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88
사상 최강의 오빠 088화
32장 한승준
매치가 끝난 후 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그간 김세정들의 얘기를 안 주 삼아 떠들길 즐기던 클랜원들도 일상에 치여 자신들의 본업에 몰두 했다.
어느덧 9월 초. 바야흐로 던전 리 그 시즌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누구 할 것 없이 바쁠 수밖에 없는 시기 였기 때문이다.
리그 개막 날짜는 10월 15일. 아 직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었 지만 9월 15일부터 프리 시즌이 시 작되기에 여유가 있다곤 할 수 없었 다.
프리 시즌은 정식 리그를 소화하기 전에 클랜의 전력을 점검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였으니, 허투루 보낼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정신없는 이들은 당연히 리거들이었다. 그 때문일까, 시뮬레이션 룸에선 캡슐이 쉴 새 없 이 가동되고 있었다.
1분 1초가 아쉬운 리거들이 연습 매치를 위해 캡슐에서 나올 생각을 안 했던 탓이다. 그리고 5시간 후, 드디어 매치를 끝낸 리거들이 캡슐 에서 나왔다.
서예림, 신현수, 강현석, 이유라. 마지막으로 임시 리거인 C급 헌터 정마루가 포함된 리거 파티. 그런 그들에게 낯선 인상의 사내가 다가 갔다.
낡은 파란색 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사내는 사각진 얼굴과 두꺼비 입술 이 유별난 투박한 인상의 소유자였 다.
하나, 안타까운 것은 그가 외팔이 라는 것이다. 실체 없는 왼소매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기 때문 이다.
“다 나오셨습니까? 그럼, 이쪽으로 모이시죠. 피드백 진행하겠습니다.”
외팔이 사내는 간이 책상 위에 펼 쳐놓은 다이어리에 끝없이 무언가를 끄적이면서 리거들 한 명, 한 명을 스치듯이 훑다가, 서예림에게 시선 을 고정했다.
“먼저 서예림 마스터. 더할 나위 없고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였습니 다. 개인적으로 이토록 단점이 없는 헌터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군요. 그런 만큼, 제가 감히 지적할 부분 이 없었습니다.”
“한승준 씨. 지나친 과찬이시군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클랜 마스 터라 하여 언행을 조심할 필요는 없 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게 아니라면, 흑봉회의 수석코 치를 애써 모셔온 의미가 없으니까 요.”
외팔이 사내, 한승준은 냉소를 지 으며 서예림에게 툭 던지듯 말을 건 넸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원 최 저라는 놈이 사람 안 가리고 말을 뱉는지라, 저희 클랜의 마스터 께서도 저에게 입 좀 조심하고 다니 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저 사실 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서예림 마 스터는 지금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적어도, ‘2부 리그’ 수준에선요.”
한승준의 말에 서예림이 담담한 어 투로 되물었다.
“그럼 1부 리그에서는 어떤가요?”
“흠, 중위권 클랜의 주전 멤버 정 도는 될 거라 봅니다.”
한승준의 단언에 강현석이 예민하 게 반응했다.
“조금 박한 평가이신 것 같습니다. 마스터가 고작 중위권 클랜의 주전 멤버라니… 물론, 한승준 코치님보 다야 많이 모자라나, 제 식견으론 상위 클랜의 네임드들과 어깨를 나 란히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습니 다만….”
뾰족한 감정을 예의 바르게 포장해 던지는 강현석의 언사에 한승준이 매몰차게 답했다.
“이런, 저보다 사람을 평하는 눈이 정확하신 분이 2부 리그에 계시다니 놀랍군요. 이것 참 당장이라도 흑봉 회로 돌아가서 인사 추천이라도 해 봐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 다.”
명백히 비꼬는 한승준의 말에 강현 석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았 다.
사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 에 잔뜩 걸려 있었으나, 서예림이 강현석의 어깨를 잡으며 제지한 탓 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강현석 헌터. 그만 하세요. 한승준 씨는 제가 어렵게 모셔온 귀인입니 다. 그리고 충분히 저를 평가할 자 격도, 능력도 있으신 분입니다. 프리 미어 클랜의 수석코치는 아무나 하 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한승준 씨.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불쾌 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 현석 팀장이 나쁜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니니까요.”
서예림은 어렵게 데려온 한승준을 사소한 트러블로 돌려보낼 생각 따 윈 없었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의를 차렸다.
무려, 그 최강혁을 상대로 딜을 해 서 받아온 도우미 아닌가? 그런 만 큼 뽕을 뽑아도 제대로 뽑아야 했 다.
그러지 않는다면, 남의 클랜에 와 서 수상한 짓을 하는 최강혁의 기행 을 눈감아준 보람이 없는 것이다.
한승준 수석코치의 지원을 받는 대 가로 서예림은 최강혁에게 아무런 질문도, 터치도 안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물론 원래라면 용납되지 않을 일이 었다.
타 클랜의 마스터가 자신의 클랜에 서 헌터로 생활하는 걸 눈감아준 다 라? 보통의 클랜 마스터라면 절대 용인하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서예림은 현실을 직시하고 실리를 택했다. 어차피, 최강혁 정도 되는 인물이 해저드 클랜을 음해하 려면 이런 번거로운 방법 말고도 편 한 길이 얼마든지 있었다. 적어도 최강혁이란 이름 석 자가 가진 무게는, 대한민국에서 그만큼 대단한 것이었으니까.
그런 만큼, 서예림은 최강혁이 하 는 행동이 아무리 수상쩍어도 걱정 하진 않았다. 해저드 클랜을 어찌해 서 그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전무 했으니까.
그래서 서예림은 생각했다.
쓸데없는 호기심과 명분을 충족하 는 거로 최강혁의 심기를 거스르기 보단, 양자 간 만족할 수 있는 거래 를 제안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이다.
그렇게 이루어진 짧은 거래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났다.
최강혁은 터치하지 않겠다는 서예 림의 약속을 얻어냈고, 그녀는 승격 을 위한 전문인력을 지원받았으니 까.
비록 열흘간의 한시적 인력지원이 었지만, 한승준은 프리미어 클랜. 그 것도 빅4의 하나인 흑봉회의 수석코 치다.
그 배경 하나만으로도 그의 유능함 을 의심할 여지는 없었으니, 짧은 시간일지라도 기대를 걸어볼 만했 다.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럼… 일단, 첫 피드백이니만큼 빠르게 핵 심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강현석 헌터? 유연함이 부족합니다.
오더에만 따르지 말고, 필요에 따 라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판단이 중요합니다. 매치에서 늦었다고 생 각했을 땐, 늦은 겁니다.
미리 대처해야 위기를 자초하지 않 는 법이니, 이 점 염두에 두세요. 그리고 신현수 헌터는 지나치게 신 중합니다. 어찌 보면 소심하게까지 느껴질 정도죠.
매사에 먼저 나서는 법이 없고 확 신이 생겨야만 움직이던데, 이건 꼭 고치셔야 될 겁니다.
한 명이 사리면 사리는 만큼, 다른 쪽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는 법이니 까요. 그리고 이유라 헌터는….”
성적표를 받는 학생처럼, 기대감과 걱정으로 눈을 빛내고 있는 이유라 를 보며 한승준이 약간 말을 끌다 입을 열었다 tJ i三i r± zA I ♦
“일단, 전투 능력이 압권입니다. 기 실 서예림 마스터를 제외하고 이유 라 헌터의 전투 기량을 넘볼 사람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확언 하죠. 만약 던전 매치가 집단전이 아닌 격투기 대회처럼 1:1의 개인전 이었다면, 이유라 헌터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을 겁니다.” 얼굴에 금칠을 덕지덕지 발라주는 그의 칭찬에 이유라가 몸 둘 바를 모르겠는지 몸을 배배 꼬았다.
“네? 가, 감사합니다. 너무 과분한 칭찬이라… 부끄럽네요.”
“글쎄요. 감사해하긴 이른 것 같습 니다. 제가 말한 건 격투기 대회였 지. 던전 매치가 아니니 말입니다. 이유라 헌터? 던전 매치는 팀과 팀 의 집단전입니다. 팀웍이 제일 중요 하다는 말이죠. 그런데 이유라 헌터 는 개인행동을 일삼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본인의 기량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탓인지 무리수를 던 지기 일쑤였죠. 그 덕에 파티는 이 유라 헌터를 커버하기 위해 필요 이 상의 위험을 부담해야 했습니다.
뭐, 오늘 클리어는 순조로웠고 결 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건 실수를 수습할 수 있는 하위 던전이었던 덕 분이지, 상위 던전이었다면 이유라 헌터의 사소한 실수 하나만으로 파 티는 무너졌을 겁니다.”
한승준의 지적에 이유라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실제로 오늘 그녀의 실수 때문에 약 간의 애로사항이 있었던 건 사실이 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고치겠습니다.” “당연히 고치셔야 할 겁니다. 고치 지 못한다면 이유라 헌터는 2부라면 몰라도, 1부 리그에선 결코 버티지 못할 테니까요. 얼마나 많은 리거들 이 프리미어 리그에서 낙오되는지 이유라 헌터는 아십니까?
당신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이 세계는 냉혹합니다. 그러니 명심하 세요. 프로에게 실수와 실패는 한 글자 차이지만, 동일어나 마찬가지 라는 걸 말입니다.”
이유라는 거듭된 그의 지적에 고개 를 못든 채 답했다.
“명심… 하겠습니다.” 이유라의 대답을 뒤로하고 한승준 이 서예림에게 말했다.
“서예림 마스터.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물론 오늘은 핵심만 짚 었을 뿐이고, 디테일까지 파고들자 면 끝이 없습니다만, 나머진 리포트 로 대체하겠습니다. 한두 마디 말로 끝날 정도로 긍정적인 상태는 아닌 지라.”
피드백을 마무리하는 한승준에게 여태 구석에서 조용히 있던 정마루 가 손을 들며 물었다.
“저기… 제 피드백은…?”
한승준은 그런 정마루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다이어리에 뭔가 적으 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정마루 씨는 훌륭한 c급 헌터입 니다만, 리거로서의 소양은 아직 부 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더 성장한 후 도전하는 게 좋겠군 요. 아쉽겠지만, 그간 수고하셨습니 다.”
한승준의 직설적인 언사에 정마루 는 탄식했다. 하나 의외로 별다른 반발은 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아직 리거가 되기엔 역 부족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 다. 상황이 대충 정리되자 서예림이 정마루에게 말했다.
“정마루 씨. 이만 가봐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간 임시 리거로 활동하며 클랜에 기여한 만큼 적절한 보너스 가 지급될 겁니다. 또한, 정진하다 보면 나중에 또 좋은 기회가 올 테 니 너무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 니다.”
서예림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언급된 보너스 얘기 덕분일까, 심심 한 위로가 된 듯 신색을 회복한 정 마루가 인사를 한 뒤 시뮬레이션 룸 을 나갔다.
그리고 정마루가 완전히 나간 걸 확인한 한승준이 말했다.
“서예림 마스터. C급 포인트 랭킹 상위권 파티의 영상자료가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염두에 두고 있 는 파티가 있다면, 그도 좋겠지요.”
한승준의 말에 서예림이 품에서 U SB를 꺼내 한승준에게 건넸다. 마치 한승준이 정마루를 배제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준비돼 있는 자료를 보 며 그가 피식 웃었다.
뒷말이 안 나오도록 그를 이용해 일을 처리했다는 걸 짐작한 것이다.
한 방 먹었다는 듯 두꺼운 입술을 비튼 한승준이 USB를 받아 품속에 넣자, 서예림이 석고상의 그것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분명, 마음에 들 겁니다.”
서예림의 의도대로 일이 풀린다는 것에 약간 기분이 상한 한승준이 퉁 명스레 대꾸했다.
“글쎄요. 저도 그러길 바랍니다만, 제가 원 최 눈이 높은 편이라… 흠, 일단 기대는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런 그에게 서예림이 한마디 남겼 다.
“그럼 만족하겠군요. 나도 눈이 높 은 편이니까요.”