 자신이 하는 말이 억지라 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유천희를 죽게 할 순 없었으 니까. 그녀의 말에 김세훈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법이고 나발이고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 그리고 뭔가 착각하는 모양 인데…….”
김세훈이 최보미의 멱살을 잡아채 며 말했다.
“내가 너는 살려준다고…… 말했었 던가?”
김세훈이 최보미를 위협할 줄 몰랐 던 유천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말렸다.
“잠깐만! 김세훈 씨! 보미는 이 일 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저는 죽어 마땅한 놈이지만…….”
쿠웅!
김세훈이 발을 구르자 내장의 바닥 에 파문이 일어나며 출렁거렸다. 파 도처럼 출렁거리는 바닥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는 최보미와 그 런 그녀를 챙기는 유천희를 보며 김 세훈이 말했다.
“염병하지 마라. 네가 죽는다고 해 서 수백 명의 사람이 살아 돌아오나? 아니. 돌아오지 않지. 그런데도, 넌 마치 네가 죽기라도 하면 네가 저지 른 죄가 모두 사면이라도 되는 것처 럼 구는군. 그래, 죽음이 네 면죄부라 도 되는 것 같더냐?”
김세훈이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가증 떨지 말고, 개새끼면 개새끼 답게 추레하게 뒈져라. 그 어떤 변 명과 핑계로도 네 새끼가 딸을 위해 수백 명의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 은 사실은 없어지지 않으니까.”
가끔, 죽음은 도피처가 되고는 한 다. 감당할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을 때 자기 자신한테 내릴 수 있는 최선 의 형벌이 죽음이었으니까.
왜 그렇지 않겠는가? 죽음이 바로 죄책감의 족쇄를 깡그리 끊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데.
하나, 누군가는 자신이 감당치 못 할 죄를 짊어졌음에도, 도피할 기회 조차 망실 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 었다.
김세훈은 핏발 선 눈으로 유천희의 머리채를 잡아챘고, 최보미가 그런 김세훈의 팔에 매달리며 그를 제지 했다.
“오빠! 저를 봐서라도…… 제발 살 려만 주세요.”
“하, 빌어먹을…… 이놈의 신파는 지긋지긋하군. 오냐, 너를 봐서? 그 래, 너를 봐서 어떻게 해줄까? 응? 내 동생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너를 보고 내가 무엇을 어찌 해주랴?”
김세훈의 말에 최보미가 소스라치 게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무슨 소리세요! 세정이를 제가 사 지로 몰아넣었다니……?”
“유천희는 절박했고, 업적석을 손에 얻기 위해선 어떤 짓을 할지 모를 정도로 심신이 위태로운 상태였지. 그런데? 너는 그런 유천희에게 세정 이를 데리고 갔지 않았나? 뭐, 네 나 름대로 확신은 있었을지 모르지. 그 러나…… 만에 하나라도, 유천희가 세정이한테 해코지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너는 무슨 선택을 했 을까? 흠, 이런 가정, 꽤 재밌지 않 나?”
“아, 아니에요! 저는 절대 그런 의 도로…….”
김세훈의 말에 최보미가 연신 도리 질을 치며 부정했다. 결단코 그녀는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 이다.
하지만 김세훈은 그런 그녀의 부정 따위 아무 의미도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네가 어떤 의도로 했는지는 중요 치 않아. 그저, 내가 그렇게 생각한 다는 게 중요할 뿐.” 김세훈은 그들에게 조용히 고했다.
“너희를 납득시키려고 입을 털 생 각 따윈 없다. 어차피, 너희들이 어 떤 생각을 하든지 간에 나는 내 마 음대로 했을 테니.”
염동력의 바람이 그들을 감싸 안아 서서히 들어 올린다.
보이지 않는 손에 잡혀 바둥거리는 둘을 초점 흐린 눈동자로 바라보는 김세훈의 뒤로 붉은 눈동자가 떠올 랐다.
-보라, 왕이여. 브레이서가 빛나지 않는군. 그녀는 딱히 모난 인생을 살아오지 않은 모양이야. 끌끌, 그러 니 숙고해라. 정말 네가 말한 대로 그녀는 죽을죄를 지었는가? 아니면, 그저 필요를 위한 트집일 뿐인가?
나이트메어의 비웃는 듯하면서도 엄 숙한 질문에 김세훈이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 트집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여기서 최보미를 살려 보낼 수 없었 다.
유천희를 죽이는 순간, 최보미는 어떤 식으로든 후환의 소지가 될 테 니까.
그리고 제일 위험한 것은 이 후환 거리가 김세정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이런 흔해 빠진 레퍼토리가 가져올 불행한 결말을 수도 없이 목격해 왔 던 그였다.
그래서 연륜이 중요하다.
어떤 질척거리는 감성도 세월에 썩 어 문드러진 이성을 가릴 수 없었으 니.
“……하지만, 이런들 저런들 무슨 상관인가.”
김세훈이 주먹을 쥐며 염동력을 전 개하자, 딱딱한 무언가가 으스러지 는 소리와 함께 줄 끊어진 목각인형 처럼 두 명의 신형이 툭 하고 바닥 에 떨어져 내렸다.
차갑게 식어가는 그들을 보며 김세 훈이 뇌까렸다.
“쓰레기가 쓰레기 짓을 하는 게 새 삼스러운 일은 아니잖나.”
그들의 주검 앞에서 망연히 서 있 는 김세훈에게 나이트메어가 소곤거 렸다.
-왕이여, 그대는 이렇게 또 우리에 게 한 발짝 다가오는구나.
붉은 눈동자가 비아냥을 남기고 사 라지자, 유천희의 시체에서 빛이 터 져 나오며, 보랏빛 오로라의 홍수가 김세훈의 브레이서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김세훈은 입가를 비틀며 하얀 치아 를 드러냈다.
이제야 알았다. 모든 것이 끝난 지 금까지 왜 입맛이 찝찝한지. 그는 그제야 안 것이다.
그가 유천희와 별다를 바 없는 종 자라는 것을.
만약 자신이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 면, 과연 수백 명의 사람이 죽는 것 으로 끝났을까?
김세훈이 덧없는 가정에 빠지기 무 섭게, 둥지가 거칠게 진동하기 시작 했다.
코어가 사라지자 침몰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침몰하는 등지 속에 서 김세훈은 우두커니 선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포탈을 통해 둥지를 나온 김세정은 폐허가 된 캠핑장에서 김세훈을 기 다리고 있었다.
둥지주가 죽은 후 더 이상 둥지의 먹이 소환이 기능하지 않았기에 안 전해진 덕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김 세훈이 나올 생각을 안 하자, 김세 정은 불안했는지 안절부절못하며 손 톱만 물어뜯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앨리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했다.
“으이그, 주인 놈아 걱정도 팔자다 냥. 주인 놈이 걱정은커녕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도 살아 돌아올 놈’이니 제발 신경 꺼라냥. 정인 사납잖느 냥.”
“저기 엄청 위험했었잖아. 아무리 오 빠라도…….”
“에휴, 모르겠다냥. 알아서 해라냥.
난 잘란다냥.”
앨리스가 껌딱지처럼 바닥에 몸을 붙인 채 꼬리를 돌돌 말고 눈을 감 았다. 정말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안 되는 기색이었다.
쿠르르릉.
그때 갑자기 산사태가 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둥지가 기울더니 추락 하는 달처럼 침몰하기 시작했다.
검붉은 핏물을 바닥의 주둥이에서 끊임없이 토하며 도봉산이 있던 곳 에 쿵, 하며 떨어져 내린 등지를 본 김세정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 다.
“아, 저게 왜 저래? 어떡하지? 아 직 오빠 안 나왔는데…….”
“안 나오긴 뭘 안 나와. 나 여기 있다.”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김세정이 놀라선 고개를 돌리자, 김세훈이 생 존자들을 염동력으로 두둥실 띄운 채 데려오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중엔 오규화를 비롯한 지강혁도 있었는데, 전부 기절한 상태였다. 아 무래도 둥지 침몰의 여파에 휩쓸려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김세훈은 캠핑장의 바닥에 생존자들 을 내려놓고 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흠…… 이걸로 다 됐나.”
그때 김세훈의 품에 갑자기 김세정 이 달려들어 허리에 팔 고리를 채웠 다.
3일간 홀로 놔뒀던 댕댕이 같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김세훈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 는 복잡미묘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얘가 왜 이래? 너 미쳤냐? 오글 거리게 이러지 말자. 우리 이런 바 람직한 컨셉 아니잖아?”
“……나도 알거든? 근데…… 또 돌 아오지 않을까 봐. 그때도…… 갑자 기 사라져선 십 년이나 안 돌아왔잖 아…….”
김세훈이 진심으로 당황했는지 머 리를 벅벅 긁으며 입을 열었다.
“야, 평소처럼 욕을 해. 아씨, 적응 안 되게. 이게 뭔…… 야! 비켜봐. 나 이런 거 완전 질색이라고.”
김세훈이 거추장스러운 먼지를 털 어내듯 자신을 털어내자 김세정이 뾰로통해선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무거운 짐을 털어낸 듯 한결 가벼워 진 표정으로 말했다.
“쳇, 모처럼 착한 동생 노릇 좀 해 보려 했더니 사람 무안하게 시리…… 됐어, 그래도 다친 곳 없이 돌아왔으 니 봐준다. 아, 그리고 그쪽 분들 은……?”
“생존자. 잠깐 기다려봐.”
생존자라고 해봤자 통틀어 5명이 전부였다. 그 많던 헌터 중 고작 5 명만이 살아 돌아온 것이다.
그들을 잠시 살피던 김세훈은 우선 오규화를 간단한 경맥 마사지를 통 해 깨웠다.
물론 말이 마사지지 거의 후려치는 거나 마찬가지의 강도였지만, 어찌 됐든 결과는 같았다.
정신을 차린 오규화가 쑤시는 삭신 을 어루만지며 일어났으니.
“으…… 여긴?”
“어디긴 밖이다.”
오규화는 김세훈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김세훈 씨! 다, 당신…….”
“너 따위랑 길게 말할 생각 없으니 까. 멍 때리지 말고 잘 들어. 저 안 에서 넌 내 덕분에 살았다. 맞나?”
“……맞습니다.”
“그래, 내가 네 생명의 은인이다. 그러니 어디 가서 나에 대해 쓸데없 이 입 털고 다니지 므}. 사실, 그런 사소한 것 따위 알려져 봐야 별 상 관없긴 하지만…… 난 귀찮은 건 질 색이거든.”
김세훈의 강압적인 태도에도 불구 하고 오규화는 찍소리 한 번 제대로 못 냈다.
에이션트 클래스.
그것도 추정컨대 A급이라고 생각 되는 그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은 없 었기 때문이다.
“입단속…… 잘하겠습니다.”
“뭐, 괜찮아. 입단속 못 하면 뒤지 면 되니까.” 장난인지 협박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가는 김세훈의 멘트에 오규화가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 염치 있는 놈입니다. 어찌 됐든 김세훈 씨가 아니었다면 전 죽었을 거 아닙 니까? 제가…… 생명의 은인에게 누 를 끼칠 정도로 뻔뻔한 놈은 못 되 거든요.”
가식의 기미라고는 한치도 보이지 않는 오규화의 얼굴을 말없이 일별 한 김세훈은 다른 생존자들을 깨우 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방을 몇 번 두리번거리더 니 상황파악을 대강 끝낸 오규화가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생존자가 이것뿐입니까?”
일면식 있는 지강혁을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 헌터 세 명을 보며 하는 오규화의 말에 김세훈이 답했다.
“재밌지?”
“네?”
“살기 위해 너를 버린 이들은 죽 고,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너는 살 았으니. 재밌잖나.”
김정철을 비롯한 철마 클랜의 헌터 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 걸 이르는 김세훈의 말에 오규화가 쓴 미소를 지으며 힘없이 말했다.
“……그게 재밌는 겁니까.”
“그래.”
지강혁을 비롯한 생존자들 전부를 깨운 김세훈에게 아까부터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계속 머뭇거리던 김세 정이 다가와 물었다.
“저…… 오빠. 혹시 보미는……?”
예견돼 있던 그녀의 질문에 김세훈 이 깊은 한숨과 함께 무어라 답을 해줬다.
그리고 답을 들은 김세정은 말문이 막혔는지 한참을 침묵하다, 이내 고 개를 숙인 채 소리 없이 울기 시작 했다.
그녀의 우는 모습이 보기 싫은 건 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인지 김세 훈은 조용히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 날씨가 유 난히 더럽고 찝찝한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