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365
사상 최강의 오빠 368화
두각 (6)
—우와아아아!
고막이 얼얼할 정도의 환호성 속에 서 이휘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김세훈. 결국 너도 이 미궁 에 발을 디뎠구나. 아! 내 상태를 들키지 않기 위해 말을 섞지 못하는 게 아쉽네. 가능하다면 구세계를 목 도한 너의 감상을 듣고 싶었거늘.’
이휘는 몽환미궁에 온 이후로 심각 한 괴리감에 시달렸다. 선조 신의 세계인 이곳에서 무수한 이의 전생 을 봐버린 탓이다.
이윽고, 그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 했다.
이곳이 선조 신의 몽환미궁임과 동 시에, 구세계(舊世界)의 잔상이라는 것을.
‘나는 이휘인가? 아니면 앙그라인 가?’
지금 이휘, 아니, 앙그라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휘를 잡아먹어 버텍 스가 된 앙그라는 둘 중 어느 존재 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뿐이랴? 그는 보이드에 감염된 상 태이기도 했다.
그래서 몽환미궁의 법칙에 오류가 생겼고, 그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앙그라가 아닌 이휘의 몸속으로 들 어와 버렸다.
갈팡질팡하던 몽환미궁의 법칙이 그를 이휘로 인정해 버린 것이다.
‘하긴… 어느 쪽이든 상관없나? 어 차피 내가 이휘든 앙그라든… 목적 은 같으니.’
함성의 메아리로 가득 찬 강당의 중간에서 이휘는 소리 없이 사라졌 다. 그의 뒤꿈치 뒤로 길게 내리깔 린 그림자가 유난히 어두워 보였다.
짝짝짝.
김세훈의 기량에 진심으로 감복한 카짓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끝내주는 연극을 감상한 관객처럼 열렬한 반응이었다.
“브라보! 놀랍군, 정말 놀라워.”
옆에 있던 올랜도도 짐짓 놀랐다는 듯 말했다.
“갑주 탈취라…. 저런 게 가능할 줄 몰랐군.”
카짓이 배부른 맹수처럼 여유롭게 웃었다. 김세훈을 자신이 영입했단 현실이 어지간히 만족스러운 모양이 었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게… 버텍스는 갑주 탈취가 가능할 거란 연구결과가 존재하긴 해. 뭐, 문제는 그다지 효율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거지만. 그도 그럴 게 애초에 김세 훈이 황도십이궁을 선택했다면… 갑 주 탈취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전부 쓸데없는 짓에 불과했을 테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대단하다 는 건 부정 못 하지.”
올랜도의 말에 카짓이 소녀처럼 들 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짓의 반응은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김세훈의 물건을 탐내던 사람 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나, 어찌 보면 당연한 태세 전환 이다.
카짓은 자신이 탐내던 게 토끼의 당근이 아니라 호랑이 수염이란 걸 알았는데도 욕심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맞아. 그래서 오히려 지금은 김세 훈이 황도십이궁을 선택 안 해준 게 고마울 지경이야. 의도야 어쨌든 간 에, 이모탈의 새로운 신입을 홍보하 기 위한 이벤트로 이만한 쇼도 없을 것 같거든.”
희희낙락한 카짓의 태도에 빈정 상 한 올랜도가 툴툴거렸다.
“젠장, 우리 라인은 저런 다크호스 어디서 뚝 안 떨어지나? 누구는 하 는 거 없이 주워 먹는데… 인생 참 뭐 같네.”
자신을 샘내는 올랜도에게 카짓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되는 놈은 되는 게 인생 아니
겠어?”
이번 일로 카짓이 받을 포상이 만 만찮을 거란 생각에, 올랜도는 그저 씁쓸할 따름이었다.
미라가 김세정의 옆구리를 검지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야, 이번엔 왜 호들갑 안 떠냐? 오빠 최고라고 난리 부르스를 쳐야 정상 아냐?”
김세정이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 었다.
“내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
“…뭘?”
“그간 내가 좀 경박했던 것 같아.”
미라는 갑자기 사람이 바뀐 것처럼 정색하는 김세정의 태도가 기가 막 혔다.
“에휴… 야, 그걸 이제 알았냐?”
김세정이 턱을 살■짝 치켜든 채 미 라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이 마치, 이게 너와 나의 내 눈높이라는 듯 거만하기 짝이 없 었다.
“생각해 봐. 우리 오빠가 저렇게 잘났는데 사람들이 나한테도 슬슬 관심을 가지지 않겠어?”
“…지금도 충분히 관심을 받고 있 잖아?”
김세정이 치켜든 턱만큼이나 콧대 를 높이 세우며 검지를 좌우로 까딱 였다.
“노노, 그전까진 지역구. 지금부턴 전국구.”
미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뇌 까렸다.
“그거 알아? 너님은 정상이 아니 야….”
“그래서 결심했어. 나도 슈퍼스타 의 동생으로서 체통을 좀 지키기 로.”
“…슈퍼스타?”
김세정이 미라를 한심하게 쳐다보 며 한숨을 쉬었다. u자를 그리는 양 눈썹이 얄밉기 짝이 없었다.
“오, 모자란 내 친구. 아이큐가 낮 아서 그런지 상황판단이 좀 느리구 나? 너도 대가리란 게 있으면 생각 좀 해보련? 시온에서 버텍스가 슈퍼 스타가 아님 누가 슈퍼스타겠니?”
“하… 뭐, 반박은 못 하겠다만…. 그걸 꼭 자기 입으로… 그리고 이 미친 계집애야. 정신 차려! 막말로 네가 버텍스냐? 네 오빠가 버텍스 지?”
김세정이 말 한번 잘했다는 듯 손 뼉을 치면서 말했다.
“그건 그래. 으음… 그래서 말인데. 미라야. 나 고민이 돼. 사람들이 어 떻게 하면 내가 오빠 동생이란 걸 더 많이 알 수 있을까? 이마에 버 텍스 시스터라는 플래카드라도 붙이 고 다녀야 할까?”
파리가 들어갈까 걱정이 될 정도로 입을 크게 쩍 벌린 미라는 확신했 다. 자신의 이 정신 나간 친구가 진 심이란 걸.
“프, 플래 카드으?”
“후우… 아니야. 그래도 내가 잘난 김세훈의 동생인데 품위는 챙겨야 지. 이건 너무 속보이잖아? 좋아. 그냥 이참에 오빠한테 SNS 계정을 강제로 개설시키자. 그래서 나랑 찍 은 사진을 잔뜩 올려놓는 거지. 하, 나 진짜 졸라 똑똑한 듯.”
김세정이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앙 중맞은 윙크와 함께 셀카를 찍었다. 내친김에 SNS 사진을 업데이트하려 는 모양이었다.
김세정이 미라에게 말했다.
“아, 미라야. 그리고 넌 이제부터 날 대할 때 예의 좀 차려줬으면 좋 겠어. 원래 현대 사회에서 인지도의 레벨업은 신분 상승이랑 일맥상통하 는 법 아니겠어? 그런데 너 같은 쩌리가 나랑 맞먹으려 하면 쓰니? 쯧, 다음부턴 꼬박꼬박 존대 박으렴. 알았니?”
미라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개를 떨궜다. 더 열 받는 건 어이없게도 김세정의 저런 말들이 무게감 있게 들리는 현실이었다.
그래서일까?
미라가 절망, 또 절망하며 욕지기 를 뱉었다.
김세정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오 만하게 다리를 꼬았다.
시계추처럼 흔들리던 김세정의 다 리가 멈추자, 그녀의 SNS 해시태그 가 업데이트됐다.
-오빠 시온에 온 걸 환영해. 그리 웠어. 그리고 테스트 걱정 마. 알 지? 결과가 안 좋아도 난 항상 오 빠 편이란 거!
#오빠 #커리큘럼 테스트 #강당 # 파이팅! #모두들 응원 부탁 #LiVe Link ://….
띵동.
SNS 알람을 듣고 스마트폰을 들여 다본 미라의 표정이 찌그러진 캔처 럼 망가졌다.
미라가 착한 척은 혼자 다 하는 김세정의 가증스러운 SNS 메시지를 보곤 치를 떨었다.
“이 계집애 여우 같은 거 보소? 아니, 굳이 라이브 링크는 왜 다시 는 걸까? 그리고 뭐? 결과가 안 좋 아도 누구 편? 테스트를 걱정해? 염~병〜! 지랄하고 자빠졌….”
뻐억!
기어이 김세정에게 뒤통수를 걷어 차인 미라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선배석 한가운데에서 서로 머리채 를 잡고 헤드뱅잉을 하고 있는 김세 정과 미라를 구경하던 카르디아가 말했다.
“쟤가 김세정이구나? 이번 커리큘 럼 졸업생 중 압도적인 에이스라 던…. 쩝, 그런데 유전자 한번 더럽 게 이기적이네. 한 명은 수석 졸업 생, 한 명은 버텍스. 부모님이 뉘신 지 몰라도 농사 한번 예술로 지으셨 어‘?”
에일린은 카르디아의 농 섞인 말에 도 아무런 반응도 않고 침묵했다.
아미를 찡그린 채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고 상념에 잠겨 있던 에일린 이 읊조렸다.
“꿈이 아니었어.”
“응? 뭐가.”
“꿈이 아니었다고.”
에일린은 뒤늦게 강당에 도착했는 지라, 투구에 가려진 김세훈의 얼굴 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갑주 탈취 과정 중에 스크 린 너머로 잠깐 드러난 그의 얼굴을 확인한 에일린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 기 때문이다.
“루시올라… 김세훈… 김세정….”
에일린이 고개를 휙, 돌리며 김세 정의 얼굴을 확인했다.
보랏빛 아이라인의 능글맞은 눈매 는 꿈속의 진중하기 짝이 없던 여인 의 이미지와 한참 동떨어져 있었으 나, 외모는 쌍둥이처럼 똑 닮아 있 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에일린이 돌 연 어딘가로 걸음을 옮겼다.
카르디아가 갑자기 움직이는 에일 린에게 물었다.
“어? 에일린! 어디가?”
“김세정.”
“뭐?”
“김세정이랑 얘기 좀 해봐야겠어.”
카르디아가 미라의 척추 위에 팔짱 을 끼고 앉아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김세정의 똘끼를 확인하곤 말했다.
“구, 굳이?”
“응, 김세훈한테… 관심이 생겼거 든.”
살다 살다 에일린의 입에서 남자한 테 관심이 생겼다는 말을 들을 줄 몰랐던 카르디아가 부르짖었다.
“뭐어? 관심?!”
터틀이 던진 방패가 팽창하며 콩의 머리 위를 가렸다.
우산처럼 펼쳐진 방패가 충전이 완 료된 알바트로스의 태양의 창을 가 로막았다.
화르륵.
적염의 레이저 속에서 방패가 시뻘 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뿐, 알바 트로스의 붉은 창은 이번에도 방패 를 뚫지 못한 채 시들었다.
알바트로스의 공세가 그치자, 레버 가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흡!”
철퇴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거대한 콩의 건틀렛이 방패를 잡아 채 원반처럼 던졌다.
톱날처럼 도는 방패가 실버 랭크 갑주의 상체에 작렬하자, 굉음과 함 께 박살 난 갑주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원반에 강타당해 빛이 되어 사라지 는 파일럿을 본 콩이 다른 먹잇감을 노리고 점프했다.
그 거체가 허공에 떠오르자, 마치 2층 건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존재감이 육중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도약력으로 순식간에 적에게 도달한 콩이 흉기 나 다름없는 건틀렛을 휘둘렀다.
콰앙!
콩의 막대한 무게와 근력이 실린 일격을 정통으로 맞은 실버 랭크 파 일럿이 다시금 아웃.
그 틈을 놓칠세라 뒤뚱거리며 움직 이는 항아리 몸매의 터틀이 태양의 창을 쏟아내고 옴짝달싹 못 하고 있 던 알바트로스를 아웃.
방패에 다리를 맞고 쓰러지더니, 콩의 오함마 같은 건틀렛에 머리가 바스러진 마지막 잔챙이 아웃.
그것으로, 5:2의 지난했던 전투는 끝이 났다.
“후우….”
비록 승부는 순식간에 났지만, 과 정은 지지부진했다.
악착같이 달려드는 다섯 명의 파일 럿을 상대하는 건 기사단 출신인 레 버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던 탓이 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숫자의 힘을 활용할 줄 알았고, 레버를 끊임없이 뒤흔들었다. 콩의 약점인 기동력을 물고 늘어지며 야금야금 데미지를 축적시킨 것이다.
그럼에도 레버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로버트슨의 존재였다.
레버가 치명적인 공격에 노출될 때 마다 시기적절하게 날아온 방패가 그를 보호해 주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로버트슨. 저 놈은 유능한 서포터야. 홈, 원래 서 포터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았 는데… 호흡이 잘 맞으니 얘기가 달 라지는군. 쓸만해. 뭐… 정작 승기를 가져온 결정적인 요소는 따로 있었 지만.’
레버의 시선이 건물의 난간에 걸터 앉아 지루한 티를 팍팍 내는 김세훈 에게 향했다.
‘놈이 3:1을 이겨서 에이스인 타이 거를 침묵시킨 그 시점에… 승기는 이쪽으로 넘어왔으니까.’
제일 믿던 에이스가 포함된 팀이 김세훈 한 명에게 패퇴 당하자, 레 버들이 상대하던 다섯 명의 집중력 이 와장창 무너졌다. 김세훈이 언제 합류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작 김세훈 본인은 엄마 장 보는 거 따라온 아이처럼 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레버는 그런 틈이 눈앞에 있는데도 놓칠 정도로 바보가 아니 었고, 결국 빈틈을 파고들어 전투를 승리로 장식했다.
레버가 끙, 앓는 소리와 함께 탄식 했다.
‘망할, 이기긴 이겼는데… 더럽게 찝찝하군. 하긴, 두각을 나타내도 모 자랄 판에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김 세훈 저놈에게 빼앗겼으니…. 젠장, 스타일 한번 제대로 구기는군.’
레버가 김세훈에 대한 질투를 속으 로만 삭이고 있을 때, 로버트슨은 호들갑을 떨며 김세훈에게 알랑방귀 를 뀌었다.
“김세훈 씨. 도와주셔서 감사합니 다! 아이고~ 쪽수 앞에 장사 없다 고… 김세훈 씨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김세훈이 건틀렛에서 뽑아낸 거미 줄로 실뜨기를 하며 무덤덤하게 답 했다.
“도움은 무슨, 한 거라곤 구경밖엔 없는데.”
김세훈의 그런 미적지근한 반응이 꼴 보기 싫었던 레버가 심술을 부렸다.
“쳇, 알긴 아네?”
“응, 내가 좀 아는 게 많아.” “…하, 그런데 김세훈. 너 한 입으 로 두말하더라?”
실뜨기에 전념하며 스파이더의 어 빌리티, 웹의 숙련도를 높이는 데 여념이 없던 김세훈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뭐가?”
“장비빨 싫다며? 브론즈로도 다 바 른다며? 그런데 너 지금 입은 거 뭐냐? 실버 갑주네?”
“그래서?”
“그럴 거면 쪽팔리게 괜스레 입 털 지 말지 그랬냐? 좀 모양 빠지잖 아.”
거미의 눈처럼 8개의 구멍이 난 투구 속에서 김세훈의 눈매가 호선 을 그렸다.
“흠… 실버로 골드 조졌으니 장비 빨은 아니고. 브론즈로도 바를 수 있다고 입 털다 실버로 갈아탄 거 야… 인정. 내가 좀 추했네. 자, 그 래서? 뭐 어쩌라고?”
김세훈이 뻔뻔하게 나오자 레버도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심술이 나서 트집을 잡았을 뿐이니까.
“어쩌긴, 그냥… 거시기 하다는 거 지.”
김세훈이 난간에서 폴짝 뛰어내렸 다.
레버는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세훈의 행동에 찔끔 놀라 뒤로 물 러났다.
심통이 나서 지르긴 했지만, 정작 분위기가 묘해지자 김세훈의 더러운 성질머리가 떠올라 움찔한 것이다.
“내가 컨셉질 하느라 허세 부려서 발리는 게 좋았을까? 아니면〜 그냥 구라였다고 인정하고 한번 쪽팔리는 게 나을까? 아, 물론 참고로 내가 허세를 부렸으면 너는 아직도 버러 지들이랑 드잡이질하고 있었을 거 야? 그치?”
김세훈의 신랄한 말에 할 말이 없 었던 레버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 다.
“그거야….”
김세훈이 레버의 옆을 스쳐 지나가 며 속삭였다.
“이봐, 레버. 나이 처먹을 만큼 처 먹었으면 눈치 좀 챙기는 게 어떨 까? 그리고… 나한테 꼬운 게 있는 모양인데. 그럼 이참에 한번 시원스 럽게 개겨 봐. 어울려 줄 테니까.” 순간 욱한 레버는 진짜 들이받을까 했으나, 이내 김세훈을 이길 수 있 을까 하는 의문과 테스트가 엉망이 돼버릴 거란 우려 때문에 실행에 옮 기진 못했다.
“빌어먹을… 됐어! 집어치워. 나도 생각이란 게 있는 놈이야. 한창 테 스트 중에 팀을 분열시킬 생각은 없 다고. 크홈, 난 그냥… 앞으로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말라는 뜻에서 조 언을 해줬을 뿐이야.”
자신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듯, 휙 뒤돌아서는 레버의 등을 향해 김 세훈이 말했다.
“꼬리 말고 튈 거면 인정하던가? 이 팀의 리더가… 나라는 거.”
로버트슨이 눈치도 없이 손을 번쩍 들며 호응했다.
“넵, 넵. 인정합니다. 적극적으로 인정합니딩’~”
레버가 배알도 없는 로버트슨을 한 차례 노려보더니, 하늘이 무너질 것 처럼 한숨을 쉬었다.
사람의 신경을 살살 자극하는 김세 훈의 언사에 온갖 네거티브한 감정 이 뒤섞여 펄펄 끓어올랐다.
하나, 레버는 참았다.
모두가 테스트를 관전하고 있는 지 금. 김세훈을 들이박아 봐야 추한 쪽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는 것도 한몫했지만.
“하아… 리더라… 좋아. 너 다 해 먹어. 막말로 네가 여기서 제일 잘 난 놈인 건… 팩트니까.”
김세훈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 다.
“좋아, 그럼 전부 누워.”
“네‘?”
“뭐?”
반문하는 둘에게 김세훈이 바닥에 발라당 누우며 말했다.
“누워서 푹 쉬어두자고. 곧… 사냥 꾼이 올 테니까.”
레버가 이를 악물고 김세훈의 천하 태평 한 태도를 꼬집었다.
“야! 사냥꾼이 올 거라면 빨리 자 리를 피해야지! 지금 이 상태로 사 냥꾼을 만나면 어떻게 될지 몰라? 바로 아웃이라고!”
그 말대로, 김세훈 또한 지금 사냥 꾼을 만나면 게임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조금 전의 전투를 통해 자 신의 객관적인 전력을 파악했기 때 문이다.
‘내 생각보다 갑주의 스펙 차이가 상당해. 그래서 애송이였던 타이거 를 상대로 생각보다 고전했고. 그런 데 골드 랭크 세 명. 그것도 아마추 어 클래스의 날고 기는 놈들과 마주 친다? 바로 게임 오버지. 하지만….’
물론, 그렇다고 승산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까다로운 선행 조건이 몇 개 필요했을 뿐.
김세훈이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
“걱정 마. 여유롭게 기다려. 놈들 은… 절대 우릴 건드리지 않을 테니 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