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4
사상 최강의 오빠 004화
2장 김세정(2)
“네? 인턴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요?!”
김세정은 깜짝 놀라 토끼 눈이 되 어 되물었고, 직원이 뭘 그렇게 호 들갑을 떠냐는 듯 짜증이 난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다 답했다.
“네. 오늘부로 종료되었고 이번 달 지원금인 200만 원도 바로 통장으 로 이체되었을 겁니다. 딱히 날짜 계산해서 지급한 건 아니니 걱정 마 시고요.”
“저, 저기 사유가 뭔가요? 저는 딱 히 잘못한 거 없는 것 같은데.”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김세정에게 직원이 그걸 왜 너만 모르냐는 듯 역정을 냈다.
“아니 사유가 뭔지 정말 몰라요? 세상에 어느 클랜이 노마를 인턴으 로 데리고 있습니까? 막말로 여태 데리고 있던 게 신기한 거죠.”
“하지만! 하지만요. 아, 아직 방법 은 남아 있잖아요. 던전 각성요! 저 아직 그건 안 해봤단 말이에요.” 직원이 이번에는 짜증을 넘어 황당 하기까지 한 듯 혀를 찬다.
“쯧…… 아니, 이봐요. 김세정 씨. 자살하려면 다른 데 가서 하세요. 왜 굳이 여기 와서 이러십니까? 클 랜 인턴이 던전 들어가서 죽으면 협 회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죽으 려면 혼자 죽으세요. 왜 애꿎은 클 랜에 민폐를 끼치려고 그러십니까.”
틀린 말 하나 없었던지라 김세정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을 오물거 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옆에서 한심하게 그들을 쳐다 보고 있던 고양이상의 여인이 말했 다.
“병신같은 노마 년이. 왜 이렇게 질척거려? 잘렸으면 꺼져. 찐따같이 왜 이래? 여기가 자원봉사센터야? 너 같은 장애인 년들 모아서 키워주 게? 적성이 없으면 그만두고 꺼지라 고. 괜히 남 훈련하는 곳에 와서 민 폐 끼치지 말고.”
그 난데없는 폭언에 김세정은 쌍심 지를 키우며 고양이상의 여인을 노 려보았지만, 이윽고 반문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수그렸다.
억울하고 분했지만, 세정이 무능력 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러하기에 잘 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니 더 말 해 뭐하겠는가?
무엇보다 고양이상 여인의 이름은 신현영. 해저드 클랜 1팀의 팀장인 신현수의 여동생이자 유성그룹의 차 녀로 인턴 중에서도 뒷배가 대단하 기로 소문난 엘리트였다. 세정이 비 비기에는 너무 큰 거물이라는 소리 였다.
“야 이년아. 그러게 적당히 나대야 지. 결국, 마나 없으면 다른 훈련에 서 만점을 받든 못 받든 의미 1도 없는데. 성적 조금 좋다고 나대길 그렇게 나대?”
검지로 김세정의 이마를 콕콕 찌르 며 비웃는 신현영. 그녀는 아주 고 소해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신현영은 그간 만년 차석으로, 수석인 김세정에게 모든 훈련과 수업에서 밀렸고, 덕분 에 하루가 멀다 하고 오빠인 신현수 에게 바가지를 긁혔다.
그뿐 아니라 그룹 내에서도 소문이 나서 만년 차석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별명까지 붙은 마당이다.
신현영 정도 되는 명문가 아가씨에 게 그것은 대단한 치욕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김세정이라면 이를 갈다 못해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 였고. 김세정이 마나 적성에서 노마 판정을 받았을 때는 폴짝폴짝 뛸 정 도로 기뻐했다.
이후로도 김세정 왕따 조직을 편성 해 음으로 양으로 괴롭힌 장본인이 신현영이었으니, 실로 악연이라 할 만했다.
“그러고 보니 너 그 무슨 오빠 놈 돌아와서 시궁창 인생이 더 더러워 졌다며? 깔깔 32살 된 놈이 돌아와 서 놀고먹으니 죽어야지. 그러게 뭐 하러 돌아와서 가족들 등골을 파먹 는다니? 그냥 실종됐을 때 죽어주는 게 도와주는 거였을 텐데.”
김세정이 자신의 이마를 콕콕 찌르 던 신현영의 손목을 휙 잡아챘다. 피가 방울져 흐를 정도로 아랫입술 을 꽉 깨문 김세정이 매서운 눈매로 신현영을 노려봤다.
“그 말. 당장 취소해. 신현영.”
신현영이 김세정의 손을 팍 뿌리치 더니 깔깔거리며 웃는다.
“이년 보게? 야, 죽고 싶냐? 지금 누구한테 눈깔을 치켜뜨는 거니 지 금‘?”
짝!
신현영이 세정의 뺨을 후려친 후 조롱했다.
“너 왜 욱하니? 내가 틀린 말 했 니? 너 거지새끼잖아. 나 깜짝 놀랐 다〜 세정아. 너 200만 원 지원받는 거지새끼라며? 그 말 듣고 이해가 가더라. 어쩐지 애가 빈티가 났어요. 아니 무슨 거지가 헌터야? 쪽팔리지 도 않니? 그 200만 원 나 같으면 소문날까 봐 안 받는다고 했겠다. 그런데 맨날 돈 언제 들어오냐고 징 징징〜 어디서 너 같은 게 우리 클 랜에 들어와서 물을 흐리니?”
김세정은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어 루만지며 신현영을 쏘아보았다. 그 눈길이 마음에 안 든 신현영이 피식 웃으며 재차 말을 잇는다.
“이년이 아직도 눈깔 치켜뜨고 있 네? 야 그러니까 내 말 틀렸냐고. 너도 짜증 나잖아. 거지들 사는데 거지 한 마리 더 늘어서 빡…… 꺄
아악!”
김세정이 신현영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악을 질렀다.
“맞아, 나 거지 년이다. 그래 너 오늘 거지한테 한번 죽어봐라. 나 죽고! 너 죽어보자!”
“꺄아악 이거 안 놔? 너 죽었어. 내가 너 가만 안 둘 거야.”
두 여인이 머리끄덩이를 잡고 바닥 에 넘어지더니 서로 뒤엉켜서 개싸 음을 벌이자 주변에서 둘의 날카로 운 대립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인턴 들이 그제야 달려들며 신현영과 세 정을 떼어놓았다.
신현영은 엉망이 돼서 마치 광년처 럼 변한 헤어스타일을 어루만지더니 독오른 살쾡이처럼 악을 썼다.
“캬아악, 저년! 저거 족쳐! 족치라 고! 야 이 새끼들아! 왜 가만히 있 어? 저 쌍년이 날 건드리는 데 가 만히 있어? 여기서 다 쫓겨나고 싶 어?”
신현영의 말에 인턴들이 서로 눈치 를 보며 힐끗힐끗했다. 그런데 신현 영은 그런 인턴들이 마음에 안 드는 지 재차 다시 말했다.
“이 새끼들이 간을 보네? 하…… 잘 들어. 재 지금 멀쩡한 얼굴로 여 기서 걸어나가잖아? 너희 다 아웃이 야. 알았어? 너네 같은 벌레 새끼들 이런데 쓰려고 내가 데리고 다닌 거 야. 근데 이럴 때 못 써먹으면 너희 를 내가 왜 끌고 다니니?”
그 말에 인턴들이 눈을 질끈 감더 니 주먹을 쥐고 세정에게 다가갔다. 세정은 그런 그들을 흔들리는 눈동 자로 주시하더니 이내 체념한 듯 눈 을 질끈 감았다.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참고 또 참 아야 중간이라도 가는 거였는데 하 며 세정은 후회했다.
약자는 강자에게 잡아먹히는 게 당 연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약자 가 강자에게 대들면, 더 몹쓸 꼴을 당하는 게 현실이었다.
퍽! 퍽!
이내 시작된 린치. 신현영은 옆에 서 그 린치를 선도하며 얼굴 위주로 때리라며 인턴들을 독려하고 있었 다. 그런 그들을 직원이 다급한 목 소리로 말렸다.
“이, 이거 왜 이러십니까. 신현영 씨. 이러시면 큰일 나요. 이거, 클마 님이 아시면 절단이 날 겁니다. 그 만 하세요. 그만하시라고요!”
“누가 죽인데? 닥치고 있어. 야! 너 내가 누군지 알지? 그러니 너만 닥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없어. 무 슨 말인지 알겠어? 만약 이 일이 밖으로 새면 네 새끼 짓이 분명하다 는 거지. 그렇게 되면? 넌 이 클랜 은 물론 이 바닥에서 다시는 일 못 하겠지. 그러니까…… 주둥이 단속 잘해 이 새끼야.”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낸 신현영이 엉망이 된 김세정을 홀낏 보더니 코 웃음을 친다.
“흥, 걱정 마. 죽이진 않을 거니까. 나도 그렇게 독한 년은 아니야. 그 저 저 잘난 면상 조금 만져줄 뿐인 거야.”
얼마나 독한지 신음 한번 안 내고 처맞고 있는 세정을 보며 비릿한 미 소를 흘렸다.
‘김세정. 오늘은 보는 눈이 많으니 까. 이 정도로 끝내줄게. 하지만 이 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 감히 벌 레 같은 게 나를 건드려……? 썅, 김세정. 난 말이야,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혐오하는 인간이야. 그러니 까 기대해도 좋아. 널 아주 아작내 줄 테니까.’
저녁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 김세 훈은 낡은 빌라 앞에서 쪼그려 앉아 김세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몇 신데 이렇게 안 오는 거야? 흠, 스마트폰 고장 내지만 않 았어도 전화해 보는 건데. 어머니도 늦으시고.
툴툴거리던 세훈은 고개를 들어 하 늘을 보았다.
서울 한복판이라서 그런지 몇 개 없는 별이 점점이 박혀 있는 하늘 은, 은하수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를 놓던 다른 세상의 하늘과 너무 도 판이했다.
“평화…… 인가.”
김세훈은 쪼그려 앉은 그대로 전봇 대에 등을 기댄 채 풀썩 주저앉았 다.
그리고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 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늘만 그저 하염없이 올려 다보았다.
그 눈빛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아니면 지금 현재의 안락함과 평화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늦은 시간, 발걸음 소리도, 심지어 개 짖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도 잠든 그 시간을 얼마나 즐기고 있었을까, 김세훈의 귀가 쫑긋했다.
“왔나? 응차.”
길바닥에서 일어난 김세훈은 츄리 닝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주머 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통통거리는 걸음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금세 눈앞에 터덜거리는 힘 없는 걸음으로 걸어오는 김세정이 보였다.
“야, 왜 이렇게 늦었어? 엄청 기다 렸잖아. 밥은 먹었어? 배는 안 고 파?”
오래 기다렸다는 티를 잔뜩 내는 김세훈의 말에도 김세정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응? 너 왜 이렇게 힘이 없냐? 무 슨 일 있었어?”
걱정스러운 듯 묻는 김세훈이 걸리 적거렸던 걸까, 김세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빠, 나 오늘 정말 힘들어. 많이 피곤해. 오늘은 나 그냥 놔두면 안 될까?” 김세훈은 물기가 스며있는 김세정 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있었음 을 직감했다.
“너 무슨 일 있었구나? 그렇지? 오빠보고 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
김세훈이 어깨를 부여잡고 묻자 김 세정이 몸을 거칠게 흔들며 그의 손 길을 뿌리쳤다.
“알면!”
그 몸부림에 커튼처럼 얼굴을 가리 고 있던 김세정의 머리카락이 걷혔 다.
그리고 시퍼런 피멍이 들어 부풀어 오른 눈구덩이와 피가 터져 딱지가 내려앉은 입술이 김세훈의 눈동자에 똑똑히 박혔다.
“대체 알면! 뭐 어쩔 건데?! 오빠 가 도대체 뭘 해줄 수 있는데?!”
김세정은 안에 웅어리 져 있던 감 정을 모조리 토해내듯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그냥 놔두랬잖아. 오빠! 나 건들 지 말라고 했잖아! 오빠가 지금 우 리에 관해서 관심이 있기나 해? 오 빠 돌아와서 우리 아빠는 어딨는지, 어디 갔는지 물어보기는 했어? 우리 가 왜 이런 데서 살고 있는지 물어 보긴 했어? 아니잖아. 안 물어봤잖 아!”
“그건…….”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왜 물어 보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저 오래된 상처를 다시 파헤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김세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흐윽……오빠, 알아?”
투명한 눈물이 피멍 든 볼을 타고 내린다. 그것을 닦아주고 싶었지만 차마 손대지 못한 김세훈은 그저 바 라보고만 있었다.
“누가 말이야. 우리 보고 거지새끼 래. 근데 말이야. 우리 거지새끼 맞 아. 저거 집도 월세고. X 같은 바퀴 벌레 나오는 저 개 같은 집구석이 얼마나 비싼지 월세가 200만 원이 나 해. 그거 알아? 나 오늘 회사에 서 잘렸다? 그래서 이제 월세도 못 내.”
김세정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당장 일 못 구하잖아? 모은 거 다 써도 두 달 후엔 우리 길바닥으 로 쫓겨나. 신용불량자라 대출도 못 받고. 나 대학도 못 간 벌레 같은 년이라 일도 거지 같은 것 밖에 못 구해. 요즘 나 같은 애 써주는데? 술집밖에 없어. 오빠 나 술집이라도 나갈까? 그래야겠지? 그래야 우리 가족 먹고라도 살 거 아냐?”
“……미안하다. 그간 내가 너무 신 경을 못 썼네. 일어나. 내가 어떻게 든 해볼 테니까. 먼저 천천히 얘기 좀 해보자.”
탁!
자신을 부축하는 김세훈의 손길을 확 후려친 김세정이 부르짖었다.
“뭘 할 수 있어 오빠가! 오빠가 돌 아와서 우리 집에서 한 거? 한 달 내내 뒹굴고 놀기밖에 더했어? 됐 어! 이제 다 지긋지긋해. 꺼져! 꺼 지라고! 왜 돌아왔어? 그냥, 그래. 그냥 안 돌아왔으면……우리 이렇게 궁상맞게 사는 거 안 보여줄 수 있 었는데…….”
그 말을 끝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더니 낡은 빌라로 걸어 들어가는 김 세정의 뒷모습을 보며 김세훈은 아 무 말 없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얼마나 서 있었을까.
하나둘씩 꺼져가는 빌라의 불빛 아 래, 김세훈이 별안간 전봇대를 손에 쥐었다. 그러자 전봇대가 수수깡처 럼 바스러지며 금이 쩍쩍 갈라진다.
“빌어먹을…….”
속에서 치밀어오른 울화가, 동생의 형편없이 망가진 얼굴이 그의 심장 을 거세게 두들긴다. 부릅뜬 그의 두 눈에 핏줄이 실타 래처럼 엉켜 픽픽 돋았고, 몸에서 흘러나온 기파(氣’波)에 밤을 밝히던 가로등이 퍽퍽 부서져 내리며 유리 조각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왕이시여, 이대로는 안 됩니다.
새벽 산새의 울음소리처럼 맑은 목 소리. 그리우면서도, 포근한, 그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가 불현듯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이대로면 당신은 망가져 버릴 겁 니다. 집어삼킨 마(魔)가 정신을 침 식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끊임없 이 피를 탐하셨으니…… 100년간 버티신 것만으로도…… 이미…….
김세훈이 머리를 휘적휘적 저으며 비틀거렸다. 배터리가 다 된 장난감 병정처럼 그는 힘없이 담벼락에 몸 을 기댔다.
-이번 전쟁이 끝난 후…… 신께서 상을 내리실 겁니다. 그때 요구하세 요. 휴식을,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세요.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한, 그곳 으로.
그것은 지금 들리는 목소리가 아 닌, 기억의 잔재. 그럼에도 목소리의 잔향만으로도 김세훈은 평정심을 조 금씩 찾았다.
-명심하세요. 적어도 몇 년간 은…… 아무것도 하시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피를 보시면 안 됩니다. 누군가 죽더라도 내버려 두세요. 아아……저는 너무 이기적인가요? 사실, 전 당신의 가 족이 이제 그곳에 없길 바란답니다. 가족은…… 때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만…… 때로는 너무 힘겨운 짐 이 되거든요. 명심, 또 명심하세요. 피를 보는 순간…… 모든 게 다시 시작될 거란 걸.
김세훈이 중얼거린다.
“……꼴이 우습군…….”
그의 쓸쓸한 목소리가 정적을 간지 럽 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