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112
사상 최강의 오빠 112화
40장 둥지(6)
아라크네는 베히모스라는 이름의 무게에 짓눌려 잠시 움찔했지만, 이 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판단하고 분기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베히모스……? 그럴 리가? 놈! 무 슨 헛소리냐. 그가 인마대전(人魔大 戰)을 종식시킨 후 생츄어리에 칩거 중이란 걸 모르는 이가 없거늘. 감 히, 왕의 이름을 팔아 나를 겁박할 셈이냐? 하, 네놈이 어디서 그 이름 을 주워들었는지 모르나. 그 이름은 너희 같은 벌레들이 어쭙잖게 입에 올릴 만큼 가벼운 것이 아니다!”
칩거라니? 아무래도 자신이 중간계 를 떠난 후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차원계마다 시간비는 다르고 여기에서의 1년은 거기서 10년이니, 벌써 중간계에선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 정도면 저런 헛소문이 흘러넘쳐 도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칩거라…… 그런 헛소문을 누구한 테 들었지? 생츄어리에 펼쳐진 폐쇄 결계 때문에 아무런 소식도 전해 듣 지 못할 텐데?”
김세훈은 말을 하며 아비독스의 기 억을 뒤적거려봤지만, 그의 기억 속 에는 이상하리만치 쓸모있는 기억이 없었다.
흡사, 해킹을 염려해 데이터베이스 를 미리 정리해둔 것과 같이.
“흥, 내가 그걸 너 따위한테 왜 쓸 데없이 주절거리겠느냐? 흐…… 베 히모스라니? 순간 움찔했구나, 하기 야, 중간계를 오시하는 왕들이 하계 따위에 무슨 볼일이 있어 내려오겠 는가. 하물며 베히모스는…… 이제 곧 말로가 도래했다는 소리가 심심 찮게 들려오니, 더더욱 그러하겠지.”
아라크네의 말에 김세훈이 쓴웃음 을 지었다. 빈정이 상하긴 해도, 엄 연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말로라…….”
아라크네가 16개의 다리로 상체를 우뚝 세운 채 거탑과도 같은 존재감 을 과시하며, 수상쩍다는 듯 김세훈 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흠, 내가 생각하기에 너는 아마 생츄어리의 주민 같은데…… 뭐, 결 계 때문에 생츄어리로 돌아가지 못 한 낙오자겠지. 어찌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어리석구 나. 베히모스의 이름을 등에 업어 나를 겁박하려 하다니, 생각하는 게 제법 귀여워.”
아라크네가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하나, 그래 봤자 너희들은 베히모 스가 없으면 한낱 먹잇감에 불과하 니라. 그러니 기다려라, 그가 죽는 그 날이 우리에게 축제의 시간이니, 그 날이 오면 생츄어리의 모든 인간 을 먹어치워. 그의 흔적을 지워버리 겠다.” 김세훈의 몸에서 붉은 오오라가 들 불처럼 타오르며 근육이 팽창했고 삽시간에 인간 불곰이라 해도 과언 이 아닐 정도의 체구로 변모했다.
피처럼 붉은 오오라의 비단이 그의 몸을 휘감으며 망토처럼 휘날렸다.
괴력난신의 좌, 키문카무이가 육신 에 내린 것이다.
상급종쯤 되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강체술과 같은 탈피 전의 기술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격의 차이가 확연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세훈은 어쭙잖은 염동 력과 강체술로 깔짝거리기보다, 십 좌의 힘으로 단번에 승부를 보는 것 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어설픈 손속으로 시간을 끌면 자칫 기절해 있는 김세정이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
“내가 죽고 나서의 일 따위, 내가 알게 뭐란 말이냐? 여태 할 만큼 했으니, 그 후에는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아라크네는 성난 바람이 자신의 다 리를 훑고 지나가는 걸 느끼고 나서 야, 자신의 다리 반절이 김세훈의 손에 잡초처럼 뽑혀나간 걸 알 수 있었다.
캬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라크네의 등 위에 올라탄 김세훈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누가 그러던가? 내게 말로 가 도래했다고? 이거 섭섭하군. 아 직 거미 새끼 모가지 비틀 힘 정도 는 남아있는데 말이야.”
김세훈이 깍지를 낀 손으로 아라크 네의 척추를 내리쳤다. 그러자 그녀 는 기둥이 부서진 기와집처럼 힘없 이 무너져 내렸다.
하나, 그녀도 명색이 상급종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몸.
이대로 일방적으로 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그녀는 두 손으로 바닥에 마법진을 휘갈기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마물을 소환해서 위기를 모면 하려는 것이었다.
“귀찮게 발악하지 마라.”
김세훈이 가소롭다는 듯 장난감 인 형의 팔을 뽑듯 그녀의 두 팔을 뽑 아버리고 머리를 땅에 처박아버렸 다.
사실 상급종쯤 되면 만반의 준비를 갖출 시, 김세훈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 버티거나 도망 정도는 칠 수 있었다.
온갖 마법과 술수에 능한 데다 영 악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왕을 친견 한다는 것을 알고 미리 대비했을 때 의 얘기지.
이리 우발적으로 마주치게 되면, 토끼가 초원에서 표범을 만난 것이 나 다름없다.
채비 없이 만나서 대처가 될 정도 로 김세훈이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 기 때문이다.
그제야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아라 크네가 부르짖었다.
“진짜구나……! 진짜였어! 어찌, 어 찌 이럴 수가. 내 그들, 흡혈귀들에
게 분명히 들었어! 당, 당신은……
생츄어리에 있다고! 절대 이곳에 올 리 없다고 단언했거늘!”
“흡혈귀?”
이미 인조 던전에서 중급종 흡혈귀 를 본 바 있었던 김세훈이다. 하지 만 분명 놈은 자신에 대해서 전혀 모르지 않았던가?
물론,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기 위 해 자진한 것이 석연치 않긴 했지 만, 그래도 분명한 건 놈은 자신이 생츄어리에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다.
“그렇다. 왕이여……! 내가 아는 걸 전부 말해주마. 그러니 목숨만은 살려다오. 나, 나는 이렇게 죽고 싶 지 않다. 둥지? 포기하겠다. 워, 원 한다면 코어도 내주겠다. 이미 막대 한 카르마가 쌓였으니 당신도 꽤 재 미를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살려다오.”
김세훈이 아라크네의 이마에 달린 구강을 짓밟았다. 그의 잇새에서 새 벽녘 문가를 스치는 으슥한 바람 소 리 같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둥지? 코어? 그럼 아직도 그게 너의 것이라 생각했나? 왜 내 것을 네가 마음대로 주고 말고를 결정하 나? 응?” 김세훈이 아라크네의 혀와 이빨을 발로 비비적거렸다. 돌조각 섞인 진 흙 덩어리를 밟는 듯한 감촉을 즐기 며 그가 입을 열었다.
“하다못해…… 네 기억조차 이미 내 것이거늘.”
그 후,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무언 가가 아그작, 아그작 씹히는 게걸스 러운 소리뿐이었고, 처음부터 끝까 지 모든 것을 목격한 최보미와 유천 희는 두 손을 꽉 잡은 채 서로의 온기로 공포를 달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하얀 김이 낀 듯 뿌연 시야를 비 비적거리며 일어난 김세정이 본 것 은 썩은 고목처럼 위태롭게 서 있는 남자의 등이었다.
갈기갈기 찢어져 넝마가 돼 있는 옷가지와 피 웅덩이에 잠겨 있는 슬 리퍼.
그리고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절 지동물의 그것과도 같은 길쭉한 다 리는, 아직도 생기가 다하지 않았는 지 산 낙지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다.
“ 오빠……?” 낯익은 뒷모습이 매일 자신과 웃고 떠들던 오빠라는 걸 깨달은 김세정 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김세훈이 얼 굴도 마주하지 않고 말을 뱉었다.
“정신 차렸네. 그래, 어디 아프거나 이상한 데는 없지?”
일상을 같이하던 목소리였고, 지금 은 사뭇 자상하게까지 느껴졌지만, 김세정은 왠지 그것이 알맹이가 빈 껍데기 같다고 느껴졌다.
“으응, 없어.”
“그럼 됐다. 준비해. 집에 가야지?”
집에 가자면서 여전히 얼굴을 보여 주지 않는 그에게 김세정이 물었다.
“오빠는 괜찮아? 어디 다치지 않았 어?” “내가 다쳐? 글쎄, 그것보다는 이 지구가 멸망하는 게 빠르지 않을 까?”
평소와 다름없는 그 무리수 짙은 농에 김세정이 약간 안심이 돼서 긴 장을 풀었다. 뭐라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위화감이 조금이나마 가신 것 이다.
“근데 오빠. 혹시 보미는 못 봤어? 그…… 마스터도?”
김세훈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 다.
“안 그래도 지금 찾아보려고.”
“으응…….”
멍한 얼굴로 근처를 두리번거리는 김세정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김 세훈이 말했다.
“앨리스. 끼 부리지 말고 세정이 챙겨서 둥지에서 나가. 둥지주가 죽 어 프로텍터가 해제됐으니, 포탈도 열 수 있을 거다.”
진작에 정신 차렸으면서도, 그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닥에 축 늘어진 채 한쪽 눈만 슬며시 깜빡거리고 있 던 앨리스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한 소리 들을세라 쏜살같이
마법진을 새겨 포탈을 열었다.
애초에 포탈 마법진이라는 게 이리 쉽게 다룰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어떤 의미론 이 분야에 있어서 김세 훈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앨리스에 게 이 정도는 딱히 어려운 일도 아 니었다.
“어휴, 한소리 들을까 봐 쫄았다냥. 주인 놈아 괴수 놈 마음 바뀌기 전 에 빨리 가자냥.”
김세정을 제대로 못 지켰다며 단단 히 혼날 줄 알았건만, 의외로 김세 훈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자, 앨리 스는 이게 웬 떡이냐며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흘렸다.
김세정은 자신의 다리를 앞발로 툭 툭 치며 재촉하는 앨리스에게 끌려 가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 오빠는?”
“가 있어. 나는 네 친구랑 그 양반 찾아봐야지. 이 둥지도 처리하고.”
여전히 눈길도 주지 않고 말하는 김세훈이 약간 섭섭했지만, 김세정 은 어쩔 수 없이 앨리스를 따라 포 탈로 나갔다.
그녀 또한 이 이상 공간에서 조금 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았던 것이 다.
그리고 홀로 남은 김세훈이 손을 앞으로 휘젓자, 주변 풍경이 일그러 지며 환영으로 감춰져 있던 참사의 속살을 훤히 드러났다.
한때 아라크네라 불리던 것은 형체 를 알 수 없는 고깃덩이가 돼서 사 방에 널브러져 있었고, 그 옆에는 파리하다 못해 핏기 하나 없는 안색 으로 주저앉아 있는 최보미와 유천 희가 보였다.
“김세훈 씨……당신은 대체…….”
마른 모래처럼 푸석거리는 유천희 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김세훈이 입을 열었다 tJ a ■C± ZIA I *
“카르마라는 게 있다. 이것은 일종 의 살업이랄 수 있으며, 누군가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이에게 쌓인다. 또한, 이것은 어떤 것들에게 아주 귀중한 자원 취급을 받지.”
김세훈이 꺼낸 뜬금없는 서두에 유 천희가 생선 눈깔처럼 죽어버린 동 공으로 그를 바라봤다.
“인외종이라는 것들이 있다. 시시 콜콜하게 설명하기엔 번거롭고, 그 냥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 만들어진 지성 있는 육식종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그리고 놈들은 카르마가 있어야만 식사를 할 수 있고, 존재 를 유지할 수 있으며, 종의 진화를 이룰 수 있지. 그래, 그래서 놈들은 너희들이 자본을 탐하듯, 카르마를 탐한다.”
김세훈이 뚜벅뚜벅 걸어와 유천희 의 앞에 우뚝 섰다.
“그렇기에 놈들은 뱀과 같은 혓바 닥으로 너희들을 농락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혈을 빨아먹 을 기회를 모색한다. 그래야만 자신 들이 살 수 있고, 영욕을 채울 수 있으니.”
김세훈이 유천희를 무미건조한 눈 빛으로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막대한 카르마가 네 몸에 쌓여 있다. 둥지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었기 때문이지. 물론, 네가 직접 죽인 것은 아니겠지. 하나, 둥 지에 들어오는 순간 이미 과정과 결 과는 중요치 않다. 이 모든 일의 계 기가 너이기 때문이다.”
자괴감과 죄책감으로 점칠 된 마른 기침을 토하며 유천희가 물었다.
“왜 나에게 이런 걸 말해주는 겁니 까?”
김세훈이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또박또박하게 말했다.
“네가 죽어야 하는 이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