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419
사상 최강의 오빠 423화
퍼즐 조각(7)
김세훈은 기억회랑의 복도를 걸으 며 스크린들을 훑었다.
영상 속에서 시온은 엑자일을 이용 해 본격적으로 인류를 압박하기 시 작했다.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인간 을 잡아먹는 존재.
인외종.
그들은 인간을 탐식하기 위해 태어 난 천적으로, 타고난 사냥꾼이었으 며, 포식자였다.
하나, 예전과 달리 김세훈은 저들 을 순수히 증오할 수 없었다.
인외종의 전생이 유다라는 걸 떠올 리면, 기실 저 모습은 인간이 인간 을 잡아먹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까.
그러니, 죄가 있다면 시온에게, 아 니, 자신에게 있으리라.
자신의 끝없는 악의와 아집이 잉태 한 존재가 바로 저것이었으니. 김세훈이 차마 자신의 여죄를 직시 하지 못하겠다는 듯, 스크린에서 고 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저 때는… 어빌리티가 없는 것 같 은데?”
라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수백만 년이 넘는 아우터의 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마술이나 마법, 무공 등이 생긴 건 초중반 시 점이니까요. 그러니 저 때는 그런 게 없었지요.”
“그럼 저 시기의 인간들은 총과 같 은 현대병기를 이용해 인외종에게 저항한 건가?”
“네. 그야말로, 최악이었죠. 총은 인간들뿐만 아니라 인외종도 쓸 수 있는 무기였으니까요.”
“재앙…이었겠군.”
“최초의 시뮬레이션은 최악으로 끝 났죠. 불과 수백 년도 지나지 않아 인류가 멸종했으니까요.”
인외종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 않 았던 김세훈이 화제를 돌렸다.
“굳이 시간대를 21세기로 정한 이 유가 있나? 선조시대인 30세기로 기준을 잡아도 됐을 텐데.”
“시온이 이유를 말한 적은 없습니 다만, 제 본체는 이렇게 생각했습니 다.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아버지의 자기기만이라고 말입니다.”
김세훈은 알 것 같았다.
시온은 자신의 시간대와 아우터의 시간대가 가까워지는 게 싫었던 거 다.
그에게 있어, 저것은 ‘시뮬레이션’ 에 불과했다.
그러니 공감해서도 안 되고, 자신 이 감정을 이입할 여지가 있어서도 안 됐다.
그래서 21세기를 택한 거다.
불로 세포가 연구되기 전 인류 최 대의 황금기.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저 때의 시기라면, 저것이 현실이 아닌 시뮬레이션의 일부라며 자위하기 편 했을 테니까.
“그럼 무공이나, 어빌리티, 마술, 마법 같은 건 왜 만든 거지?”
“계속된 실패의 이유를 아버지는 병기 문명에 뒀습니다. 핵미사일부 터 시작해서 세균병기까지. 인류를 수없이 자멸로 이끈 게 바로 병기 문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무공과 어빌리티 같은 게임에서나 존재할 법한 이능력들을 아우터에 도입했 죠.”
김세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시온의 결정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의미가 있나? 시온은 현실에 서 인류가 영원히 존속하길 원하잖 아. 그런데 어빌리티 같은 건 아우 터니까 가능한 거지. 현실에선 절대 구현될 수 없는 요소 아닌가?”
은발 소년, 라온이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동일하지는 않을지라도, 특수한 능력 정도는 현실에서도 구현하는 게 가능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아직 현실의 인류가 규명치 못한 요 소가 있다는 걸.” 짚이는 구석이 있었던 김세훈이 눈 을 치켜떴다.
“…잠깐, 설마?”
“네. 불로 세포. 인류를 늙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새뮤얼의 세 뇌 능력과 헨리의 언령 등, 초능력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소양을 각성 하게 해주는 그 세포. 그거라면 마 술이나 마법 정도는 아닐지라도, 병 기 문명을 대체할 특수한 요소로는 더할 나위 없지요.”
김세훈이 서늘한 표정으로 정색하 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불로 세포는 없애기로 한 거 아니었나? 그래서 아우터에 들어간 거 아니었냐고.” “불로 세포는… 없어지지 않았습니 다. 왜냐면, 어빌리티와 무공이 도입 된 후 인류의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 었거든요. 그 직후, 시온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병 기 문명이 아니라면, 그쪽 테크를 타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한차례 말을 집어삼킨 라온이 재차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이그드라실이 현실에서 진행하던 불로 세포 소거 작업을 정 지시켰습니다. 그리고 그게… 벌써 수백만 년 전의 일이죠.”
김세훈은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았 다. 수백만 년.
인류가 아우터에 갇혀 있던 시간을 제외하면, 인류의 역사는 고작 수십 만 년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백만 년?
단순 계산만으로도 무려 인류 역사 의 열 배에 달하는 시간이다.
그럼 그동안 지구는 어떻게 변했을 까?
그리고, 불로 세포는 지구의 생명 체에게 어떻게 작용했을까?
김세훈이 넋이 나간 목소리로 뇌까 렸다.
“시온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라온이 시들어가는 풀잎처럼 서글 픈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는… 망가졌습니다. 처음, 제 본체는 아버지를 믿었습니다. 하 지만 점차 깨닫게 되었죠. 아버지 가… 미쳤다는 걸. 보세요. 당신의 역사를.”
라온이 검지로 다음의 역사들을 가 리키며 말을 이었다.
“무공이라는 허무맹랑한 능력을 아 우터에 구현하겠다며 관련 자료를 조사해, 내공 혹은 마나라는 추상적 개념을 아우터의 시스템에 도입했습 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어빌, 마술, 마법 등을 구축했죠. 이 걸 전부 누가 한지 아십니까? 바로 당신 홀로 하셨습니다.”
누군가는 허무맹랑하다며 고개를 저을 법한 일이, 시온의 손아귀에선 여지없이 현실이 되었다.
버텍스인 그에게 능력은 충분했고, 시간은 먼지만큼이나 많았으며, 망 가진 정신은 포기 대신 집착을 택했 으니까.
그렇게, 아우터의 문명은 변혁과 멸망을 거듭했다.
“다들 물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 가 있냐고. 아버지는 말하더군요. 일 말의 가능성. 단 하나의 희망만 있 다면 상관없다고. 딱 한 번의 사례. 그래요. 딱 한 번이라도 인류가 멸 망 당하지 않는 사례를 만들면, 그 사례에 가깝게 현실을 ‘조정’하면 된다고.”
시온. 그는 아우터의 시뮬레이션이 인류가 생존한다는 엔딩을 도출한다 면, 현실을 그 엔딩에 가깝게 개조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만약 마나를 기반으로 한 특수한 문명, 마나 문명이 생존하는 엔딩에 도달한다?
그리하면 시온은 수단 방법을 가리 지 않고 현대 문명을 개조했으리라.
물론, 마나라는 환상 속 에너지가 현실에 존재할 리는 만무하다.
하나 불로 세포든 유전자 변형이 든,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하면 마나에 가깝거나, 대체할 요소를 창 조하는 게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시온은 생각했다.
“현실을 아우터의 세계에 가깝게 개조한다? 미친… 어디서 그딴 개 같은 망상을? 시온… 그 정신 나간 놈은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는 주 제에 제 놈이 하는 짓이 똥인지 된 장인지도 구분 못 하는 건가?”
김세훈의 역정에 라온이 단언했다.
“아뇨,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뭐?”
“네, 가능합니다. 그는 알았기 때문 이죠. 시간 앞에 확률은 숫자에 불 과하다는 걸.”
“시간 앞에… 확률은 숫자에 불과 하다?”
“네. 백만 년으로 안 된다면 천만 년을, 천만년이 안된다면 1억 년을. 그는 연구하고 또 연구할 테니까요. 도전하고, 또 도전할 테니까요. 그리 고 기어이 만들어낼 테니까요. 그것 이 옳든 그르든 간에 자신만은 만족 할 수 있는 엔딩을….”
시간을 가진 이가 포기하지 않는 한, 시간은 항상 성공의 편이었다.
때로 실패란, 포기하지 않는 한 찾 아오지 않는 법이었으니.
그렇기에, 시온은 해낼 것이었다.
그 과정에 어떤 일이 벌어지든 간 에 어떻게든, 기어이.
라온이 자신의 어깨를 두 팔로 감 싸 안으며 벌벌 떨었다.
“아버지를 막아야 했습니다. 시간 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버지의 ‘실 험’은 정도를 넘어섰으니까요. 급기 야 행성을 복제해 무신행성을 탄생 시켰고, 중간계도 탄생시켰습니다. 거기서 인간들이 어디서 살아가는지 연구했습니다. 그건 마치….”
인간이 개미의 생태를 연구하는 것 같았다는 말을, 라온은 미처 뱉지 못했다.
“…어떻게 행성이 동시에 몇 개나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불로뇌는 이 미 한정돼 있는데 어떻게 국가를 인 구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까요? 아 버지는… 인간의 불로뇌를 전자화한 전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걸 이용 하면, 겉모습만 다를 뿐, 동일한 영 혼의 인간이 아우터에서 동시에 존 재하는 게 가능했거든요.”
“뭐? 그건 마치….”
“네 모습만 다른 복제인간이나 마 찬가지죠. 혹시 기억하십니까? 시험 의 숲에서 만난 당신을 닮은 존재. 레이몬드를? 그는 비록 흑인이었으 나, 당신과 성향이 놀랍도록 비슷했 습니다. 이게 설마… 우연이었을까 요?”
“미친….”
그제야, 김세훈은 시온이 미쳤다는 것이 사무치도록 와닿았다.
광기에 잠식돼 자기 자신의 영혼마 저 복제하고, 도구로 삼은 미치광이.
그게 바로 시온이었던 것이다.
김세훈의 눈앞에 있는 라온은 영웅 왕 본인이 아닌, 그의 기억 일부를 가진 AI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기억을 이어받은 탓일 까?
AI는 라온이 시온에게 품은 두려 움마저 학습했다는 듯, 몸을 사시나 무처럼 떨었다.
“…믿어지십니까? 과정이야 어찌 됐든… 당신께선 일종의 평행세계를 창조해 낸 겁니다. 네. 어떤 의미에 서 당신은 진정한 조물주라 해도 과 언이 아니었죠. 이 전뇌 세계, 아우 터에서 당신은… 전지하고 전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시온의 만행을 보고 들은 김세훈은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무수한 세계가 탄생했습니다. 무 공을 기반으로 한 15세기의 타입 행성이 나타났고, 인간의 결점을 수 정한 ‘엘프’라는 종을 새로 만들기 도 했습니다. 그 행위는 이미 절제 없는 폭주에 가까웠고, 누군가는 막 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 버지를 막으려다….” 라온의 이어지는 말에 김세훈은 불 길한 느낌을 받았으나, 애써 부정했 다.
아무리 시온이 영락했을지라도, 에 일린을 건드리진 않았을 거라 믿고 싶었던 것이다.
“아냐! 아무리 시온이 정신이 나갔 어도, 누나에게 해를 끼쳤을 리는….”
“네. 해를 끼쳤다기엔 어폐가 있죠. 그저, 자신이 깨우기 전엔 영원히 일어날 수 없는 잠에 빠뜨렸을 뿐이 니…. 후후, 깨우지 않는 한 영면이 되, 깨우면 삶이라…. 어쩌면 아버지 는… 어머니와의 이별을 진즉부터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시온은 자신을 막을 수 있는 건 에일린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를 치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재웠을 뿐이니만 큼, 그것은 해를 끼쳤다는 개념으로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하나, 허락 없이는 깨어나지 못할 수면이라면, 그것은 과연 삶일까 죽 음일까?
김세훈이 입을 열었다.
“잠들어 있던 누나를 깨운 건… 너 고?”
“네. 선조 신이 없는 세계의 데이 터를 얻자는 걸 빌미로 아버지를 재 운 후, 저는 어머니를 깨웠습니다. 버텍스 시스템에 성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버텍스는 왜 만들었고, 성녀는 왜 만든 거지?”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당신은 절 대 죽어선 안 됐습니다. 기억이든 뭐든 다 찢어놨더라도 당신이 시온 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었고, 혹시라 도 ‘죽음’。] 당신을 자극하면 당신 안에 있는 시온이 깨어날 가능성이 있었고, 그럼 끝이었으니까요. 그래 서… 당신께 가장 근접했다 할 수 있는 버텍스들로 테스트를 해본 겁 니다.”
“…내가 인외종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
“네.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안 됐으니까요.”
“한마디로 버텍스로 데이터를 쌓았 다는 거군.”
“네. 물론, 당신이 죽을 가능성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원정대 과정이 든 뭐든 간에 당신이 진정으로 죽을 만한 위기가 닥쳤다면 시리우스가 나타났을 테니까요. 하나… 그럼 당 신이 성장하지 않을 테니, 최대한 시리우스가 개입해선 안 됐죠. 그래 서 적절한 위기를 연출하는 게 중요 했….”
시리우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기 분이 묘했는지라, 말을 돌리고 싶었 던 김세훈이 말을 끊었다.
“좋아, 버텍스에 대해선 대충 다 이해했으니 거기까지 하고, 성녀는 왜 존재해야 했는지나 말해봐.”
“당신. 그리고 버텍스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섭니다.”
“ 자살?”
“인간은 종교든, 친구든, 가족이든 간에 의지할 곳이 있어야만 했습니 다. 하지만 버텍스들은 대부분 무교 였고, 자기 자신의 능력만 맹신했죠. 그래서인지… 절망을 마주하면 자살 을 택하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휘가 그랬지요.”
“이휘가… 자살을 했었나?”
“3,677번. 이휘가 자살한 횟수입니 다. 그래서 성녀를 만든 겁니다. 살 아갈 이유, 혹은 의지할 버팀목을 주기 위해. 덕분인지 몰라도 이후엔 자살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지더군 요. 그것이 비록 복수심 때문이라고 할지도 말입니다.”
쿠르르룽.
그때, 굉음과 함께 무의식의 세계 가 격하게 흔들렸다.
낯빛이 변한 라온이 간절한 손길로 김세훈의 소매를 붙잡으며 다급한 투로 말했다.
“제가 할 말은 다 했습니다, 아버 지. 누군가는 그를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김세훈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어디야? 어디로 가면 되는데? 아까부터 따라왔는데 시온 은 코빼기도 안 보이잖아.”
“도착은 진즉에 했습니다. 제 분석 상, ‘문’은 이 근처에 열릴 테니까 요. 하지만… 이곳은 무의식의 세계 입니다. 그렇기에, 시온에게 도달하 기 위한 길을 열기 위해선 그가 큰 충격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큰 충격?”
“네. 시온은 어지간한 일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하나, 그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게 하나 있 지요.”
“경험해 보지 못한 것…?”
“당신은 수없이 겪었으나, 그는 겪 어보지 못한 것. 가까운 이의 죽음. 네, 곧… 당신의 어머니께서 죽을 겁니다.”
김세훈이 라온의 멱살을 잡아채며 말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우우웅.
무의식의 세계가 통째로 뒤집힐 것 처럼 진동했다. 그와 함께 라온이 부르짖었다.
“그가 제 존재를 자각했습니다. 전 이제 곧 사라질 겁니다. 그가 들을 지 모르기에, 지금 제가 당신께 할 수 있는 말은 얼마 없습니다. 하지 만, 명심하세요. 이기세요! 반드시 이겨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되….” 쩌어엉!
어둠 속에서 내려온 한줄기 섬광이 라온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그리고 김세훈의 눈앞에 거대한 문이 나타 났다.
검은 풍경의 검은색 문.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그곳에 있다 는 걸 모를 만큼 은밀한 검은 문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끼이익.
바람에 놀란 문이 속살을 보여주는 것처럼, 문이 서서히 열렸다.
틈새로 비치는 심연과도 같은 어둠. 문이 바람에 팔랑거리는 것처럼 앞 뒤로 흔들렸다.
그것은 마치, 김세훈에게 손짓하는 것 같았다.
그래. 기다리느라 지쳤으니 빨리 오라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